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길, ‘진정한 세상의 절반’

옌롄커 『Elles 그녀들』

2023-05-31     마르틴 뷜라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

여러 차례에 걸쳐 검열당한 끝에, 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옌롄커의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중국에 살며 글을 쓴다.(1) 프랑스어로 번역된 최근작 『그녀들』은 픽션과 전기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저자가 ‘프랑스 벗들에게’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밝혔듯 이 작품은 ‘이야기와 에세이의 중간’이다. 저자가 고향마을을 떠올리며, 그와 친했던 여인들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페미니스트’라는 딱지가 붙었음에도,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교외로 나가고 싶었던 것뿐인데, TGV를 타게 된 셈이다. 이 작품은 (서구의 관점에서는) 솔직히 페미니스트 성향의 작품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말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 주디스 버틀러 등 서구의 여성학자들과 중국 페미니스트들 간의 기념적인 다툼 장면도 있는데, 저자는 “그 부분만 허구”라고 밝혔다.

저자는 회상과 여담을 섞어가며 자신의 유년 시절과 남자로서의 삶을 돌아본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1958년에 태어난 저자의 일생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펼쳐진다. 그의 머릿속은 단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하다. 고단한 농사와 좁은 세상을 벗어나 도시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유일한 탈출구는 군입대였다. 중국 공산당의 허가 없이는 주거지를 옮기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입대 후, 진급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며 상관들에게 순종했다. 그의 약혼녀가 상관들에게 너무 무지하다는 평을 받는 일도 감내했다. 그 시절에도, 학위는 결혼이나 진급으로 가는 대표적인 통행증이었다.

그는 가족 앨범을 펼치고,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부여받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생역정을 새로운 관점으로 본다. 그 여성들은 최악의 경우(폭력을 행사하거나 일을 하지 않는 남편 등)만 아니라면 체념하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녀들은 최악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영악함을 발휘해야 했다. 드물지만 그녀들이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그의 어머니도 그녀들 중 한 명이다. 어머니에게 하나의 생활방식이었던 의무의 완수. 밭에서 주방까지 끊임없이 일하는 한 여성의 위대한 초상. 그녀가 한 일들 중 결혼 중매인이라는 중요한 역할도 빼놓지 말자.

저자는 이상적인 약혼녀를 찾는 과정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묘사했지만, 실상 결혼은 남녀 모두에게 사회적 위계질서를 준수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하나의 결함처럼 인식된다.

이제 일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든 저자의 어머니가 욕실에서 나오는 장면 묘사, 저자와 손녀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중국이 지난 6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이 책은 마오쩌둥의 표현을 빌리면, 여성들이 ‘진정한 세상의 절반’이 되기 위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듯하다. “페미니스트 성향은 전혀 없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무색하게 말이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

번역·송아리
번역위원


(1) Martine Bulard, ‘Yan Lianke ou comment les âmes partent du paradis et finissent en enfer 옌롄커 또는 어떻게 영혼이 천국을 떠나 결국 지옥으로 떨어지는가’, Planète Asi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블로그, 2012년 1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