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정부가 마사이족을 추방하는 이유

외국 관광객들과 부자 사냥꾼들을 위한 강제 이주정책

2023-04-28     세드릭 구베르뇌르 l 기자

1968년, 비틀즈는 명상과 인도 호랑이 사냥에 미친 서양인, ‘방갈로 빌(호랑이 사냥꾼을 고발한 비틀즈의 노래에 영감을 준 인물-역주)’을 조롱했다. 현대의 타르타랭(알퐁스 도데의 소설 『타르스콩의 타르타랭』에 나오는 병사로, 알제리로 사자를 잡으러 떠난다-역주)의 후예들은 아랍에미리트인들이다. 그들은 동아프리카의 계곡과 초원에서 큰 사냥감을 추격하고 있다. 이 돈 많은 포식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탄자니아 정부는 현지 부족을 강제로 추방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는다. 

 

붉은색 전통의상 ‘슈카’를 두르고, 목동 지팡이를 손에 쥔 아벨(1)과 그 가족들이 그들의 거주지 ‘보마’에서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보마’란 전통가옥과 가축우리로 구성된 마사이족의 마을을 뜻한다. 사바나에는 초식동물들이 많다. 따라서 사자가 마사이족의 가축까지 공격하는 일은 드물지만, 혹시 모를 사자 무리의 습격을 막기 위해 주변이 가시나무와 쐐기풀로 빙 둘러져 있다. 

 

탄자니아 정부, 맹수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

“저희 얼굴은 찍지 마세요. 정체가 알려질 만한 것은 남기면 안 됩니다.”

아벨이 간청했다. 그가 이처럼 조심하는 것은, 이들에게 맹수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탄자니아 정부’다. 얼마 전 아벨은 다른 마사이족 20여 명과 함께 아루샤 감옥에 투옥됐다. “우리는 25명용 감방에 70명이 비좁게 지냈어요. 그들(정부)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과 원주민 수장들, 학자들, 그리고 서구 단체 관련자들을 탄압했어요.” 여기서 서구 단체란 물론 원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영국), 오클랜드 연구소(미국) 등의 단체들이다. 

아벨은 “그들(정부)은 우리가 OBC에 조직적으로 맞서지 못하게 악착같이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OBC(Otterlo Business Corporation)는 아랍에미리트 계열 사냥업체를 말한다. 2022년 6월 6일, 아루샤 주는 OBC에 독점 면허를 내주기 위해, 1,500㎢에 달하는 롤리온도 구역(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의 북부, 세렝게티 자연보호구역의 동부에 위치) 주민들을 강제퇴거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얼마 후 수백 명의 경찰들이 400여 개의 금지구역 표지들을 설치하러 왔다.

“롤리온도 관할 경찰이 우리를 소환했어요. 퇴거명령은 대통령의 명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더군요.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논의하자면서요. 당연히 저희는 항의했죠. 대체 ‘자세한 사항’이란 게 무엇인지도 궁금했고, 이 나라에서 앞으로 우리가 온전한 시민으로 남을지 알아야 했으니까요. 저희가 항의하자, 금방 분위기가 험악해졌어요. 결국 그날 밤 저희는 전부 경찰서에서 자는 신세가 됐죠.”

그 사이 제한구역이 설치되던 지역 인근의 마사이족들이 서로의 보마로 휴대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공권력과 대치했다. 그해 6월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는 밤, 표지는 철거됐다. 새벽녘에 경찰이 최루탄과 실탄까지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날 붉은색 전통복장과 초록색 혹은 파란색 전투 복장이 서로 대치하는 모습은 SNS를 통해 고스란히 전 세계로 전파됐다. 부상자는 수십 명에 달했다. 일부 전사들은 투창과 화살을 휘두르며 경찰과 맞섰다. 경찰의 카를루스 므위타 가를루스 반장이 머리에 화살을 맞고 숨을 거뒀다. 

