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모든 문화정책에는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이 담겨”
“거장 르코르뷔지에를 사사하고 돌아온 젊은 건축가 김중업씨가 61년 전 참여해 완성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업무동 지붕의 원형복원 및 신축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김중업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곡선형의 처마선을 원형대로 살리고 1층을 비운 필로티 건물은 다목적실로 개조했습니다. 이 건물은 ‘김중업관(Le Pavillion Kim Chung-up)’이라고 명명했습니다.”
5년 이상의 리모델링 끝에 멋지게 복원된 프랑스 대사관 건물(서울 충정로 소재)에 대해 설명하며, 루도빅 기요 문화참사관(문화원장)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는 “문호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등용하는 등 문화외교를 중시한 샤를르 드골 대통령이 1962년 대사관 건물건축 공모전에서 김중업 씨의 디자인을 최종작으로 낙점한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라며, “대표적인 한국 건축가의 작품 속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건물은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인 김중업(1922~1988)의 설계로 완공된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의 처마처럼 건물 기둥에 내딛은 지붕은, 모서리 끝이 버선코처럼 살짝 들린 채 대사관 건물을 낚아채 하늘로 날아갈 듯 치솟아 긴장감과 경쾌함을 선사한다.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이자 프랑스 건축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였던 김중업은 당시 우리 전통 건축양식을 연상시키면서도, 서구식 노출 콘크리트기법을 한국에 처음 적용해 건축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프랑스 대사관 측이 김중업이 설계한 두 동 가운데 사무동을 헐고 다시 짓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한국 건축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국 정부와의 합의 끝에 보존키로 하고, 몇 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23년에 재개관에 성공했다. 리모델링 설계에는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참여했다. 지난 7월 6일 프랑스 문화업무의 총괄책임자인 기요 참사관을 만나, 최근 확대 중인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외교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요 참사관은 접견실에서 인사를 나눈 후 대사관의 복원 장소 곳곳을 안내하며, 무더운 날씨에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건축가 김중업의 ‘환상적인 지붕’ 원형대로 복원
-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방문이다. 대사관의 이미지가 더욱 예술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하늘로 향하는 지붕이 마법의 양탄자 같다.
“양탄자의 주인공은 단연 ‘김중업관’이다. 옛 대사 집무실 건물을 복원해 다목적실로 탈바꿈했다. 드골 대통령이 ‘김중업이 디자인한 너무나도 환상적인 지붕은 그 자체로 걸작’이라고 평했는데, 원형대로 복원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1층을 비운 필로티 공간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과거 사진을 일일이 찾아보면서 원본과 최대한 비슷한 질감의 재료를 찾으려 힘썼다.
기존 건물인 집무동 및 대사관저와 더불어 고층 타워동과 갤러리동을 신축했다. 이 건물에는 6·25전쟁 당시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대대장 랄프 몽클라르 장군, 한국군 부상병을 구하다 산화한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의 이름을 각각 붙였다. 리모델링 이전에는 경제, 문화 등 여러 업무별 부서가 각각 다른 지역에 따로 떨어져 있었지만, 이제는 한 건물에서 부서 간 상호 긴밀한 소통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돼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화원 대신 문화과에 문화업무 확장 통합
- 이곳에 오니, 예전에 자주 갔던 경복궁 옆 프랑스 문화원 건물이 떠오른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많은 한국 영화인들이 프랑스 문화원에서 예술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꿈을 키웠다. 그런 문화원 건물이 없어진 것에 아쉬워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산재돼있던 대사관의 부서들이 한곳으로 합쳐지면서, ‘문화원’이 없어진 것은 맞다. 문화원의 명칭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Le service culturel de l’Ambassade de France en Corée)로 변경됐다. 예전보다 효율적인 공간 접근성을 통해 한층 다양하고 신속하게 문화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독립된 건물이 없다는 것은, 공간을 초월해 다채롭게 문화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문화적 협업으로 잘 드러난다. 학교, 연극, 오페라, 음악회, 전시회 등에서 한-프 간 문화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즉, ‘프랑스 문화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사라졌지만, 끊임없는 협업을 통해 ‘문화원 없는 문화교류’가 다양해졌다.
현재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5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기간 매우 경사스러운 소식이 있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영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양국 간 영화 분야 협력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는 지난해 한국을 영화 분야 협력 중점국가로 선정하면서 교육, 문화, 산업의 3가지 부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프 영화아카데미 설립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칸에서 국립영화영상센터와 영화아카데미 운영 협약을 맺고 양국의 영화학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와 프랑스 국립 영화학교 라 페미스(La Fémis)를 주축으로 하는 ‘한-프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양국의 영화학교는 각 나라에서 학생 8명씩 선발해 프랑스와 한국에서 각각 14일 동안, 총 28일 동안 교류 행사를 진행한다. 프로그램에는 한국과 프랑스 현지 영화 산업 관계자 간담회, 스튜디오 방문, 워크숍,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렇게 ‘문화원 없는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 프랑스 문화를 널리 알릴 책임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프랑스 문화의 어떤 점을 특히 알리고 싶은지?
