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에서 불거진 미국 사회의 분열

2012-04-13     올리비에 시랑

기독교 근본주의에 가까운 성향의 릭 샌토럼이 지난 3월 13일 미시시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했다. 공화당 후보가 되진 못했지만 미시시피주에서 그가 거둔 승리는,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보수당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미국 선거가 안고 있는 모순을 보여준다.

미국 미시시피 주방위군 건물에 나란히 걸린 성조기와 남부연합기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였다. 린지 레몬스의 말대로, "잭슨시 경찰과 달리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이 국가기관이 그녀의 직장이다. 자신은 "전통주의자에 가깝다"고 말하는 레몬스는, 백인 가정 주부로 매일 아침 주머니에 권총을 넣고 조깅을 나선다고 털어놨다.

레몬스는 반자본주의적이지는 않지만,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지역 버전인 '잭슨을 점령하라' 시위의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해 가을, 그녀는 친구 스무 명과 함께 미시시피 주도(州都)의 공원 스미스파크에 (매일은 아니지만) 두 달간 자리잡았다. 그녀는 근처에서 조깅을 하다가 이런 시위가 있다는 걸 알고 참여하게 됐다. "시위대 중에는 좌파인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탐욕스러운 은행과 다국적기업들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이곳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녀의 관점이 월가 시위자들이 표방하는 '99%'의 생각과 과연 같을까?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면서 보수적인 주인 미시시피주에서 이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점령시위는 해도 좌파는 아냐"

레몬스는 저녁이 되어 일이나 집회를 마치고서 주유소와 복음교회, 상점들을 지나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끝이 안 보이는 길은 중심지로 들어가기보다는 벗어나는 용도로 보인다. 백미러에서 공공건물과 업무지구와 함께 잭슨시 다운타운이, 또 훼손된 길과 무너진 집들이 사라졌다. 그곳은 주민 4명 중 1명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버너로 메탐페타민(마약)을 만드는 게 문 열린 카페를 찾는 것보다 쉬운 곳이다. 50여 년 전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들의 행진이 이어졌던 패리시가 북부에는 한 건물만이 영업 중이다. 새벽까지 문을 여는 'F. 존스 코너'라는 블루스클럽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소리가 을씨년스럽고 처량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흑인이 살면 집값 떨어져

레몬스가 살고 있는 교외주택가 브랜든 입구의 골프장이 나타났다. "인종분리 정책이 사라진 뒤, 백인들은 잭슨을 떠나 대부분 이곳에 자리잡았다." 이 지역 시장은 백인우월주의의 종말을 고한 1964년의 민권운동에 고마워해야 한다. 백인우월주의는 좀더 온건하고 뿌리 깊은 형태로 그들 지역으로 옮겨왔다.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백인이 87%에 이르는 브랜든의 1인당 평균소득은 흑인이 81%인 잭슨의 평균소득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이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 수가 너무 많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웃 중에는 이 마을에 흑인 주민 수가 점점 늘어나 30%나 된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집값이 하락할까봐 걱정한다."

그 이웃이 마을에 사는 흑인 수를 어떻게 헤아렸는지 모르겠다.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숲 속에 흩어져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인종분리주의적 정서가 한 투자자의 집값 걱정만큼이나 아직도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시시피주 공화당 지지자의 46%가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1) "신은 분명 이유가 있어서 인간의 피부색을 서로 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분의 의지를 존중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신 피부색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과는 결혼하면 안 된다." 한 주민이 밝힌 찬성 이유다.(2) 지난 3월 13일 미국 공화당 미시시피주 프라이머리에서 보수강경파 릭 샌토럼이 승리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성서와 소총은 언제나 이기는 조합이다. 뼛속까지 공화당 지지자이자 크리스천이라는, 레몬스의 한 이웃은 낙태에 찬성한다. "가난한 자와 흑인은 태어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난뱅이와 거지는 태어나선 안 돼"

남북전쟁에서 흑인노예제도 지지자들이 패배한 사건은 분명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북부연방의 승리를 안타까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십 년간 북부에서 대거 유입된 이주민의 영향으로 영광스러운 시절에 대한 향수가 사라진, 남부연합의 동지이던 노스캐롤라이나주나 조지아주와 미시시피주가 다른 점이다.(3)

