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 교사평가제도의 본질
지난해 12월 7일, 프랑스 교육부 장관 뤼크 샤텔은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 방송에서 "학교엔 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달 전에 발표된,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교사평가제도의 속성을 잘 요약해주는 발언이었다.
현재 중등교사들은 두 가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는 교장이 국가 기준에 따라 수행하는 근무평가이고, 또 하나는 학과 전공 장학사들이 10년 동안 3년마다 수행하는 참관수업 평가다. 두 평가 기록을 종합해 최종 점수를 내고, 이 점수가 교사들의 승진과 보수를 결정한다. 평가 점수가 가장 낮은 교사들의 진급은 전적으로 근속연수에 달렸다.
'경영혁신' 미명 아래 교사 통제
예를 들어 5급(대략 50%의 교사들이 여기에 포진됨)(1)부터 시작해 3년6개월마다 1급씩 진급한다. 인사고과가 가장 높은 이른바 '초고속 승진' 대상 교사들은 2년6개월마다 1급씩 승진한다(이들도 역시 5급부터 출발한다).
샤텔은 1950년에 도입돼 1989년에 수정한 이 법안 중 두 가지 조항을 손질하고 싶어 한다. 첫 번째는 오로지 근속연수만으로 교사들을 승진시킴으로써 대다수 교사의 임금 상승률을 크게 둔화시켜, 이들의 정년을 6년 더 연장(교원 정년을 60살에서 62살로 2년 연장한 2010년 연금 개혁법에서 한층 진보한 법안임)하는 효과를 내자는 수정안이고, 둘째는 장학사의 참관수업 평가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었다. 교장(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이 3년마다 면담을 통해 교사를 평가함으로써 교원의 정년을 2~5개월 감축하겠다는 뜻이다.
2010년 10월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2)가 프랑스 교사의 낮은 임금수준을 지적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샤텔의 이 계획이 교사들의 임금수준을 한층 더 악화할 것이라며 어이없어한다. 프랑스 교사의 임금은 OECD 회원국의 교사 임금 평균치보다 20% 낮다. 지난 2월 28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등교사 임금 25% 인상안을 제안하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대중운동연합당(UMP) 대선 후보가 내건 주당 18시간 근무 대신 26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26시간은 수업준비·숙제검사·의무회동(학생조회, 학부와 교사 간 간담 시간 등)이나 비공식회동 시간을 뺀, 순전히 수업시간만을 의미했다. 프랑스 중등교사노조(SNES)는 현재 교사의 실제 근무시간이 주당 40시간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먼저 신임 교사의 임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는 신임 교사 몇천 명의 임금을 200유로 올려주는 대신, 전체 교원에 대한 수천 유로의 임금 삭감을 정당화하려는 꼼수였다.(3) 정부는 이같은 조처로 교원들을 분열시키려 했지만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
'교사길들이'가 제도의 핵심
이미 언급한 조처를 반영하는 '경영 혁신'은 목표(학생들의 성적 향상 등)와 정해진 법(4)을 빌미로 교사 활동을 감시하는 것이 목적인 글로벌 프로젝트, 신공공경영론(NPM·공공부문의 개혁 추진론)을 확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NPM은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감시와 위계도 강화한다는 게 취지다. 따라서 NPM은 이를 따라야 하는 교사들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우뚝 선) 교장들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사회 통제 시스템이다. 하지만 교장들은 자신이 어떻게 NPM 원칙의 덫에 걸려 이 시스템의 시녀로 전락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한 직장인을 평가한다는 것은 '멋진 업무'와 '좋은 업무'를 구분하는 것을 뜻한다. 직업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직무와 조직의 이상을 기반으로 전자를 평가한다. 그래서 이 평가는 동료들의 평가가 필수적이다. 좋은 업무는 고용주가 짠 틀, 제도적 규범을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모든 직업 활동은, 좋은 업무에 가까운 지침에 따르는 업무와 실질적 업무에 가까운 멋진 업무 사이의 엇갈린 평가 속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가 교사들의 실질적인 업무에다 지침에 따르는 업무까지 부과하려는 것은, 교사 업무에 철저히 경영논리, 노동자들이 폭력적으로 느끼는 테일러리즘(과학적 관리법, 즉 최소의 노동과 비용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이론) 형태를 접목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노동 자체가 평가 대상이 아니라 노동의 성과, '눈에 보이는 성과'만 평가한다는 말이며, 직접적 업무가 아닌 정부기관이 설정한 목표에 따르는 '순종 지수'를 보고 교사를 평가한다는 의미다. 요즘 '선도적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디종 교육청이 이용하는 교사 면담 평가표를 보면, 교사의 능력을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육청이 요구한 문서를 제시간에 제출하는지, 집단 규범에 따른 신상필벌을 학생들에게 적용하는지, 위계질서를 잘 준수하는지, 상부에서 실무나 교육 지침을 내리면 그걸 잘 메모하는지 등이다.
요컨대 얼마나 많은 수의 학생을, 얼마나 많이 가르치고, 얼마나 많이 알고 있고, 얼마나 많은 교육자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만을 놓고서 교사 업무를 평가한다. 그리고 평가는 결국 교사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평가 이후 교사들은 서둘러 자신의 우수성을 입증할 가식적인 증거를 생산해, 증거 대부분을 당국에 대한 자신의 순종지수를 입증하는 징표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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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크리스토프 에루 Christophe Hélou 공저로 <교사들의 고통: 교사 업무의 실용적인 사회학>(La Souffrance des enseignants: Une sociologie pragmatique du travail enseignant·프랑스대학 출판부·파리·2008)이 있다.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1) 교사 직급은 ‘특수 직급’까지 포함해 11직급으로 돼 있다.
(2) <교사들의 임금, 변화와 비교>, 2010년 10월.
(3) 임금 개혁안에 따른 교사들의 임금 손실 규모는 정년 연장 기간까지 포함해 1만~1만5천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4) Laurent Bonelli & Willy Pelletier, ‘복지국가에서 경영자 국가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