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어요. 가던 길 가세요!

도미니크 마노티의 미출간 단편

2023-07-31     도미니크 마노티 | 작가

역사학자이자 사회활동가인 도미니크 마노티는 만년에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급진적인 사회변혁에 대한 희망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절망감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텍스트를 통해 엘리트층의 배신과 민중의 분노를 이야기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50년 전 마르세유를 휩쓴 분노다.

 

1973년 8월 26일 일간지 <마르세유>의 1면 기사: 버스 살인사건 

버스에 탑승한 알제리 이민자 한 명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운전석에 앉아 있던 기사 1명과 동승한 승객 4명을 흉기로 살해했다.

 

1973년 8월 27일 노조 담화문

8월 28일 화요일 게를라슈의 장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애도해주기를 바란다. 살인범이 이민자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가 심화되는 사태는 없어야 할 것이다.

 

1973년 8월 28일 저녁 10시, 마르세유

마르세유 도심 한복판, ‘신규 고객층’의 발걸음을 사로잡은 아메리칸 주점들이 줄줄이 들어선 오페라 거리는 오늘따라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행인도 거의 없었고, 점포들은 불이 꺼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전날 근무 중에 사망한 마르세유 출신의 기사, 게를라슈를 애도하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오늘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게를라슈를 배웅하기 위해 찾아왔다. 여기저기에서 증오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해범은 알제리인이야. 결코 우연이 아니지. 알제리인 범죄자는 이제 신물이 난다고. 살인자들은 죄다 바다에 뛰어들어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어느새 도시는 고요해졌다. 마치 꼼짝 않고 숨을 죽인 채 다가올 비극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단 이 구역에서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 포르투갈계 이민자 페레이라가 술과 음식을 파는 곳, ‘푸드르’였다. 페레이라는 과거 비밀군사조직 OAS(알제리 독립에 반대해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한 프랑스 극우 무장조직-역주)(1)에 장기간 협력한 인물이다. ‘푸드르’ 주점은 거리로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게 통창마다 대형 커튼을 드리웠다. 하지만 식당 안에서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땀범벅인 채로 큰 소리를 냈다. 서로 밀치고 이름을 부르고 웃고, 다짐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박수를 쳐댔다. 잠시 언성이 잦아질 때면, 손님들은 페레이라의 어머니가 내놓은 전채 요리를 맛봤다. 접시에는 커민을 넣은 잠두콩과 당근, 홍합탕, 올리브 피클 등 크리스탈 아니스 술을 듬뿍 넣어 향미를 더한 음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두 ‘푸드르’의 단골고객들, ‘알제리에서 퇴각한 프랑스인’의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들이었다.

수사반장 피콩이 식당 앞 등받이 없는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피콩도 평소 이 식당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었다. 그는 이 식당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원목테이블과 의자, 구릿빛 카운터, 연노란색 벽, 주인 페레이라가 열렬히 추앙하는 포르투갈 독재자 살라자르의 얼굴을 큼직하게 인쇄한 흑백사진 세 장까지. 푸드르 특유의 분위기 덕택에, 이곳에만 오면 그는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졌다. 어디를 둘러보나 전부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대부분이 그처럼 난파한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귀환한 생존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경찰도 있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하는듯한 기분이 참 좋았다. 피콩은 옆에 있던 풋내기 경찰 뤽 로시와 잠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15구 경찰서에 함께 배치된 사이다. 홀 안에서 갑자기 괴성과 큰 웃음소리가 나왔다.

“게를라슈를 위해…”

피콩이 잔을 들어 그에게 화답했다.

“게를라슈를 위해. 반드시 복수해 주게나.”

그러자 좌중이 다 함께 복창했다.

“게를라슈를 위해.”

“마르세유 시민 방위위원회 출범에 더할 나위 없는 적기일세. 마르세유 시민들은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니까. 싸늘하게 죽은 기사의 주검이며, 흥건한 피 웅덩이며. 혼자 전진하던 버스와 반쯤 정신이 나간 아랍 쥐새끼까지…”

“무슨 헛소리야. 살인범은 절대 미친놈이 아니었어. 그냥 쥐새끼가 쥐새끼 같은 일을 한 것뿐이지.”

“노조는 죄다 머저리들이야. 정책도, 플래카드도, 뭐 하나 제대로 내놓은 게 없잖아. 하지만 우리 식구들을 좀 보라고.”

