펜타곤, 중국해로 눈을 돌리다
"우리나라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대내적으로 예산 위기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5일 미국의 새로운 국방 전략을 발표했다. 새 전략에 따라, 군 규모 감축(특히 유럽 주둔 지상군 기계화 전투부대)과 일부 전투 임무(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대반군 작전)의 종료가 예상된다. 그 목적은 다른 지역(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다른 목표(사이버전과 특수전, 해양 통제)에 더 잘 집중하는 것이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미 합동군 규모는 줄어들지만, 좀더 기민하고 유연해질 것이며, 신속 배치 태세를 갖추고, 혁신적이며 기술적으로 완벽해질 것"(1)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패네타 장관에 따르면, 이 새로운 방향 전환은 국내외적으로 음울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경제위기로 약화된 미국은 공공부채 폭발을 목격했다. 2011년 통과된 예산통제법에 따라 국방예산은 향후 10년간 4870억 달러가 삭감된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른 경제 조처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더욱 중요한 삭감이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이라크에서 철군했음에도 군사적 압박은 줄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란이나 북한과 새로운 잠재적 분쟁, 그리고 중국의 부상에 직면해왔다.
예산 삭감 와중에 중국 급부상
언뜻 보기에, 좀더 제한적이지만 미래의 잠재적 위험에는 더 잘 적응하는 군사력의 구축을 겨냥한 이 정책은 변화하는 경제적·지정학적 조건에 대한 실용적 대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더 원대한 목표를 간파할 수 있다. 야심찬 경쟁국들의 출현과 유일 초강대국 위상의 필연적 쇠퇴에 직면한 미국은 결정적인 분쟁과 지구상의 핵심 지역에서 우위를 유지하며 자국의 세계적 우위의 영속화를 모색하고 있다. 즉,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까지 뻗어나와 중국해와 북서태평양을 지나는 활(Arc) 모양을 따라 아시아의 해상 주변을 지배할 목적을 지녔다.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공중과 해양에서뿐만 아니라 사이버전과 우주기술 분야에서도 자국의 우위를 추구할 것이다. 미 국방 전략의 중심 측면인 대테러전은 무인공격기와 초현대적 장비로 무장한 엘리트 부대에 대부분 일임될 것이다.
군의 외국 주둔 축소를 관리하는 일은, 달리 말해 제국의 쇠퇴를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런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대가를 치르고서 이를 확인했다. 1956년 영국과 프랑스의 이집트 침공이나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처럼 위험한 군사적 모험 속에 이 국가들은 몰락했다. 그만큼 이런 이니셔티브들은 몰락의 지연 대신 촉진을 가져왔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미국의 힘은 절정이었다. 그러나 그 뒤 반란은 너무 오래 지속됐고 너무 비싼 대가(약 3조 달러)를 치르게 하면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장기전을 치를 의지와 (부분적으로는) 능력에 타격을 입혔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 공화당을 불문하고 미래의 다른 모든 대통령이 가까운 미래에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과 비교되는 군사작전에 몰입하게 될 것이라고는 현재까지 거의 생각되지 않는다.(2)
팍스 아메리카나는 포기하더라도
역사에 대한 섬세한 안목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고위 보좌관들이 모든 해외 군사 개입에 집착하는 것이 바보 같고 파멸을 자초하는 짓임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포기할 의사는 없었다. 새로운 국방정책은 일부 지역, 특히 유럽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다른 지역에 대한 주둔을 강화하는 식으로 중도 노선을 빌려온 것이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향후 수십 년 동안, 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세계의 일부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지역엔 이미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과 핵심 동맹국, 신흥강대국, 그리고 주요 경제개발도상국이 모여 있다." 번스 차관은 번영을 유지하고 중국의 부상으로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 미국이 이 지역에 노력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이 겪는 심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그 속도에 맞춰 외교적·경제적·안보적 구조를 발전시켜가야 한다."(3)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해상 패권
이 '새로운 구조'는 군사적이고 비군사적인 여러 차원을 지녔다. 미국은 최근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과 외교관계를 강화했고,(4) 버마와 공식 관계를 복원했다. 이와 동시에 백악관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무역 증대를 추구하면서 자유무역 다자협정, 즉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채택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전략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과 영향력에 대응한다는 함축적 목표를 갖는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텃밭이던 버마와 관계 복원을 통해 이 나라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바라고 있다. TPP로 말하면, 짐짓 기술적 이유를 내세워 단순히 중국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경쟁국 중국을 이기고 싶은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방향 전환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의 전략가들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 동맹국들의 번영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에 달려 있다. 