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시멘트왕

2023-05-31     장크리스토프 세르방 l 기자

나이지리아의 대기업 단고테 그룹의 알리코 단고테 회장은 아프리카의 경제·금융 분야 전반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민간 부문을 아프리카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새로운 아프리카 기업가 세대의 대표적 인물이기도 한 그의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전방위적인 정치 동맹, 그리고 사회 및 환경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숨어있다.

 

나이지리아 중부에 위치한 코기(Kogi) 주의 오바자나 지역. 이곳에는 밤이 되면 불을 밝히는 시멘트 공장이 있다. 그러나 가시철조망과 감시탑으로 둘러싸인 공장지대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짙은 어둠만 가득한 빈민가가 있다. 이 대조적인 두 세계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세미트레일러들이 잔뜩 늘어서 있다. 양철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인 이 마을에 산 지 20년 된 기계공 고드윈 아가다는 공장지대를 가리켰다. 아가다는 “저 공장은 우리 지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우리는 어떤 혜택도 보지 못했다”라고 하소연했다. “여기 물은 도저히 마실 수 없을 만큼 오염됐고, 천식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단고테 그룹에서 우물 두 개를 파줬지만 흙먼지만 가득하다. 우리는 단고테 그룹이 우리에게 약속했던 발전이 이뤄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아프리카 국민들이 외국 기업들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단고테 그룹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기업이다. 즉, 아가다를 비롯한 나이지리아 코기 주의 주민들은 자국 기업을 향해 강한 반감을 표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나이지리아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자국 기업을 향해서 말이다.(1) 

 

자국민에게는 고통만 안긴 ‘회색 금’

1977년 설립된 단고테 시멘트는 나이지리아 내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로, 연간 총매출액 2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알리코 단고테 회장은 바로 이 시멘트 사업을 중심으로 복합기업 단고테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올해 65세의 사업가 겸 자선가인 그는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대부호로, 전 세계 136위를 차지한 부자다.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단고테 회장의 자산은 2023년 1월 기준으로 196억 달러 수준이다. 나이지리아 북부의 카노에서 태어나 ‘카노의 왕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식품 가공 및 포장부터 부동산, 항만물류, 석유 정제, 요소 생산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단고테 회장이 가진 막대한 부의 85% 이상은 ‘회색 금’, 시멘트에서 나온다.

오바자나 시멘트 공장은 단고테 그룹이 나이지리아 국내에 소유하고 있는 세 곳의 시멘트 공장 중 하나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03년, 석회석 채석장을 포함해 코기 주 정부 소유의 공장시설 전체가 단고테 시멘트에 넘어갔고, 이후 개보수를 거쳐 2008년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본래 공기업에 의해 운영됐던 이 공장은 현재 5개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각종 설비의 현대화와 증설로 현재는 1,000여 대의 트레일러 및 세미트레일러가 운행 중이다. 단고테 그룹은 이 공사비용을 충당하고자 세계은행(IBRD)과 유럽투자은행(EIB)에서 총 2억 2,200만 달러의 융자를 받았다.

4.5헥타르의 부지에 각종 파이프와 굴뚝, 가마, 창고 등 대형시설들이 빼곡한 이 공장에서는 연간 1,325만 톤의 시멘트가 생산된다. 세네갈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아프리카 10개국에 세워져 있는 단고테 그룹의 수많은 시멘트 공장의 총 생산량 중 1/5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신도시 개발부터 냉방시설을 갖춘 중상급 숙박시설, 대도시 교외 벽돌 주택, 항구, 교각, 댐 등 각종 건설 프로젝트가 증가하면서 아프리카의 시멘트 시장은 21세기 초 이래로 평균 연 5%씩 성장을 거듭해왔다. 나이지리아의 시멘트 수요는 2002년 9월부터 2021년 4월까지 40% 이상 증가했으며,(2) 2000~2009년에는 무려 4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3)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시멘트 수요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 나이지리아의 1인당 시멘트 수요는 121kg으로, 세계 평균 513kg에 비하면 약 23.6%에 불과하다. 다른 국가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수요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이다.(4) 

 

청소년들의 꿈은 시멘트 사업가?

