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률 세계 1위 국가, 엘살바도르의 두 얼굴

비트코인 파라다이스 vs 범죄와의 전쟁

2023-06-30     안도미니크 코레아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2019년 6월 당선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국의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무시한 대규모 수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매우 활발한 SNS 활동을 이어가는 부켈레 대통령은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세계적인 암호화폐 홍보대사로 통하지만, 이런 이미지들이 부켈레 대통령의 정책적 빈곤을 가리지는 못한다.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서핑 천국’, 엘존테. 야구 모자와 하와이안 꽃무늬 반바지 차림에 얼굴에는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른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모랫길을 거닌다. 이들은 한 손에는 셀카봉, 다른 한 손에는 칵테일 잔을 들고 황금빛 석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는 이제 막 알에서 나온 작은 거북들이 생애 첫 파도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보며 감탄한다. 이 피서객들에게 최신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코코넛과 푸푸사(납작한 옥수수빵 속에 치즈와 콩을 넣은 전통 음식)는 비트코인으로만 결제가 가능한데, 그러려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시티는 파라다이스, 그 너머는 거대한 감옥(?)

이제 ‘비트코인 해변’이라 불리게 된 엘존테에서는 가상화폐가 2년간 시범적으로 사용됐다. 2021년 6월 8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가상화폐가 통화로서의 특성을 갖추지 않은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지정했다.(1) 2022년 11월 15일에서 17일까지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Adopting Bitcoin(비트코인 채택)’ 콘퍼런스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엘존테에서 ‘성지순례’ 중이다. 회의 참석자들 중 일부는 귀국 항공편도 마련하지 않았다. 미국 스타트업 앰보스의 공동 창업자 제시 슈레이더는 “여기로 이사올까 생각하고 있다”며, “FTX 거래소의 붕괴(세계 2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11월 11일 파산) 이후 미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더 자유롭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한 이후, 엘살바도르는 자유지상주의를 따르는 기술찬양론자들의 엘도라도가 됐다. 이들은 탈중앙화된 금융자산인 비트코인이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실현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미군 출신으로 최근 엘살바도르에 정착한 제레미(가명)에 따르면, “기술 분야 관계자들,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디지털 유목민 등 수많은 사람이 이 국가로 이주했다.” 

제레미는 이곳에 도착한 직후, 자신과 같은 새로운 이주민들의 행정업무 보조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도의 부촌에 자리한 펜트하우스에서 제레미는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에서 사람들이 온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제약 속에서 정부가 국민의 일상을 얼마나 통제하는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더 자유로운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40대의 부켈레 대통령은 기술에 열광하는 Y세대로, 동세대들의 환상을 충족한다. 2021년 11월 21일, 대통령은 엘살바도르 동쪽 콘차구아 화산 인근에 비트코인 시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수 AC/DC의 노래 ‘You Shook Me All Night Long’의 노래에 맞춰 연단에 올라간 부켈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세계를 정복하고 알렉산드리아(고대 이집트의 수도-역주)를 세웠다. 비트코인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이곳 엘살바도르에 첫 (비트코인의)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해야 한다.”

도시 건설비용은 일명 ‘화산 채권’이라 불리는 가상화폐 채권 10억 달러를 발행해 충당할 예정이고, 코인 채굴에는 화산의 지열을 이용하기로 했다. 도시 내에서는 부가가치세(VAT)를 제외한 그 어떤 세금도 징수하지 않는다. 제레미는 비트코인 시티를 “자유의 파라다이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이 파라다이스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비트코인 신봉자들뿐이다. 엘존테 지역 경계를 넘어서면 엘살바도르는 흡사 거대 감옥을 연상시킨다. 2022년 3월 26일, 내전 평화협정이 잠정적으로 파기된 후 엘살바도르는 200년 만에 유혈사태에 시달렸다. 범죄조직 ‘엠에스-13’과 ‘18번가’에 의해 최소 62명이 살해된 것이다. 

 

테러리스트 격리센터와 ‘트위터 해고’

이튿날, 부켈레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경찰관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군대가 도시들을 둘러쌌다. 6만 명 이상이 수감됐고,(2)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고 수감률을 자랑하는 국가가 됐다. UN 자료를 토대로 전 세계 교도소 시스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월드 프리즌 브리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10만 명당 1,086명이 투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 유력 일간지 

<라프렌사 그라피카>는 2022년 7월 26일, 대법원(CSJ) 자료를 인용해 이 비율이 10만 명당 1,22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2023년 2월 2일, 정부는 급증하는 수감인구에 맞춰 서둘러 건설한 '테러리스트 격리센터'를 개관했고, 이제 추가로 4만 명을 감옥에 수용할 수 있게 됐다.

