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와 폴란드 사이의 무법천지, 비아워비에자 숲

이중잣대 이민정책의 희생자가 된 난민들

2023-04-28     트리스탕 콜로마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벨라루스와 폴란드 사이에 걸쳐 있는 비아워비에자(Białowieża) 숲은 유럽 최대의 마지막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인적이 드문 광활한 삼림지대다. 그러나, 이 숲은 바르샤바 정부가 자행하는 이민자 사냥의 현장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베푼 환대와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무자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압도적인 녹색 덩어리, 비아워비에자 숲. 이곳을 걷다 보면 우리가 숲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대신, 숲이 우리를 빨아들인다는 느낌이 든다. GPS가 있고 목적지의 좌표를 아는 데도, 스테판(1)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전진한다. 아래로 늘어지고 땅바닥에 쓰러진 수천 그루의 죽은 나무들을 헤치고 오르거나 기어가면서 말이다. 또한 고사리처럼 보이는 쐐기풀 덤불로 넘어지거나, 곤충 떼의 집요한 공격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썩어가는 늪의 진흙 속에 빠진 부츠를 빼내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소리가 들리면 순찰 기동대나 헬리콥터가 나타난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이 국경은 폐쇄됐습니다. 당신은 속았습니다”

 

이 청년 운동가는 인도의 이민자 집단을 찾고 있다. 이들은 폴란드와 벨라루스 두 나라 사이에 자리한 비아워비에자 숲을 통과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뒤 문자메시지로 자신들의 위치를 그에게 전송했다. 그들은 폴란드군이나 국경수비대 아니면 경찰에 체포된 것일까? 이곳에서 이주민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국경을 따라 설치된 확성기에서 망명 신청자들의 국적에 따른 여러 언어(영어, 아랍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로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계속 울린다.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들을 향해, 짤막한 프랑스어 메시지가 나온다. “이 국경은 폐쇄됐습니다. 여행은 끝났습니다. 당신은 속았고 돈을 날렸습니다. 당신이 약속받은 것과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신은 민스크로 돌아가야 합니다. 벨라루스 당국은 당신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합니다. 당신의 악몽은 끝날 것입니다.”

이민자들이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장벽이 세워졌다. 바르샤바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억 4,000만 유로를 들여 숲 한가운데 세운 200km 길이의 이 장벽은 폴란드 정부의 자랑거리다. 이 장벽 덕분에 정부는 이민자 유입으로부터 유럽연합(EU)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5일, 체렘하 국경검문소를 찾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법과정의당[PiS] 소속이며 보수파)는 석양에 반사돼 반짝이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아수라장이 된 벽 앞에 서서, 난공불락의 이 건축물을 “안보의 측면에서 PiS의 능력을 입증하는 최고의 증거”(2)라며 기뻐했다.

EU 국가들로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수천 명의 망명자들이 비아워비에자 숲에 모여 있던 2021년 가을,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이민자 위기’로 대립한 덕분에 이 발언에 힘이 실렸다. 그러자 EU는 벨라루스가 2020년 이후 가해진 서구의 새로운 제재들에 대한 보복으로 이민자를 조직적으로 유입시켰다며 비난했다.(3) 2021년 11월 10일 워싱턴을 방문한 EU 집행위원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이 말했다. “이민자 위기가 문제가 아니다. 한 권위주의 체제가 민주주의 체제의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불안정화를 시도했다는 것이 문제다.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EU 전체다.”

같은 날 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럽국민당(PPE) 당수인 만프레드 베버는 한술 더 떠, “유럽연합에 대한 하이브리드 전쟁”(4) 운운했다.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브뤼셀과 바르샤바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았다. 얼음장 같은 날씨에 망명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는가 하면, 국경을 넘는 데 성공한 이민자들을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즉각 쫓아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도우면 범죄자가 된다”

 

이런 위기 이후 이주민 유입이 감소했다 해도, 이 동쪽 루트는 당분간 폐쇄되지 않을 것이다. 매달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이 지역을 통과하고 있는데, 이민자들은 주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예멘뿐 아니라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와 중국, 심지어 쿠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온다. 2022년 2월 이후 폴란드로 넘어온 수백만 우크라이나 난민에 비하면 이 이민자들의 수는 극히 적다. 그러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겐 비교적 우호적이지만,(5) 벨라루스를 통해 들어오려는 이민자들과 그들을 돕는 활동가들은 몰아세우고 있다. 2022년 8월 15일 폴란드 육군의 날 기념식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을 구조하는 이는 바보이며 배신자”라고 표현했다. 

