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환경오염의 주범들을 보호할 때

다가오는 대규모 재앙

2023-07-31     뱅자맹 페르난데즈 | 기자

프랑스 정책 당국은 경제회복과 고용창출에만 급급한 나머지, 환경과 보건은 제쳐둔 채 산업발전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프랑스 서부지역 상황처럼 산업현장 감시 소홀, 솜방망이 처벌, 규제 미적용, 환경오염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으로 나타난다.

 

배 한 척이 루아르강 어귀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뱃머리에는 프랑스 대통령이 타고 있다. 2022년 9월 22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생나제르 해변에 위치한 프랑스 최초의 해상 풍력발전단지 완공식에 참석했다. 카메라 앞에 선 대통령은 ‘환경 주권’ 실현을 위한 ‘프랑스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홍보했지만, 그 뒤로는 뿌연 안개에 가려진 공장 굴뚝들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토탈’의 정유공장, ‘엘렌지’의 액화가스 터미널, 코르드메 화력발전소, ‘라바 프로텍’의 항공기 외장재 공장, 거대 농산물 가공기업 ‘카길’과 세계 1위 화학비료 기업 ‘야라’의 공장 등 온갖 공장들이 루아르강 상류에 즐비하다. 루아르아틀랑티크주 내 260여 개 공업단지는 환경오염 및 사고에 대한 위험이 높은 ‘환경보호 대상시설(ICPE, Installation Classée pour la Protection de l’Environnement)’이다. 이들 중 9개는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세베소(Seveso)’ 등급이다.(1)

특히, 야라의 공장에서는 질산과 질산암모늄을 원료로 하는 합성비료를 매년 60만t씩 생산한다. 이 두 물질은 2020년 8월 레바논 베이루트항 폭발사고의 원인이기도 하다.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몽투아드브르타뉴에 위치한 이 공장을 ‘감시강화’ 대상 13개 산업단지 목록에 포함시켰다. 야라의 공장에서는 2022년에 질소와 인 60t을 루아르 강으로 흘려보냈고, 독성 분진 200t을 공기 중에 내보냈다. 페이드루아르 지역환경정비주거청(DREAL, Direction Régionale de l’Environnement, de l’Aménagement et du Logement)장은 2020년부터 11번에 걸쳐 야라에 “오염물질을 줄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2023년 1월, 루아르아틀랑티크 주지사는 크리스토프 베쉬 생태전환부 장관의 주도로 새로운 법령을 제정했다. 야라가 현행 법규를 지키지 않을 때마다 하루에 벌금 300유로(한화로 약 43만원)씩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2) 2022년에 전 세계적으로 27억 유로(한화로 약 3조 8,420억 원)의 이익을 낸 다국적 기업에게는 가소로운 수준이다. 동주(Donges)지역 위험관리협회(3)의 활동가 마리알린과 미셸 르클레르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지사는 이 법령으로 기업에 유예기간을 준 셈이다. 직원, 주민, 환경을 위협하는 기업에 맞설 긴급조치가 없다.” 그럼에도 야라는 국가의 이 결정이 “합당하지 않고”, “행정적 집착”이라며 낭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국가가 전략산업들을 직접 경영했다.(4) 그러나 1986년 우파가 재집권하면서, 건축자재 기업 생고뱅부터 국영 석유화학기업에 이르기까지 유례없는 민영화 바람이 불었다. 르노 베코, 마리 기, 안 마르샹 교수는 “국가는 이들 기업에서 자본금을 회수하면서 감독 권한도 포기했고” 이 때문에 “산업 생산 분야에서 직업적, 환경적 위험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하청과 고용불안정 등이 심화됐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민영화 이후 경영진들은 위생 및 안전 관련 노조위원회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위원회에서는 정보 전달 및 생산 관련 중요 조치 시행 등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5) 하지만 2017년 일명 ‘마크롱’ 법령에 따라 위원회들은 폐지됐다. 

같은 시기, 토탈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에 공장을 건설한 것처럼 생산업체들은 세금 등에서 규제가 약한 국가들로 위험요소들을 이전했다. 결국 프랑스에서는 2000~2016년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6) 이에, 정부는 민간기업들의 공장 해외이전을 막고 이전한 공장들을 프랑스로 재이전하게 하는 데 막대한 공공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투자계획 2030’에 따라 5년에 걸쳐 540억 유로(한화로 약 76조 9,020억 원)의 보조금이 기업들에 지급된다. 또한, 정부는 규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게끔 조절하기로 했다. 

