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와 페루, 두 나라 시위를 향한 엇갈린 시선

좌파 혹은 우파, 누구를 반대하는가?

2023-06-30     메리엠 라리비 l 기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실권자와 좌파 대통령, 둘 중 누구를 반대하는가? 두 남미 국가에서 발생한 민중 봉기를 바라보는 언론과 국제사회의 시선이 엇갈린다.

 

2014년과 2017년,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로 약 180명이 사망했다. 그중 40명 이상이 당국의 무력사용으로 숨졌다. 한편, 2022년 12월부터 지속된 페루 민중 시위에서 경찰의 발포로 최소 6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8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각각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를 반대하는 시위다. 두 나라 모두 현 정권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상황이지만, 언론과 해외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한쪽은 정부를 규탄하고 시위자들을 지지하지만, 다른 한쪽은 대통령과 연대하며 무력진압에 대한 보도를 꺼린다.

2021년 6월 6일, 페루에서 무명의 시골 교사 페드로 카스티요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상대는 전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1990~2000 재임)의 딸, 케이코 후지모리였다. 영국 기자이자 인터넷 사이트 ‘디클래시파이드 UK(Declassified UK)’의 공동 창립자인 맷 케너드는 “카스티요 캠프가 미국을 등에 업은 과두세력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경고한다. “페루는 막대한 양의 구리와 금 광맥을 보유하고 있다. 서구 국가들은 채굴 과정에서 자신들의 조건을 내세우는데 익숙하다. 그들에게 타협이란 없다.”(1)

 

“카스티요를 석방해라. 그렇지 않으면 혁명이다!”

페루에서 두 번의 탄핵시도(첫 번째 시도는 취임 후 4개월 만에 일어났다)는 장관 78명과 4개국 정부가 탄핵을 지지하며 일어났다. 궁지에 몰린 카스티요는 2022년 12월 7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재건하고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시적으로 의회를 해산, 9개월 뒤 새로운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적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2시간도 되지 않아, 페루 의회는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안을 가결해 카스티요를 대통령직에서 해임했다. 카스티요는 자신을 지키던 경호원들의 손에 체포돼 구금됐다. 사건의 실상은 부통령 디나 볼루아르테에게 대통령직을 안겨준 쿠데타다.(2)

탄핵이 일어난 12월 7일, 해가 저물기도 전에 미국 정부는 카스티요를 “전 대통령”으로 지칭했다.(3) 이튿날 미국은 페루가 “민주주의 안정성”을 지켰다며 갈채를 보냈고, 차기 대통령에게 협력할 것을 약조했다.(4) 볼루아르테는 유럽연합의 지지도 받았다. 그가 “대화를 재개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제도기관을 공고히 하고자 노력했다”라는 이유다.(5) 이윽고 수천 명의 페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디나 볼루아르테의 사퇴와 카스티요 복귀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시위대는 의회 본부 앞에서 “카스티요를 석방하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업조합과 사회단체, 농민, 페루 원주민들로부터 파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시위는 페루 곳곳에서 격렬해졌고, 정부는 진압에 나섰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마두로는 2013년 3월 5일 우고 차베스가 사망하면서 임시로 대통령직을 맡았다. 이후 2013년 4월 14일 대선을 통해 50.6%의 득표율을 얻어 정식으로 취임했다. 야당 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부정선거를 고발하기로 결심했고, 이는 파괴행위와 몸싸움으로 점철된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마두로 지지층과 경찰 병력에서 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시위는 2014년 2월, ‘라살리다(La Salida, 출구)’로 불리던 반정부 운동이 대학생들 사이로 번지며 시작됐다. 당시 페루는 매우 높은 물가상승률과 만성적인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위대는 첫날부터 공공기관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타치라 주에 있는 청부청사 건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 시위대에 총을 쏘지 않느냐”

결국 세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국제 언론사의 보도방송과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시위는 4개월에 걸쳐 뉴스 1면을 장식했다. 2월 27일 <BBC>는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제 바리케이트는 벽돌과 매트리스, 합판, 철조망으로 지어진 요새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대부분이 카라카스 동쪽으로, 전통적으로 반정부 세력의 보루로 남아있는 지역이다.”(6) 당시 미 국무장관 존 케리는 반정부 시위대에 행사한 “무분별한 폭력행위”를 비판하며 마두로 대통령이 자국 국민을 상대로 “공포 정치”를 펼친다고 고발했다.(7)

주제를 다시 2022년 페루로 돌려보자. 언론은 이번에는 시위대를 향한 분노에 휩싸였다.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에게, 왜 총을 쏘지 않았나요?”