 

단고테 회장은 밴드왜건 효과와 수직적 통합 전략으로(특히 나이지리아의 시멘트 가격은 세계 평균 시장가격 대비 2배에 달한다)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 그리고 2014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당시 공동의장을 맡을 만큼 아프리카의 아이콘 같은 입지를 굳혔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에서 도시계획학과 지정학을 가르치고 있는 아르멜 쇼플랭 교수는 “단고테는 아프리카를 꿈꾸게 하는 인물”이라며 그에 대한 칭송을 쏟아냈다. “그가 이룬 재산, 가족, 성공은 시기나 질투를 일으킬 정도여서 이제는 대단한 존경과 동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의 청소년들은 축구선수가 아니면 시멘트 사업가가 되고 싶어 한다. 단고테는 1980년대 학위를 내세우며 군림하던 지식인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성공을 구현해냈다”라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부터 가나의 아크라까지 이어지는 도로 건설 현장에 단고테사 제품인 ‘3X-시멘트’의 50kg 포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광경이야말로 단고테 회장이 이뤄낸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고테 회장은 자사를 소개할 때 언급하곤 하는 ‘단고테 방식’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일곱 기둥’을 통해 기업가로서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제16대 아프리카 지속가능성·기업가정신·책임감 상을 수상한 것도 그 중 하나다.(5) 이 억만장자는 “우리 그룹은 국제연합(UN)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들을 기반으로 ESG 부문 성과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6) 그러나 그의 이런 말들은, 코기 주의 우려스러운 사회현실을 보면 헛소리에 가깝다.

2022년 10월 5일 수요일 이른 아침, 수백 명의 사람들이 야하야 벨로 코기 주지사의 이름을 연호하며 오바자나 시멘트 공장 입구 앞에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주정부에 고용된 경비원들과 지방공무원 대표단, 그리고 고드윈 아가다 씨를 비롯한 오바자나 타운십 주민들이 뒤섞여 있었다. 주민들은 공장 소유권의 이전 과정에 부당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한 법원의 결정대로 공장을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장의 보안대원들과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던 시위대는 레미콘 통행을 가로막기 시작했고, 이 점거는 48시간 동안 지속됐다. 결국 나이지리아 정부는 무력진압을 위해 로코자에 주둔하던 특수부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시위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공장이 재가동됐다. 

 