잘 모르는 방문객에게 이곳 기념 건축물에서 노예제도를 설명하는 방식은 종종 당황스럽다. 미시시피강 상류에 자리잡은 소도시 빅스버그는 남북전쟁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곳의 올드 코트하우스 박물관에는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를 기리는 추모실이 있다. 여기에는 그가 노예에게 전한 말이 크게 쓰여 있다. '내가 소유한 모든 유색인종을 아꼈느니라.' 그 밑에 있는 안내판에는 '제퍼슨 데이비스와 그의 노예들은 아주 특별한 사이였다. 그는 그들의 주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친구이기도 했다'라고 적혀 있다. 노예제가 온정의 표시라고? 리처드 라이트(1908~60·미국의 소설가)가 1920년대 미시시피주에서 보낸 불우한 어린 시절과 백인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공포심을 그린 자전적 소설 <흑인 소년>의 한 문장이 생각난다. "나는 모든 남부 백인이 흑인의 친구를 자처한다고 생각했다."(4)

백인 농장주였으나 파산하고 농기구수리공으로 전업한 빌 샌더스와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샌더스는 시간이 날 때면 빅스버그 박물관을 돌면서 무지한 여행객들에게 설명을 해준다. "사람들이 노예제도 지지자들에 대해 헛소리를 하지. 잔인하다는 둥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둥. 근데 사실은 흑인들이 살기에는 지금보다 그때가 좋았지. 일한 대가로 재워주지, 먹여주지. 생활보조금을 받아서 마약이나 사먹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아?" 그는 월평균 2300달러를 번다. "공부하겠다는 자식들이 있고, 월세 500달러와 건강보험료 500달러를 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껌값"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에 대한 생각은? "버락 오바마의 친구들은 다 도둑놈이야." 그렇지만 "우리를 약화시키려는 공산당원들과 같이" 공원에서 시위할 생각은 없단다. 그는 공화당원과 '그네들의 헛짓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샌토럼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자신이 말하는 바를 믿고 있는 괜찮은 사람이야."

빅스버그 박물관의 자원봉사 가이드 샌더스의 모습은 가난하지만 부자들의 소유인, 바로 미시시피주의 모습이다. 주민 1인당 연평균소득(3만5천 달러, 뉴햄프셔주는 6만5천 달러)은 전국에서 가장 낮지만, 지난 40년간 대통령 선거에서 매번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매그놀리아 스테이트'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워싱턴 민주당의 처지에서는 패전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운동원들도 유세 일정에서 이곳을 제외할 정도였다.

미시시피주가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상당 기간 미시시피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현재 인구의 약 60%, 흑인은 약 37%)은 흑인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북부 '양키'들 대신에 '남부연합'과 동일시하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러다가 미시시피주에서 95.98%의 득표율을 보이며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1933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북부 주에서 흑인 유권자와 '뉴딜정책' 지지자가 결합하게 되면서 민주당은 길고 긴 문화혁명을 시작했다. 이는 30년 뒤 중앙 지도부가 민권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북부에서 시작된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지 않은 남부의 주권민주당파(이른바 '딕시크랫')는 몇 년 동안 북부 '변절자'에 대항해 인종분리주의적 세력권을 유지하려 노력하다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패를 버리고 오랜 적수의 편에 섰다. 그때부터 공화당이 '남부의 생활방식'을 지배하게 된 것 같다. 197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리처드 닉슨이 미시시피주에서 78%의 기록적인 득표율을 거둠으로써 이 지역의 정치권력이 공화당으로 확실히 넘어갔음을 재확인했다.

오바마도 피해간 선거구

잭슨 시위에 참여한 흑인 청년 어니스트 카멜은 지역정치의 파노라마에 콧방귀를 뀌었다. "여기선 간단해요. 백인은 공화당, 흑인은 민주당을 찍습니다. 전통적으로 그렇고, 옆 사람을 따라하느라 그렇고. 텔레비전 광고나 목사님 설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백인 수가 흑인보다 많으니까 잭슨 같은 몇몇 지자체 선거를 제외하고는 공화당이 다 이기는 겁니다. 어쨌든 미국에서 백인이든 흑인이든 자신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는 민족은 거의 없어요." 카멜은 거의 흑인 학생만이 다니는 잭슨주립대학교의 학내신문 조판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 일로 겨우 생활비를 대고 있다. 인종차별에 시달린 적은 별로 없다. 적어도 켄터키주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아버지만큼은 말이다.

