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땅, 도시 외곽

2023-07-31     브누아 브레빌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1990년 10월 6일, 리옹 외곽지역 보앙블랭.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21세 청년 토마 클라디오가 경찰차에 치여 즉사했다. 도시는 4일 간 분노로 들끓었다. 상점들은 약탈을 당하고, 자동차는 불에 탔으며, 학교가 파괴됐고, 소방대원들이 부상을 입었으며 기자들은 폭행당했다. 당시 우파 국회의원이자 뇌이쉬르센 시장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이 사건들의 원인은 청년층의 실업 및 교육 부족이다”라고 주장했다.(1) 

2005년 10월 27일, 파리 외곽 센생드니주 클리시수부아. 지예드 베나, 부나 트라오레라는 10대 청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변전소에 숨어들었다가 감전사했다. 센생드니에서 폭동이 발생했고, 소요사태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다. 폭동 발생 3주 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특정지역에 악조건과 고충이 과도하게 누적되고 있다”라며, “차별이라는 사회의 독을 퇴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또한, “불법이민 및 그와 관련한 밀입국 알선”과 “무책임한 부모들”을 비난했다.

2023년 6월 27일, 낭테르. 17세의 나엘 메르주크가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가슴에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전국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5일 동안 지속된 폭동의 여파는 강력했다. 2만 3,878개의 도로가 불길에 휩싸였고 5,892대의 차량이 불에 탔으며, 3,486명이 체포됐다. 1,105채의 건물 파괴와 269건의 경찰서 습격이 있었으며, 243개 학교가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우파인 공화당(LR, Les Républicains)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로랑 보키에는 “이 사건들은 사회 위기와는 무관하며, 국가 및 민족의 해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2) 이어, “자신의 주장에 맞서는 사람 즉 폭력을 정당화하고 변명의 문화를 부추기며, 선동적이고 프랑스에 위험을 야기하는 이들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3)

반복되는 도시 폭동은 프랑스 정치 지형의 변화를 반영한다. 도시 폭동에 대한 반향을 보면 프랑스 사회에서 안전과 정체성에 대한 압박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폭동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사회적 요인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사회 문제에 대한 언급은 금지된 셈이다. 소요사태를 경험한 과거 정부들은 모두 외곽지역에서 발생하는 온갖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곽지역 계획’ 시행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이 식으면, 거창했던 계획은 몇몇 일자리와 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 건물 보수를 위한 대출 등의 소소한 조치로 축소됐다.

1980년대 이후 비슷한 계획이 10회 이상 발표됐으나, 실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실업도 차별도, 청년들과 경찰 사이의 긴장감도 그대로다. 그러나 수차례 발표된 계획 때문에 사람들은 국가가 외곽지역들에 대해 이미 많은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발표로만 끝난 계획들은, 사람들에게 ‘이제는 이민, 이슬람, 무책임한 부모, 느슨한 처벌, 게임, 소셜네트워크 등에 집중할 때’라는 생각을 심어줬다. 이런 생각은 도시 외곽지역과 시골지역을 대립시키고자 설계된 정치적 담론임에도 말이다. 도시 외곽지역도, 시골지역도 모두 서민들이 사는 소외된 땅이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김자연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