얼마 뒤 마사이족 수백 명은 사바나를 가로질러 친족들이 사는 이웃 나라 케냐로 피신했다. 내무부장관 하마드 마사우니는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롤리온도 구역에서 활동 중인 비정부기구(NGO)들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2022년 11월 말, 케냐로 이주한 마사이족은 투옥된 지도자들이 형사소추 없이 석방되는 것을 지켜보며 상황이 진정됐다고 생각해 대부분 탄자니아로 돌아왔다.

거주민 퇴거 조치의 피해자는 약 7만 명으로 추산됐다. 아벨이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저들은 제한구역 표지를 넘어간 이들에게 10만 실링(2023년 4월 24일 기준 한화로 약 5만 7,000원)의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마사이족은 물물거래를 했기 때문에 벌금을 낼 돈이 없었다. 벌금을 내려면 기르던 소를 팔아야 했다. 다른 사람이 좀 더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건기라서 소들이 많이 야윈 상태라, 대부분 헐값에 팔아야 했지요. 벌금을 내지 못하면 정부 당국이 가축을 빼앗기도 했어요.” 오클랜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12월 총 5,880마리의 소와 767마리의 양이 압류됐다.(2) 정부의 압류조치는 2023년 1월에도 지속됐다. 

 

‘거주민 없는 자연공원’을 옹호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자연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우리를 쫓아냈어요! 하지만 정부는 우리에게 자연보호를 말할 자격이 없어요. 우리는 야생동물을 죽이지 않아요.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외국인 부자들입니다. 우리는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왔어요. 동물을 위험에 빠뜨린 건 우리가 아니라고요! 탄자니아나 케냐의 마사이족 거주 지역에는 다른 곳보다 더 많은 동물이 서식 중이라는 게 그 증거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거주민 없는 자연공원’이라는 개념을 오랫동안 옹호해온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3) 세계자연기금(WWF)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WWF는 생태 보전에서 농목업자와 채집자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인정했다. “다양성 보전은 원주민과 지역공동체의 온전한 참여 없이 불가능한 목표다.”(4) 여러 통계수치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일례로 원주민 토지 중 91%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상태이며, 핵심보전지역(Keys conservation areas)의 36%는 원주민 영토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04~1911년, 영국령 동아프리카(훗날의 케냐)에서 이미 영국식민지행정부는 마사이족의 50~70%를 자신들의 영토에서 강제 추방했다. 마사이족의 터전을 동물들과 영국인 수렵꾼에게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영국의 수렵꾼들은 반세기 만에 인도와 아시아 대륙의 호랑이를 몰살시키다시피 했다.(5) 서독 출신의 수의사 베른하르트 그르지멕(1909~1987)과 그의 아들 마이클(1934~1959)은 서구에서 ‘아프리카 에덴’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했다. 아프리카가 아프리카인 본인들의 손에 의해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두 부자가 탕가니카(미래의 탄자니아)에서 촬영한 영화 <세렝게티는 죽어서는 안 된다>는 1960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르지멕 박사는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에서 거주민을 퇴거시켜줄 것을 영국인과 탄자니아 초대 대통령 줄리어스 니에레레를 상대로 설득했다. 전후 프랑크푸르트 동물원 원장으로 활동한 그르지멕은 사실 나치 독일군의 수의사이자, 독일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NSDAP)의 당원이었다. 사실상 거주민을 몰아낸 아프리카의 자연이란 개념은 인종주의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었던 셈이다. 

역사학자 기욤 블랑은 세벤느 공원(프랑스)의 경우 다양성 보전에서 농목업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아프리카의 자연공원은 무조건 거주민이 없어야 한다”(6)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주민을 몰아낸 자연이라는 이상’은 일종의 ‘녹색 식민주의’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식민지 시대에 백인이 문명 전파의 짐을 짊어졌다면, 지금은 서구 전문가들이 생태주의의 짐을 어깨에 진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대 문명 세계는 아프리카를 계속 아프리카인으로부터 구원할 의무를 지고 있다”라는 주장이다.