페루 TV채널 <윌락스(Willax)>와의 인터뷰에서 기자 필립 버터스가 리마 경찰청장에게 던진 질문이다.(2022년 12월 9일) 

<엘코메르시오(El Comercio)> 신문의 한 기자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제 시위에 지쳐버린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8) 12월 18일, <AFP>(Agence France-Presse, 프랑스 통신)는 “살기등등한 시위대가 페루를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하며 “시위로 최소 19명이 숨졌으며 569명이 다쳤다.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상자와 부상자를 낸 것이 경찰도 군대도 아닌 시위대라는 것이다. 같은 보도문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담화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정치 분열을 잠재우고 화해하려면 모든 페루 정당이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미국은 “민주주의, 인권, 안보, 부패척결, 경제발전과 같은 공통된 가치를 목표로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긴밀히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몇 년 전, 베네수엘라 정부는 북부 지역에서 당국의 명령을 어기고 시위대를 과잉진압한 혐의로 경찰 15명을 구속했다. 이 사건은 정부부처나 언론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9) 시위대의 폭력사태에 대한 반응도, 시위 진정도, 대화 요청도 없었다. 자동차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실탄 발포로 차베스주의자 등 시위 옹호자들, 심지어 행인들까지 사망했는데도 말이다. 2015년 3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고위 공무원 10여 명에 대한 제재조치에 들어갔다.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인권탄압은(…) 미국 안보에 대한 큰 위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2023년 1월 11일, 페루 사망자 수는 2배로 늘었다. 미국은 “모든 관계자”에게 “자제”와 “비폭력”을 호소했다. “우리는 정부가 최대한 비폭력적으로 시민과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사람과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도록 권고한다.” <AFP>가 인용한 미 국무성 대변인의 발언이다. 1월 31일, 사망자가 50명에 달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볼루아르테 정부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은 선거일에 대한 “최종결정”은 페루 정치 지도자들과 관련 기관의 몫이라고 여긴다. 

반면, 시위대는 날짜를 앞당길 것을 촉구한다.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 사무국은 공식성명을 통해 차량 방화로 사망한 경찰, 도로 점거로 병원에 이송되지 못해 숨진 아기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유엔은 시위대에게 “평화적인 집회라는 기본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절제된 행동을 보여달라”고 권고했다. 또한 “보안군이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성과 신중함을 지키며 무력을 최소화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유엔은 페루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대화의 장 마련에 동의한 것을 특기했다. 

 

마크롱, “베네수엘라는 독재정권 계승국가”

2017년 4~7월,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시위 물결이 다시 일어났다. 폭력사태가 재현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3월 29일, 대법원은 국회위원의 면책 특권을 박탈하고 스스로에게 국회의 특권인 입법 권한을 부여했다. 국회는 2015년 말부터 야당이 다수였는데, 당선 당시 “6개월 안에 마두로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야당은 대법원 사태를 “쿠데타”라고 고발했다.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대법원은 한걸음 물러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4월 초, 시위대는 거리를 점거했다. 양측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6월 초, 당시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는 보안군 측의 과도한 무력사용을 인정하며 “잔학행위”를 종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거리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보안군을 단 한 명도 보고 싶지 않다”라고 경고했다.(<AFP>, 2017년 6월 7일) 4개월 동안 보안군 9명이 죽고 829명이 다쳤다.

당시 막 당선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독재정권을 계승하려는 국가”라고 평했다. 당시에는 베네수엘라와 우호적인 관계가 절실하지는 않았다.(10) 마크롱은 “어떻게 베네수엘라와 같은 체제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11) 한편, 도널드 트럼프는 전임자의 제재정책을 유지하고 강화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좌시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민의 편에 서서 완전한 민주주의의 길로 인도하겠다”라고 단언했다.(12)

2021년 12월 15일, 타렉 윌리엄 사브 검찰총장의 발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보안군 총 210명(군경)이 2017년도 시위에서 자행된 폭력행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13) 그 중 최장 징역기간은 28년이다. 서구에 잘 알려진 정보는 아니다. 이에 대해 <AFP>에서 통신문을 냈지만, 이를 기사화한 프랑스 언론은 없었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불태워 죽여

