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내다 팔아 공장을 재가동하라

Spécial 재산업화의 야누스

2012-03-13     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독일의 산업도 수출 호조세를 띤다. 생산 기지의 재이전 현상도 나타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실상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여기에서도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입는 쪽으로 갈린다.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한 가지 주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바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경제의 중심을 이루는 국가들의 '탈공업화'다. 올해 대선 정국에 들어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차 경제위기 발발의 장본인인 금융계와의 투쟁, 경제적 불평등 축소와 함께 이 문제를 선거 운동의 주요 방향 중 하나로 삼았다.(1) 이 과정에서 '인소싱'(Insourcing)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2) 이는 외부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과 대비되는 말이다. 산업 생산의 무대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인데, 프랑스에서 '기업 재이전'(Relocalisation)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중심국 경제후퇴 발등의 불

그동안 산업 생산 기지가 대거 해외 외곽 지역으로 이전했으나, 이런 산업 시설을 국내로 되돌려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이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는 국가들의 상대적인 경제후퇴를 완화하고 실업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자, 대외 무역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국가 채무 위기가 대두된 지금 이런 정책은 더욱 중요해졌는데, 예의 '시장'이라는 국제 금융 체제 아래서 예산 적자와 무역 적자라는 두 가지 적자의 조합에 대해 제재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 이전보다 앞서 이뤄진 '탈공업화'라는 개념이 좀더 포괄적임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이른바 '메인' 국가들의 경제에서 1980년대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편입은 급진적 변화가 아니었다. 1960년대에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를 차지한 제조업 비중은 1980년대 말 19%로 떨어졌고, 세계경제 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7년에는 11%로 축소됐다. 프랑스도 이와 근사한 수치를 보이고, 독일은 이보다 더 높은 편이나 하락폭은 비슷하다.(3) 이런 경향은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의 소비구조로 서서히 변화돼간 현실을 반영한다. 사실, 세계 다른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특징이다.

이 시기에 결정적이었던 건 초국적기업으로 거듭난 거대 기업들의 산업 전략이었다. 미국의 상황에서는 이런 산업 전략의 한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게 바로 해외 직접투자다. 즉, 다른 나라에 계열사를 세우거나 사들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진입하기 직전인 1970년대, 미국의 비금융권 기업들이 세계 다른 지역에 직접 투자한 비중은 미국 내 순수 물적 투자의 23%를 차지했다. 2008년 경제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10년간(1998~2007), 이 비율은 81%로 올라가며 자국 영토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을 하겠다는 기업들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켜줬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에 이 전략의 폐기를 촉구하며 초국적기업들을 정면에서 비판하려는 것일까?

현재 세계 외곽 지역에서는 생산 단위 노동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수준을 따라잡을 기세다. 이처럼 인건비가 엇비슷해진 상황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위안화 평가절상을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외려 인건비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사우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테네시 같은 특정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재이전했다.(4) 경제위기가 터지자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됐고, '센터'에 속하는 국가들의 노동자를 '외곽' 지역 국가의 노동자와 경쟁시키려는 신자유주의 전략의 성공이 한층 강조됐다.

대통령이 동참하는 기업 재이전 전략은 이제 수익성 면에서 정당성을 얻게 되었고, 정부가 동참한 이상 (현실 인식을 못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초국적기업들도 별수 없을 것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자국 영토 안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까지 제공할 방침이다.

탈공업화, 신자유주의의 특징

지난 1월 연두교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돌아왔다"고 단언하며 '건실한 미국'을 위한 자신의 계획을 소개했다. 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을 100이라고 봤을 때, 2009년 6월의 생산량 수치는 48로 급격히 떨어졌다.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하락세였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 직후인 지난해 12월, 이 수치는 84까지 올라갔다. 물론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구제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어떤 산업은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전자 같은 산업 분야는 상황이 좀 나았다. 제조업 전체로 봤을 때, 2009년 6월 80 정도로 떨어진 생산 수준은 지난해 12월 93으로 올라갔다. 상황이 호전된 건 맞다. 그러나 이게 기적은 아니다.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 부활에 대한 승리의 환호성은 대선 시기와 맞물려 상당히 시의적절하게 울려퍼졌고, 추후 이는 속단으로 판명되거나 지나친 낙관주의로 몰릴 수도 있다.

오바마 "자동차 산업이 돌아왔다"

유럽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경향은 프랑스와 독일 간 경제적 성과 비교와도 연결된다. 흔히 말하듯, 독일은 '외곽' 지역 국가들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견뎌낸 국가로 손꼽힌다. 반면 프랑스는 그런 추세에 뒤처진 나라 쪽에 속한다. 하지만 산업적 성과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를 생각해보지 않은 채 독일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까? 다들 독일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할까?