이는 안심하고 천연자원(특히 석유)을 수입하고 제조품을 수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번스 차관은 "중국의 부상은 아시아의 도시들과 국가경제의 면모를 일신했을 뿐만 아니라 전략지정학적 지도를 다시 그렸다. 하나만 예를 들면, 세계 상선 선적톤수의 절반이 현재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해를 지배하는 미국은 중국과 지역 내 다른 국가들에 대해, 과거 영국 해군이 그랬던 것처럼 잠재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해군 전략가들은 오랫동안 그런 정책을 지지해왔다. 그들은 미국의 유일한 우위는 세계 주요 해상운송로를 통제하는 능력에 있고, 다른 어떤 강대국도 누릴 수 없는 우위라고 주장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런 관점을 신봉하는 것처럼 보인다.(5)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 점을 약속했다.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 미국은 이 지역에서 군사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할당할 것이며, 동남아시아에 우리의 주둔 병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과 미군 전함의 배치가 배가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해안의 다윈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설치하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군사원조액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6)
중국과 신흥국들이 뭐라 하든
이런 원대한 지정학적 계획을 실행하면 결국 미국 군사력의 변환을 초래할 것이다. 국방부 발표 문서는 군사력 변환이 "제도적 무게를 더하고, 미군 주둔과 군사적 투사 능력,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지력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7) 이 문서에서 어느 구성군이 선호될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해군력, 특히 항모전단과 항공기, 최신 미사일에 강조점을 둘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병력을 10년 안에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감축하더라도 함대 규모를 줄이는 아이디어는 거부했다. 미국은 또 잠재적 적군의 이른바 '반접근'과 '지역적 접근 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8) 전략에 대응하는 무기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이다. 국방부의 새 계획은 "잠재적국을 확실히 억제하고 잠재적국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미국은 미군의 순환배치과 행동의 자유가 도전받는 지역에서 군사적 투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이란과 북한이 반쯤 명료하게 언급됐다. 국방부 문서는 이 지역들에서 중국과 같은 미국의 잠재적국들이 미군을 패퇴시키고 이동을 못하게 하기 위해 '비대칭적 수단'(잠수함, 대함미사일, 사이버전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군은 반접근과 지역적 접근 거부(A2/AD)의 상황에서 작전 능력의 보장에 필요한 만큼 투자를 할 것이다".(9) 분명히 미국은 현재 아시아의 해상 주변에 대한 지배를 원하고 있고, 거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이나 다른 신흥강국들의 반대 여부는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
글•마이클 클레어 Michael T. Klare
주요 저서로 『남은 것을 위한 경쟁: 세계의 마지막 자원을 향한 지구적 쟁탈전(The Global Scramble for the World’s Last Resources)』(메트로폴리탄북스·뉴욕·2012) 등이 있다.
번역•류재훈 hoonie@hani.co.kr
<한겨레> 심의위원
(1) 리언 패네타, ‘국방전략지침 발표’, 2012년 1월5일 워싱턴 국방부.
(2) 스티븐 M. 월트, ‘미국 시대의 종언’(The End of the American Era), <The National Interest>, 2011년 11~12월호.
(3) 윌리엄 J. 번스, ‘아시아, 미주 대륙과 미국의 신세기 전략’(Asia, the Americas and U.S. strategy for a new century), 2011년 11월 4일 워싱턴에서 World Affairs Councils of America 총회 연설. 힐러리 클린턴,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2001년 11월호 참조.
(4) 사비에르 몽테아르, ‘베트남-미국, 실리 앞에 과거를 덮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6월호.
(5) 로널드 오루크, ‘특별기고- 미국의 대전략과 해군력 Special- U.S. Grand Strategy and Maritime Power’, <U.S. Naval Institute Proceedings>, 2012년 1월호.
(6) 오바마 대통령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 캔버라, 2011년 11월17일.
(7) 미 국방부, ‘국방 전략 지침 브리핑’. 2012년 1월 5일.
(8) 미군 전력을 1·2차 섬의 고리(해상방어선) 밖에 묶어놓기 위한 중국의 전략을 지칭. 이른바 녹색선인 1차 섬의 고리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 파라셀 군도를 포함한다. 청색선인 2차 섬의 고리는 필리핀을 넘어 확대된다.
(9) 미 국방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 21세기 미국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 국방전략지침), 워싱턴, 2012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