 

감옥에서 겨우 몇백 미터 떨어진 곳이 미래 도시? 야당인 바모스당의 클라우디아 오르티스 의원은 자신의 국회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설명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일견 밝고 시원시원해 보인다. 하지만 근대사를 연상시키는 권위주의를 감추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1980년에서 1992년 사이 무장 세력들의 공격으로 벌어진 내전 때문에 7만 5,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약 8,000명이 실종됐다. 2019년 2월 대통령 선거 당시 부켈레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부흥의 희망을 심어줬다.

보수정당인 국민통합대연맹(GANA)의 후보로 나서 1차 투표에서 53%의 득표율로 승리한 날 저녁, 대통령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국가는 드디어 전후 상황이라는 페이지를 넘기고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내전 이후 폭력도 빈곤도 뿌리 뽑지 못한 채 권력을 독점해 온 국민공화연맹(ARENA, 우파)과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 좌파)의 양당체제에 37세의 젊은 후보가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민족해방전선 소속으로 산살바도르 시장을 역임하고(2015~2019)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언론은 그를 “아웃사이더”(2019.2.3. <뉴욕타임스>)나 “반체제 후보”(2019.2.2. <라크루아>), “제2의 마크롱”(2019.2.5. <르수아>)으로 묘사한다. 스타트업 대표 느낌의 패션 스타일, 젊음, “SNS를 사용하는 센스”에 반한 <워싱턴 포스트>는 ‘비이념적’ 태도와 ‘시원시원한’ 성격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2019.2.5.).

그러나 언론의 묘사가 거품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 오리티스 의원은 “1992년 평화협정 이후 민주주의가 이토록 후퇴한 적은 없었다”라며 한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친민족해방전선 공무원들을 트위터로 해고했다. 2020년 2월 8일에는 무장 군경을 대동하고 국회에 난입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야당 의원들에게 자신의 치안정책을 위한 1억 900만 달러의 차입계획을 승인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국회가 이런 ‘군사 쿠데타’에서 무사했던 것은 신의 은총일지 모른다. 부켈레 대통령이 의장석에 앉아 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한 후, 밖으로 나와 국회 앞에 모여 있던 군중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신께서 내게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또 인내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야당 의원들을 쫓아낼 것이다.”(3) 몇 달 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2021년 2월 28일 총선에서 국민통합대연맹과 연합한 대통령의 새 정당 ‘새로운 생각’이 국회 의석수의 과반수를 차지한 것이다. 이제 대통령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2021년 5월 1일, 부켈레 대통령은 사법기관을 ‘청소’했다.(4) 범죄와의 전쟁? 아니면 민주주의와의 전쟁?

국회는 대법원 헌법재판부 대법관들과 검찰 총장을 해임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을 체포할 때 군대를 동원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2021년 9월 27일, 국회의원들은 판사 및 검사 가운데 1/3이 사임하도록 강제하는 법안도 승인했다. 이 결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한 후안 안토니오 두란 판사는 “더 이상 독립적인 사법기관은 없다”라고 말했다.

‘범죄조직과의 전쟁’ 시행 이후 “민주주의 침해는 일상이 됐다.” 오르티스 의원은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2023년 1월 12일 국가 비상사태를 열 번째 연장하는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몇 안 되는 의원 중 하나다. 3월 26일 이후 4,071건의 ‘권력 남용’ 관련 민원을 접수한 비정부기구 ‘크리스토살’에 따르면,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수감됐다. 

크리스토살의 아브라암 베르두고 소송 전략 팀장은 “체포 대부분이 불법적으로 이뤄진다. 사전 조사도 체포 영장도 없다”라며 유감스러워했다. 단체가 수집한 증언들을 살펴보면, 문신을 했거나(범죄조직에 가담했다는 표시), 범죄조직이 장악한 빈민가에 살거나, 이웃의 익명 신고 또는 전과가 있는 경우 충분히 체포될 수 있다. 이런 불법적인 대규모 수감과 함께 실종자 수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수도 산살바도르의 교도소나 정부 기관 앞에는 수감된 가족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재소자 가족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15세 딸과 함께 서 있던 마르타(가명)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익명을 요구했다. 마스크와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마르타는 건물을 에워싼 철책을 붙잡고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르타의 아들은 지난해 5월 28일 체포됐다. 22세의 청년인 그는 여느 날처럼 수도에서 100km 남짓 떨어진 고향 마을 산비센테의 상인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배달하고 있었다. 다른 대부분의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아들의 죄명은 범죄 공모다. 현재 산살바도르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이잘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마르타는 아들이 수감된 이유가 복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마르타의 네 딸 중 막내가 갱단 조직원에게 강간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후 가해자를 고소해 감옥에 보냈다. 마르타는 그 가해자가 감형의 대가로 자신의 아들을 고발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마르타가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고 해도, 아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넘쳐나는 사건들 때문에 법원에서 사건을 날림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베르두고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 명의 국선 변호사가 300건 이상의 사건을 맡기도 한다. 한 사건에 5분도 채 할애되지 않는다. 심리도 대규모로 진행돼 수감자 600명의 재판을 한 번에 처리한 적도 있다.” 아들의 변호를 맡은 국선 변호사는 마르타에게 만나기로 하고는, 끝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르타는 변호사가 “어떨 때는 오고, 어떨 때는 오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아들의 생사조차 모른다”라고 하소연했다.