왕자와 공주도 이기지 못한 전투

하지만 나이지리아 이갈라 왕족 출신의 무스타파 아우두 왕자는 아직 정치적·법적 전투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볼라 티누부 대통령 당선인이 속해 있는 범진보의회당(APC)의 당원이자 젊은 사업가이기도 한 무스타파 아우두 왕자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첫 주지사인 아부바카르 아우두의 아들이다. 1992년 오바자나에 시멘트 공장을 세운 이가 바로 이 아부바카르 아우두 전 코기 주지사다. 이 공장은 사니 아바차 군사 정부 집권 중에는 운영을 중단했다. 그리고 1999년 군부 통치가 끝나고, 아우두가 주지사 자리를 되찾으면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이미 독일과 협정을 맺고 1,200만 독일 마르크를 지원받아 탐사 및 타당성 조사 단계를 거쳐 막대한 규모의 석회암 매장량을 확인한 상태였다. 이것이 큰 결실을 맺을 사업이라 판단하고는 공동개발에 뛰어들 국내 기업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때 단고테 시멘트가 선정됐다. 단고테 시멘트와 주정부는 2002년 7월 협약을 체결하고 2003년 2월 이를 비준해 지분을 9대 1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우두 왕자는 “단고테 시멘트에 공장 지분 100%를 이전한다는 내용은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라며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버지의 임기가 끝나고 2003년 4월 올루세군 오바산조 당시 대통령의 소속당인 인민민주당(PDP)측 인물 이브라힘 이드리스가 코기 주지사로 취임하자, 지분 100%를 단고테 시멘트에 이전한다는 내용이 통과되고 말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나이지리아 연방고등법원에서는 코기 주정부와 단고테 시멘트 사이의 법적 공방이 오가고 있다. 아우두 왕자는 “승리는 단고테 측에 돌아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단고테 회장도 코기 주의 협조 없이 아프리카의 최대 부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우두 왕자는 본인이 지닌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유명세 덕분에 단고테 그룹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단고테 그룹이 시멘트 생산 과정에 사용하는 석탄으로 수많은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하고 있다. 단고테 시멘트 전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 중 오바자나 공장이 차지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32.6%로, 이중 대부분이 석탄으로 충당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동쪽으로 180km 떨어진 안크파 지역에서 채굴한 석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2020년에는 범진보의회당 소속 당원이자 아우두 왕자의 아내인 자라 공주가 운영하는 모나-아우두 재단이 나서서 안크파 인근의 오카바와 오다그보 지역 주민들이 석탄 채굴과 연관된 호흡기 및 안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이들을 대신해 단고테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우두 왕자는 당시의 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온갖 위협이 쏟아졌다. 사업가로서의 커리어를 망가뜨릴 셈이냐고 구슬리는 사람도 있었고, 이렇게 치부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나마도 카노 왕족의 수장 출신이자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던 사누시 라미도가 직접적으로 개입해줘야 단고테 시멘트가 총 27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건에 대해 협상을 수락할 것이다. 아우두 왕자는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입을 다무는 값인 셈”이라면서도 “그래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평생 만져본 적 없는 거액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식민 통치, 영국에서 자국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 성장을 경험한 5대 도시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의 로코자에는 해발 458m의 파티 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산 정상에 서면, 베누에강과 나이저강의 합류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이지리아의 역사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1914년 영국의 프레드릭 루가드 경이 남부와 북부로 나뉘어 있던 두 보호령을 하나로 병합해 통치하기로 선포한 그날, 바로 이곳에서 루가드 경의 아내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플로라 쇼가 이 새로운 식민지에 ‘나이지리아’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로코자는 1919년까지 이 새 식민지의 임시 수도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과거 영국이 사용하던 간접적인 통치 방식을 이제는 단고테 회장이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권력이 있는 곳마다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바단 대학교의 사히닷 아데타요 철학과 교수는 단고테 회장에 대해 “재산을 통한 독점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자금력도 없고 정부의 보호를 받지도 못하는 기업들과 달리, 부유한 기업들에게 부당한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소수의 개인을 위해 국가의 자산을 통제하고 우회하고 있는 셈”인 만큼 결국은 부패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7)

단고테 회장은 나이지리아 북부 하우사족 출신 부유한 상인의 자손이다. 땅콩무역으로 식민시대에 가장 부유한 아프리카인이 된 알핫산 단타타(1877~1955)도 그의 선조 중 하나다. 단고테 회장의 사업은 셰후 샤카리 정부(1979~1983) 당시 벌크 시멘트 수입 허가를 따내며 번창하기 시작했고, 이후 사니 아바차 정부(1993~1998)를 거치며 더욱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렸다. 1990년대 말 브라질 출장을 계기로 제조업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8) 그는 제품들을 수입하는 것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하기로 결심했다.

당시의 정치 상황도 도움이 됐다. 마침 민주주의가 다시 정착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속화되고 공기업들이 민영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3년 재선 당시 단고테 회장으로부터 경제적 후원을 받았던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1999~2007)은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직접 고치기도 했다. 실제로 이른바 ‘선구자’ 역할을 한 국내 기업에 세금을 대폭 면제해주는 조항이 생기는 덕분에 단고테 회장은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아데타요 교수는 “이들은 이후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동일한 시멘트 기업에 대해 이 타이틀을 몇 번이고 거리낌 없이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오바산조 대통령의 후임들 역시 정치적 진영에 관계없이 누구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단고테 회장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굿럭 조너선 대통령(2010~2015)은 단고테 회장을 특별경제고문으로 세우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민간 분야 최대 고용주이기도 한 그는 - 단고테 시멘트의 사원수만도 1만 9,561명에 달한다 - 아프리카 각국의 지도층 및 국가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고테 회장이 2022년 8월 말 윌리엄 루토 케냐 신임 대통령의 임명식에 참석한 것도 이런 목적에서다. 또한 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는 2030년까지 아프리카 대륙 내 다수의 분야에 민간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아프로챔피언스 이니셔티브’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는데,(9) 이 이니셔티브도 단고테 회장과 타보 음베키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공동 주재를 맡고 있다.

