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바다거북의 공동묘지, 플라스틱 모래

새로운 종류의 해양 오염

2023-06-30     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 대학강사

난파된 상선 잔해에서 흘러나와 해변으로 밀려오는 것은 탄화수소 연료만이 아니다. 선박의 선적 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난파 사고는 플라스틱 오염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유엔이 관련 법규를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2021년 5월 20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18km 떨어진 해상에 떠 있던 싱가포르 국적의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선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선박은 중국의 종산 조선소에서 건조한 길이 186m로, 싱가포르의 엑스프레스 펄 피더라는 전 세계 20위권 안에 드는 선박운영업체가 소유했으며 출항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는 신조 선박이었다.

해당 선박은 12일 동안 불길에 휩싸이면서 인도와 스리랑카 측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박에 남아 있는 적재물을 콜롬보 항구로 이동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348t의 중유와 50t의 경유가 실려 있던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은 결국 2021년 6월 17일 침몰하고 말았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 앞 해저에 각종 유해 물질이 가라앉았다.

 

해양 환경, 엑스프레스 펄과 함께 침몰해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이 침몰하면서 선박에 실려 있던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알갱이가 바다로 유출됐고, 그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해양 오염이 예견됐다. 해당 물질들은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전 생태계에 장기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해상을 통한 상품 운송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선박의 크기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은 납과 구리, 알루미늄 187t과 위험 물질(수산화나트륨 1,040t과 질산 25t)이 실린 컨테이너 81개를 포함해 총 1,486개 컨테이너를 운송 중이었다.(1) 메탄올과 요소(비료) 210t, 에폭시 수지 9,700t과 리튬 배터리 컨테이너도 1개 실려 있었다. 그리고 1,680㎥ 용량의 산업용 플라스틱 알갱이가 실린 컨테이너도 28개 있었다.(바다 요정 ‘세이렌의 눈물’이라고도 불리는 5ml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840억 개 분량이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알갱이, 즉 플라스틱 펠렛이 스리랑카 해안으로 밀려 들어오게 됐다(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플라스틱 펠렛은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아주 긴 시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급성기와 만성기, 눈에 보이는 피해와 보이지 않는 피해가 있을 것입니다.” 콜롬보 소재 스리자야와르다네푸라 대학의 환경 전문가, 멧티카 비타나주가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스리랑카 전 해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소말리아까지 오염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한다.(2)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 속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플라스틱 펠렛은 스리랑카 포장 공장으로 운송된 후 용해와 성형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병이나 비닐봉지(저가지만 수거와 재활용이 어려움, 특히 남반구에서 많이 유통됨) 등의 상업제품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3)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이 불길에 휩싸인 사이 콜롬보시의 대기는 수천 톤의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다이옥신 및 각종 중금속에 오염됐다.(4) 하필 침몰 사고가 몬순(계절풍 기후의 일종. 여름 몬순 기간은 6월 중순에서 9월 전후까지이며 무덥다. - 역주) 기간 초와 겹치면서 적재물 구조 및 회수 작업은 2021년 11월에야 시작될 수 있었고 그 작업마저도 우기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가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의 선미를 인양했다.

사고 원인은 단순 누출로 추정된다. 컨테이너 속 질산이 누출됐고 강력한 산화제인 질산이 금속과 접촉하면서 반응을 일으켜 폭발이 일으켜 연료와 제지, 목재 등에 즉각 불이 붙었을 것이다. 질산은 폭발물과 비료 제조에 들어간다. 2021년 5월 11일에 이미 질산 누출이 확인됐지만 “처리 시설 부족”을 이유로 어느 항구에서도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카타르의 하마드 항뿐만 아니라 인도 구자르트에 위치한 하지라 항도 해당 컨테이너 하역을 거부했다.

 

‘플라스틱 모래’가 점령한 바닷가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의 침몰사고로 환경과 어업인, 생물다양성, 관광업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자연에 유출된 화학 혼합물이 장기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떻게 알겠는가? 인플레이션이 69.8%에 달하고 대통령(고타바야 라자팍사)이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2022년 7월에 퇴진한 상황에서 스리랑카에서는 법적 조치를 위한 피해 평가에 국가적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민간단체와 과학자들, 군에서 미약하나마 해변 청소를 시도했을 뿐이었다. 해변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그 높이가 2m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플라스틱 사구’라 불렀다. 