카멜에게는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아버지가 보상금이나 생활수당을 받지 못한 채 가족에게만 의지하고 있다. 할머니 마거릿(72)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그녀는 일평생 여덟 아이를 키우느라 열심히 일했고, 두 개의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대학에서 간호학 과정을 수강했다. 마거릿은 "그 대학이 종교수업을 듣는 조건으로 학비를 깎아주는 곳이었고, 나는 당시 책 한 권 살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있는 그녀의 집을 휩쓸고 지나간 뒤 그녀는 잭슨 근처에 자리잡았다. 그녀가 가져온 건 가방 하나와 연방정부의 노인복지 프로그램 '메디케어'가 제공한 휠체어가 전부였다. 그런데 몇 주 뒤, 한 사무원이 찾아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거릿이 더 이상 휠체어를 이용할 권리가 없다고 통지했다. 공공보험의 지원을 받기 위해 종종 의무사항으로 요구되는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무너진 집과 불편한 다리로도 아직 그녀에게 닥친 불행이 모자란 탓일까? 이유야 어찌됐든, 어느 날 아침 메디케어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녀가 있는 피난소에 찾아와 휠체어를 회수해갔다. "그들이 휠체어가 6천 달러라고 합디다. 돈이 없다고 하니까 그냥 가져가버렸어."

"미합중국에 오신 걸 환영한다"

그때부터 마거릿은 두 손을 뒤틀린 허리에 얹고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종종걸음을 익혔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집은 아직 재건되지 않았지만 주에서는 '멋진' 새 집을 제공했다. 우리는 함께 이 집을 살펴봤다. 벽에는 벌써 곰팡이 자국이 있었고, 천장에는 화재감지기가 전선 하나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었다. 콘센트는 아무렇게나 설치됐고, 난방장치는 고장나 있었다. 새 집이지만 살 수 없는 곳이었다. 카멜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합중국에 오신 걸 환영한다."

할아버지부터 대대로 변호사 집안인 쿠엔틴 휘트웰은 좀더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훤칠하고 우아한 네일아트숍의 전단지를 연상시킨다. 그는 공화당이 기대를 거는 야심찬 후보 중 하나다. 휘트웰은 민주당이 압도적인 잭슨 시의회의 단 2명뿐인 백인 의원 중 유일한 보수다. 그는 로비업체 탤런그룹을 설립해 미시시피주와 루이지애나주의 몇몇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지역 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별다른 해가 되지 않는 일인가 보다. 지역주민들이 시달리는 빈곤 문제에 대한 그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주의 역할은 줄이고, 개개인의 책임감을 강조하고,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들이 의존적 생각을 벗어던지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본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건 맞지만, 성공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룩한 것이다." 그 증거로 자비로 출간한 소설책을 내밀었다. 친필 사인이 담긴 책 뒤표지에는 "윌리엄 포크너, 테네시 윌리엄스, 리처드 라이트의 문학적 전통을 계승"한 책이라고 '겸손하게' 적혀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 휘트웰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연민이 있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조할 때마다 라이트가 떠올랐다.

기업을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휘트웰의 주문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도요타와 롤스로이스 같은 다국적기업 10여 곳이 미시시피주로 모여들었다. 그의 웹사이트에서 탤런개발그룹은 투자자들에게 '친기업적 분위기'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숙련된 노동자가 많다'는 점을 홍보 중이다.

닛산그룹도 이 점에 끌렸다. 2000년 말 카를로스 곤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추진 아래 르노와 제휴를 맺은 이 일본 자동차업체는, 미국 내 세 번째 생산공장을 미시시피주에 세우기로 했다. 지역신문은 4천여 개 일자리에 대해 '신의 은총'이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냈다.(5) 닛산에는 주에서 지원한 3억6300만 달러를 비롯해 각종 세제 혜택과 잭슨에서 북쪽으로 30여km 떨어진 캔턴의 토지 32ha 등이 제공됐다.