식민지 독립 후, 많은 식민지 공직자 출신들은 공원 관리 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신생독립국가들도 이들 자연보호구역을 성역화했다. 그것이 모두 관광(코로나 팬데믹 사태 전까지, 탄자니아 국내총생산의 10%를 차지)(7)을 활성화하고, 정부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나 일부 현대성의 개념과 공존할 수 없는 생활방식(유목, 수렵 및 채집, 나체 생활 등)에 기대어 살아가는 소수인종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야생동물에게 위험한 이들은 누구인가?

마사이족은 강력한 전투적 전통을 지닌 유목민이지만, 더 이상 사냥을 즐기지 않는다. 젊은 전사가 사자를 때려죽여 힘을 과시하던 시대는 과거에 불과하다. 마사이족 목동들은 가축이 누 등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자칫하면 악성 카타르열 등의 질병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사이족이 키우는 가축은 사바나의 풀을 뜯어먹고, 땅에 자연거름을 줌으로써 사바나의 자연을 보존하는 역할도 한다. 세렝게티를 지키는 경비대는 1959년 이 지역에서 마사이족을 몰아낸 이후, 정기적으로 덤불 제거를 하며 진땀을 빼야 했다. 마사이족이 떠난 이후 도깨비 바늘(Bidens pilosa) 등 외래종 식물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1974년의 강제 추방 조치 이후로는 초식동물의 개체 수도 현저하게 급감했다.(8)

“이미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어요. 우기였던 1월에 이제 비를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이제 OBC 문제까지 겪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사태가 우리 삶의 방식을 180도 바꿔놓고 있어요.” 아벨이 이야기를 끝맺었다. 1992년 이후 탄자니아에서 트로피 사냥(상업적 목적이 아닌 단순 오락을 위해 대형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행위-역주)을 주관하고 있는 OBC는 무함마드 압둘 라힘 알알리가 소유한 알알리 홀딩 그룹 계열의 회사다. 알알리는 아랍에미리트의 국방차관이자, 2015년 ‘파나마 페이퍼스’(역외 금융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가 보유한 약 1,150만 건의 비밀문서로, 20만 개 이상의 역외회사에 관한 금융 및 고객 정보가 들어 있다-역주)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OBC의 주요 고객 중에는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나 그의 아들 함단 왕자 같은 인물도 있다. 사실상 이 아랍에미리트의 기업은 최근 롤리온도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SNS상에서 일절 함구하고 있다. 기껏해야 셰이크 알 막툼 재단이 후원 중인 인도주의 단체, ‘UAE 물 구호재단’이 설치한 우물 옆에서 오가는 마사이족 여인들의 사진만 게시했을 뿐이다. 2017년 12월 13일 OBC는 “수렵 통제구역 인근 지역공동체들은 지역공동체개발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구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트윗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15여 년 전부터 탄자니아 경찰은 이 수렵 통제구역에서 주기적으로 마사이족을 쫓아내고 있다. 한편 OBC는 ‘지속가능한 수렵’에 대해서도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지역 언론이나 케냐의 마사이환경자원연합은 2002년부터 아랍에미리트인들이 자행하고 있는 각종 만행을 고발해오고 있다. 가령 그들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사냥감을 몰거나, 소금석(Salt stone)을 미끼로 동물을 유인하거나, 정해진 수렵 쿼터를 지키지 않는 등의 행위로 온갖 물의를 빚고 있다.(9) 

사실 롤리온도 보호구역은 응고롱고로와 세렝게티, 그리고 케냐의 마사이 마라 공원 사이, 초식동물떼(그리고 이들을 잡아먹는 포식동물들)의 이동 경로에 위치하고 있다. 2000년대 케냐(1977년 이후 트로피 사냥을 금지)는 롤리온도를 건너던 도중 목숨을 잃은 동물들이 늘어나면서, 확연하게 이 지대의 동물 수가 급감한 사실을 확인했다. 더욱이 OBC의 보호구역에는 걸프만과 직항으로 연결하기 위해 개인 활주로까지 설치된 상태다. 일부 마사이족은 두바이 동물원과 야생동물 밀매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10)

 

경찰, 마사이족 거주지에 불 질러

 

