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없으면 범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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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30     뱅자맹 페르난데즈 l 기자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범죄율을 엔데믹 수준으로 줄임으로써 전임 대통령들이 실패한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실제로 군대가 치안유지 작전에 개입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021년은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안전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2021년 12월 16일,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렇게 자축했다.(1) 환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에 야구 모자를 쓰고 잘 다듬은 수염을 하고 팔을 앞으로 당당히 뻗으면서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엘살바도르의 CEO’라고 소개한 그는 전국적인 폭력범죄자 퇴치 계획의 일환으로 소환돼 입대를 앞둔 청년들 앞에서 그리스도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엘살바도르에서 폭력 사건은 실제로 역사적인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1년 발생한 살인 사건은 1,147건에 ‘불과’해 인구 10만 명당 17.6건이 일어나 1992년 무력 분쟁이 종식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 공식 소식통은 이미 살인 사건이 45%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살바트루차와 바리오 18 갱단에 의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폭력 범죄의 진원지로 여겨지는 이 지역에서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인구 10만 명당 108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2015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다.

 

엘살바도르의 기적은 신기루일 뿐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런 놀라운 결과가 2019년 선거 이후 폭력배(갱단)가 장악하고 있던 지역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면서 시작된 ‘국가 안보 계획’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에 본사를 둔 <엘 파로> 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살인 건수를 최저로 줄이기 위해 갱단 지도자들의 수감 환경을 개선하는 대가로 갱단과 비밀리에 휴전 협상을 벌였다.(2)

<엘 파로> 편집장인 오스카 마르티네즈는 이 잔혹한 현실을 간단히 요약했다. 그는 ‘무엇이 문제’냐고 운을 떼더니 “협상안이 발각되거나 선거가 다가와서 정치인들이 갱단과의 합의를 배신하게 되면 갱단은 유일한 정치적 자본인 시체로 대응한다”라고 답했다. 갱단과의 암암리에 합의하는 것은 2012년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좌파 정부도 썼던 전략이다. 마르티네스 편집장은 “FMLN이 휴전을 파기한 2015년은 엘살바도르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한 해였다”라고 덧붙였다.

동기가 같으면 결과도 같다고 했다. 갱단은 2021년 11월 47건, 2022년 3월 단 3일 동안 87건의 살인을 저질러 정부에 둘 간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이에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해 '테러리스트'로 여겨지는 사람들 수만 명을 재판 없이 체포 및 구금하도록 명령했다(안-도미니크 코레아의 기사 참조). 국제앰네스티와 국제연합 인권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시민단체와 국제기구는 엘살바도르 구치소에서의 임의 구금, 고문 및 학대를 규탄했다. 관련자 중 최소 21명이 구금 중 사망했다.

국가 안보 계획은 2021년 2월 총선을 목표로 설립된 ‘누에바스 아이디어(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신생 여당의 주요 정책으로, 중앙아메리카에서 치안 유지 업무를 군사화하려는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르티네스는 “이는 실제 공공 정책이라기보다는 선전 계획에 가깝다”라며 “무력 분쟁이 끝난 이후 선거에서 승리한 모든 정부는 살인 범죄를 통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전략의 일환으로 군대가 상주하고 있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군대는 교회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기관이다. 그러나 “군대가 치안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살인과의 전쟁에서 장기적으로 이득이 됐다는 통계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년 동안 엘살바도르 군대는 중앙아메리카의 치안 업무에 점점 깊이 개입하게 됐다. 1992년 체결된 평화 협정은 엘살바도르의 거리에서 군대를 철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전세는 역전됐고 부켈레 대통령은 거리의 군인 수를 현 수준의 두 배인 4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 정책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폭력 사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에 자극을 받아 살인 범죄율 수치 중 불법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시신은 제외하도록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수는 2021년 1,828명(3)으로,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살인 건수(4)를 넘어섰다. 이는 실제 살인 사건이 공식 수치보다 훨씬 적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UCA) 연구원인 자넷 아길라르는 “평화 협상 중 살인 사건의 감소는 강제 실종의 증가를 동반한다”라며 “실제로 보고된 실종의 60%와 등록된 살인의 37%가 국가 안보 계획의 중점 실행 2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시체만 없어지면 살인 범죄도 없었던 게 되고, 살인율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글·벤자민 페르난데스 Benjamin Fernandez
기자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EFE>, 2021년 12월 16일
(2) <El Faro>, 2020년 9월 3일
(3) <La Prensa Grafica>, 산 살바도르, 2022년 2월 2일
(4) <La Prensa Grafica>, 2021년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