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이프와 테크노뮤직
지난 3월, 마르세유에서 바벨 뮤직 XP 페스티벌이 열렸다. 페스티벌 기간 중 이른바 ‘월드뮤직’ 전문가 2,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콘서트와 포럼 등을 개최했다. “일렉트로닉 뮤직과 전통음악, 미래의 조합?”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원탁에서 발표자들은 40년 동안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사운드 실험의 성과를 칭찬했다.
그런 실험 덕분에 오늘날 젊은 예술가들은 허디거디(Vielle à roue, 손잡이를 돌려 현을 타는 일종의 현악기), 샤브렛 리무진(Chabrette limousine, 프랑스 리무쟁 지방의 전통 백파이프-역주), 비니우(Biniou,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 백파이프-역주), 에피네트 데 보주(Épinette des Vosges, 지터 류의 전통 발현악기-역주) 등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이를 대중화하고 있다. 싱클레어 링엔바흐는 고향집 다락방에서 에피네트 데 보주를 발견하고는, 여러 아랍 지방어로 노래하는 가수 반다 포르트와 결성한 듀오 그룹 ‘카인과 무치(Caïn و Muchi)’의 연주에 전자음 효과를 도입했다. 링엔바흐는 그런 음향효과가 “곡을 실제보다 더 추상적으로 들리게 만든다”고 말했다.(1)
한편, ‘쉬페르 파르케(Super Parquet)’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루이 자크는 자신의 연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2) “내가 내 모국어를 선택한 것이 아니듯이 내가 이 악기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신시사이저, 드럼 머신, 시퀀서를 활용하는 뮤직밴드에서 제 자신을 표현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진법으로 사고하는 기계를 삼박자 음악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4인조 그룹은 2014년부터 “중앙산악 지대 스타일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네오트라드’ 운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룹 중 하나인 쉬페르 파르케는 지난 봄에 트리오 브라마(Brama), 라디오 투티 & 바리야 시스터스(Radio Tutti & Barilla Sisters)와 함께 “전통 음악과 일렉트로닉 트랜스의 융합이 창출하는 스펙터클한 충격”을 약속하는 투어콘서트 ‘발 바레(Bal Barré)’에 참여했다.
‘발 바레’라는 타이틀은, 온음계 아코디언이 자아내는 디트로이트 테크노(Detroit techno,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발상지로 하는 테크노 음악의 한 장르-역주)(3) 특유의 리드미컬한 박자에 맞춰 빙글빙글 도는 댄스를 연출하는 댄스 듀오 ‘튀르푸(Turfu)’가 고안한 다양한 댄스 포메이션을 선보이는 또 다른 축제 개념인 ‘테크니발(Teknival, 모든 사운드 시스템에 개방된 대규모 무료 파티-역주)’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르 망쥬 발(Le Mange Bal)’이나 ‘파타트 사운드 시스템(Patates Sound System)’ 같은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들이, 옥시탄어로는 ‘발레티(baléti)’로, 브르타뉴어로는 ‘페스트노즈(festnoz)’로 불리는 이 대중음악축제에 참여하면서, 위기에 처한 디스코텍과 당국의 억압을 받는 ‘레이브 파티(Rave Party)’에 등 돌린 젊은 대중은 이런 축제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음악축제나 클럽에서 전통 음악과 일렉트로닉 뮤직이 선사하는 무아지경을 경험한다. 글로벌 도시에서 인기 있는 하위 음악장르인 그라임(Grime)과 개버(Gabber)에 백파이프를 도입한 클럽뮤직 아티스트 ‘드 그랑디(De Grandi)’의 싱글 앨범 <라 테크노즈(La Teknoz)>(2022)는 댄스 클럽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오트루아르에 기반을 둔 뮤지션 조합 ‘라 노비아(La Nòvia)’나 베아른 지방의 음반사 ‘파강(Pagans)’에 소속된 뮤지션들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은 뇌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운드, 특히 허디거디 음악, 라 몬테 영(La Monte Young)의 미니멀리스트 음악,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전자음악의 공통된 특성인,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저음을 탐구 중이다. 그 대표적 경우가 프랑스-스위스계 뮤직밴드 ‘라 텐느(La Tène)’와 ‘수르뒤르(Sourdurent)’(4)다.
수르뒤르의 리더 에르네스트 베르제는 추상적인 전자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아티스트다. 그러나 그는 최근 옥시탄어로 부르는 오베르뉴 포크송에 심취해 있다. 그는 자신의 다양한 음악 취향을 카브레트(프로방스 지방의 바람피리-역주), 밴조(재즈나 민속음악에 쓰이는 기타의 일종-역주), 베이스류트 등으로 구성된 4중주에 녹여내며, ‘표준화’라는 이름의 중앙집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반항적인 예술가들은 1970년대의 지역주의적, 저항적 포크뮤직 운동의 흐름을 되살리며, 대중의 새로운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일렉트로닉 아방가르드와 전통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음반가게 디조노르(Dizonord)는 1979년에 처음 발매된 르그렐(Regrelh)의 실험적인 옥시탄어 포크송 희귀 음반 <음유시인의 노래: 새로운 소리의 감미로움>(Cants dels trobadors: La douceur d’un son nouvel)을 최근 재발매했다.(5)
글·에릭 델아예 Éric Delhaye
기자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Caïn و Muchi, <Warda>, 2023.
(2) Super Parquet, <Couteau/Haute Forme>, Airfono, 2022.
(3) Turfu, <Astrale Nouba>, Airfono, 2020.
(4) Sourdurent, <L’Herbe de détourne>, Les Disques Bongo Joe, 2023; La Tène, <Ecorcha/Taillée>, Les Disques Bongo Joe, 2023.
(5) Regrelh, <Cants dels trobadors: “La douceur d’un son nouvel”>, Dizonor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