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공공재만은 아니다

2023-05-31     프랑크 푸포 l 사회학자

5월 23일, 프랑스 환경부는 연평균 기온 4˚C 상승에 따른 적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기후변화 예측은 무엇보다 물 문제와 관련이 깊다. 물 사용에 대한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업계와 산업계는 여러 제약에서 면제돼 상당한 양의 담수를 비축하고 있다. 물을 둘러싼 전세계적 지정학적 긴장이 촉발되고 있다. 수자원 인프라의 재정지원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애리조나 주 남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 서부 지방에서 가뭄이 계속되는 동안, 이곳에서는 소노라 사막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있으며, 2차선 도로는 쇼핑센터와 연결된다. 피마 카운티의 투산 공항 근처에는, 에어컨도 없고 때로는 수돗물도 공급되지 않는 비위생적인 주거지들이 건조하고 먼지 덮인 평야에 분포돼 있다.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수백 년 된 선인장으로 둘러싸인 고급 저택들이 계곡 앞에 위치해있다. 건생식물들과 예쁜 돌들로 공들여 장식한 저택들의 사막 정원은 물을 아껴 쓰라는 권고를 준수하면서 아름답게 꾸몄다. 이런 도시의 확장과 경제성을 유지하기 위해, 콜로라도의 수로를 연결하는 대형 운하(Central Arizona Project)가 건설됐다. 운하의 길이는 540km가 넘고, 너비는 평균 7m로, 초당 85㎥의 유량을 가졌으며, 14개의 취수장과 수십개의 개폐문으로 조절된다.

 

물에도, 친환경에도 기술은 필수다

지역의 평균 물 소비량이 높기 때문에 피마 카운티 정부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펼쳤다. 목축업, 농산업, 목화 재배, 광산 개발, 도시 성장 등을 위해 하천과 지하수면을 과도하게 개발한 탓에 수십 년 전부터 고갈됐던 산타 크루즈 강은 투산 시에서 흘려보낸 폐수로 사실상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물은 재순환돼 여러 장소로 흘러들어간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물의 순환 및 생태계의 자정작용을 보증하는 생태 복원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친환경적 목적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천연자원의 기술의존성을 잘 보여준다. 현대의 물 접근성은 방대한 과학기술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1) 인프라로 구축된 화학설비로 재처리된 공장 하수들은 배관망을 통해 강으로 흘러간다. 

물 분쟁에 관한 성찰들을 보면, 종종 이런 평범한 사실이 빠져있다. 명목상으로는 선하고 보편적인 생각만을 호의적으로 드러낸다. 물은 삶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 간주해야한다고 말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자연발생적인 관계를 법제화하면서 ‘물에 대한 권리’가 생겨났다. 그러나 물에 대한 접근성이나 소유하는 사회적 형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학자 베르나르 바라케는 물 산업의 발전단계를 셋으로 분류했다.(2) 첫 번째는 19세기, 멀리 있는 수원으로부터 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토목공학을 바탕으로 한 수량(水量) 관리. 두 번째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지역 기관들과 공중위생학을 바탕으로 한 수량(水量) 관리. 세 번째는 20세기 말부터, 환경 공학을 포함한 자연유산 관리다. 세 번째 단계부터 공급의 논리(자원 증가)에서 수요의 논리(물 절약)로 바뀌게 됐다. 특히 도시에서는 천연 자원보다 공급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논한다.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은 이런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래서 수자원 관리 다국적 기구인 ‘국제 물 제휴(Global Water Partnership)’는 가뭄에 대한 EU지침에서 관심이 부족하고, 적절한 물 사용법에 대한 정책이 거의 없음을 개탄했다. 

사실 EU의 관리 계획은 가뭄에 대비해 물을 비축하거나, 가뭄이 오면 물의 공급을 늘리는 대응을 권장하지만, (수량(水量)의 한계에 맞춰 물을 사용하는) 수요의 논리에 해당하는 물 사용 정책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3) 따라서 효율적인 물 사용법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영장 설치하지 않기, 한 손으로는 이를 닦으면서 샤워하며 소변보기 등.

그러나 이런 물 절약 강령들은 개인주의적 논리의 행동에 제약을 주고, 무엇보다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서 정치권의 책임을 지워버린다. 정확하게는 건설, 부동산, 필수 서비스 공급과 집단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 관리 등의 문제가 있다. 물은 항상 운하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운하를 통해 수도꼭지로 물을 보내고, 배수구를 통해 내보낸다. 대형 댐 건설이나, 지역 간 자원 수송을 위한 운하처럼 불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거부할지라도, 아무리 좋은 친환경적 목적일지라도 과학기술 설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폐수의 재활용, 빗물의 저장, 하천의 복원, 땅이 투과할 수 있게 만들기 등은 모두 과학기술 설비가 필요하다. 수자원의 상태 등 수리학(水理學)적 지식을 토대로 한 설비들, 요금과 계약 등 경제적인 측면에 필요한 설비들, 그리고 무엇보다 생태계 기능과 연관된 환경공학을 토대로 한 설비들까지 모두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선진국의 친환경 마을에서는 다수의 생태계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실행되고 있다.(4) 이 친환경 마을들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부자들에게만 가능한,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연만 중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분산화된 대안을 장려하는 것이다.(5)

 

가난할수록 비싸지는 물의 역설

물 정책을 바꿔야할까? 이 질문은 사회-물 순환의 격변으로 인해 지속적인 가뭄이 늘면서 주목받게 됐다. 더위로 증발되는 수량이 늘어나고, 개울과 강은 말라가고, 지하수층은 재충전이 어려워졌다. 일 년 내내 물 접근성을 보장할 수 없는 지역이 늘고 있다. 건조하지 않은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6) 