 

단고테에만 주어진 완벽한 특혜

 

한편 비카트, 홀심(구 라파즈홀심), 하이델베르크 등 서구 기업들을 비롯한 단고테 시멘트의 경쟁업체들은 단고테 회장이 나이지리아의 유력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프리카 각국의 대통령 관저를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비난을 이어왔다. 2014년 프랑스의 시멘트 기업 비카트는 단고테 회장이 세네갈 정부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규탄했다.(10) 같은 해 카메룬에서는 라파즈의 계열사가 앞장서서 단고테 회장이 나이지리아산 시멘트를 밀수입해 카메룬의 시멘트 시장가를 불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국내에서는 BUA시멘트가 소속된 BUA그룹의 압둘 사마드 라비우 회장이 단고테 회장의 라이벌로 언급되고 있으며 실제로 두 업체의 경쟁구도는 늘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아르멜 쇼플랭 교수는 “시멘트 업계는 폐쇄적이고 은밀한 세계”라고 강조했다. 단고테 시멘트의 경쟁 업체들도 사실 도덕적인 훈계를 늘어놓을 만큼 결백한 입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잠비아 경쟁소비자보호위원회는 프랑스-스위스 국적의 시멘트 대기업 라파즈홀심과 단고테 그룹의 잠비아 내 계열사가 담합해 남부아프리카 시장에서 반(反)경쟁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판단하고 라파즈홀심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11) 실제로 단고테 그룹은 시멘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앙 및 남부아프리카에서 다른 기업들과 손을 잡고 시장 가격을 고정하고 시장 배분을 노리는 등 잠비아 북부, 콩고민주공화국, 아프리카 대호수 지역 등에서의 시멘트 공급권을 확보하고자 애쓰기도 했다. 이에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는 다른 업체들에 벌금을 많이 부과했으나 단고테 시멘트에 대해서는 “조사 당시 적극 협력했다는 이유로 완벽한 특혜”를 베풀었다.(12)

서구의 비즈니스 업계와 외교 당국들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 가는 경제력을 지닌 나이지리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단고테 그룹에 이해타산적인 배려를 베풀고 있다. 단고테 회장은 2019년 1월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유치 행사 ‘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에 초청됐다. 150여 명의 프랑스 국내외 기업 및 다국적 기업 대표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2021년 9월 말에는 프랑스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2020 아프리카 문화 시즌’의 폐막 갈라 디너쇼에도 참석했다. 단고테 회장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기업가(토탈에너지스, CMA-AGM, 다쏘아비아시옹 등) 15명과 “나이지리아의 산업 리더 및 아프리카 대부호 6명이 속해 있는 프랑스-나이지리아 기업인협회” 소속이기도 하다.(13) 압둘 사마드 라비우 BUA그룹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이 모임에는 민간분야를 아프리카 경제 전환의 주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의 ‘아프리카자본주의(Africapitalism)’를 창시한 나이지리아의 은행가 토니 엘루멜루도 속해 있다.

 

교통사고, 수질오염, 산성비, 노동자 탄압

나이지리아 안크파 지역에 위치한 단고테 그룹의 탄광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수많은 초소들과 단고테 그룹의 로고를 단 사고 차량 잔재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코기 주에서는 단고테 그룹의 화물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2020년만 해도 안크파 인근 오누피 마을 주민들은 하루에도 100대 이상의 화물트럭이 도로를 오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채굴 현장 곳곳에는 여러 대의 굴삭기와 300명의 직원들이 투입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방문한 채굴 현장에는 단 5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취재팀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기계공은 우리에게 단고테 그룹의 지시로 채굴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중단 이유는 수익성 부족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안크파 지역에 거주하는 28세의 청년 모하메드 주베이두 오말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탄광이 문을 닫은 건 “지역 청년들과의 대립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고테 회장은 석탄 채굴을 위해 탄광 주변의 마을들과 지역 개발 명목으로 합의를 맺곤 했다. 기존의 지역공동체 리더들은 시멘트 몇 포대에도 쉽게 눈을 감아줬지만, 돈 봉투에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있는 건 고려하지 못한 변수였을 것이다. 폐수로 가득 찬 웅덩이, 곳곳이 잘려나간 언덕 등 탄광 개발로 인해 수 헥타르에 달하는 오누피 마을의 풍요로운 자연은 황폐해지고 말았다. 안크파 지역의 젊은 세대는 지하수층 오염과 산성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까지 떠안아야 했다.

