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레바논에서 대량제조되는 마약 캡타곤

근동에 몰아치는 마약 열풍

2023-07-31     클레망 지봉 | 기자

캡타곤의 인기가 페르시아만 왕정국가들 사이에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쾌락을 유발하는 합성 마약 캡타곤은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 향정신성 의약품 시장의 규모는 이제 60억 달러 이상인데, 미국과 영국 당국은 그 10배인 6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리아와 아랍 국가들 간 관계가 회복된다고 해도, 이 방대한 마약 밀매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과일, 초콜릿, 후무스, 터키과자, 도자기, 심지어 동물 창자까지. 캡타곤(Captagon)은 온갖 화물 상자에 숨겨진 채 밀거래된다. 향정신성 합성 약물인 캡타곤은 근동지역의 국경 초소에서 매년 수천 킬로그램씩 압수된다. 지난 3월, 이란 당국은 시리아 데이르 에조르주(州)와 이라크 서부 안다르 사막 지역 사이 국경에서 사과 상자 속에 숨겨진 캡타곤 최소 300만 정을 압수했다. 이로부터 몇 주 후,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캡타곤 800만 정을 압수했다고 발표하며 알약 더미 뒤에서 카메라를 등지고 줄지어 선 밀수업자들의 사진을 공개했다.(1) 

2020년, 미국 싱크탱크 뉴 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는 캡타곤 밀거래 규모가 35억 달러에 달하며 2021년에는 57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2) 캡타곤 밀거래 주요 관련국은 근동 국가들과 페르시아만 왕정국가들이지만 마그레브 지역에서도 종종 압수 사례가 보고된다. 작년 11월, 모로코 당국은 레바논에서 실어 보낸 캡타곤 200만 정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때 압수된 분량 중 일부는 서아프리카 국가로 재반출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페르시아만 왕정국가에서 파티 약물로 인기 높아 

캡타곤 거래의 매력은 우선 높은 마진이다. 저렴한 재료를 합성하므로 제조가 쉽고, 밀거래 마진이 높아 구미를 자극한다. 캡타곤 한 알의 원가는 몇 센트에 불과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에서 20달러에 팔린다. 약효 지속시간이 길다는 것도 매력이다. 한 알을 복용하면 최대 4일 효과가 지속된다. 

또한, 마약처럼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는 것도 거래업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공식적으로는 금지됐지만, 소비자들은 알코올이나 대마초, 코카인, 헤로인처럼 이슬람 종교 당국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물질보다는 캡타곤이 덜 해롭다고 여긴다. 뉴라인스 연구소 보고서 공동작성자인 캐럴라인 로즈는 “캡타곤은 페르시아만 왕정국가들에서 유흥용 약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라며, “향정신성 물질에 대한 문화적 금기를 우회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시험기간 각성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등 생산성 향상 효과도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인기가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1960년대 초, 독일 기업 데구사 제약 그룹(Degussa Pharma Gruppe)은 암페타민 계열의 합성약물인 페네틸린 성분의 향정신성 의약품 캡타곤을 출시했다. 주의력 결핍 혹은 발작성 수면장애 환자에게 처방되던 이 흰색 알약에는 초승달 모양의 알파벳 ‘C’가 2개 맞물려 찍혀 있었다. 이 약에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군인, 학생, 심야파티를 즐기는 이들이 이 약을 찾기 시작했다. 

의료 외 목적 복용 가능성과 의존성 위험 때문에 국제연합(UN) 향정신성 물질에 관한 협약은 1986년 페네틸린을 관리대상 물질 제2목록에 올리고 캡타곤의 제조와 판매를 제한했다. 몇 년에 걸쳐 서유럽 내 재고 대부분이 폐기된 후 캡타곤 비공식 무역에 최초로 뛰어든 것은 발칸 반도다. 불가리아는 캡타곤을 제조해 튀르키예와 근동지역으로 수출했다. 