폭력을 동원한 마사이족 강제퇴거 조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09년 7월 4일이었다. 당시 탄자니아 경찰은 마사이족 주민을 몰아내기 위해 200여 개 보마에 불을 질렀다. 당시 이런 사실은 탄자니아독립인권위원회와 탄자니아 주재 덴마크 대사 비야네 H. 쇠렌센과 UN 원주민 인권 특별보고관 제임스 아나야의 고발로 드러났다. 분명 이는 탄자니아 법률로도 불법적인 퇴거 조치에 해당했다. OBC의 수렵면허만으로는 토지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11) 

강제퇴거 조치는 2013년과 2017년 8월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존 폼베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이 쥬마네 마겜베 천연자원관광부 장관을 마침내 경질했다. 신임 장관 하미시 키관갈라는 강제퇴거 조치를 중단했고, 압류된 가축을 반환하도록 명령하는 한편, 반부패사무국(Prevention and Combating of Corruption Bureau)에 조사를 의뢰하고, 천연자원관광부 산하 야생동물국 국장 알렉산더 손고르와 등 OBC의 뒤를 봐준 것으로 의심되는 여러 책임자들과 치안담당자들을 해임했다.(12) 동시에 탄자니아 출신의 OBC의 최고경영자 아이작 모렐도 감옥행 신세가 됐다. 아랍에미리트인들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집권당(샤마 샤 마핀두지, ‘혁명당’) 총서기 압둘라마네 키나나도 2018년 5월 사임했다. 이로써 OBC는 탄자니아에서 명줄이 다한 듯 보였다. 

하지만 2021년 3월, 돌연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 대통령 자리를 승계한 사미아 술루후 핫산 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2022년 2월 그녀가 두바이를 공식 방문했을 때, 세계 최고의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 타워는 탄자니아 국기색의 조명으로 환하게 물들었다. 대통령은 2022년 4월 집권당 부대표로 문제의 인물인 키나나를 임명했다. 두바이 방문 4개월 뒤, 탄자니아 대통령은 롤리온도의 수렵 통제구역을 포위해 ‘깨끗이 정리’하라고 명령했다. ‘추방’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마사이족의 족장 샤를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가족은 1959년 세렝게티에서 추방당했어요. 당시 영국인들은 분명 더 이상 추방은 없다고 우리와 협정했죠. 하지만 우리는 결국 배반당한 셈입니다.” 

현재진행형인 이주정책은 응고롱고로 보호구역(NCA)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마사이족 언어로, ‘응고롱고로’는 ‘종’을 의미한다. 거대한 분화구 속에서 울리는 가축의 목에 매달린 방울 소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1959년 그르지멕 덕분에 조성된 총 면적 8,288㎢의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300㎢ 남짓한 세계에서 가장 광대한 칼데라(화산이 무너지면서 생긴 분화구)를 가슴에 품고 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매년 지프차를 타고 야생동물을 구경하러 50만 명의 세계 여행객이 발걸음 하는 명실상부 사파리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1974년 이후 마사이족은 이 장소를 떠나야 했지만, 대신 나머지 보호구역의 지대는 ‘다채로운 용도’의 사용이 허가됐다. 쉽게 말해, 나머지 지대에서는 목농업이 허용됐다는 뜻이다. 현재 수많은 보마와 단단하게 지은 주택들, 학교, 병원이 들어서 있는 이 지대는 적어도 8만 명의 마사이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다수가 과거 세렝게티에서 추방된 가정의 후손들이다. 그런데 2022년 1월 이후 정부는 난데없이 보호구역의 ‘과밀 인구’를 우려하고 나섰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사이족의 수가 불과 수천 명에 불과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자연환경을 해치는 자들은 누구인가?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은 “우리는 현재 응고롱고로를 잃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선언하며, “자발적 재배치 프로그램의 실시”를 결정했다. 카심 마잘리와 총리는 2022년 2월 응고롱고로의 주민들을 만나 이주를 ‘제안’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모든 것은 사전에 결정돼 있었다. 12월부터 저들은 한데니 지역에 이주자용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주를 결심한 가정은 각자 집 한 채와 2헥타르의 토지, 1,000만 실링(2023년 4월 24일 기준 한화로 약 570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2022년 1월, 이미 마사이족 5,000명이 응고롱고로를 떠났다. 나머지 5,000명도 서둘러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롤리온도와 응고롱고로 사이 지대에서는 15만 명 이상의 마사이족이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2022년 6월 15일 이후로 “사전에 아무런 자유의지에 의한 명료한 동의”도 없이 자행된 “국제법으로 금지된 자의적인 이주”를 비난해오고 있다.