 

국민 건강과 환경보다 기업 이익이 우선

지난 5월 11일,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 보호를 위해 유럽연합의 환경관련 규제 제정 ‘중지’를 촉구했다. 이런 대통령의 발언에 수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역사학자 토마 르루는 다음과 같이 정부의 불합리한 행태를 비판했다. “국가는 지난 20년 동안, 국민 건강과 환경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시해왔다.” 게다가 역대 정부들은 경영인들의 압박에 못 이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2009년에 ICPE 등록 절차를 도입했는데, 허가와 신고의 중간 성격을 지닌 이 등록제도로 인해 허가 의무 공장 수가 1/3로 줄었다. 게다가 제3자 및 환경보호 단체의 이의제기 기한도 4년에서 4개월로 단축됐다. 2016년에는 일부 시설 관련 환경영향평가가 유보됐고, 2018년에는 공개조사 절차도 간소화됐다.(7)

토마 르루가 언급한 ‘산업체 처벌 면제’ 역시 국가의 업무 관행에서 비롯됐다. 산업 시설 운영자가 범법 행위를 저지르면, 지역환경정비주거청의 조사관들은 해당 지역 주지사의 재량에 따라 행정처벌을 권고하거나, 형사처벌을 위해 검찰에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정에는 사건이 넘쳐나므로, 조사관들의 열정은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일부 조사관들은, 보건이나 환경보다 고용창출을 중시하는 상사에게 탄압을 받게 된다. 익명의 한 조사관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주지사의 동의 없이는 소용이 없다. 정계와 산업계가 유착되면 정당한 일처리가 불가능하다.”

전국 산업 및 광업 엔지니어 노조(SNIIM, Le Syndicat National des Ingénieurs de l’Industrie et des Mines)는 산업체 감독 권한을 자율성이 보장된 독립기관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노조원들의 증언처럼, 주지사가 경제 회복을 구실로 조사과정에 상당한 압력을 넣기 때문이다. 루아르아틀랑티크 8선거구 국회의원인 바티아스 타블(LFI당)은 “공무원들과 기업들 간의 유착관계 때문에, 공중보건보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 된다”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산업체는 필요하고, 재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공장가동 및 설치조건은 개선해야 한다. 우리 지역은 에너지 전환의 모범사례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환경정비주거청(DREAL)의 한 조사관은 “정부의 경제부양계획에 따라 행정기관은 경제 관련 연구만 재촉했고, 기업들은 정부에 빠른 허가를 내주도록 압박했다”라고 설명했다. 2001년 툴루즈 화학공장 폭발사고 당시 발생한 자연재해 때문에 산업체 현장 검사 빈도가 늘어났지만, 2007년 2만 8,500건에서 2018년 1만 8,200건으로 현재는 감소 추세다. 2019년 루앙 뤼브리졸 공장 폭발사고 이후, 생태전환부에서는 검사 횟수를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추가적인 재원이 부재한 까닭에 ‘검사시간 단축’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50만 개의 ICPE 시설들을 감독하는 조사관 수가 1,600명 남짓이다. 퇴직한 한 조사관이 털어놓았다. “조사관들은 세베소 등급의 초대형 시설들을 점검한다. 주유소 등 신고대상 시설들을 포함해 중간급 시설들은 실상 방치 상태다.” 신고대상 시설 점검은 민간 하청업체나 산업체 자체에서 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환경정비주거청(DREAL) 조사관은 “하지만 자가점검 원칙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업체에서 알리지 않는 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큰 사고가 난 후에야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신고 대상으로 바뀐 업체들은 감시망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이들은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잔류성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우발적 위험과 만성적 위험 예방, 환경오염 방지를 균형 있게 이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시설을 단속할 권한이 주어져야 하지만, 환경부 소속임에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제재 수위는 너무나도 약하다. 이는 정치적 우선순위의 문제다.”

한 고위공무원도 “환경법 위반 사례를 수없이 목격한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기업들이 법규를 위반해도, 장관들은 정부의 원칙에 따라 입을 다문다. 정말 힘든 상황이다.” 지난 1월, 베쉬 생태전환부 장관이 야라 문제에 공식 개입한 일은 정부의 적극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생태전환부가 발표한 2023~2027년 ICPE 관리 전략 방향을 살펴보면, 일부 기업들은 재정적 책임을 면제받는다. 즉, 법규 불이행을 대비한 보증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보증금은 환경법(R.516-1항)에 규정된 사항임에도 “경영인들에게는 너무 큰 금액이고, 대상시설 감독 면에서는 과도한 행정적 부담”이라는 게 이유다.(8)

 

“당신들이 아픈 건 술과 담배를 즐긴 탓”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업들 중 70%는 회복이 불가능하다.(9) 이런 사례를 통해 민간 기업들의 위험에 대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산업분야 사건 및 사고에 대한 공공 데이터베이스인 아리아(Aria)에 따르면, 2021년 ICPE 시설에서 1,571건의 ‘이벤트’가 발생했고, 사건· 사고 또는 악화된 상황으로 말미암아 매해 여러 명의 사망자와 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프랑스에서 연간 신규 암 환자 발생 수는 1980년 17만 건에서 2018년 38만 2,000건으로 증가했다.(10) 그럼에도 산업체들이 배출하는 수많은 물질들 가운데 관리 대상 물질의 수는 아주 미미하다. 2019년 9월, 페이드루아르 지역보건관측소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나제르 유역 주민들 중 65세 이하 사망률은 전국 평균 대비 28% 이상 높았다. 주된 사망원인은 암과 호흡기 질환이었다.(11) 생산노동자 비중이 전체 주민의 약 2/3인 한 지역에서는 남성의 초과사망률이 38%에 달했으며, 석면으로 인한 재앙도 겪었다. 

