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에선 제발 프랑스어로!
대표적인 퀘벡 샹송 가수 로베르 샤를부아가 영어로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젊은 후예들은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들은 대개 이중 언어를 구사하며,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의 독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프랑스어의 우월한 지위에 관심이 많은 퀘벡 주정부의 근심거리다.
2022년 11월, 퀘벡 주 프랑스어 신임 장관 장프랑수아 로베르주는 ‘국가적 결집’을 호소했다. 캐나다 연방통계청이 202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지난 세기에 비교해 볼 때, 최근 20년 동안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고 답변한 퀘벡 주 주민은 2016~2021년 77.1%~74.8%로 감소했고, 캐나다 전체적으로는 20.6%~19.6%로 줄었다.
보수민족주의 정당 퀘벡미래연합(CAQ)의 대표이자 퀘벡 주 총리인 프랑수아 르고는 2022년 튀니지 제르바에서 열린 프랑코포니 정상회의에서 “몬트리올 섬의 프랑스어권 사용자는 48%에 불과할 정도로 상황이 몹시 심각하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2026년까지 ‘100% 프랑스어 사용자 혹은 프랑스문화권 출신자’로만 이민자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퀘벡 주정부는 2023년 최대 5만 명의 이민자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가운데 66%가 프랑스어 사용자(퀘벡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이주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모로코, 알제리, 프랑스, 아이티 순)였다.
“당신은 프랑스어 문화를 소비 중인가요?”
하지만 로베르주 장관은 각종 법률과 규제만으로는 결코 프랑스어 사용자의 급감을 막을 수 없다며, 퀘벡인이 각자 저마다 “나는 프랑스어 문화를 소비 중인가?” 자문해보라고 권했다. 로베르주 장관이 말한 ‘프랑스어 문화’는 특히 퀘벡 고유의 샹송을 의미한다. 퀘벡 샹송이 널리 전파된 것은 1960년대이었다. 퀘벡 고유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사회, 경제, 문화 해방 운동인 ‘조용한 혁명’이 일어난 시대이기도 했다. 퀘벡 샹송은 시 등 전통문화보다는, 프랑스 샹송이나 미국 반문화(포크송, 락)와 같은 외재적 요소의 특징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퀘벡의 샹송은 펠릭스 르클레르, 폴린 줄리앙, 로베르 샤를부아 등을 통해 주권주의와 문화 민족주의 열망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특히 질 비뇨가 부른 샹송 <나의 조국>(1965), <동향인>(1975) 등은 퀘벡인의 애국가처럼 간주됐다. 특히 <동향인>은 퀘벡 주 총리 르네 레베스트가 1980년 5월 20일 퀘벡의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날 밤 부른 노래로 유명하다. 당시는 소규모 공연 홀 ‘샹송카페’의 전성기였다. 몬트리올 출신 작가 브뤼노 루아는 “이들 가수들은 어느덧 고유한 정체성과 자유를 열망하는 지역의 대변인, 존립을 위협받던 한 사회의 증인이자 양심이 됐다”고 분석했다.(1)
1966년, 작곡가 겸 작사가 스테판 벤느도 이런 글을 남겼다. “샹송은 퀘벡에서 가장 자생적으로 분출한 예술 양식이다. 퀘벡에서는 모두가 샹송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샹송을 감상하기를 즐긴다. (...) 사실상 우리는 샹송의 어깨에 세계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짐을 얹어주었다. 퀘벡의 샹송에 미국 흑인의 재즈나 이탈리아인의 오페라와 버금가는 책무를 부여했다. 이곳에서 샹송은 문화의 중추이자,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여권이다.”(2)
‘세계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짐’은 거의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끝에 오늘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젊은 참가자들의 어깨까지 짓눌렀다. 2022년 1월, <스타 아카데미> 1차 갈라쇼에서 공연된 총 14곡 중 10곡이 영어 노래였다. 물론 이후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경향이 다시 역전됐지만, 논란은 뜨겁기만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TVA 그룹의 회장이 사실상 1977년 르네 레베스크 1기 정권에서 프랑스어를 유일한 공식 언어로 규정하는 내용의 헌장을 추진한 주권주의 정당인 퀘벡당의 전 대표 피에르 펠라도였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줬다.