정원 위를 지나는 헬리콥터들 때문에 찻잔이 흔들리자, 얀은 고개를 드는 대신 숙였다. 이 ‘배신자’는 조심스럽게 휴대전화를 끄고 옷장에 넣어둔 뒤 일부 활동가들에게 애석함을 표현했다. 절망까지는 아니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 이 지역 주민들이 1년 동안 맞닥뜨려야 했던 끝없는 긴장에 지친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 전쟁지역에 있는 것과 같다. 지칠 대로 지쳤다. 많은 이들을 도왔고 최대한 도움을 지속했다. 그러나 이제 남은 활동가들이 너무 적다. 우리는 숲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죽어가는 이들을 도우면 범죄자가 된다. 그러나 그들을 이렇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적대적인 본성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에겐 매우 위험하고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다.”

비아워비에자 숲은 폴란드 정부가 국제법을 무시하는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2021년 9월 2일부터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비아워비에자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써 인도적 NGO(국경 없는 의사회, 국제 엠네스티 등)와 유엔(UN)은 물론 심지어 프론텍스(EU 회원국의 국경 수비대라고는 하지만 환영받는 단체는 아니다)까지 모든 비밀 감시와 카메라로부터 벨라루스와의 국경지대를 차단했다. 

2022년 7월 1일 비상사태와 여러 금지령이 해제됐다면, 바르샤바는 이민자 ‘관리 정책’이 적나라하게 조명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책이란 한 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벨라루스 쪽 국경에서 오는 모든 불청객들을 무력으로 추방한다’는 것이다. EU로서는 이민자들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함으로써 바르샤바에 책임과 악역을 전가하는 편리한 정책이다. 이로써 브뤼셀은 이민자들을 리비아로 송환해야 할 때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목숨은 우크라이나인들과 다릅니까?”

 

“부끄러운 줄 아세요! 부끄러운 줄 알라고!”

한 이라크인이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철조망 너머로, 방금 자신을 가족과 함께 벨라루스로 돌려보낸 폴란드 국경수비대를 향해 소리친다. 그의 여섯 살 난 자녀가 복면을 쓴 군인들이 뿌린 최루가스를 뒤집어쓰고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다. 이라크인 엄마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들은 유럽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신들이 이 아이에게 한 것과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이민자 지원단체 그루파 그라니카의 자원봉사자 모니카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의 대다수가 이 억압적 정책에 동조하는 상황이어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낙담하고 있다고 한다.

안제이는 이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쪽이다. ‘자유’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이 10대 소년은 컴퓨터게임을 하는 대신, 현재 이민자들을 찾아 비아워비에자 숲을 누비며 그들에게 음식과 의약품을 나눠준다. 이 지역 교도소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휴대폰으로 GPS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안제이는 땅에 쓰러져 미로처럼 얽힌 죽은 나무들을 헤치며 발걸음을 재촉하려 애쓴다. 그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온 이민자 집단을 찾고 있다. 

“국경을 넘으려는 불법적 시도가 실상 1년에 5만 번 미만인데, 정말 이민자 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진 안제이는 말을 이어갔다. “전쟁 초기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 400만 명을 받아들였고… 이것으로 폴란드는 EU의 부분적 제재 해제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브뤼셀은 우리 당국을 처벌했고, PiS가 법치주의를 조롱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유럽인 자신들입니다.” 안제이는 EU가 사법 독립을 위반한 바르샤바에 부과한 제재에 대해 언급했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안제이는 11명의 남녀 무리를 찾아냈다. 숲을 통과하면서 공포에 휩싸인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다. “여기서 나가게 도와주세요! 여기에 있으면 죽을 거예요!” 대개 처음에는 이민자들이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망명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증명서를 얻기를 원한다. 토고에서 온 한 여성 망명자가 털어놓았다.

 

“우리는 이 숲에서 일주일 넘게 헤매다 병들었고, 신발은 망가졌어요.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가 나고 웅덩이 물을 마셔 병에 걸렸어요. 상처 난 곳과 벌레 물린 곳은 감염됐고요. 우리는 여기 있을 거예요. 벨라루스의 브레스트에서 왔는데, 이제 남은 돈이라곤 180달러뿐이에요. 몸이 너무 약해져서 따라오지 못한 사람이 둘이나 있어요. 여기에서 우리에게는 아무 권리도 없어요. 사람들은 우리를 사냥감처럼 쫓고 있어요. 우리는 당국에 망명신청서를 제출할 수 없어요. 그들과 마주쳤다가는 우리를 무조건 벨라루스로 추방할 테니까요.”