“이참에 노조에게 통쾌하게 한 방 먹였어. 사방에 우리가 뿌린 전단지와 벽보 천지라고. <마르세유는 두렵다-마르세유시민방위위원회>라고 쓰인 벽보가 모든 벽을 도배했지. 그 위원회가 누구라고? 바로 우리지. 오늘 장례 인파도 온통 우리 이야기뿐이더군.”

“그거 알아? 오는 길에 아랍 새끼 한 명 눈에 띄지 않더군. 심지어 공사판에서까지 말이야. 죄다 꼭꼭 숨어 버렸나 봐. 잔뜩 쫄아서.”

“부디 앞으로도 쭉 그러길.”

이번에는 페레이라가 잔을 들었다.

“앞으로 모든 일은 우리 손에 달렸네. 마르세유시민방위위원회가 승리할 걸세.”

그때 누군가가 페레이라를 향해 소리쳤다.

“아랍 놈들을 모두 바다로.”

이번에는 모든 좌중이 동시에 발을 구르며 연호했다.

“아랍 놈들을 모두 바다로.”

어느새 소란이 잦아들자, 피콩 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기지개를 켰다. 그는 불끈 힘이 솟았고, 뜨거운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마침내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는 옆에 있던 뤽 로시에게 몸을 수그리고 말했다.

“아랍 놈들을 바닷물에 처넣으려면 누군가 살짝 밀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어? 누가 그런 일을 할 최고 적임자일까? 뤽, 수다는 이것으로 충분하네. 덕분에 컨디션이 확 좋아졌어. 이제 자네, 인디언 마을로 로데오 한 판 뛰러 갈 텐가?”

뤽은 평소처럼 잠자코 일어섰다. 다른 누구도 아닌 피콩 반장의 명이었다. 15구 경찰서에서 피콩은 곧 법이었다.

한편 거기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페레이라가 손에 잔을 쥐고 미소를 띤 채 남몰래 ‘고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피콩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일진이 매우 나쁜 하루를 보낸 듯, 경관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피콩이 뤽과 함께 주방을 거쳐 비상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자, 페레이라는 ‘해결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대형사고로 레이싱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그 선량한 사내는 오늘처럼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저녁 파티 장소에서 경호원 노릇을 했다. ‘해결사’가 다가오자, 페레이라가 피콩과 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두 사람 보이지? 둘이 어딘가로 순찰을 갈 모양이야. 저 둘을 따라가 보라고. 피콩을 잘 지켜봐. 다른 쪽은 별로 신경 쓸 필요 없고, 피콩만 잘 지켜보면 되네. 조용히 자기 집으로 돌아가 얌전히 술을 깨도록 말이야. 그 사람 집이 어디인지는 자네도 알지?” ‘해결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페레이라가 지폐 두 장을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어줬다. “귀찮을 텐데, 시간 외 근무해줘서 고맙네. 임무 완수하는 대로 곧장 돌아와 보고해주게.”

‘해결사’는 혼자 가기는 불안했는지 친구 한 명을 차에 태워 피콩이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순찰 나가는 거지? 우리도 끼워줄 텐가?”

피콩은 잠시 고민했다. 저 두 사람과 같이 가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저 둘은 분명 우리 식구고, 목격한 일을 쉽게 나불댈 자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페레이라의 입을 통해 적당히 우리 편에게 소문을 흘려줄 수는 있지. 그럼 더 많은 이들이 우리 일에 공모자로 가담해줄 테고. 단독사건보다 더 큰 파장을 유도할 수 있을 거야. 그래, 나쁘지 않겠어.

“좋네. 하지만 내 차로는 안 되네. 불편한 건 딱 질색이거든. 대신 자네의 저 폼나는 메르세데스를 타고 친구와 함께 뒤따라오게.”

피콩은 자기 소유의 피아트 차량 조수석에 올라타, 차키를 뤽에게 넘겼다.

“자네가 운전하게. 나는 너무 많이 마셨어.”

메르세데스가 그들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섰다. 피콩이 ‘해결사’에게 설명했다.

“일단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한 바퀴 순찰을 돌 걸세. 포르트 덱스쪽으로 올라갔다가, 상황이 괜찮으면 라칼라드쪽으로 향할 거야.” 