영어 노래 51% vs. 프랑스어 노래 3.6%
프랑스어 매체의 칼럼리스트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몇몇 음악산업의 주역들도 책임자를 지목했다. 그것이 바로 모든 젊은 ‘소비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특히 퀘벡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역주)가 가장 큰 표적이 됐다. 예술·미디어 기술을 전공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3) 응답자의 83.3%가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 학생 가운데 ‘주로 영어 노래’를 듣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51%에 달했지만, ‘주로 프랑스어 노래’를 듣는다고 답변한 학생은 3.6%에 그쳤다. 29.9%는 두 언어의 노래를 번갈아 듣는다고 대답했다.
10년 남짓한 시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 애호가들의 음악 감상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또한 CD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고, 한 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뿐만 아니라 라디오(특히 음악 방송 라디오) 청취율이 추락하는 데도 일조했다. 일례로 12~34세 퀘벡인 청취자 수는 오늘날 절반 이상이 급감했다. 현재 라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만, 그렇다고 양측이 똑같은 경기규칙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가령 프랑스어 라디오 방송은 주당 6~20시간 길이로 최소 65%(프랑스에서도 40%에 불과) 이상의 프랑스어 음악을 방송해야 한다. 주요 라디오 방송사들은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 규제 한도를 35%로 낮춰달라고 꾸준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또다시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는 방송사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많은 방송국들이 교묘히 쿼터제를 피하기 위해 각종 꼼수를 동원하곤 한다.
하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견제는 어렵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측에서는 사용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일부 아티스트나 혹은 일부 노래를 특별히 포털에 올려 홍보하거나, 혹은 일부 음악을 가입자가 좋아할 만한 추천 음악 목록에 뜨게끔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식으로 가입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메이저 음반사가 제작한 음악, 세계화된 음악(뉴욕, 상파울루, 도쿄, 라고스, 몬트리올에서 모두가 똑같은 스타의 음악만을 듣는다)들만 넘쳐난다.
스포티파이, 디저, 애플뮤직, 아마존뮤직, 유튜브 채널 등 주요 뮤직 스트리밍 플랫폼 10곳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4) 2022년 퀘벡에서 소비된 온라인 음원 중 퀘벡 주 출신 아티스트의 음악은 기껏해야 8%(같은 기간 실물 앨범 판매 기준으로는 30%)에 불과했다. 100위권 내 샹송은 4곡에 그쳤다. 두 래퍼, 푸키와 제이 스캇이 부른 <부조종사>(17위), 유쾌한 카우보이 밴드가 부른 <미국이 운다>(49위), 샤를로트 카르댕의 <무의미>(66위), 알리샤 모페트의 <자장가>(78위)가 이름을 올렸는데, 그나마 마지막 두 노래는 영어 노래였다. 참고로, 프랑스의 경우 2022년 스포티파이에서 청취율 10위권 아티스트들 중 9명이 프랑스 래퍼였다. 유일한 예외는 캐나다 출신 영어권 아티스트 더위켄드였다.
프랑스어 보호 정책이 빚은 촌극
2022년 6월, 퀘벡 주 프랑수아 르고 총리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노래와 음악의 전당’ 사업을 재추진할 의사를 알리기 위해, 다시 한번 ‘우리의 노래-우리의 음악-우리의 집’이라는 문구를 두른 단상 앞에 섰다. 이날 자리를 빛내고자 질 비뇨가 행사장을 방문했다. 카트린 마조르, 프랑스 다무르, 일람도 초대 가수로 초청됐다. 이 세 대중가수들이 각각 지닌 독보적인 매력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도무지 빛을 발하지 못한다. 가령 스포티파이에서 카트린 마조르가 기록한 월간 청취자 수는 1만 2,624명에 불과했다.
반면 푸키는 27만 5,000명, 토론토 출신의 영어권 래퍼 드레이크는 무려 6,900만 명에 달했다. 샹송 가수들이 영어권 가수들에 침몰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실제 통계수치로도 여실히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샹송 가수 피에르 라포엥트가 <라디오 캐나다>와의 인터뷰(2022년 10월 26일)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스포티파이처럼 수천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거대 플랫폼 회사의 눈에 우리 퀘벡 시장은 너무 가소롭다. 통계 자료만 봐도 이미 저들이 우리를 완전히 장악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포엥트는 공영 방송사들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공영 방송사들의 도움이 없다면 결국 “프랑스어권 문화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의회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연방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이 심의 중에 있다. 자국 콘텐츠의 ‘노출도’(법안에서 중요시되는 개념이다)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로까지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처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서도, 캐나다 영어권 음악과 퀘벡 프랑스어권 음악, 심지어 원주민(최근 이누이트족 음악인들의 요구에 따라)에 대한 쿼터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업체의 알고리즘과 서비스 색채를 규제하려는 것이다.