미셸 베르귀 생나제르 부주지사는 생나제르 유역에 거주하는 빈곤층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을 언급하며 즉각적으로 보고서의 결과를 폄하했다. “암의 원인은 산업오염이 아니다. 술과 담배다.”(12) 부주지사의 이런 발언에 대해 야니크 보그르나르 루아르아틀랑티크 상원의원(PS당)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아동 중 30%가 호흡기 질환에 감염됐다. 그러면, 그 아동들도 술과 담배를 즐겨서 그렇게 된 건가?”라고 반박했다.

부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원과 지역활동가들의 노력 끝에 3년이 지난 뒤, 해당 지역에서는 역학조사 이전에 지역조사가 실현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2022년 12월 16일, 부주지사는 단체들과 협의에 나서는 대신, 이들이 질문만 퍼붓고, 민주적 절차 이행을 방해하며, 야라의 대리인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보그르나르 의원은 “생나제르의 사회 구조는 권리 요구에 있어 매우 단호하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다른 주민들에게 상황을 미리 경고하는 역할을 하므로, 반대 의견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정부 인사들은 불편해한다.” 

2022년 10월 14일에도 생나제르 부주지사의 집무실 앞에는 “야라도, 국가도 도망치고 우리만 남았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생태전환부 장관은 10월 13일을 ‘위기에 강한 모두’의 날로 정했다. 마리알린 르클레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국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위험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우리 시민들은 우리가 초래하지도 않은(기업 때문에 생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13) 

 

 

글·뱅자맹 페르낭데즈 Benjamin Fernandez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1976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세베소(Seveso)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유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수많은 주민들이 화상을 입거나 피부병에 걸렸고, 가축 수만 마리가 죽었다. 이후 EU에서는 유사한 사고 및 환경 재난을 막기 위한 ‘세베소 지침’을 만들었다.(-역주) ‘Géorisques’ 사이트 자료, https://www.georisques.gouv.fr
(2) 지난 6월 12일, 생나제르 부주지사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부과된 벌금의 일부 금액인 51만 9,000유로를 청산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Frédéric Salle, ‘Pollution. Amende record pour le fabricant d’engrais Yara France, près de Saint-Nazaire 환경오염. 생나제르 근처에 위치한 비료 제조업체 야라 프랑스에 부과된 전례 없는 벌금’, <Ouest-France>, Rennes, 2023년 6월 13일.
(3) ADZRP, Association Dongeoise des Zones à Risques et du PPRT(Permanency Planning Review Team: 지속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검토하는 팀 
(4) Justin Delépine, ‘Comment les privatisations ont accéléré la désindustrialisation 민영화는 어떻게 탈공업화를 촉진시켰나’, 2023년 6월 19일, www.alternatives-economiques.fr
(5) ‘Pour un décloisonnement scientifique de la santé au travail et de la santé environnementale 직장 내 보건과 환경 보건의 과학적 장벽 제거를 위해’, Sociétés contemporaines, Paris, 2021년 1월.
(6) ‘Les politiques industrielles en France - Évolutions et comparaisons internationales 프랑스의 산업 정책 - 변화 및 국제 사례 비교’, France Stratégie, Paris, 2020년 9월.
(7) Antony Burlaud, Allan Popelard, Grégory Rzepski (dir.)의 『Le Nouveau Monde. Tableau de la France néolibérale. 새로운 세계. 신자유주의 프랑스의 초상』 중 Thomas Le Roux, ‘L’industrie du risque 위험한 산업’, Éditions Amsterdam, Paris, 2021년.
(8) https://www.ecologie.gouv.fr
(9) Luc Laborde, ‘Prévention du risque incendie : enjeux et principes 화재 위험 예방: 쟁점과 원칙’, <Hygiène et sécurité du travail>, Paris, 2019년 6월, n° 255.
(10) Anne Thuret, Christine De Peretti, Isabelle Grémy, ‘20 ans de santé publique. Évolution de l’état de santé depuis 20 ans : l’évolution de la surveillance épidémiologique des maladies chroniques au cours des vingt dernières années 공중보건 20년. 20년에 걸친 보건 상태의 변화: 지난 20년 동안 만성 질환에 대한 역학 감시의 변화.’, <Actualité et dossier en santé publique>, Paris, n° 80, 2012년 9월. Cf. ‘Cancers : les chiffres clés 암, 중요한 수치’, 국립암연구소, 2023.2.13, https://www.e-cancer.fr
(11) ‘La santé des habitants de la Carene. Communauté d’agglomération de la région nazairienne et de l’estuaire 생나제르 및 하구 지역권 주민들의 건강’, 페이데루아르 지역보건관측소(Observatoire régional de la santé des Pays de la Loire), Nantes, 2019년 9월.
(12) ‘Saint-Nazaire. Pour le sous-préfet, ce n’est pas la pollution qui cause le cancer 생나제르 부주지사, 암의 원인은 환경오염이 아니다’, <Presse Océan>, Nantes, 2019년 12월 6일.
(13) Evelyne Pieiller, ‘Résilience partout, résistance nulle part(한국어판 제목: ‘넛지 유닛’과 회복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2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