“잘 알려진 것처럼, 프랑스 인권의 3대 이념은 자유(Liberté), 평등(Egalité), 박애(Fraternité)다. 프랑스 문화 홍보정책의 방향도 이 세 가지 이념과 일맥상통한다. 자유는 창작의 자유성을, 평등은 그 창작물을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권리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박애는, 자유롭게 창작된 문화예술을 평등하게 공유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 문화를 한국에 알리기 위한 프랑스 문화과의 가교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68년 한국과 프랑스는 한·불 문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계기로 같은 해에 프랑스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양국 간의 문화교류를 위해 서울에 프랑스 문화원을, 1980년에는 파리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했다. 50년 이상 지속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 문화원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프랑스 문화원’은 설립 이래 어학 등 각종 강좌와 건축, 디자인, 영화, 문학, 미술, 음악, 음식 등 다양한 주제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앞으로도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는 연구 및 대학과의 교류, 예술문화의 보급, 프랑스어 활성화 등을 위해 프랑스와 한국 간 긴밀한 협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문화 및 창조 산업 분야의 교류에 중점을
-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게 문화강국이다. 철학, 문학, 언어학, 미술, 발레, 패션, 영화, 교육, 요리, 와인... 심지어 혁명까지 문화로 끌어올린 나라 아닌가? 요즘에 한국과의 문화교류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지?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교류를 추진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의 강점이라 할 문화 및 창조산업분야(ICC)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영화, 비디오게임, VR 및 AR, 전시, 웹툰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술혁신은 우리 사회의 핵심이며 성공의 지렛대라고 생각한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은 혁신 분야이며, 프랑스와 한국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023년 2월 1일부터 3일까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파트너들이 주관한 <ICC 이머전> 행사에서 문화 분야를 이끄는 15개의 프랑스 혁신기업이 강남 플랫폼엘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ICC 이머전>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설립한 ICC 위원회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구축됐다. 주한프랑스대사관이 설립한 ICC 위원회는 대사관 문화협력부를 중심으로 경제과, 비즈니스 프랑스 서울 사무소, 프랑스 산업재산청(INPI), 프랑스관광청, 한-프상공회의소(FKCCI) 그리고 프렌치 테크 서울(French Tech Seoul)로 구성된다.
3일에 걸쳐 △박물관학, 문화 공학, 게임화, 디지털 아트, △웹툰, 트랜스 미디어, 지적 재산권, 음악, △확장 현실, 메타버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게임의 3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알뱅 미셸(Albin Michel), 프랑스 뮈제엄(France Muséums), 필하모니 데 앙팡(Philharmonie des enfants) 등을 포함한 15개의 프랑스 기업들은 네이버, CJ, 카카오 등을 포함해 문화산업 분야의 700여 국내 유수 기업들과 만나 네트워킹 및 비즈니스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프랑스어의 현실적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나는 최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6월호에서 칼럼을 통해 한국 교육계의 프랑스어 배제를 지적했다. 프랑스 대사관의 각별한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매년 한국에서 프랑스로 약 2,400명의 학생들이 유학을 떠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프랑스 대학으로 가는 한국 유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프랑스어 사용자는 3억 명에 달하며, 2050년까지 8억 명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도 약 5만 명의 프랑스어 사용자가 있고, 50여 개 고등교육기관과 100여 개의 어학기관에서 프랑스어 교육을 한다.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는 비즈니스 프랑스어를 중심으로 프랑스어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및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꾀하고 있다. 또한, 전시회, 페스티벌, 콘서트, 비엔날레 등 한층 다이내믹한 방식으로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 유치 및 각 분야의 유명한 전문가 섭외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금 준비 중인 행사를 하나 소개한다. 서울시가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최할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다. 프랑스국립도서관(BNF)과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내에 조성한 복합단지(ECC) 설계로 유명한 세계적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참여한다. 그가 설계한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 선수촌의 모형과 조감도를 전시할 예정이다. 처음 한국에 공개되는 파리올림픽 선수촌의 모습이 어떨지, 올림픽이 끝난 후 이 지역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한국 방문객들이 현지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출판 강국으로 프랑스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프랑스 출판물을 알리고 있나?
