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합법’이란 이름으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Ida Minerva Tarbell, 1857~1944)은 1900년대 이후 미국 정유 생산량의 90% 이상을 독점한 록펠러의 횡포를 고발한 언론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트러스트, 스탠다드 오일의 창업주는 존 데이비슨 록펠러다. 아이다 타벨의 아버지 또한, 록펠러가 파산시킨 수많은 소규모 석유개발업자들 중 한 명이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록펠러는, 표면적으로는 트러스트라는 테두리 안에 합법적으로 군소업체를 가두고 ‘독려’했다. 이 거물에 맞서려면, 양심선언과도 같은 증거자료들이 필요했다. 아이다 타벨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스탠다드 오일 사 관련 수천의 회계, 재무, 법률 자료를 파고들었다. 미국 의회를 비롯해 각종 공적 기관에서도 스탠다드 오일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아이다 타벨은 이런 탐사보도 기사를 1902~1904년 미국 독립매체 <맥클루어스 매거진>에 연재했으며, 1904년 이 연재 기사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1) 타벨은 독점기업 스탠다드 오일이 어떻게 비밀스럽게 담합했으며, 철도회사 등 다른 업종의 기업과 함께 석유 가격, 생산량, 운임 등을 어떻게 통제해왔는지, 그래서 경쟁업체보다 높은 비용을 어떻게 부과해왔는지 등을 상세하게 고발했다.
협박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탐사보도 기사는 이어졌다. 수백만 명의 독자가 이 폭로기사를 읽었으며, 결국 여론을 자극해 1911년 미국의 최고 연방 법원이 기업의 해체를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록펠러는 당시 이미 신생 석유회사 34개의 근간을 마련한 상태였다. 철학자와 언어학자로 사회비평가이기도 했던 노암 촘스키는 2018~2022년 미국 웹매거진 <트루스아웃>에 기고했던 20여 개의 인터뷰를 모아 단행본을 출간했다.(2) 촘스키의 이 저서에 따르면, 스탠다드 오일 사의 후손격인 엑슨 사의 과학자들은, 1970년대 이후 줄곧 석유채굴이 지구온난화에 끼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했다. 엑슨 사가 내놓은 답은 ‘정당화’였다. 무려 250억 배럴에 달할 석유 생산을 정당화하고자 그로 인한 악영향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촘스키가 집중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주의’였다. 트럼프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와해시키고자 공공적자의 폭발을 유도했고, 자본가가 부의 무한축적에 몰두할 수 있게끔,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외면하는 자본가들의 태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경제학자이자 환경과학자인 빅터 코트는 전력생산의 주재료인 석유로 인해 맺어진 경악할 협정들에 대해 폭로한 책을 냈다.(3) 일례로 스탠다드 오일(석유), 제네럴 모터스(자동차), 파이어스톤(타이어) 이 3개 대기업의 결탁으로 대중교통망이 마비됐다. 그리고 그들 기업은 최대의 이윤을 거뒀다. 빅터 코트는 이 책에서 이런 수많은 사례들을 폭로했다. 코트는 그의 면밀하고도 야심찬 결과물인 이 저서를 통해, 인류가 이용했던 에너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인류사회의 발달사를 조명했다. 채집, 수확, 현시대의 채굴에 이르기까지 3개의 시대로 구분해 어떻게 인류가 환경자원을 개발했는지, 더욱 의미 있는 사회의 구성방식은 어떤 것인지, 필요한 기술혁신은 어떤 것인지 등의 주제를 다뤘다.
우리가 보유한 자원은 유한한 반면, 논의해야 할 주제는 무한하다.
글·필리프 파토 셀레리에 Philippe Pataud Célérier
저널리스트
번역·유정은
번역위원
(1) Ida Tarbell, 『L’Histoire de la Standard Oil Company 스탠다드 오일의 역사』, Séguier, Paris, 2022년.
(2) Noam Chomsky, 『Le Précipice. Entretiens avec C.J. Polychroniou 낭떠러지. C.J. Polychroniou 와의 인터뷰』, Lux, Montréal, 2022년.
(3) Victor Court, 『L’Emballement du monde. Energie et domination dans l’histoire des sociétés humaine 지구의 과속. 인류사회 역사 속 에너지의 지배』, Écosociété, Montréal,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