2017년, 비정부기구 ‘정의와 평화를 위한 지원 네트워크(Red de apoyo por lajusticia y la paz)’는 2017년 4~7월 시위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주제로 232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14) 이들은 희생자 142명의 친지를 인터뷰하고 방대한 양의 증언과 문서를 검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보안군과의 충돌에 가담하지 않았다. 대부분 집회나 폭동이 일어난 장소를 지나가다가 변을 당했으며, 사망자의 36.6%(52명)가 보안군의 손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9.3%(70명)는 “시민”, 즉 정부나 반정부 세력과 연관 가능성이 있는 개인, 혹은 무장단체에게 폭력을 당했다. 격노한 군중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불을 붙이거나 린치를 가했다.

그중에서도 오를란도 호세 피구에라 사망 사건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반정부시위 집회 부근을 지나가던 22세 청년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차베스주의자’라는 의심을 샀고, 시위대에 의해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한 무리가 바닥에 쓰러진 피구에라를 구타했고, 한 오토바이 대원이 그의 몸에 석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던졌다. 유족은 피구에라가 심한 발길질을 당했으며 칼에 찔렸다고 증언했다. 피구에라 사건을 다룬 언론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후원하는 <텔레수르(Telesur)>채널 외에는 없다.

페루의 경우 2월 16일, 국제앰네스티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에게 보안군의 무력 오남용에 대한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그중에는 “여러 차례” 실탄을 발포해 시위자를 사살한 정황도 포함돼 있다.(15) 볼루아르테 대통령과의 담화를 마친 에리카 게바라 국제앰네스티 미주 국장은 “페루 당국이 오래전부터 차별받아온 계층을 겨냥한 인종주의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우리는 무기를 사용한 치명적인 과잉진압에 대한 다수의 증거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그 측근에 대한 어떤 제재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페루는 국제사회에서 추방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생제르맹데프레의 지식인들이 종종 ‘정의구현’을 위한 탄원 운동을 벌이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페루 시위대를 지지하는 탄원 운동은 없었다. 

 

 

글·메리엠 라리비 Meriem Laribi
기자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Twitter, 2021년 6월 7일.
(2) Aníbal Garzón, ‘Au Pérou, le coup d’État permanent 쿠데타가 끊이지 않는 페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1월호.
(3) ‘Pérou: Washington qualifie Castillo, destitué parle Parlement, d’“ancien président” 미정부, 국회에서 탄핵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 발언’, <AFP>, Paris, 2022년 12월 7일.
(4) ‘Washington salue “la stabilité démocratique” auPérou et félicite la nouvelle présidente 미정부, 페루가 “민주주의 안정성”을 지켰다며 새로운 대통령 취임 축하’, <AFP>, 2022년 12월 8일.
(5) ‘Pérou: l’ex-président Castillo placé en détentionprovisoire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 임시 구금되다’, <AFP>, 2022년 12월 7일.
(6) ‘Street blockades divide opinion in Venezuela’, <BBC>,런던, 2014년 2월 27일.
(7),(9) Alexander Main, ‘Au Venezuela, la tentation ducoup de force(한국어판 제목: 쿠데타 유혹에 휩싸인 베네수엘라 극우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4월호, 한국어판 2014년 8월호.
(8) Gonzalo Ramírez de la Torre, ‘La venganza de loshambrientos’, <El Comercio>, Lima, 2023년 2월 10일.
(10) Renaud Lambert, ‘La diplomatie du radiateur 프랑스의 난방 외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12월호.
(11) ‘Venezuela : Macron qualifie le régime Maduro de “dictature” 마크롱,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는 독재정권’, <AFP>, 2017년 8월 29일.
(12) ‘Trump menace le Venezuela de “mesureséconomiques” fortes 트럼프, 베네수엘라에 강력한 경제제재 경고’, <AFP>, 2017년 7월 18일.
(13) 검찰청 공식성명, 2021년 12월 15일.
(14) ‘Nos faltan 142’, Red de Apoyo por la Justicia yla Paz, Caracas, 2017년 12월.
(15) ‘Perú : La represión letal del Estado es una muestra más del desprecio hacia la población Indígena y campesina’, 국제앰네스티 공식성명, 2023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