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삼각관계… 인도·파키스탄·아프간
뭄바이 테러후 긴장 커져, '파 군부, 테러 배후'의혹도파, 무늬만의 테러조직 제거' 시비… 미 개입, 갈등 증폭
2008년 12월 7일 파키스탄이 점령하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인 아자드 카슈미르에서 보안군은 파키스탄 이슬람주의 그룹인 라슈카르-이-탈리바(LeT)와 밀접하게 관련된 한 훈련캠프를 폐쇄했다. 또 파키스탄 정부는 LeT의 '구호단체'인 자마트-우드-다와(JuD)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JuD는 유엔이 작성한 테러단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100개에 달하는 지부가 문을 닫고 50명의 간부들이 체포되었는데, 그들 중에는 이슬람주의 단체의 리더인 자키우르-레흐만 라크비, 자라르 샤, 그리고 JuD 운동을 시작한 후 이 조직의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하피즈 사이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파, 테러조직 '은밀한 비호'
체포되기 전에 사이드는 자신들에게 향한 모든 비난을 '인도의 프로퍼갠더'로 간주하면서 사건을 파키스탄 최고재판소로 가져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폭력행위를 통해 시위를 벌이거나 반격하지 못했다. JuD의 한 구성원은 "우리는 격돌을 원치 않는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인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에 LeT 및 다른 파키스탄 급진주의 단체들의 활동이 금지되었고, 약 2천 명의 전투원이 체포되었다. 인도로부터는 자국 의회를 공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체포된 자들 대부분은 그 해에 석방되었다. '활동이 금지된' 단체들에 대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파키스탄 군부는 폭풍우가 지나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인도와 미국은 파키스탄에 대한 '압박 외교'를 함께 전개했다. 그들은 파키스탄 비밀경찰인 파키스탄 정보부(ISI)와 LeT 같은 테러단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를 단절시키려고 결정했고, 결국 모든 것은 파키스탄 군부의 대응에 달리게 된다.
아프간 및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의 '대리전'을 수행하기 위해 LeT가 1989년에 처음 만들어진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히말라야에 위치한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할된 이후 양국이 서로 자기 땅이라 주장하는 지역인데, 이곳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두 나라는 3번이나 전쟁을 치른 터였다. LeT의 목표는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에서 '순수한 이슬람국가'를 창건하는 것이고, ISI의 목표는 인도를 '피 흘리게' 하고 인도가 통제하고 있는 카슈미르 일부 지방(자무 카슈미르)을 넘겨받기 위해 중재자들을 이용하는 데 있다.
인-파 분쟁 '대리전' 수행도
1990년대에 정보부와 테러 조직 사이의 관계는 밀접했다. LeT는 파키스탄 전역, 특히 펀자브 지역에서 전투원들을 모집했는데, 펀자브는 최근 뭄바이에서 테러를 일으킨 자들 대부분의 출신 지역이다. 1999년에 그들은 자무 카슈미르 지역의 카르길에서 파키스탄 군대 편에서 싸웠다. 이 시기에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군대는 전쟁을 통해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러나 2001년 인도 의회에 대한 테러 공격이 감행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먼저 전쟁을 가까스로 모면하면서 휴전에 서명했다. 2004년에 그들은 평화에 대한 토의를 시작하기조차 했다.
ISI는 아자드 카슈미르 지역에서 1만2천 명의 전투원들을 무장 해제시켰다. 6개 사단은 인도와 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 아프간과 서쪽 국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재배치되었다. 아프간과 국경을 공유하는 지역은 파키스탄 정부가 파키스탄 탈레반들의 반란에 맞서 전투를 벌이던 지역이었다. 따라서 자무 카슈미르 지방으로의 침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LeT 같은 단체들은 '대리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캠프는 영토 내부 및 아자드 카슈미르 접경 지역으로 이동했고, JuD '센터'로 위장했다. 2005년 카슈미르 지방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전투원들이 탁월한 구급대원 역할을 담당한 것은 지하드주의자들이 '무장 해제되지' 않은 증거라는 지적이 일자, 한 파키스탄 장군은 이를 반박했다.
"우리는 그들을 제거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이익을 잃어버릴 위험이 다분하며, 인도는 영원히 그 사실을 은폐시키려 하겠지요."1)
2008년에 많은 전투원들이 카슈미르 지역을 분리하는 경계선을 넘어가 규칙적으로 게릴라전을 벌였다. 펀자브 지역에서는 LeT-JuD '지원병'들이 재등장하면서 성전(聖戰)을 외쳤다. 지난해 여름 바하왈푸르에서 장례식이 열렸을 때 JuD 소속의 한 설교자는 이 지역 출신의 '60명 순교자'를 칭송했는데, 그들 대부분이 카슈미르 지방에서 전사했던 것이다.
ISI가 주창한 새로운 정책 노선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이 이끌던 군정 말에서 2008년 2월 새 민간정부가 시작되기까지 등장했다.2) 하지만 그 정책은 2008년 여름동안 자무 카슈미르 지역을 뒤흔든 대규모 독립 시위를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그 시위들은 인도에 대한 무슬림 토착민들의 무관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파, 탈레반과의 싸움도 골몰
사실 ISI는 아프간 때문에 LeT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했다. 최근 2년 동안에 아프간 전선에서 전개한 이슬람주의자 전투원들에 대한 파키스탄 군대의 공격은 1천 명 이상 병사들의 희생을 낳았다. 봉기의 진앙지는 그 유명한 듀란트(Durand) 라인 도처에 걸쳐 있는 파슈툰 접경지역이다. 19세기에 영국인들이 구상했고, 분할 당시 파키스탄의 서쪽 국경으로 간주된 이 라인을 그 어떤 아프간 정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지역들에서의 패배는 '독립된' 파슈툰 이슬람 '국가'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 파키스탄 장교는 설명했다.
