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트럼프는 거짓말, 폭력, 배임을 일삼았으니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감옥에 가지도, 사회적으로 매장되지도 않았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음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제치고 다시 한번 미국 대통령에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거의 모든 미디어가 트럼프를 싫어하고 재계도 그를 경멸하는데 말이다. 심지어 그를 지지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인인 피터 틸 페이팔(Paypal) 창업자도 그를 저버렸고, 공화당도 트럼프를 떨쳐내려 한다. 그 결과 트럼프는 비주류, 아웃사이더, 지도층의 음모에 저항하는 피해자로 부상하며 분노한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5월 15일, 러시아 게이트(Russia gate)의 끝없는 의혹들에 대한 미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경위를 조사한 더럼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가 여전히 건재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 그리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필두로 한 언론 대부분은 거의 3년 동안 FBI와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음모론을 퍼트렸다. 이들은 트럼프가 러시아의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백악관에 입성한 러시아 스파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음모론이라고 맞서며 격노했다. 하지만 거짓말쟁이의 부정은 긍정의 증거다. 특히나 언론을 사기꾼 취급하는 데 온 시간을 할애하는 거짓말쟁이의 말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음모론자들도 적과 마주쳤다. 더럼 보고서는 앞서 진행된 다른 조사들이 그랬듯(1)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된 헛소문을 파헤쳤으며, 민주당이 확산시킨 노골적이고 의심스러운 정보로 짜여진 함정에서 FBI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수사관들은 확증 편향과 민주당과 연관된 정보 출처에 대한 과도한 신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온갖 억측들이 언론에 유출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이 억측들을 부풀려 보도했었다.
트럼프 당선 후 미디어는 트럼프의 러시아 스파이설을 다룬 특집방송에 3년간 수천 시간을 할애했다. 이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넌지시 오보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미 그 오보를 통해 막대한 이득(구독자 증가 및 퓰리처상 수상)을 챙긴 후였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은 여전히 트럼프가 진짜 러시아 스파이라고 믿고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수리점에 맡긴 노트북에서 문제의 내용이 유출됐고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됐다. CIA와 FBI 전 국장, 주류 미디어, 민주당 의원들은 이것이 미국 체제를 흔들려는 러시아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이후 이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자사 네트워크에서의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과 관련된 정보 유포를 검열하기까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트럼프를 싫어하는 매체다. 이 일간지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들이 트럼프를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 인물로 여겨서가 아니다. 트럼프를 끝없는 음모의 피해자로 여기며, “미디어와 엘리트 정치인들을 역이용해 이들을 이길 수 있는 냉소적 정치인”이라 보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것이다.(2)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편집고문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Serge Halimi, Pierre Rimbert, ‘Tchernobyl médiatique 페이크 뉴스의 희생자, 트럼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5월호.
(2) Holman W. Jenkins, ‘The press covers its eyes about Joe Biden and helps re-elect Donald Trump’, <The Wall Street Journal>, 2023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