1년 전 단고테 시멘트에 화물트럭 운전기사로 채용된 이브라힘 제파는 탄광에서 채굴한 석탄 50톤이 실린 화물트럭을 몰고 오바자나로 향하던 중 A233번 고속도로의 갓길에서 전복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날로부터 12일이 지나는 동안 제파는 화물이 쏟아지고 차량 곳곳이 부서진 사고 현장에서 섭씨 37도의 무더위를 견디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까만 석탄들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트럭의 타이어 두 개는 이미 사라졌다. 이브라힘이 무력하게 앉아 있었던 지난 밤 사이에 도난당하고 만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고작 1km 떨어진 곳에는 단고테 회사의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는 연방군의 첫 번째 바리케이드가 위치해 있다. 담배를 받아 든 이브라힘 씨는 자신이 고용주에게 버림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뭘 할 수 있겠는가? 당장 타이어 값을 변상할 돈도 없는 현실이다.”

석탄, 석회암, 석고, 그리고 시멘트에 이르기까지 단고테 그룹에서 각종 원자재를 운송하는 일은 대부분 이브라힘 씨처럼 하우사족 출신의 비조합원들에게 돌아가곤 한다. 아부자에서 만난 나이지리아전국노동조합(NLC)의 아유바 와바 대표는 “단고테 그룹의 시멘트 공장들에서는 여전히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단고테 시멘트가 “노동조합 모임을 결성하려는 동료 노동자들”에 대해 가차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측은 이베주-레키 정제공장 건설 예정지에서 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여기서 단 73km 떨어진 라고스 마리나에는 단고테 회장의 요트 ‘마리야 호’가 정박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모순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이지리아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제98호 협약, 즉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보장에 대한 조항에 동의한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와바 대표는 “근로감독관마저도 단고테 회장의 측근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가 최근 우려하는 현상이 하나 더 있다. 단고테 그룹이 “노동조합에 대해 특히나 적대적인” 인도 출신 임원들을 기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들이 전체 결정사항의 4%에만 연관돼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 비중이 약 98%에 달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나이지리아 국내 경제는 얼어붙었지만, 이베주-레키 정제공장의 건설 현장에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인도인 하청 노동자들이 수백 명씩 투입된 덕분에 큰 문제없이 마무리 작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참고로 라파즈 그룹 출신의 프랑스인 기업가 미셸 퓌셰르코스가 맡아온 단고테 시멘트의 사장직은 지난 2월 인도 국적의 아르빈드 파탁에게 돌아갔다.

 

언론의 찬사와 침묵, 그 이면에는 무엇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단고테 회장을 향한 편애는 그치지 않는다. 서구 외교계와 세계적인 언론매체들이 그에게 칭송을 보내고 있다. 2020년 3월, <레제코>는 주말 특별판을 할애해 단고테 회장을 “아프리카의 빌 게이츠”라고 소개하면서 그가 “존 록펠러나 앤드류 카네기와 같은 미국의 유명한 기업인 겸 자선가들”을 모델로 삼고 있다“라고 보도했다.(14) 

하지만 그는 이제 세계 9위의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을 비롯한 인도의 기업가들의 전철을 흔들림 없이 밟아 나가기로 한 모양이다. 과거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 당시에 단고테 회장 역시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의 동료 기업가들은 여전히 각종 매체를 통해 마치 성인처럼 그려지고 있다. 실제로 <르 피가로 매거진>은 ‘아프리카를 세우는 억만장자들’이라는 특집 기사를 통해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15) 