유럽 마약 및 마약중독 감시기구의 과학 분석가 로랑 라니엘은 “밀수업자들은 기존 캡타곤 재고를 소진한 후 페네틸린을 암페타민 황산염으로 대체해 재생산했다”라고 설명하며 “캡타곤이라는 명칭은 그대로지만, 화학공식은 완전히 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말, 불가리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준비하고 튀르키예와 EU와의 관계가 개선돼 밀수가 어려워지자 캡타곤 생산지는 근동지역으로 옮겨갔다.

오늘날 암페타민 황산염의 주요 생산지역은 여전히 유럽이다. 그러나 캡타곤의 주요 시장은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역이다. 뉴 라인스 연구소 로즈 연구원은 2000년대 초 이후 레바논의 캡타곤 생산시설은 해체됐음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레바논에는 지금도 경계가 허술한 시리아 접경 지역, 특히 베카 평원에 다수의 소규모 이동식 생산시설이 남아있다.

로즈 연구원은 “레바논 당국이 단속을 강화할 때면, 생산시설은 일시적으로 시리아로 이동했다가 단속이 줄어들면 레바논으로 복귀한다”라고 설명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형제가 비밀거래 핵심

캡타곤 밀수업자들과 레바논 군인들이 충돌하기도 한다. 밀수업자들은 발포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2월, 베카 평원의 하우르 탈라 마을에서 마약을 단속하던 레바논 군인 3명이 사망했다.(3) 캡타곤은 레바논과 페르시아만 왕정 국가들 사이에 외교적 긴장을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2021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는 레바논산 과일과 채소 수입을 금지했다. 밀수업자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지난 4월, 레바논 경찰특공대(ISF)는 레바논 북부 연안 도시 트리폴리에서 캡타곤 1,000만 정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캡타곤은 세네갈과 사우디아라비아행 선적 내 고무 화물에 숨겨진 상태였다.

레바논이 유일한 캡타곤 생산거점은 아니다. 로즈 연구원에 따르면, 캡타곤의 최대 생산국은 시리아다. 시리아의 생산시설은 ‘공장’ 규모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통제 하에 있는 해안을 따라 15개 이상의 ‘산업형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수도인 다마스쿠스, 알레포, 홈스도 예외는 아니다.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접경 지역에서 생산된 캡타곤은 육로로 수출된다. 철권통치가 펼쳐지는 시리아에서 캡타곤을 생산한다는 것은, 정치권의 장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서구의 제재로 타격을 입고, 최근까지 접경국 튀르키예, 이라크와의 관계도 냉랭한 시리아는 ‘마약 수출국’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수입원 다각화를 꾀했다. 시리아는 캡타곤 수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본지는 시리아 캡타곤 밀매와 관련해, 핵심인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의 이름은 마헤르 알아사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형제이자 정예부대인 4사단의 실권자다. 로즈 연구원은 “4사단은 정권의 통제를 받는 지역에 위치한, 산업적 규모의 캡타곤 생산시설을 감독하며 요르단 및 레바논과 맞닿은 남쪽 국경지대에서도 입지를 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마약 연구원 토마스 피에트슈만은 “마약 밀매에 대해서는, 모든 이해 관계자가 각자의 정치적 의제에 따라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레바논과 시리아의 캡타곤 소비량이 주변 국가들만큼 많다는 점은 확실하다.

