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모델, 약삭빠른 변신

2023-06-30     브누아 브레빌|<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지난여름 소동은 없었던 일이 된 것일까?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가 정권을 잡으면, 보복조치가 뒤따를 것”이라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파 라이엔과 극우파 멜로니, 두 사람은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고 SNS를 통해 우정을 나누는가 하면, 함께 튀니지로 여행을 떠난다. ‘포퓰리스트’, ‘반(反)자유주의자’, ‘포스트 파시스트’로 불리던 이탈리아 총리는 몇 달 사이 엄연한 정치적 동반자로 변모했다.

멜로니는 변신의 비법을 신속히 찾아냈다. 이탈리아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긴축예산안을 마련했으며, 유럽연합의 속박을 비판하던 발언을 멈췄다. 유럽연합의 경제회복기금(2026년까지 1910억 유로)을 얻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또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의 연대를 공언하며 러시아를 강력히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더 효과적인 무기를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의 정치평론가 알랭 맹크의 찬사처럼 “조르자 멜로니만큼 유럽과 유로를 위해 싸우는 투사도 없다”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피가로복스(FigaroVox)>, 2023년 6월 8일) “오늘날 멜로니는 연설 때마다 열렬히 우크라이나를 옹호합니다. 유럽연합이나 NATO를 비난하는 발언은 이제 자취를 감췄죠. 그렇게 몇 달 사이에 극단주의자 이미지를 지워버렸어요.” 자유주의 정치학자 도미니크 레니에가 반색하며 주장했다.(<르피가로(Le Figaro)>, 2023년 6월 11일)

이로써 유럽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 된 멜로니는 두 가지 신성한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바로 긴축정책과 NATO와의 연대다. 이 조건만 갖춰지면 멜로니의 외국인 혐오발언, 성소수자 규탄발언, 거대 대체이론(Great Replacement)이라는 환상을 부추기는 발언, 낙태 제한, 독재적으로 헌법을 수정하려는 시도, 언론 통제, 문화기관 폐쇄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의 앞에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지난 6월 20일, 파리를 방문한 멜로니는 프랑스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프랑스 정부 측에서는 이 만남을, “의견의 일치를 이룰 수 있게 해줬다”라고 평가했다.

친 유럽, 친 NATO 성향 민족주의자라는 멜로니 모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대륙 곳곳에 퍼지고 있다.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곧 스페인까지, 극우파는 성공적인 선거결과에 힘입어 보수파와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잡았다. 이런 동맹은 이제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다. 2000년 극우파 장관 여럿이 오스트리아 정부에 입성했을 당시, 유럽연합 14개국은 오스트리아 정부와의 연락을 잠정 중단했다. 그리고 외교적 교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축소했다. 유럽 국민당 소속이던 유럽의회 의장은 “극우파가 집권한 오스트리아에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한편, 2022년 10월부터 유럽 국민당 당수를 맡고 있는 만프레트 베버는 로마를 5차례 방문했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동맹인 멜로니의 비위를 맞추려는 심산이다. 점점 더 과격해지는 우파의 이민자 정책, 갈수록 우경화하는 극우파의 경제 및 외교정책이 유럽의 새로운 얼굴을 그리고 있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정나영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