필립은 응고롱고로 분화구 인근 보마를 대표하는 족장이다. 4륜 자동차를 타고 사파리 관광을 끝낸 일부 관광객이 이곳에 와서 사진에 담을 만한 근사한 마사이족 문화체험을 즐기거나, 전통 노래와 춤을 구경하거나, 막대기를 비벼 불을 붙이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전통가옥을 방문하거나, 오색찬란한 진주 팔찌 같은 수공예품을 구매한다고 했다. 마사이족은 종종 관광객에게 다가가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로 ‘아무 문제 없어’라는 뜻이다)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 표현은 디즈니 제작 만화영화 <라이언킹> (1994년작)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하쿠나 마타타’는 디즈니 소유의 상표권이 된 상태다. 

탄자니아 정부는 마사이족이 응고롱고로를 떠나도록 타 지역에 새로운 거주지까지 제공하며 유인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응고롱고로 보호구역(NCA) 내 각종 서비스를 조직적으로 악화시키는 수법도 동원하고 있다. 1965년 이후로 아루샤 교구가 관리해온, NCA 내 유일한 의료기관인 엔둘렌 병원은 매일 20명 이상의 환자를 받고 있다. 보조금이 끊기자 병원은 직원을 줄여야 했다. 현재 병원은 거의 보건소 수준으로 전락했다. 2021년 이후, 정부는 응고롱고로 보호구역 내에 더 이상 어떤 건설허가도 불허하며 건물 리모델링을 가로막고 있다. 

아루샤 소재 비정부기구(NGO) ‘플라잉 메디컬 서비스’는 본래 작은 경비행기로 외딴 보마의 환자들에게 구급차 역할을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응고롱고로를 출입할 수 없게 됐다. 취재진은 엔둘렌 부근을 자동차를 타고 은밀히 둘러보는 동안 정부가 주민들의 재입주를 막기 위해 버려진 가옥과 보마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부들이 400명의 학생들이 다니던 오소트와 초등학교를 허물고 있는 것도 목격했다. 남은 8개 학교와 4개 교회, 심지어 경찰서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곳은 롤리온도와는 달라요. 보는 눈이 너무 많죠. 관광과 폭력은 공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은밀하게 압력을 가해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겁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엔둘렌의 정보원, 다니엘이 말했다. 병원도 학교도 없어지면,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우리의 정보원은 과거 마사이족이 살던 곳에 분명 ‘5성급 호텔’이 들어설 것이라고 확언했다. “자연보전은 한낱 핑곗거리에 불과해요. 관광을 활성화하려는 속셈이죠. 실은 호텔 등 관광시설이 마사이족보다 훨씬 자연환경을 해칠 텐데요.”

 

‘관광자원’으로서만 인정받는 마사이족

 

동쪽으로 600킬로미터 떨어진, 탕가 연안지대에는 음소메라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응고롱고로를 떠난 사람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음소메라 마을은 본래 많은 마사이족이 수세대에 걸쳐 살아가고 있는 인구 밀집지대였다. 음소메라의 마사이족은 주로 농업(옥수수, 강낭콩)에 종사하고 정착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반유목 생활을 하는 서부의 마사이족과는 서로 구분된다. 그런데 음소메라의 토박이 마사이족은 정부가 새로운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들의 땅에 주택을 짓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라며, “위험해지더라도 실명으로 증언하겠다”라고 나섰다. 그들은 자신들의 참상을 보여주겠다며 차창이 어둡게 선팅된 차량에 탑승해 취재진을 마을로 안내했다. 때때로 군대가 설치한 바리케이트를 피해 번번이 길을 돌아가야 했다. “어느새 응고롱고로의 주민들이 우리 땅에 정착했어요.” 위풍당당한 태도로 지휘봉 ‘오링가’를 손에 쥔 60대 추장 윌리엄 카닌쥐가 통탄하며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문제를 절대 거론하지 않아요. 정부도 항의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요.”