“매년 도서전에 적극 참여해 프랑스 도서들을 알리고,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 선인세지원프로그램(PAP IF)과 세종출판지원프로그램(PAP Sejong)이다. PAP IF는 프랑스어권 작가의 작품을 번역 출간하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한다. PAP IF는 프랑스 출판사와 한국출판사 간에 체결된 계약서에 명시된 선인세를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에서 직접 프랑스 출판사 측에 지불(전체 혹은 일부) 해주는 방식의 지원이다. 연간 3회(12~1월, 3~4월, 6~7월)다. 이에 반해 PAP 세종은 프랑스어권 작가의 작품을 번역 출간하고자 하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하며, 모든 분야에서 지원가능하다. PAP IF가 선인세 지원에 국한된다면, PAP 세종은 저작권료, 번역료, 인쇄비용, 홍보비용 등 한국출판사가 출간 준비에 드는 총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해 좀 더 광범위한 편이다. 연간 2회 시행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상으로 <공쿠르상(Prix Goncourt)> 수상작을 좋아한다. 이번에 프랑스 대사관이 진행한 ‘공쿠르 문학상-한국’이라는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에드몽드 공쿠르 탄생 200주년(2022년)을 맞아 한국은 국제 공쿠르 문학상에 가입한 서른 번째 국가가 됐다. <공쿠르상>은 가장 권위 있는 프랑스문학상 중 하나로, 매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산문 작품들 중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산문’을 선정하여 시상한다. ‘공쿠르 문학상-한국’은 문학을 사랑하고 프랑스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들이 작품을 읽고 직접 공쿠르상 수상작을 뽑아보는 프로젝트로, 현재 35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 행사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는 아카데미 공쿠르와 함께, 지난해 9월에서 2023년 3월까지 제1회 ‘공쿠르 문학상-한국’ 행사를 개최했으며, 한국 내 22개 교육기관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 학생 87명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학생 심사위원들은 2022년의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인 프랑스어 원서 4권을 5개월 동안 읽은 후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한 권을 선정했다. 이는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프랑스어 학습을 촉진하고, 프랑스 문학에 대한 흥미를 고취시키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문학적 관심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프랑스 현대문학이 한국출판사들에 의해 더 많이 번역, 출간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프랑스 작가를 홍보작가로 초청하는 기회도 되는데, 제1회 행사에서는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의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작가를 홍보작가로 초청했다.
2023년 3월 프랑코포니 주간에는 한국의 22개 교육기관의 학생 심사위원단 중 14명의 대표 학생들이 음부가르 사르 작가와 함께 토론심사를 진행하여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다. 최종 수상작은 브리지트 지로의 소설 『Vivre vite』로 선정됐다. 이번 행사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2회 행사가 2023년 9월부터 개최되며,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 프랑스 작가나 감독, 화가, 음악가 등 문화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소통하는 기회를 늘린다면, 양국 간 문화교류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문화교류 사례나 계획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최근의 아주 의미 있는 행사를 언급하고 싶다.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지젤> 발레공연이다. 지난 3월 3~4일 대전 예술의전당, 같은 달 8~11일 LG 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에서 특히 알브레히트 역을 맡아 호연한 기욤 디옵은 공연 기간 중 호세 마르티네즈 POB 예술감독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에투알(POB 최고 등급 무용수) 지명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 무용수 외에 무대와 분장, 경호 등을 포함해 120여 명의 단원이 내한했다. 나는 이 많은 인원과 기술장비를 수용할 수 있는 LG 아트센터의 규모에 감탄했다. 또한 대한민국, 서울에서 이뤄진 프랑스 무용수의 에뚜알 지명을 전 세계에 기사와 매체를 통해 알릴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매우 경이로웠다. 다양한 콘텐츠의 프랑스 문화를 더 많은 한국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늘 고심하는 책임자로서, 이번 발레공연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성공적인 문화교류 사례다. 그밖에도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프 문화교류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프랑스어 판소리, 또 다른 차원의 감동
- 한국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 무엇인가?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 책임자로서 한국의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문화예술 행사는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현장에 참여하면서 한-프 간의 무한한 잠재적 문화예술 협업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전통 오페라, 판소리가 매우 흥미롭다. 한국 판소리에 반해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건너와 판소리를 공부한 카메룬 출신 프랑스인 소리꾼 로르 마포(Laure Mafo)의 판소리 공연을 접한 경험이 있다. 한국어 판소리를 들으며 소리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 아쉬움도 컸는데, 로르 마포의 프랑스어 판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동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루도빅 기요 참사관은 인터뷰 도중 한국어로 드문드문 서툴지만 성실하게 답했다. 모국어와 영어만 쓰려는 예전의 유럽 외교관들과는 다른, 젊은 외교관의 친근한 면모가 보였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 부임하기 전, 마크롱 정부의 문화정책 실세인 프랑크 리에스터 문화부 장관의 보좌관을 지낸 그는 한-프 문화교류에서 남다른 추진력을 보여왔다는 외교적 평가를 받고 있다.
글·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사진·강철민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