초점을 잃은 그녀의 눈은 근처에 있는 사람 시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서쪽을 향한 대장정의 재개를 알리는 땅거미가 지기 전, 이 이민자들이 한시도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못하는 이 썩어가는 숲속에서, 끝없는 모기의 공격은 국경지대를 샅샅이 뒤지는 드론의 윙윙거림과 함께 소음을 냈다. 

다음 날, 한 활동가 단체가 쿠바인 4명을 만났다. 그중 한 명이 자신들의 상황을 요약한 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울분을 토했다. “우리는 이 숲에서 죽어야 할 운명입니다. 매일 죽음과 함께 걷고 있어요.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 목숨은 우리처럼 조국을 탈출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목숨보다 못하다는 말입니까?”

 

난민을 차별외교정책의 도구로 삼은 PiS

 

며칠 뒤 이 네 사람이 무사히 스페인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은 한 명당 거의 1,500유로를 지불하고 운전기사를 구했는데, 이 운전기사가 조직적인 밀입국 브로커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는지, 아니면 단독으로 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무조건 현금을 원한다. 비아워비에자 숲에서는 물 한 병에도 20유로를 줘야 한다.

장소를 이동해, 바르샤바에 위치한 ‘바 스튜디오(Bar Studio)’의 테라스 기둥 아래에서 독립 미디어 오코 프레스 소속 폴란드 기자 막달레나 크슈초노비츠를 만났다. 그녀는 비상사태 동안 비아워비에자 지역으로 출입을 금지한 정부의 조치에 맞선, 몇 안 되는 언론인에 속한다. “정부에서 조직한 선전, 금지구역, 구매력 저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때문에, 벨라루스 국경에서 이주민들이 처한 상황은 폴란드에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PiS는 안보와 관련해 비타협적인 입장을 연출하고, 주권 수호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보수 유권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이런 상황까지 이용한다. 또한 PiS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가세한 것과 같은 이유로, 브뤼셀의 관용을 뿌리 뽑기 위해 이 상황을 외교정책의 도구로도 이용한다.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장이브 포텔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 앞에서 우크라이나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2022년 3월 3일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일시 보호명령을 시행했다. 이때 한 법률이 채택됐다. 이 법률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은 재정지원, 임시 거주지, 노동권리, 의료서비스, 아동교육, 사회보장번호와 다양한 사회서비스 혜택을 비롯해, 갱신 가능한 18개월의 보호 지위를 몇 시간 안에 얻을 수 있다.”(6)  

우크라이나 망명자들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온당하고 호의적인 수용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폴란드와 EU는 국적에 따른 난민차별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이중잣대”가 이민정책을 좌지우지한다. 게다가 르네상스당 대표인 오로르 베르제가 자신 있게 내놓은 정책에 따르면, 지금은 폴란드에서 프랑스까지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고 잘 융화해야 하는 사람들과, 머물 자격이 없고 그래서 본국으로 송환돼야 하는 사람들”(7)을 구분해야 할 때다. 

 

 

글·트리스탕 콜로마 Tristan Coloma
다큐멘터리 제작자 및 기자. 그는 현재 이 기사에서 다룬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번역·조민영 
번역위원


(1) 이민자들과 활동자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했음.
(2) Joanna Klimowicz, ‘Przechodzą przez graniczny płot po drabinie-samoróbce. Ta zapora to - według Mateusza Morawieckiego - “najlepszy dowód skuteczności PiS” 그들은 손수 만든 사다리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 마테우스 모라비츠키에 따르면 이 장벽은 “PiS의 효과를 입증하는 최고의 증거”다’, Wyborcza, 2022년 9월 13일, https://bialystok.wyborcza.pl 
(3) Benoît Bréville, ‘De Minsk à Calais 민스크에서 칼레까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12월호. 
(4) ‘Escalating humanitarian crisis on the EU/Belarusian border EU/벨라루스 국경에서 인도주의 위기의 고조’, 유럽의회 토론, 2021년 11월 10일. 
(5) Elisa Perrigueur, ‘En Pologne, la solidarité s’effrite 우크라이나 다음은 폴란드일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1월호, 한국어판 2023년 2월호.
(6) Jean-Yves Potel, ‘Accueil et intégration des réfugiés : l’ambivalence polonaise 난민 수용과 통합: 폴란드의 양면성’, AOC, Paris, 2022년 6월 2일, https://aoc.media 
(7) ‘Immigration : “On ne sait toujours pas quelle est la stratégie du gouvernement”, note François-Noël Buffe 이민: “우리는 여전히 정부 정책이 무엇인지 모른다”. 프랑수아-노엘 뷔프 작성’, Public Sénat, 2022년 9월 16일, www.publicsenat.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