퀘벡 주는 틈만 나면 북미 영어권 사용자 3억 5,000만 명에 포위당한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고유의 문화를 보호하는 명분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오늘날 청년층과 음악이라는 두 측면 공격으로 인해 완전히 방어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퀘벡 주정부는 허물어진 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가령 모든 공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전화 응답기에서 흘러나오는 컬러링 음악으로 오로지 퀘벡 출신 프랑스어권 아티스트의 음악만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편 때로는 많은 보조금 지원을 프랑스 가사로 된 음악에만 국한하다 보니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샹송 보다 대중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음악 장르인 힙합을 둘러싼 잡음이다. 일례로 힙합 그룹 데드 오비스는 앨범 <게잠트쿤스트베르크>에 수록된 곡에서 프랑스어 단어 최소 규정치인 70%를 채우지 못하고 55%만 사용했다는 이유로 뮤직액션 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을 반납해야 했다.
“나는 래퍼일 뿐 프랑스어의 구원자가 아니다”
다른 많은 힙합 그룹처럼, 데드 오비스도 ‘프랑글레’(영어와 혼용된 프랑스어, franglais, frenglish)를 즐겨 사용한다. 2인조 래퍼팀인 키루악 앤 코다클루의 멤버 키루악은 본인이 직접 <몬트리올 캠퍼스>(2021년 5월 11일)에서 지적한 것처럼, ‘프랑글레’는 ‘(그의) 세대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퀘벡 출신 래퍼들은 대다수(20~29세의 65%)가 이중 언어 사용 세대에 속한다.
힙합의 대표주자 루도 프랑스어 방언 등 여러 언어를 조합해 가사를 쓴다. 그는 “나는 래퍼일 뿐, 프랑스어의 구원자가 아니다”(<포커스 비프>, 2018년 6월 20일)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잡음은 끊이질 않는다. 2022년 3월, 그랜비 국제샹송페스티벌은 프랑스어 노래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래퍼 세이미언을 공연에서 배제했다. 그가 최근 원주민 언어로 부른 앨범을 발간했음에도 말이다.
한편 지난해 8월, ‘몬트리올 광역급행열차(REM)’도 영어로 된 랩을 듣는 것이 불쾌하다는 네티즌들의 항의에 결국 틱톡 계정에 올렸던 홍보 영상을 급히 내려야 했다. 쿼터제나 보조금 지원을 통해 음악 작품의 생산이나 전파에 관여하고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분명 르고 퀘벡 주정부의 민족주의 연합이 언어 장벽을 구축하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민족주의 연합은 퀘벡 주의 정체성과 이주 문제에 역점을 둔 선거전을 치르며 2022년 10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 규제책은 전체적인 음악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다양한 뮤지션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성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마그레브 지역이나 아이티 출신자는 물론 점점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원주민 음악인들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역설의 땅, 퀘벡의 상황은 복잡다단하다. 사실상 퀘벡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프랑스어 사용자인 퀘벡의 대사, 가수 셀린 디옹은 역설적이게도 1990년대 이후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르며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글·에리크 델아예 Eric Delhaye
기자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Bruno Roy, 『Pouvoir chanter 노래할 수 있는 가능성』, VLB, Montreal, 1991년.
(2) Stéphane Venne, ‘Notre chanson en quête de hauteurs 품격을 추구하는 우리의 노래’, <Liberté>, 제46호, Montreal, 1966년 7월.
(3) Caroline Savard, Audrey Perron, ‘Portrait des habitudes médiatiques des étudiantes et étudiants en Art et techonologie des médias du Cégep de Jonquière 세젭 드 종키에르 대학 예술·미디어기술 학과 학생들의 미디어 이용 실태’, 2022년 9월, www.cegepjonquiere.ca.
(4) 2020년 출범한 QUB뮤직 스트리밍 업체(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스트리밍 플랫폼 코부즈(Qobuz)로 통합)의 자료는 통계에서 제외됐다. 해당 플랫폼은 전체 청취율의 75%에 이를 만큼 퀘벡 음악의 비중이 높지만, 다른 거대 스트리밍 플랫폼과는 상대가 안 될 만큼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