2021년 5월 25일,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선상에서 일어난 폭발로 컨테이너들이 침몰했다. 컨테이너 속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파도에 실려 사라쿠와 등 천국 같던 해변으로 밀려들었다. 환경단체 펄 프로텍터스(The Pearl Protectors)의 창설자 무디타 카투와와라가 “이제 더 이상 해안가 모래가 보이지 않는다. 처참한 상황”이라 말했다.(5) 펄 프로텍터스는 시시포스가 됐다. 그들이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다음날이면 해변은 파도에 밀려온 플라스틱 알갱이로 뒤덮여 버렸다.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침몰 사고가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먼 곳에서 일어났고 즉각적인 피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 언론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무관심 때문에 “널리 퍼진 생태학적 지속불능성에 대한 집단적 맹신”이 커졌다.(6) 하지만 피해 규모가 엄청난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침몰 사고는 절대 해당 선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발생 한 달 뒤인 2021년 6월 21일, 콜롬보에서 컨테이너 2,000개를 하역하고 38개 컨테이너를 선적한 채 싱가포르로 향하던 라이베리아 국적의 MSC 메시나 선박 기관실에서 화재가 났다. 스리랑카 해안에서 480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항해 중에 일어난 화재였고 다행히 불길은 잡혔지만 그 과정에서 선원 한 명이 희생됐다. 2020년 9월, 스리랑카에서 38마일 떨어진 곳에서 항해하던 MT 뉴 다이아몬드 호 선상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화재는 진압됐지만 그 과정에서 필리핀인 선원 한 명이 사망했고 인도의 정유공장으로 향하던 쿠웨이트산 석유 27만t이 바다로 유출됐다.

이미 거대한 선박들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선상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사고도 곧바로 대형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선상 화재는 상선 한 척당 평균 월 2건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해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건수는 2012년 홍콩에서 플라스틱 알갱이 150t 유출사고 이후 계속 증가했다. 2020년 한 해만 보더라도 미세 플라스틱 유출 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미시시피 강에서는 7억 4,300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유출됐고, 남아프리카 해안에 유출된 양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북해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13t이 유출됐다.(7) 

북해의 경우, 문제의 컨테이너가 유실된 지 4개월 후 700개 소도시로 그 피해가 확산됐지만 수거된 양은 1t밖에 되지 않았다.(8) 그 규모는 훨씬 작지만, 2023년 초 프랑스 중서부 포르닉에서부터 레 사블 돌론까지 이르는 자드 해안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목격됐다. 공해 상에서 발생하는 유출 정도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국제법에서는 플라스틱을 유해 물질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선주가 공해상에서 컨테이너를 유실했다고 신고해도 이를 규제할 수 없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태평양에서 유실된 ‘컨테이너’는 3,000개에 달한다. 세계선사협의회는 평균적으로 연간 해상에서 유실되는 컨테이너 수가 1,382개라고 추정하고 있다.

 

돌고래, 바다거북, 어류의 공동묘지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침몰 사고는 현재까지 일어난 해상 사고들 중 최악의 재해다. 사고로 유출된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물론, 화재 당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불타면서(파이로플라스틱: 자갈이나 조약돌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형된 플라스틱-역주) 벤젠이나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 등의 발암 물질이 발생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계속 확대됐다. 어업이나 해양 활동을 영위하는 스리랑카인들 중 다수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선박에서 바다로 떨어진 시약 때문에 그물이나 설비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으로 산호초가 파괴됐다.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겨우 한 달이 지난 후 수많은 해양 동물의 사체가 해변으로 밀려왔다. 돌고래 사체 십여 구, 고래 사체 6구, 점쏠배감펭 사체 수백 구뿐만 아니라 불에 타거나 변색된 것처럼 보이는 거북이 사체는 250구에 달했다. 전 세계 바다거북은 일생의 어느 순간 스리랑카 해변을 거치는데, 그 때문에 바다거북의 피해가 더욱 컸다. 비타나주 교수는 해변에서 발견된 동물 사체보다 5배나 많은 수의 동물이 죽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파도에 밀려온 어류 수천 마리의 내장과 아가미는 플라스틱 펠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곰보 석호의 위험 지역에서는 바다가 ‘빛나는 녹색’으로 변해버렸다. 요소 때문에 해조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드넓은 푸른 바다’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해조류의 이상 번식으로 바다가 오염되고 어류가 죽게 되자 어부들은 어류를 잡을 수 없게 됐다.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해서 쌓아놓은 찌꺼기들로 수거 용기를 데우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침몰 사고로 발생한 오염은 이렇듯 해변에서 수거한 눈에 보이는 잔해물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더 이상 해변을 깨끗하게 하지 못하리라”