‘해결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라칼라드는 익숙하지 않은데. 복잡한 골목에서 길을 잃을 걸세.”

“걱정말게. 그곳은 15구 경찰서 관할구역이니까. 뤽과 내가 훤히 꿰뚫고 있지. 게다가 그런 종류의 동네는 우리에게 언제나 기분 좋은 추억을 선사하거든. 아마 자네는 알제리 출신이 아니라서(아니, 혹시 알제리 출신인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말일세. 일단 포르트 덱스쪽으로 먼저 올라가세. 오늘 밤 쿠스쿠스와 민트차 거리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펴보자고.”

피콩은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CDM(2) 벽보가 잘 붙어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결과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그가 발견한 벽보들은 족히 백여 개는 넘어 보였다. <마르세유는 두렵다>가 사방을 도배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피콩은 점점 더 흥분됐다. 마침내 포르트 덱스에 도착했다. 한창 붐빌 시간인데 한산했다. 점포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두 대가 나란히 멈춰서 차창을 내렸다. 피콩이 ‘해결사’에게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았어. <마르세유는 두렵다>는 아주 긴장감을 높이기에 안성맞춤인 슬로건이지. 하지만 이제는 낡은 슬로건일세. 오늘 밤부터 두려움을 느끼는 진영이 뒤바뀔 테니까. 좋았어. 이제 라칼라드쪽으로 내달려 볼까?”

피콩이 입을 열자 살짝 시큼하게 변한 아니스 술 냄새가 훅 끼쳐왔다. ‘해결사’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이야말로 사내를 침대로 보낼 절호의 찬스인데. 대체 무슨 말로 사내를 설득해야 하지? 남자는 결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었다. 다시 두 자동차가 시동을 켜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드라그 도로를 거쳐 라칼라드에 도착했을 때, 피콩 팀은 난민수용소로 활용 중인 캉파뉴 레베크 단지와 단독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갓길에 정차해 있던 경찰호송차 한 대를 발견했다. 뤽이 손을 흔들어 동료들에게 인사했다. 

“15구 경찰서 소속 차량이군요. ‘정차 대기’ 중인 모양이에요. 게를라슈의 장례식 이후 일어날 충돌사태를 기다리는 중인가 봅니다.” 

“솔직히, 내가 기다리는 것도 같은 것인데 말이야.”

두 차량은 교차로 지점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여 포몽대로쪽으로 진입했다. 왼편으로 테르미뉘스 주점이 마감 중인 모습이 보였다. 남자 서너 명이 부지런히 가게를 쓸고 닦으며 정리 중이었다.

피콩은 퍼뜩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뤽,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테르미뉘스 주점 앞을 천천히 지나가 주겠나?”

두 차량은 단독주택가를 빙 돌아, 다시 15구 경찰서 소속 호송차가 계속 ‘정차 대기 중’인 구역을 거쳐, 포몽대로로 진입했다. 테르미뉘스 주점 앞에 다다랐을 때, 한 청년이 가게에서 나와 대로변쪽으로 두 발을 쭉 뻗은 채 테라스를 두른 담장 위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계속 전진하게.” 피콩이 말했다.

“됐어. 여기서 주점으로 돌아가지. 주점 앞에서 잠시 대기해주게. 아까 그 청년에게 잠시 볼 일이 있으니까. 시동은 끄지 말고. 내가 신호하면 다시 출발하라고. 내 말 알아듣겠지?”

“그럼요. 어렵지 않은 걸요.”

피콩은 ‘해결사’에게도 신호를 했다.

“우리는 잠시 주점 앞에 정차할 걸세. 아까 그 청년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자네는 우리를 추월한 다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자, 그럼 출발하세.”

피아트 차량이 방향을 틀어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메르세데스도 피아트를 추월했다. 피콩이 차창을 내려 우측을 봤다. 그는 집중해서 잠시 후 해야 할 동작들을 머릿속에 차근차근 떠올려봤다. 그는 벨트 쪽으로 오른손을 내밀어 총을 잡았다. 총은 잘 있었다. 게를라슈의 장례식이 열린 오늘 그는 종일 이 총을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그는 극도의 흥분에 잠긴 채 한 손으로 총을 만지작거리며 언제든 뽑을 준비를 했다. 마침내 그가 탄 차량이 주점 앞에 정차했다. 