2003년은 하나의 분기점이 된 해였다. 1960년대부터 2003년 이전까지 독일과 프랑스는 비슷한 길을 나란히 걸어왔다. 그런데 2003년 이후, 양국의 산업 성장 격차가 심화됐다. 2003년과 경제위기 초기인 2007년 사이, 프랑스의 산업 생산량은 4%밖에 증가하지 않은 데 견줘 독일은 2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는 산업 부문의 성장만 다루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있으나, 사실 독일 경제가 프랑스 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한 건 아니다. 같은 시기 양국의 GDP는 실질적으로 같은 속도로 증가했다. 독일과 비슷한 산업 전략을 쓴 일본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산업 생산 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 일본은 2003~2007년 18%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현재 장기 침체기를 겪고 있다.

임금 줄여 무역 흑자 늘린 독일

이쯤에서 대두되는 게 임금 문제다. 독일에서도 압박이 가해지는 건 주로 임금과 사회보장비 등 인건비 항목이다. 임금 압박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강도 높게 가해졌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1990년대 말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5) 독일에서는 이와 더불어 '독립' 노동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독립 노동자라는 부류는 노동의 불안정화를 보여주는 한 형태다.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 사회분담금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들었고, 프랑스 역시 급여 지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비율 면에서는 더 양호한 편이었다. 2003~2007년 프랑스는 평균 실질 인건비가 3.5% 상승한 반면, 독일은 1.5% 낮아졌다.(6)

재산업화 역시 신자유주의일 뿐

독일에서는 이런 임금 압박과 함께 외국계 기업, 특히 유럽 중부 지역의 외국계 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경향이 보편화됐다.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1990년대 초 이후, 대형 기업이 미국 기업과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해외 직접투자를 한 것이다. 결과는 비슷했지만, 독일 산업은 구조상 프랑스와 같은 길을 갈 수 없었다. 프랑스는 주된 기업 활동이 자국 안에서 이뤄져야 했기에 그런 전략을 택한 것이다. 어쨌든 이와 결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무역 흑자 증가다. 2003년 이후 양국 경제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독일의 무역 흑자는 상당량 증가해 2007년 GDP의 7%를 차지한 반면, 같은 시기 프랑스에서는 연간 2%의 적자가 발생하며 무역 적자의 골이 더 깊어졌다. 1990년대 프랑스의 대외무역 흑자가 평균적으로 독일보다 높은 상황(프랑스 1.2%, 독일 0.5%)이었기에 이는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각국이 내부적으로 어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든, 탈공업화와 재산업화는 모두 신자유주의 역학의 요소들로 이해돼야 한다. 탈공업화, 즉 생산 기지 이전은 순전히 이런 사회적 질서의 산물이며, 초국적기업이 실현한 이득으로 혜택을 보는 국가 내 상류층 계급의 이익과 해당 국가 경제 사이의 결별을 의미한다. 이 기업들의 소득이 실현되는 장소는 수익 규모 앞에서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독일은 관리가 좀더 잘된 편이나, 미국에서처럼 (기업 경영진을 제외한) 노동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꽤 컸다. 기업 경영진과 소유주의 연합은 신자유주의의 주축 가운데 하나다.

자본주의 계급과 금융기관의 패권, 신자유주의적 목표를 추구하는 경영·관리직 간부, 자본화·세계화 등 모든 요소에서 신자유주의의 전반적인 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7) 전후 미국에 대해 생각하며 금융 '탄압'을 떠올릴 정도로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탈공업화 과정을 막아내기 위한 모든 시도는 제아무리 성공하더라도 결국 퇴행적 성격을 보일 것이다. 이는 지금도 성장 안착과 고용 복원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채, 앞서 수십 년간 이룩해놓은 결과물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글•제라르 뒤메닐 Gérard Duménil & 도미니크 레비 Dominique Lévy
경제학자. <신자유주의의 위기>(The Crisis of Neoliberalism·Harvard University Press·Cambridge Massachusetts·2011)를 같이 펴냈다.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1) ‘Remarks by the President on the economy’, 백악관, Washington, 2012년 1월 4일, www.whitehouse.gov.
(2) ‘Remarks by the President on insourcing American jobs’, 백악관, Washington, 2012년 1월 4일, www.whitehouse.gov. 간혹 ‘reshoring’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3) 1960년 36%에서 23%로 하락(서독에만 해당).
(4) ‘Made in America, Again. Why manufacturing Will Return to the U.S.’, The Boston Consulting Group, 2011년 8월.
(5) Thorsten Kalina & Claudia Weinkopf, ‘The increase of low-wage work in Germanu. An erosion of internal labour markets’, International Working Party on Labor Market Segmentation, Aix-en-Provence, 2007년 7월 5~7일. 안 뒤프레슨, ‘임금삭감의 검은손, 베를린 컨센서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2월.
(6) 이 비용은 GDP 가격 지수에 따라 수정됨.
(7) Georges Dumenil & Dominique Lévy, ‘The Crisis of Neoliberalism’, Harvard University Press, Campridge Massachusett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