이처럼 단고테 회장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 언론은, 그의 사업이 일으키는 환경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물질은 강철도 플라스틱도 아니다. 바로 시멘트다. 시멘트 생산으로 생기는 온실가스는 지구에서 발생되는 모든 인위적 온실가스량의 4~8%를 차지한다. 오바자나 시멘트 공장 한 곳에서만 연간 61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 배출된 총 탄소량에 맞먹는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해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 가디언 나이지리아>의 자흐만 아니쿨라포 올라데조 전 편집장은 “단고테 그룹이 알자지라부터 BBC까지 세계적인 24시간 뉴스 채널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단고테 그룹은 특히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업계를 다루는 CNN인터내셔널의 프로그램 ‘페이스타임 아프리카’를 적극 후원하기도 했다. 또한 전 세계의 언론사들은 단고테 그룹이 영국의 권력가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고테 그룹 이사회에는 ‘사외 비상임이사’라는 직책을 단 영국의 유력 인사들이 두 명이나 포함돼 있다. 한 명은 노동당 출신의 영국 전 총리인 토니 블레어의 아내이자 변호사인 셰리 블레어고, 다른 한 명은 영국 보수당 회계 담당 출신이자 영국-스위스 합작 광산업체인 엑스트라타의 전 사장 마크 데이비스다.

단고테 회장은 역사적으로 범진보의회당과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나이지리아 대선 유세기간 동안 모든 후보들에게 동등하게 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 결과 당선돼 5월 말 취임을 앞두고 있는 볼라 티누부 당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원이 절실한 대상은 현지 주민들이다. 무스타파 아우두 왕자는 “우리는 그의 성공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제 단고테 회장만 성공을 누릴 것이 아니라, 코기 주와 주민들이 다함께 성공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장크리스토프 세르방 Jean-Christophe Servant
기자

번역·김보희
번역위원


(1) Olivier Piot, ‘Rencontre avec les pionniers de l’africapitalisme 한국어판 제목: ‘블랙 비즈니스’ 산업 주역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11월호, 한국어판 2018년 1월호.
(2) ‘Nigeria’s cement market’, <Asoko Insight>, 2023년 1월 15일, www.asokoinsight.com
(3) Romain Gelin, ‘Dangote, une multinationale africaine’, <Mirador>, 2017년 9월 5일, https://mirador-multinationales.be
(4) Armelle Choplin, 『Matière grise de l’urbain. La vie du ciment en Afrique 도시의 회색 재료. 시멘트에 뒤덮인 아프리카의 삶』, MétisPresses, Genève, 2020.
(5) Chinedu Okafor, <More wins for Dangote as his company is named most responsible business of the year>, Business Insider Africa, 13 décembre 2002, https://africa.businessinsider.com 
(6) 보고서 <Dangote Cement PLC/United Nations Global Compact>, 2020년 3월, https://ungc-production.s3.us-westamazonaws.com
(7) Saheedat Adetayo, 『The ethics of state capture : Dangote and the Nigerian state』, dans Nimi Wariboko et Toyin Falola (sous la dir. de), Palgrave Handbook of African Social Ethics, Palgrave Macmillan, Londres, 2020.
(8) Zainab Ousmane, ‘The successfull and failed policy choices of becoming Africa’s largest economy’, <Africa Policy Research Institute>, 2022년 7월 28일, https://afripoli.org
(9) ‘Un projet de cadre d’investissement de 1 000 milliards présenté lors du Boma AfroChampions 보마(콩고민주공화국 서부에 있는 도시) 아프로챔피언 때 소개된 1조 투자 계획 초안’, <Union africaine>, 2019년 10월 11일, https://au.int/fr
(10) ‘Sénégal : Vicat, vent debout contre Dangote 세네갈: 비카, 단고테에 맞선 역풍’, <Jeune Afrique>, Paris,  2014년 1월 20일.
(11),(12) Conférence des Nations uniessur le commerce et le développement, <Résumé du cartel du ciment en Afrique centrale du Sud 남중앙아프리카 지역 시멘트 기업 연합에 관한 요약>, 2020년 8월, https://unctad.org
(13) ‘프랑스-나이지리아 기업인협회. 2021년 6월 28일 베르사유에서 s’est réuni ’, 재무총국, Paris, 2021년 7월 7일, www.tresor.economie.gouv.fr
(14) Pierre de Gasquet, ‘Aliko Dangote, le Bill Gates africain 알리코 단고테, 아프리카의 빌게이츠’, <Les Échos>, Paris, 2020년 5월 22일.
(15) Nadjet Cherigui, ‘Ces milliardaires qui bâtissent l’Afrique 아프리카를 세우는 억만장자들’, <Le Figaro Magazine>, Paris, 2022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