 

“캡타곤은 초국가적 위협”

2022년 9월, 미국은 ‘캡타곤 법’을 채택했다. 캡타곤 무역을 억제하고, 특히 역내유통을 막고자 채택한 이 법은 캡타곤 무역을 미국의 “안보에 대한 초국가적 위협”으로 명시하고 있다. 2021년 12월 이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프렌치 힐 의원은 “시리아 정권과 연계된 마약 생산망 교란 및 해체가 이 법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 법이 역내 공공보건을 개선하고, 알아사드 정권의 불법자금 조달을 제한하고, 근동지역의 안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 따라 동맹국 및 협력국과 함께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3월, 미국과 영국은 캡타곤 무역 관련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했다. 양국은 알아사드 정권이 캡타곤 무역으로 57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했다.(4) 이 수치는 근동지역 캡타곤 시장에 대한 추정치의 10배, 멕시코 카르텔들의 총 마약 거래액의 3배에 달한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 중에는 시리아 정권 고위관리, 주요 기업인, 민병대 지도자, 알아사드 대통령의 측근 그리고 레바논 정당 헤즈볼라의 일원도 있다. 특히 헤즈볼라에는 군사 및 물류 분야에서의 힘을 동원해 캡타곤 생산 및 운송을 보호한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하지만 로랑 라니엘 분석가는 “캡타곤 밀수망은 시리아 국경을 훨씬 뛰어 넘는다”라며, “때로는 시리아 정권의 측근들이 너무 쉽게 희생양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들과 공모 없이, 시리아 정권이 이런 엄청난 양의 캡타곤을 공급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밀수업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캡타곤 무역의 규모를 고려할 때, 페르시아만 국가들에도 제도화된 밀거래망이 있으며 현지 관계자들도 운송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페르시아만 국가 당국은 예멘에서 국민 기호품이 돼버린 마약성 작물 카트(Qat)처럼, 자국 내에서 캡타곤 소비가 일상화되는 것을 막기로 결정했다. 본지가 입수한 UNODC 문건에 따르면 2020~2022년, 페르시아만 국가들 내 캡타곤 압수 건수는 80회에서 513회로, 무려 6.4배로 늘었다. 시리아와 아랍연맹 회원국 간 관계가 정상화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인가? 시리아가 협력국과 주변국의 환심을 사고자 마약밀매에 제동을 걸 것인가? 5월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알아사드 정권은 아랍연맹 복귀를 알리며, 시리아와 페르시아만 왕정국가들과의 외교적 접촉을 강화했다. 

캡타곤 문제는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상 과정에서 이미 논의된 바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관계 정상화 준비를 위해 마헤르 알아사드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관들은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도 캡타곤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캡타곤 생산을 전면 중단하거나 최소한 아라비아반도로의 수출만이라도 중단하는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에 4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는 페르시아만 국가 언론의 보도는 부인했다.(5) 시리아와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의 범위와 캡타곤 밀매망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몇 달간 캡타곤 압수실적이 말해줄 것이다.

한편,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레바논 혹은 시리아발 화물을 감시하자 캡타곤은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거쳐 가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캡타곤이 실린 화물을 여러 차례 압수했다. 요르단을 비롯한 시리아와 레바논 접경국들은 캡타곤 밀매에 점점 깊이 관여하면서, 캡타곤 소비도 늘고 있다. 

 


글·클레망 지봉 Clément Gibon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Adam Lucente, ‘Saudi Arabia seizes 8 million Captagon pills as it courts Syria's Assad to clamp down’, Al-Monitor, 2023년 5월 10일, https://www.al-monitor.com 
(2) Caroline Rose & Alexander Söderholm, ‘The Captagon threat: a profile of illicit trade, consumption, and regional realities’, New Lines Institute for strategy and policy, Washington, 2022년 4월 5일, https://newlinesinstitute.org 
(3) Layal Dagher, ‘Three soldiers killed in Bekaa during raid on drug traffickers’, L’Orient Today, 2023년 2월 16일, https://today.lorientlejour.com 
(4) 보도자료, ‘Tackling the illicit drug trade fuelling Assad's war machine’, Foreign, Commonwealth and Development Office, London, 2023년 3월 28일, https://www.gov.uk 
(5) Maya Gebeily, ‘Arabs bring Syria's Assad back into fold but want action on drugs trade’, Reuters, 2023년 5월 10일, https://www.reut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