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불협화음

2023-05-31     소니아 콤브 l 역사학자

크름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된 지 5년 후인 2019년 2월, 동독 출신의 에세이스트 란돌프 슈르저는 78세의 나이에 크름반도행을 결정했다. 슈르저를 도와준 것은 한 타타르인 가족이었다. 그들은 무슬림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슈르저에게 안내자 역할을 해주었다.(1) 

크름반도에 살던 타타르인들은 1944년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추방당했다. 1989년이 돼서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배려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온 타타르인들은 조용히 지냈다. 슈르저가 찾은 한 책자에는 그가 품은 의문들에 대한 답변이 담겨있었다. 크름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되고 1년 후에 출판된 이 책자에는 타타르인들의 추방에 대한 증언들이 수록돼있다. 러시아는 타타르인들에게 보상을 약속했고, 타타르인들은 여전히 그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폐지한 타타르어 교육도 복원했다.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등 다른 국적자들과 공존하는 타타르인들은 공식통계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했다.

그러나, 슈르저가 2019년 크름반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문제(국적, 혈통)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우왕좌왕하는 이들, 자신이 ‘소련인’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신중함인지 무심함인지, 사람들은 크름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된 것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바스토폴과 관련된 이야기에는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역사적인 해군기지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기지로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의사를 밝히는 순간에 말이다. 

타타르인 여성과 우크라이나인 남성, 이 커플은 2014년 3월 16일 국민투표에서 크름반도를 러시아에 재편입시킨다는 것에 찬성표를 던졌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크름반도의 평화를 위협할까 두려워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평화를 가장 잘 지켜줄 나라에 준 표였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마찬가지였을까?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지는 전투, ‘러시아와 나토의 전쟁터’에 대한 미디어 보도에 맞서 (슈르저와 마찬가지로) 동독 출신의 에세이스트인 다니엘라 단(2)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의 풍자가 커트 투마르의 말을 인용했다. “언론을 멀리하면 정보 부족이 되고, 언론을 가까이 하면 왜곡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단은 전쟁과 보건위기에 대한 비평을 엮어 펴낸 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녀는 그 갈등이 도발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거짓이라 판단했다. 그 어떤 경우와 방식에도 불구하고 선제공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면, 러시아는 위기감과 굴욕감을 느껴야 마땅했다. 2022년 봄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무기와 휴전 가운데 결국 무기가 선택됐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 먼저 공격을 당한 나라가 방어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외교를 통해 이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지난 3월 이스탄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니아 대통령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단은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위한 ‘세계연합’의 출범을 선언하며 중재했던 일을 환기시켰다. 이 일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됐다. 이 일에 대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우크라이나 없이는, 러시아가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니엘라 단은 2022년 4월 2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전쟁의 단계적 긴장 완화를 요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독일인 인사들 중 한 명이다. 이는 분노를 일으켰다. 공개서한 서명자들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하지 않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단은 이렇게 응수했다. “독일인들은 그들을 해방시킨 이들로부터 해방됩니다.” 

 

 

글·소니아 콤브 Sonia Combe
역사학자, 마크 블로쉬 센터, 베를린.

번역·이주영
번역위원


(1) Landolf Scherzer, 『Vivre à l’abri des tempêtes. Une investigation en Crimée 폭풍을 피해 사는 것. 크름반도에서 이뤄진 조사』, Aufbau, Berlin.
(2) Daniela Dahn, 『À la guerre, les vainqueurs perdent aussi. Seule la paix peut être gagnée 전쟁에서는 이겨도 지는 것이다. 오직 평화만이 승리다』, Rowohlt Taschenbuch Verlag, Berlin,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