증언자들이 골함석 지붕이 덮인 작은 초록색 가옥을 가리켰다. “저는 이 땅에서 35년을 살았어요. 그런데 저따위 집과 교회를 짓겠다고 저를 쫓아내다니요.” 에마뉘엘 킬로수가 격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자신이 “50헥타르 중 40헥타르”의 땅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고 확언했다. 그 곁의 루카스 시메온도 비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를 보세요! 저기가 우리 집이에요! 저기가 우리 조상들의 무덤이고요! 저들이 우리 땅을 새로운 이주민들에게 내어줬어요. 더 이상 우리는 우리 땅에 출입할 수가 없다고요.” 

합법적 주인들은 계속 본인들의 땅을 경작하겠다고 고집을 부려봤지만 허사였다. 새 입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반항자들을 쫓아냈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수확물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내년에는 대체 어찌해야 될까요?” 킬리수의 얼굴에 근심이 묻어났다. 데네스 음와라부도 자신의 땅이 전직 응고롱고로의 위원에게 돌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새 입주민들과의 관계는 최악이다. “우리 아이들은 새 입주민들의 아이들과 학교에서 싸운답니다. 군인들이 철수하면, 폭력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거예요.” 현재 새 입주민들은 울타리와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있다.

1977년 탄자니아 헌법 제24조에 따르면, 마사이족은 그들 토지에 대한 권리를 관습법에 의거해 인정받을 수 있다. 법적으로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는 절대 그들의 토지를 압류할 수 없다. 아루샤에서는 변호사 조셉 올레샹가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30일, 마사이족은 첫 번째 고배를 마셔야 했다. 동아프리카사법재판소(EACJ)가 탄자니아 정부를 상대로 낸 그들의 소송을 기각한 것이다. 

“정부는 마사이족이 관광자원일 때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마사이족은 더 이상 온전한 시민 취급을 받지 못하지요.” 올레샹가이가 이야기를 끝맺었다. 

 

 

글·세드릭 구베르뇌르 Cédric Gouverneur
언론인, 정치학자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인터뷰이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처리했음.
(2) ‘Tanzania Government Resorts to Cattle Seizures to Further Restrict Livelihoods of Maasai Pastoralists’, Oakland Institute, Oakland(California), 2023년 1월 24일, www.oaklandinstitute.org.
(3) ‘The state of indigenous peoples’ and local communities lands and territories, 2021년 7월 7일, IUCN.org.
(4) John Vidal, ‘Armed ecoguards funded by WWF ‘beat up Congo tribespeople’’, <The Guardian>, London, 2020년 2월 7일.
(5) Cf. Lotte Hughes, 『Moving the Maasai : a colonial misadventure』, Polgrave McMillan, Basingstoke, 2006년. ‘Maasai eviction : Tanzania is repeating Kenya colonial past’, <The Star>, Nairobi, 2022년 7월 25일.
(6) Guillaume Blanc, 『L'intervention du colonialisme vert 녹색식민주의의 개입』, Flammarion, Paris, 2022년.
(7) Statista.com.
(8) Ismael Selemani, ‘Indigenous knowledge and rangelands biodiversity conservation in Tanzania : success and failure’, <Biodiversity and conservation>, 제29호, 제14호, 2020년 12월, link.springer.com.
(9) Cf. John Mbaria, ‘Game Carnage in Tanzania alarms Kenya’, <The East African>, Nairobi, 2002년 2월 4일. ‘The killing fields of Loliondo’, maasaierc.org.
(10) http://twitter.com/tubuluTLS20/status/1611996178589040641?s=20&t=TiFAnPF_iA7wM_IdwqREtg.
(11) ‘Tanzania Human Rights Report 2009 : State of indigenous people : the Maasai forceful eviction’, 2009년 7월, www.humanrights.or.tz.
(12) <The Citizen>, Dar es Salam, 2017년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