믿기지 않지만,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이 미시시피주에는 없다. 1970년대 조합원 150만 명이 속해 있었고 지금도 70만 명이 가입된 역사적인 노조가 캔턴의 닛산 공장은 포기한 건일까? 사실은 정반대다. "노조에 가입했느냐고요? 당신 돌았군. 가입하자마자 회사에서 쫓겨날 거요." 반쯤 열린 운전석 창문으로 한 흑인 노동자가 이렇게 쏘아붙이고는 서둘러 시동을 걸고 떠났다.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만난 다른 노동자는 기름을 넣으며 "모두들 두려워한다"고 나지막이 전했다. "투덜거리거나 그 사람들 마음에 안 드는 소리를 했다가는 바로 쫓겨납니다. 일도 힘들고 사람들도 금방금방 바뀝니다. 제가 있는 라인에도 오래 버티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붙어 있은 지 2년 됐습니다." 그의 급료는 시간당 12달러라고 했다. UAW가 있는 오하이오주나 미시간주에서 일하는 동료들 시급의 절반 수준이다. "UAW요? 잘 몰라요. 제가 아는 건 그 사람들이 여기서 별로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점입니다. 저한테 12달러면 웬디스에서 받던 8달러보다 한결 나아진 겁니다. 패스트푸드 사업은 완전 썩었어요. 제가 닛산에 있는 한, 전 만족합니다."

미시시피엔 자동차 노조가 없다

미시시피주에서 UAW가 공식적으로 마지막 모습을 보인 건 2005년 2월이다. 잭슨의 한 호텔에서 의원, 목사, 시민운동가 등 몇 명이 모여서 곤 CEO의 노조 알레르기를 성토했다. 그 자리에서는 다국적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모여드는 미시시피주가, 한 노동문제 전문 변호사의 표현대로 '미국 내 지방 면세 지역'인가 하는 문제도 언급됐다. 그렇지만 그 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UAW의 비공식 지역대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찰스 라이스는 "'실질적인 노조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에 닛산 공장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더 자세히 알고 있는 동료를 연결해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헛수고였다. "죄송하지만 기자들과 인터뷰는 안 합니다. 아주 위험하거든요." 1년 전만 해도 UAW가 디트로이트 본사에서 노동자의 단결권을 유린하는 기업에 보이콧하겠다는 협박을 하면 바로 업계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모욕을 중단했다. 업계 대변인은 "UAW가 그들이 대표하는 노동자들을 실업으로 내모는 무리한 요구사항을 주장한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미시시피 주민들이 UAW에 자신들은 노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6)

미시시피주의 보수적인 몇몇 지역에서 흑인 직원에게 급여를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들을 만날 수 있다. 멕시코만 연안에 가까운, 미시시피주 남쪽에 위치한 주민 5천여 명의 작고 깨끗한 마을 반클리브도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는 주민 10명 중 1명이 백인이고 공화당 지지자다. 샐리 베빌은 백인인데다 감리교 목사다. 그렇지만 그녀는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투표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할 예정이다. "전에는 해안가의 빌럭시에서 일했지요. 그때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2005년 어느 날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교회를 피난처로 제공했지요. 사람들이 난리가 났답니다. 교계도 마찬가지였지요. 징계 차원에서 저는 근방에서 가장 반동적인 성향의 반클리브 교회로 발령이 났습니다. 말로는 부족하지요."

"흑인에게 봉급을 주다니, 바보 아냐?"

면화가 사양사업이 되면서 미시시피주 농가의 주요 수익원인 양계농장에서 착취당하는 남미계 이민자를 베빌 목사가 도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라티노'에 대한 그녀의 연민은 신자들에게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중개료를 내지 않고 노동자를 구하려는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녀는 이와 관련된 일화를 전해줬다. "어느 날 농부가 저를 찾아와 하인으로 쓸 라티노 부부를 소개해달라더군요. 재워주는 건 물론이고 먹여줄 수도 있다면서요. 내가 노동시간에 대해 묻자 농부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할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했어요. 다음으로 급여는 얼마냐고 물었죠. 농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무슨 급여요? 재워주고 먹여주면 됐지 급여까지 주라는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노예제도에 대한 인식이 뿌리 깊이 남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잭슨 시위가 내세우는 '99%'는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권총을 갖고 스미스파크를 조깅하는 레몬스도 "문제는 1%가 아닌 30~40%에 속하는 이들도 1%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속한 시위대 구성원의 면모를 살펴보면 완고한 신념이 얼마나 순식간에 뒤집어지는지 알 수 있다. 한 예로 에드 요럼은 오랜 시간 동안 보수주의자였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그는 '오렌지 에이전트'(고엽제)에 노출돼 희귀 백혈병을 앓고 있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와 은행의 구제정책이 그를 '열 받게' 만들었다. "옛날에는 투기하는 사람들 목을 매달았는데, 이제는 보너스를 준단 말이야! 이런 미국이 마음에 안 들어."

