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기자회? 국경 없는 코미디언들

2023-05-31     피에르 랭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간만의 희소식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5월 3일 발표한 ‘2023년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180개국 중 지난해 106위에서 올해 79위로 무려 27단계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RSF에 따르면, “전쟁 때문에 취재 및 보도에 혼란과 제약 등 각종 난관이 있었음에도 기자들은 오히려 더 큰 자유를 누렸다. 전쟁과 단결의식이 과두정치인들의 언론에 대한 압력을 감소시켰다.”

미국 언론감시단체 FAIR(Fairness and Accuracy in Reporting)는 이 동화 같은 상황에 적잖게 놀랐다. 지난해 12월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RSF를 위협하고 언론자유 순위를 떨어뜨릴 만한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1) 이 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언론규제기관은 모든 신문, 방송,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을 차단하고, 벌금 부과, 폐쇄, 면허취소의 권리를 얻는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당국은 언론규제기관을 밀접하게 통제하게 된다. 이사회 멤버 8명 중 4명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4명은 국회가 임명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주요 언론조합 2곳은 이 조치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 독립언론노조(IMTUU)의 세르히 츠투르헤츠카이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법을 비판하는 건설적인 목소리를 비하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해당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우려된다. 정부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적이나 외국의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간주한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새 언론법이 우크라이나의 언론자유와 다원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2023년 1월 17일 성명서). 반면 RSF는 특정 조항들이 유럽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언론자유 순위가 충분히 오를 만했다며, 새 언론법을 ‘환영’했다. 피에르 아스키 RSF 회장(<프랑스 앵테르> 기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이 끝나면 새 언론법을 ‘보완’할 것이라며, 자유침해 측면에 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2023년 1월 11일 성명서).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신임한 기자 1만 2,000명은 전쟁 초반부터 ‘자국 가치를 위해 투쟁하는’ 정부의 성명서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5월 18일에 이원 중계된 브리아나 테일러 CNN 앵커와 샘 카일리 특파원의 이상한 대화처럼 말이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야간에 발사한 미사일 30기 중 29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무기고를 격파했다고 하는데요, 사실인가요?

-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말할 수 없습니다.

 

장담하건대, 내년에 우크라이나의 언론자유 순위는 미국(45위)을 바짝 따라붙을 것이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Bryce Greene, ‘Ukraine’s ‘Press Freedom’ Score Increases Despite Martial Law, Banned Media’, <FAIR>, 2023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