어떻게 하면 이런 재해로 인해 해안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 해상 교통량이 증가하고 복잡한 화학 혼합물을 실은 거대 선박들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선 같은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행동을 취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상으로 운송되는 상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잠재적으로 환경에 유해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유독성 화학제품의 해상 운송의 규제를 촘촘하게 해야 한다. 탄화수소 연료와 금속, 목재와 함께 해상 운송되는 유독성 유해 화학제품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강력하고 세밀한 규제가 절실하다. 화학 혼합물로 인한 사고가 한 번 발생할 경우, 유해물질을 수거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중유 기름띠 등은 물보다 무겁기 때문에 해저에 유해한 층이나 얼룩을 형성하며 고정되지 않은 채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175개국 대표가 매년 지구상에서 3억 5,000만 t이 생산되는 플라스틱을 규제하기 위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모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사우디아람코와 토탈에너지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주베일에 연간 폴리에틸렌 100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9)

2022년 3월 2일,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해양 오염 포함)을 종식시키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체결한다는 ‘역사적인’ 결의안이 채택됐다. 2024년 말까지 협상을 결론짓고 2025년에는 국제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들의 방해 공작으로 파리에서의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결국, 권한은 정부 간 협상위원회로 넘어가서 1차 초안은 내년 11월 케냐에서 작성하기로 결정됐다.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피해자인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향후 확실한 협약 이행에 필요한 조치들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를 바랐다. 

엑스프레스 펄 컨테이너 선 사고에서 볼 수 있듯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은 환경과 사회, 경제, 건강, 먹이 사슬 등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에 총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현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해양 생태계 속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10) 이 상황은, 프랑스 소설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남긴 말을 연상시킨다.

“허공도, 바람도 더 이상 해변을 깨끗하게 하지 못하리라.” 

 

 

글·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Mohamed Larbi Bouguerra
대학강사 및 튀니지 베이트 알히크마 과학・문예・예술 아카데미(카르타고 소재) 회원.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Claudio Bozzi, ‘Could Sri Lanka’s ship fire have been avoided ? Here’s what we can learn from the shocking environmental disaster’, The Conversation, 2021년 7월 9일, https://theconversation.com
(2) Chalani Rubesinghe et al, ‘X-Press Pearl, “a new kind of oil spill”’, International Pollutants Elimination Network (IPEN), 2022년 2월, https://ipen.org
(3) Somini Sengupta, ‘Guess what ? More plastic trash’, <The New York Times>, 2023년 2월 7일. 
(4) Hassan Partow et al, ‘X-Press Pearl Maritime Disaster Sri Lanka’, 유엔환경계획 보고서(Rapport de la mission consultative des Nations unies sur l’environnement), 2021년, https://www.unep.org 
(5) Katherine Bourzac, ‘Grappling with the biggest marine plastic spill in history’, <Chemical and Engineering News>, 2023년 1월 23일, https://cen.acs.org  
(6) Agnès Sinaï, ‘Marée noire et autres catastrophes impensées 기름띠와 생각지도 못한 다른 재해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3년 2월호.
(7) Pierre Rimbert, ‘Plongée dans une soupe de plastique 거대한 플라스틱 대륙 속으로’, <마니에르 드 부아르> 프랑스어판 178호 ‘La mer, histoire, enjeux, menaces 바다, 역사, 쟁점, 위협들’(2021년 8~9월), 한국어판 8호 ‘바다, 오래된 미래’편.
(8) Annette Gravier et Gaëlle Haut, ‘Plastic giants polluting through the back door: The case for a regulatory supply chain approach to pellet pollution’, 2020년 11월, Rethink Plastic et Surfrider Foundation Europe, https://rethinkplasticalliance.eu 
(9) Mickaël Correia, ‘Le plastique, c’est fantastique 파리 협정을 밀어낸 환상적인 플라스틱 ‘달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2월호, 한국어판 2022년 12월호.
(10) 유엔환경프로그램의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정부간 협상위원회는  2016년 연간 900만~1,400만t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2040년에는 2,300만~3,700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https://www.une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