피콩이 아랍어로 청년을 불렀다. 청년이 담장에서 뛰어내려 그에게로 다가왔다. 피콩이 아주 날렵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총을 뽑아들어, 몸을 수그리던 청년의 가슴팍을 겨냥해, 증오와 희열에 들뜬 채 정확히 청년의 흉골 중앙에 총부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청년은 미처 뒤로 움찔할 여유도 없이 총알을 맞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청년의 몸이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살인자는 서둘러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뤽이 거칠게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힘이 쭉 빠지고 넋이 나간 피콩이 아무렇게나 세 번째 총알을 쏘아댔다. 피아트에 이어 메르세데스도 출발했다. 두 자동차는 부리나케 좌회전을 돌아 현장을 떠났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두 자동차가 시동을 끄고 멈춰 섰다. 새하얗게 질린 뤽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피콩에게로 달려들었다.

“이런 개자식이.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나를 시궁창 속으로 끌어들여? 내가 알았더라면 아까 호송차에 앉아 있던 5구 경관들에게 인사를 했겠어?”

“첫째. 자네는 몰랐다고 할 수 없네. ‘인디언 마을로 로데오 한 판’ 뛰러 가는 게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고? 둘째, 시궁창에 빠진 사람은 아무도 없네. 마르세유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랍 새끼들이 제발 고국으로 꺼져주길 바라니까. 정부도 정치인도 다들 팔짱만 끼고 사태를 방관만 해. 그러니 그들의 일을 대신할 결단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가령 나 같은 사람 말이야. 나는 아랍 놈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그놈을 쏘아 죽였어. 아랍 놈들이 벌벌 떨면서, 목숨을 부지하려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려고. 마르세유 시민들은 두 팔 들어 환영할 일이지. 게다가 아랍 놈 시체 따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기자? 판사? 경찰?”

‘해결사’가 다정한 몸짓으로 뤽에게 다가왔다.

“피콩 말이 맞네. 굳이 오늘 일의 진상을 밝혀내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거야. 조금 전에 우리가 주차했던 곳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15구 호송 차량을 지켜볼 수 있었네. 사실 경관들은 우리와 마주쳤으니 당연히 우리가 동네를 순찰 중이라는 걸 잘 알았을 거야. 그리고 분명 우리가 첫 번째 총성을 들었을 때 저들도 똑같이 총소리를 들었을 테고. 아주 고요한 밤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저들은 태연히 시동을 켜고 세 번째 총성이 울릴 때쯤 차를 돌려 경찰서 쪽으로 향하더군. 아무 일에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야. 이미 엎어진 물일세. 게다가 앞으로 수사는 없을 테고. 이제 우리는 피콩을 집으로 데려다주고, ‘푸드르’로 돌아가 마저 파티를 즐기자고. 필요하다면 50명의 목격자가 우리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줄 테니. 우리가 밤새 ‘푸드르’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다고 말일세. 그러니 이제 돌아가세.”

 

에필로그

1973년 8월 28일~29일로 넘어가는 야심한 밤, 마르세유에서는 마그레브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16세의 알제리인이 라칼라드에서 살해됐다.

북아프리카인 시신 한 구가 에스타크에서 피가 흥건한 웅덩이에서 발견됐다.

알제리인 한 명이 기찻길 옆에서 도끼에 머리를 찍힌 채 사망했다.

9월 첫째 주에서 셋째 주까지, 마르세유 지역에서 한밤중에 살해된 마그레브인은 17~18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거나, 유죄선고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자는 『소설 마르세유 73』(3)에서 희생자 가족과 그해 마르세유를 담당한 다캥 경찰서장의 시각에서 라칼라드 살인사건을 다뤘었다. 이번 단편에서는 똑같은 사건을 살인범의 시선에서 써봤다. 

 

 

글·도미니크 마노티 Dominique Manotti
1942년 파리 출생. 범죄 소설가로 2011년 탐정문학의 그랑프리를 받았다.  대학에서는 19세기 경제사를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1961년 프랑스령 알제리 지지 세력이 창설한 비밀군사조직(OAS)은 알제리와 프랑
스 등지에서 수많은 테러를 자행했다.
(2) 마르세유 시민 방위위원회의 약자.
(3) 『Marseille 73』, Les Arènes, Paris,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