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마른다
지난 5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 퍼져있는 불법 우물에서 2,600만㎥의 물을 훔친 혐의로 26명의 사람들이 체포됐다. 불법적인 물 끌어 쓰기는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니라,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비단 스페인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심각한 가뭄을 겪었던 2022년 여름, 프랑스에서도 사유지와 공유지에서 물을 훔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수자원이 심각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서로 공유하고 있는 강의 유량에 대한 국가 간의 지정학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닐 강 댐 건설 프로젝트를 반대한다. 또한 물 사용에 대한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소수의 농부들이 펌프질로 지하수층에서 물을 끌어다 대형 저장탱크에 많은 양을 독점해 소중한 수자원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게다가 정부의 대책은 경제활동의 분산화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산업계가 필요에 따라,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면 적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그르노블 북부지방에서 STMicroelectronics 기업의 공장 확장으로 물을 낭비하자 사람들은 분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단독으로는 물 끌어대기, 처리하기, 소비 지역까지 운송하기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해서, 시장에 떠넘기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개념과는 반대로, 물은 공공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 인프라에 대한 계획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회적 정의도, 수자원에 대한 공평한 접근도 의미 없는 구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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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김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