펠릭스 울로아 엘살바도르 부통령은 2022년 7월 9일 <라프렌사 그라피카>를 통해 “전쟁에는 항상 무고한 희생자들과 부수적인 피해가 있다”라며 상황을 축소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로지 살인 범죄율이다. 살인 범죄율만 낮아지면 모든 게 괜찮다. 지난 12월 31일, 트위터에 자국 내 살인사건이 2021년(1,147건)에 비해 2022년(495건)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역사상 가장 안전한 한 해, 가장 안전한 한 달이 마무리된다”고 자축했다.(5) 부켈레 대통령은 2022년 4월 5일 트위터에서 “수감자들이 범죄행위를 일으키면, 교도소 내 음식 공급을 중단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해 11월 1일에는 수감자들을 동원해 ‘엠에스-13’과 ‘18번가’ 등 옛 폭력 조직원들의 무덤을 부수기까지 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에는 폭력조직을 ‘옹호’한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쿨한 독재자’의 뜨거운 인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켈레 대통령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2022년 10월에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6) 라틴아메리카 대통령들 가운데 최고 수준인 86%의 지지율을 보였다. 2021년 9월,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여론조사 결과를 올리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냉소했다.(7) 엘살바도르의 역대 대통령들은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부켈레 대통령의 영향력은 국경을 넘어선다. 

2022년 8월 3일 칠레의 우파 국회의원인 가스파르 리바스는 범죄자 소탕을 위한 예방조치 강화 법안을 발의한 뒤, 스스로를 ‘칠레의 부켈레’라 칭했다.(8) 에콰도르에서는 2022년 9월 6일, 신티아 비테리 과야킬 시장이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에게 부켈레 대통령의 정책을 ‘모방해’ 치안 불안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9)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따라 ‘갱단과의 전쟁’을 시작하며 그해 11월 25일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10)

부켈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게릴라 전투원으로 활동하다 산체스 세렌 정부(FMLN, 2014~2019)에서 부통령을 역임한 오스카르 오르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폭력 행위 감소를 제외하고는 엘살바도르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23년, 엘살바도르의 경제성장률(1.6%)은 중앙아메리카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한, 극한 빈곤율은 2019년 4.6%에서 2021년 7.8%로 급증했고 국민 절반 이상이 굶주린다.(11)

부켈레 대통령은 마케팅 기술을 완벽하게 다룬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가족이 경영하는 광고회사 오베르메트의 대표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베르메트는 FMLN의 선거 운동을 맡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자신의 노하우를 정부 선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유튜브에는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영상들을 쉴 새 없이 올렸고, 트위터에는 바이럴을 위한 해시태그로 도배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자진해서 무대에 올라 ‘소문’의 중심이 됐다. 2019년 9월, 첫 유엔총회 연설을 하면서 총회 연단에서 셀카를 찍어 큰 화제를 불러 모으기까지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새로운 세상은 유엔 총회장이 아니라 이 사진이 가는 곳에 있다. 이 연설을 듣는 사람보다 이 셀카를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12)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셀카는 전 세계로 퍼졌다.

 

“국가의 경제정책을 카지노에 맡겨라”

산트로아메리카나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의 암파로 마로킨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우리 연구 결과, 부켈레 대통령이 SNS에서 한 주제를 화제의 중심으로 만들기까지 12시간이 걸리는 반면 사회 운동을 통하면 501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부당한 체포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대통령의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기기가 우리를 짓누른다.”