수자원 기구들은 2050년경에는 국토의 일부에서 연간 물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가 부족해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수많은 분쟁을 야기한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농부와 환경전문가들이 대규모 저수지 건설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관련 기사 참조). 그러나 연금개혁보다 대형 저수탱크의 건설을 막기가 더 어렵다. 이런 정치권의 태도 속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물 접근성’이라는 이상에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들 또한 생각해야 한다. 누가 물 소비의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누가 물 공급망을 재정 지원할 것인가? 누가 건설하고, 관리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가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공통적인 답은 오랫동안 ‘국가’였다. 동양의 여러 국가들에서 권력자는 ‘물’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가짐으로써 권력을 유지했다. 관개수로, 홍수 예방 및 대규모 수자원에 권력을 의지했던 것이다.(7)

미국 서부의 풍경들 역시 19세기부터 연방정부가 대형프로젝트(물, 교통 등)를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사막을 오아시스로 바꾸어 놓았다.(8) 인프라 구축이 신흥국의 발전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서구 국가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개발을 민간에 넘겼고, 공공 서비스 민영화에 물도 포함시켰다.(9) 그리고 국제기구들은 기업들을 동원해 낙후된 국가의 수로를 개발했다. 

현재의 정책들은 19세기부터 ‘모두를 위한 물’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처럼 여겨졌던 ‘보편적인 분배’ 모델을 많든 적든 재고한 정책들이다. 특히 수자원 관리 및 대규모 공사 비용은 신흥국의 가난한 주민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 그러나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공공서비스 접근이 불가능한 주민들(그리고 생수나 물 수송차량을 구매해야 하거나, 빗물 저장 설비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해 공사를 한 결과  부유한 국가들에 비해 물값이 비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10)

대부분의 경우 주민들은 적절한 서비스가 공급될 거라 기대하며 수로 건설에 분담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바로 여기서 도시의 공공 서비스를 위한 정치적 결집의 패러독스가 발견된다. 가난한 국가에서도 공공서비스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장 우선시한다. 따라서 ‘물의 권리’ 단 하나를 위해 가난한 국민들에게 기본 서비스 접근 문제를 다시 제기하라고 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 참여와 정의라는 기준과 별개로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19세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만든 공급 모델과, 한 명의 조종자가 관할구역을 관리하는 도시형 수로망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물이 부족한 지역의 상황이 보여주듯, 물 수요의 증가와 도시 확산에 가장 잘 대응할 모델을 찾아야한다.

그런 한편, 자립적인 친환경 마을의 형태로 선진국에서 떠오르는, 분산화된 해결책의 보편화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자립적인 친환경 마을들은 현재 마을에 공급되는 인프라와 공존하고 있다. 친환경 공동주거지에서는 그 자리에서 폐수를 처리하고, 빗물을 저장하고, 텃밭을 비옥하게 할 퇴비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 기술’을 확대시키길 원하는 정치계와 부자들이 찬양하는 이런 방식은 신자유주의가 없애려고 시도했던 ‘보편적인 분배’ 모델의 경제적 실현성을 약화시킨다. 친환경 분리독립주의자들은 주동자들이 공공서비스를 끊고,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중단한 점을 비판한다. 관료들과 다국적 기업의 파워 사이에서 인프라의 보편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정치적, 재정적인 질문은 던지지도 않으면서, 물 절약을 권장하는 것으로 과연 충분할까? 

 

 

글·프랑크 푸포 Franck Poupeau 
사회학자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Ashley Carse, ‘Nature as infrastructure : Making and managing the Panama Canal watershed’, <Social Studies of Science>, vol.42, n˚4, London, 2012.
(2) Bernard Barraqué, ‘The three ages of engineering for the water industry’, <Anuari de la Societat Catalana d’Economia>, n˚18, Bercelona, 2004.
(3) <Revision of the policy instruments and their potential to contribution to EU droughts and water scarcity policies. Integrated drought management program in central and eastern Europe>, The Global Water Partnership Central and Eastern Europe(GWP CEE), 2020.
(4) Sabine Barles, Emma Thébault, ‘Des réseaux aux écosystèmes : mutation contemporaine des infrastructures urbaines de l’eau en France 생태계 망 : 프랑스의 도시 물 인프라의 변화’, 학술지 <Tracés>, ‘Revue de sciences humaines’, n˚7, Oakland, 2019년 
(5) Franck Poupeau, ‘Ce qu’un arbre peut véritablement cacher 나무가 실제로 감출 수 있는 것’,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9월호.
(6) Nathalie Bertrand, Patricia Blanc, Céline Debrieu-Levrat et al., ‘Retour d’expérience sur la gestion de l’eau lors de la sécheresse 2022, 2022년 가뭄당시 물 관리 경험에 대한 회고’, <Inspection générale de l’environnement et du développement durable>, Puteaux, 2023년 3월.
(7) Karl Wittfogel, 『Le Despotisme oriental 동양의 전제 군주제』, Éditions de Minuit, Paris, 1964년
(8) Joan Cortinas Muñoz, Brian O’Neill, Eliza Benites-Gambirazio et Franck Poupeau, 『Le champ des politiques hydriques 물에 대한 정치판』, Éditions du Croquant, Vulaines-sur-Seine, 2023년
(9) ‘Services publics : l’intérêt général à la casse 공공서비스 : 폐차된 공익’,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4월호.
(10) Dominique Lorrain, Franck Poupeau, 『Water Regimes』, Routledge, London,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