따라서 파키스탄의 행동은 양면적이다. 바자우르 접경 지역에선 지상공격과 동시에 벌이는 응징적 성격의 공중 폭격은 '적'이 차지한 영토를 회수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북부 와지리스탄과 남부 와지리스탄에선 친(親)탈레반 부족들끼리 휴전이 체결되었는데, 탈레반 지도자인 잘랄루딘 하카니와 그의 아들 시라주딘이 종종 중재를 담당했다.
군대는 "모든 탈레반 단체와 동시에 싸울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사람과 격돌하게 되면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조차 상실하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군대는 바자우르에서 파키스탄 탈레반들과 알카에다가 주도하고, 인도와 아프간에 소재한 '지부'들이 지원하는 반(反)파키스탄 봉기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부족들은 아프간 탈레반들을 지원하지만, 바자우르 전투원들과는 달리 파키스탄에 적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한 파키스탄 장교는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설명했다.
미·인·파, 접경지 갈등 심화
한편 인도는 접경지역 사태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인도는 이란과 함께 아프간에서 도로망을 구축하고 있다. 아프간 군대의 훈련도 담당하고 있으며, 21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군사지도자들이 보기에 인도 정부는 미국의 대(對)아프간 정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컨대 50명이 목숨을 잃은 2008년 7월의 카불 주재 인도대사관 테러에 ISI가 연루되었다고 보는 주장엔 미국도 동조한다. 그 후 미국 CIA는 ISI와 더 이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7월 아프간에 주둔 중이던 미국 특공대가 파키스탄 영토, 그 가운데서도 와지리스탄 지역에 들어갔다. CIA에 따르면 와지리스탄은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피난처인 동시에 지하드주의자들을 모집하는 장소다. 그곳은 또 파키스탄 군대와 탈레반이 교전을 벌이지 않는 극히 드문 지역에 속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폭격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미국은 주장하나, 파키스탄은 그 사실을 부인한다. 파키스탄 군부는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도가 개입한 정황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인도가 이 지역의 헤게모니를 거머쥐기를 미국은 원하고 있다."는 한 보안군 지휘자는 "적어도 무수한 접경지역 전투원들을 인도와 아프간이 재정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일까? 군부에 따르면 두 개 시나리오가 이러한 내정 간섭을 설명해준다. 우선 아프간이 오랫동안 소유권을 주장해온 파슈툰 지역을 CIA, 나토군, 아프간 군대가 회수할 수 있도록 접경지역에서 소요를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이슬람 국가의 핵무장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보안군 지휘관은 "조각난 파키스탄이 위협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인도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파키스탄 전문가는 "결국 미국도 인도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 테러조직 제거 가능할까?
그것은 ISI가 뭄바이 혹은 카불에 대한 테러 공격에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할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파키스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숨어 있는 중재자나 동맹자를 부주의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지 강조할 뿐이다. 음모론을 신봉하는 자들만이 이러한 테러들이 파키스탄의 지역 내 목표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접경지역에서 '독립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 혹은 LeT처럼 남아시아에서 힌두교도들과 무슬림 사이의 '문명 충돌'을 지지하는 자들을 위해 테러를 구사할 수 있기는 하다.
파키스탄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LeT-JuD 제거는 이번에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압박 외교'는 그것을 전혀 돕지 않을 것이다. 이미 허약해진 새 민간정부와 함께 미국과 영국이 군부와 ISI 수중으로부터 파키스탄 국방정책을 탈취하기 위해 음모를 꾸밀 것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아프간, 인도 및 핵무기는 30년 동안 그들의 독자적인 사냥터였다. 서쪽에서 불타오르는 국경, 그리고 동쪽에서 들끓기 시작한 국경 문제와 함께 그들은 당장 자신들 사냥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군부가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려면 지역적 염려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프간과 미국이 듀란트 라인을 파키스탄의 적법한 국경으로 인정하고, 파키스탄의 모든 봉기 진압작전이 파키스탄 군부의 독점적 권한일 필요가 있다.
인도에 대해서는 카슈미르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 그러나 군부가 최근 인도와 치른 경험은 아주 쓰라린 것이었다. "2004년 이후 파키스탄 군부는 전투원들이 카슈미르 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95% 줄였습니다. 인도의 대답은 카슈미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프간 탈레반을 포기할 경우 아프간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군부는 생각합니다."
뭄바이 테러 이전에 전문가들만이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 미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만약 파키스탄이 신뢰를 가지고 동쪽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익의 증대가 탈레반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덜 믿게 될 것이다."3) 미국의 새 대통령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평화가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제2의 뭄바이 테러를 유발할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관계 단절은 아주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번역|이상빈 malraux21@ilemonde.com
각주
1)군부와 보안군 지휘부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는 이 문장은 2008년 9월 이슬라마바드에서 나눈 대화에서 발췌했다.
2)장-뤽 라신(Jean-Luc Racine),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대통령',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08년 11월호.
3)버락 오바마'새로운 미국의 리더쉽'<포린 어페어스> 뉴욕 2007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