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선순환에 관한 무관심, K-Pop 경제의 큰 위협

2023-06-30     라탄 쿠마 로이 외

중국 언론에서 나온 용어 한류(Korean Wave)는, ‘한류(Hallyu)’라는 표기를 달고 전 세계적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일례로,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정국의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은 K-pop의 세계적 성장과 인기를 보여준다. 세계화 시대에 한류(K-wave)의 인기는 전 세계로 향한 동아시아 지역의 초국가적 문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문화적 요소가 ‘나머지’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방향적 논리에 역행한, 또 다른 문화적 흐름도 보여주고 있다.

한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비서구권 미디어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역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특히 지금은 최근 20년간 K-pop 팬덤이 급성장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역동성에 주목할 적기다. 한국과 글로벌 사우스 간의 균형 잡힌 문화적 흐름과 역류가 없다면 한국 음악 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류는 아시아에서 문화와 관련된 산업들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 협력하고 결합한 공동작업의 결과다. 한국의 문화적 전략은 이웃 국가이자 대표적인 한국 문화의 주요 수입국가인 중국, 대만, 일본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2000년대 초반 중국, 홍콩, 대만은 한류의 최대 소비국이었다. 한류는 더 멀리, 더 넓은 소비시장을 찾아 전 세계를 가로지르며 확장했다. 2018년 미국이 처음으로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지역 3위에 올랐고, 유럽이 그 뒤를 이었다. 이것은 서구권이 주도했던 문화적 흐름과 소비의 전지구적 이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문화 연구자들은 한류가 문화 지도를 바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은 그들의 문화적 형태를 서구권과 비서구권을 가리지 않고 수출하는 대표적인 비서구권 국가다. 물론 멕시코, 브라질,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도 드라마나 발리우드 영화로 문화상품 수출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 시장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문화상품을 수출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통합돼 있다는 점이다. 2023년 한국 문화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에 이어 709억 달러에 도달해 세계 7위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그 자체로 역동적인 현상이며, 나아가 K-pop 팬덤의 형성, 정체성 인식, 전파를 쉽게 만든다. K-Pop 팬덤은 그들만의 정체성과 소통채널을 소유한 독립된 사회다. 그들은 다른 팬덤과의 차별성을 팬 이외의 이들에게도 보여준다. 이것이 그들 고유의 팬덤 정체성이다. 

그들은 디지털 시대가 촉진한 콘텐츠의 대규모 전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집단적이고 계획적으로 지지하며, 소비를 통해 아티스트의 예술적 노력을 헌신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활동가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K-pop의 성공은 2016년 기준 88개국 6천만 명에 달하는 활발한 팬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위터의 분석에 따르면, K-pop 팬 보유 수 상위 10개국은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한국, 미국, 태국, 브라질, 멕시코와 말레이시아다. 최근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팬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K-Pop은 더 많은 팬들을 규합하기 위해 가끔씩 영어가 섞인 한국어로 수출되는데, 이는 비한국어권 팬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적 팬덤은 아티스트의 맥락에 공감하기 위해 한국의 문화와 관습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현지에 전파하는 것으로, 세계 문화와 한국을 잇는 보이지 않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K-Pop 상품의 약 75%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즉, 한국의 음악시장의 높은 해외 의존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주요 고객인 국제적 팬덤을 국내 팬덤 문화와 동일시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가?

 

문화서비스 교역의 95%를 선진국이 차지

선진국들, 특히 동반구의 선진국들은 전체 데이터 평가에 있어 협소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 문화서비스 교역에 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이런 정보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은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시장을 개방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2016~2018년 문화서비스 교역 규모는 6배 증가한 1,2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한 문화서비스는 7.6%에 불과하다. 전세계적으로, 선진국은 문화서비스 교역 전체의 평균 95%를 차지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특히 K-Pop이 속한 음악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음악산업의 일방적인 흐름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적 영역 재투자와 발전과 혁신, 궁극적으로는 번영에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시장 역량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요소는 음악이 수출되는 지역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때때로 ‘다른’ 문화적 위치의 필요에 따른 최신 정보 및 변화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K-Pop 연구자들은 소비자가 K-Pop 콘텐츠에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생산자도 소비자의 정서와 취향을 고려해 그들이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콘텐츠의 다양화와 혁신은 절실하다.

대중의 소비는 트렌드를 따르기 마련인데, 한류는 벌써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진화함에 따라 대중의 관심사와 선호도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짧은 수명 또는 갑작스러운 트렌드는 신흥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이는 변동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례들을 보면, 소비 경기로 인한 갑작스러운 트렌드 직후 신흥시장은 불안정한 인플레이션을 겪곤 했다. 따라서, 한국의 음악 시장이 영원하리라고 믿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에 비해 신흥 시장은,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해 트렌드 성장의 변동성이 큰 편이다. 갑작스러운 추락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의 전략은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다양화가 그 방법일 수 있다. 

2005년부터 한국은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정부의 목표와 정책은 시대에 부응하는 정책 수립의 차원에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노무현 정권 시절, ‘다문화’라는 용어가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됐지만, 시행된 정책은 용어의 진정한 의미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재의 정책은 다양한 정체성과 문화적 표현을 가로막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의 외국인 사회 통합을 촉진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다문화 정책은 개발도상국을 향한 시장 개방을 의미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 간 음악산업이 쌍방향으로 이뤄지면, 전세계적인 문화상품 흐름의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적어도 선진국과의 교역이 전 세계 문화 교역의 0.5%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선진국이 글로벌 사우스에 문화시장을 개방하고, 개발도상국과 노하우를 교환하는 대화를 촉진하며, 이 국가들의 문화적 환경의 디지털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요구한다. 이런 변화가 실행된다면, 한국은 최종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

2016~2018년, 개발도상국의 음악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제 다양성 문제를 표현의 차원을 넘어, 유효성과 쇄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갖춘 이들과 함께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과 함께 다양한 원천의 혁신적 산업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래는 다양성과 문화 교류의 추진에 달려 있다. 따라서, 초문화적인 소통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책입안자들은 세계의 문화가 한국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한류 통합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글·라탄 쿠마 로이 Ratan Kumar Roi
찰스 윌리스 방글라데시 트러스트(Charles Wallace Bangladesh Trust at LSE South Asia Centre) 연구원, 다카 브락 대학(BRAC University Dhaka)의 조교수
다니엘 페냐 솔라노 Daniel Penha Solano
멕시코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플랫폼 <한류랩(KoreanWave.Lab)>의 설립자

번역·백태현
경희대 K-컬처스토리콘텐츠 연구소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