그런데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언론에는 그리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통령 소속 정당 당원들과 정부 인사들 모두 우리의 인터뷰 요구를 외면했다. 플로렌시아 빌라노바 주독일 엘살바도르 대사는 “부켈레는 하나의 브랜드나 마찬가지다.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빌라노바 대사는 ‘Adopting Bitcoin’ 콘퍼런스 당시 독일인 ‘비트코이너’ 대표단과 함께 엘존테를 방문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했다. 이들은 민감한 질문들을 거의 던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1년 3월 5일에는 엘살바도르 인구(636만 명)보다 훨씬 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후안 베르테우(‘Berth Oh’채널)와 리지토 코무니카(‘Luisito Comunica’ 채널)와 긴 인터뷰를 했다. 

정부가 대통령의 이미지에 이 정도로 집착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이미지가 부켈레 대통령의 정치적 나침반이 아닌가 싶다. 사실, 대통령의 새로운 정당 ‘새로운 생각’은 빈껍데기나 마찬가지다. 당헌도 발표하지 않았고, 그 어떤 정책도 구상한 바가 없다. 중앙아메리카 조세연구소(Icefi)의 경제학자 리카르도 카스타네다는 현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화려한 구경거리와 불꽃놀이를 걷어내면, 이 정부가 엘살바도르에서 변화시킨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트코인의 법정 통화 채택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비트코인 채택은 결국 실패할 운명이었다. 

2021년 6월 6일 비트코인을 채택할 당시, 부켈레 대통령은 은행 계좌가 없는 전체 국민의 약 70%에 대해 포용금융(Financial Inclusion, 사회적 약자에게 금융서비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역주)이 확대될 것이고, 미국에 거주하는 엘살바도르 국민들의 송금 비용(2021년 GDP의 23%)(13)을 절감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옹호했다. 1년 반 후, 대통령이 강조하던 비트코인의 장점은 미미해 보인다. 수도 내에 비트코인 결제 상점은 전무하다시피하고, 재외 국민들의 송금액 중 비트코인 비중도 2%에 불과하다.(14) 

게다가 비트코인 시세 폭락으로 인해 정부가 가상화폐로 보유하던 공적 자금(웹사이트 Nayibtracker.com에 따르면 약 1억 700만 달러)의 가치는 반 토막이 났다. 카스타네다는 “국가의 경제정책을 차라리 카지노에 맡기는 편이 낫겠다”고 꼬집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22년 11월 3일 폭스뉴스 터커 칼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인정했다. 비트코인 채택은 광범위한 ‘리브랜딩’ 즉, 브랜드 이미지 변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살바도르는 쇼핑센터가 아니다. 이 덧없는 환상은 얼마나 지속될까? 

 

 

글·안도미니크 코레아 Anne-Dominique Correa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Frédéric Lemaire, ‘Paiera-t-on bientôt sa baguette en bitcoin ? 곧 비트코인으로 바게트를 사는 날이 올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2월호.
(2) ‘Más de 60 mil detenidos en “guerra” contra pandillas en El Salvador’, <La Jornada>, 멕시코, 2022.12.13.
(3) ‘Bukele invadió la Asamblea Legislativa con fusiles y de la mano de Dios’, Factum, 2020.2.10.
(4) ‘Con la ayuda del Parlamento, Bukele ‘‘limpia la casa’’ en El Salvador’, France 24, 2021.5.7.
(5) Mariela Palma, ‘El Salvador registró 495 homicidios en 2022, según gabinete de seguridad’, La Prensa Gráfica, El Salvador, 2023.1.4.
(6) ‘CID Gallup : Presidente Bukele cuenta con el desempeño mejor evaluado en América Latina’, Diario la Huella, El Salvador, 2022.10.13.
(7) ‘Presidente Bukele dice en Twitter que es “el dictador más cool del mundo”’, El Tiempo, Bogotá, 2021.9.21.
(8) Alberto González, ‘Diputado Rivas se autoproclama el “Bukele Chileno”: Seré “comisario contra las lacras asquerosas”’, 2022.8.3., www.biobiochile.cl
(9) ‘Cynthia Viteri: El Presidente Bukele dejó de temblar y actuó con valor contra los delincuentes’, Última hora, El Salvador, 2022.5.31.
(10) ‘Honduras declara la emergencia en seguridad por extorsión’, Associated Press, 2022.11.25.
(11) 유엔 라틴아메리카 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c), 2022.
(12) ‘Nayib Bukele en la ONU se toma un selfie en el estrado, La Nación Costa Rica’, Youtube, 2019.9.26.
(13) ‘Bitcoin au Salvador : “Titanic monétaire” pour les uns, alternative au dollar pour les autres,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누군가에게는 ‘화폐 타이타닉’, 다른 누군가에게는 달러의 대안’, <라트리뷘La Tribune>, Paris, 2021.9.7.
(14) ‘Especial bitcóin | Las remesas que llegan por la Chivo son menos del 2%’, El Economista, El Salvador, 2022.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