인적 없는 도시 한복판에서 8주를 버틴 시위대 20명 중에는 지역 일간지 <더 클라리온-레저>가 시위 초반에 평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훈련소'라는 시위대의 프로필과 일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대신 프롤레타리아와 빈곤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산층, 백인과 흑인, 2~3개 일을 하는 젊은이, 은퇴와는 거리가 먼 노인이 있었다. 누구도 전에 시위에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시위대 20명에 산발적으로 모여든 동조자 200~300명을 더한다고 해도 주민 300여 명이 미시시피 주민의 99%가 되진 않는다. 이들이 과연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을 미쳤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시위대가 잭슨시의회를 찾아가면서 이 질문이 제기됐다. 당시 그들은 기업집단이 미국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하도록 헌법 수정을 요구하는 월가 시위대의 결의안에 시의원들이 서명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찾아갔다. 2010년 1월 미국연방대법원이 광의로 해석한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기업과 로비업체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진영에 정치자금을 무제한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판결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7) '끝없는 부패의 완벽한 법제화'에 대한 반기를 들기 위해 작성된 결의안에는 "우리는 모든 주지사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정해 다국적기업은 국민이 아니고, 그들은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며, 자금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히도록 촉구한다"고 적혀 있다.

시의원들은 양분됐다. 민주당 시의원 6명 중에 1명이 시위대의 상징적인 발의안를 지지했고 다른 사람들은 망설였다. 그들은 '극좌파' 20여 명의 말을 들어줘서 얻는 이득이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유권자에게 자신들이 다국적기업을 비호한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은 수차례에 걸쳐 발의안을 다음 회기로 넘겼다. 지난해 10월 스미스파크 점령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평가했던 공화당 의원이자 로비스트인 휘트웰은,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언급하지 않은' 발의안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사이 월가 시위대의 지역그룹의 노력과, 특히 월스트리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에 힘입어 이 혁신적인 결의안은 미국 전역을 돌고 있다. 2월 말 결의안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시의원 100여 명과 뉴멕시코주 상원의 서명을 받았다. 결의안 지지 지도가 올라온 웹사이트는 방문자 수가 곧 30만 명을 넘는다. 결의안을 채택한 도시와 카운티에는 녹색 깃발이 표시된다. 지도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미국 북부, 특히 동북부에서는 승리의 깃발이 휘날리는 반면 남부에서는 플로리다주를 제외하고 캘리포니아주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이어지는 선에 아무것도 없다. 양키와 남부연합파 사이의 대립은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3월 6일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잭슨시의회가 6 대 1로 결의안을 가결한 것이다. 린지, 어니스트, 데렌다와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승리를 자축했다. 디프사우스(Deep South)에서 단 하나의 녹색 깃발이 올라갔다. 아직 주방위군 건물에 올라가진 못했지만, 이것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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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올리비에 시랑 Olivier Cyran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미시시피주 공화당 지지자의46%가 인종 간 결혼 금지 원해’, <AOL> 뉴스, 2011년 4월 8일.
(2) ‘인종 간 결혼에 반대하는 이유’, www.publicpolicypolling.com, 2011년 4월 7일.
(3) ‘남부 유권자, 남북전쟁에서 북부연방의 승리 반겨’, www.publicpolicypolling.com, 2011년 4월 25일.
(4) Richard Wright, <흑인 소년>, 마르센 뒤하멜, 안드레 R. 피카르드 번역, 갈리마르, 파리, 1947.
(5) <더 클라리온-레저>, 잭슨, 2000년 11월 10일.
(6) <미시시피 비즈니스 저널>, 잭슨, 2011년 2월 13일.
(7) Robert W. McChesney & John Nicols, ‘미국 권력의 막후, 금·언 복합체 시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11월호(한국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