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없다면 ‘경찰 범죄’도 없다

소년을 사살한 프랑스 경찰의 만행

2023-08-31     울리케 룬 리보니 l 작가

지난 6월 29일, 낭테르 지역의 한 건물 벽에 한 낙서가 보였다. “영상이 없었다면, 나엘은 사고 통계에 불과했을 것이다. 젠장, 겨우 17세에 죽다니…” 이틀 전인 6월 27일, 17세 소년 나엘 메르주크가 사망한 것이다. 나엘은 프랑스 경찰을 피해 자동차로 달아나다가 경찰이 정면에서 쏜 총을 가슴에 맞고 숨졌다. 한 행인이 당시 상황을 촬영하고 해당 영상이 SNS에 유포되자, 초기 기사들에 실린 경찰의 사건 설명에 의문이 제기됐다. 지휘본부 보고서에는 “6월 27일 오전 8시 22분 시민 1명이 왼쪽 흉부에 총상을 입음. 경찰관이 그를 막기 위해 앞에 섬. 재출발하려던 운전자는 차를 몰고 경찰관에게 돌진함”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천천히 출발하는 차량 옆에서 경찰관 한 명이 총을 발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영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당 영상은, 촬영한 사람의 동료가 게시했다. 영상을 게시한 젊은 여성은 “만약 그 영상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라며 의문을 표했다.(1)

언론에서는 나엘 메르주크의 사망과, 19세 소년 알후세인 카마라의 사망에 대한 반응을 비교했다. 카마라는 2주 전 앙굴렘 외곽의 생티리엑스샤랑트에서 흉부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카마라 사망사건에 사람들의 관심은, 나엘 사망사건에 비해 적었다. 출근길에 경찰 검문을 받은 19세 소년 카마라는 경찰의 말에 저항하며 자동차로 경찰의 다리를 쳤다고 기록됐다. 카마라와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는 한 사람은 “카마라가 경찰관을 공격할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영상 없이 그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냐?”라고 조심스러워 했다.(2)

 

영상만으로 충분할까?

사실 영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어도 정의를 실현하기에는 부족하다. 1991년 26세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로드니 킹은 로스앤젤레스에서 4명의 경찰관에게 무방비 상태로 무자비하게 구타당했다. 그 상황을 한 주민이 소형 캠코더로 촬영했고, 그 영상이 방송을 타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때부터 영상은 증거로 활용됐다. 사람들을 동원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수단이 된 것이다. 주민이 촬영한 영상과 <CNN>이 반복적으로 내보낸 방송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1년 뒤 경찰들은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한 사람들의 분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상 최대의 폭동으로 이어졌다.

1960년대에는 이미 몇몇 단체들이 경찰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흑인단체는 경찰에 의한 사망사건이 계속 벌어지자 로스앤젤레스 와츠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카메라를 사용했고, 1966년 오클랜드에서도 블랙팬서당(흑표당. 미국의 급진적인 흑인 정당-역주)이 카메라를 사용했다. 액트 업(ACT UP, 에이즈 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 직접행동단체-역주)에서도 1980년대에 경찰폭력을 막기 위해, 시위를 촬영하는 영상예술가 그룹을 고용하기도 했다. <DIVA TV>의 공동설립자인 캐서린 건 살필드는 “경찰이 사람들의 손목을 꺾어 부러뜨리고, 시위대의 등과 어깨를 곤봉으로 때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모아뒀다”고 말했다.(3)

하지만 <DIVA TV>의 목적은 약자에게 발언권 또는 존재감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메드베드킨 그룹 등 개입수단으로서의 영화나 대안 텔레비전을 옹호하는 이들과 달리, <DIVA TV>의 카메라는 투쟁의 도구이며, 영상은 증거다. 경찰을 감시하는 행위는 여전히 정치적 관행이며, 투쟁하는 시청각 실험사의 일부였다. 최근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나 2020년 프랑스의 세드릭 슈비아트 사망 사건의 경우, 이웃 주민이나 행인들이 현장을 촬영했다. 그리고 프랑스 오네수부아에서 테오 루아카가 무자비하게 체포되는 장면(2017년)이나 음악 프로듀서인 미셸 제클러가 구타당하는 장면(2020년)이 CCTV 카메라에 포착됐으며, CCTV가 널리 사용되는 미국에서는 일부 폭력 영상이 경찰 바디캠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기록보다 공유가 더 중요하다

ONVP(프랑스국립경찰폭력관측소)나 다비드 뒤프렌이 운영하는 플랫폼 <안녕, 보보 광장(Alldô Place Beauvau)> 등 오늘날의 활동가들에게는 기록보다 공유가 더 중요하다. 사법부와 언론관계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그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 뉴스에서든, 재판에서든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기술적이고 수사학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영상은 전문가나 증인의 입을 통해 설명과 논평이 이뤄지고, 맥락에 맞게 배치된다. 

텔레비전에서는 영상에 물리적인 수정 작업을 한다. 그래픽 삽입은 시청자들이 꼭 봐야 할 곳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슬로우모션은 “시청자들이 영상 속 행동에 의도가 있다고 더 인식하도록 유도한다.”(4) 화면에 슬로우 효과를 걸면 화면 속 사람이 본인의 행동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2019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게이 카마라(Gaye Camara) 사건에서와 같이 영상을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스크린샷을 인쇄하거나 주석을 달아서 대체하는 재판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5)

당국이 사회적으로 영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공권력도 그 영향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경찰이 시위 중 촬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프랑스 내무부는 2008년 12월 23일자 회람을 통해 “경찰관은 초상권과 관련해서 특별한 보호를 받지 않는다(...) 개인의 존엄성 침해나 수사 및 조사와 관련된 정보 유출이 없는 한, 언론이든 개인이든 정보의 자유는 초상권이나 사생활 보호권에 우선한다”라는 것을 경찰들에게 다시 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19년 9월, 디종에서 ‘노란 조끼’ 시위를 하던 젊은 남성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상황을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그는 이 혐의로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해당 판결은 ‘해피 슬래핑(또는 비디오 린치, 폭행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행위)’을 처벌하기 위해 2007년에 도입된 형법 조항에 근거해 내려졌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이 속한 여당은 경찰이 폭력을 저지르는 동영상의 유포를 막으려고 했다. 치안 전반에 관한 법안 제24조는 경찰관의 “온전한 신체나 정신을 해치는”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5년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헌법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눈에는 눈, 영상에는 영상

그러나, 2021년 최종 공포된 해당 법에 따라 경찰관은 건물 로비에 설치된 카메라의 실시간 사용권을 획득했다. 나아가 지방 경찰과 전국경찰위원회(SCPN) 소속 경찰관까지 영상 감시 권한을 가지게 됐다. 녹화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영상으로 공격을 받으면 영상으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합니다”(6)라고 전국경찰위원회의 다비드 르 바 사무총장은 말했다. 

이와 같이 ‘눈에는 눈’ 방식으로 특정 영상의 유포를 막으려고 바디캠이나 CCTV로 시민들의 카메라에 맞서려는 것은 오히려 그 영상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하거나 억압을 폭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위정자들의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위정자들의 생각은 모방범죄에 대한 믿음과 연관이 깊다. 즉 연령과 학력이 낮은 개인은 본 것을 흉내 내면서 폭력에 빠져들기 쉽다는 생각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6월 30일 범부처 위기특별팀에서 담화를 통해 나엘 메르주크가 사망한 이후 서민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봉기가 일어난 데에는 스냅챗과 틱톡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하고, 많은 프랑스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상황을 찍은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비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플랫폼들은 방송 매체 검열에 맞서 자유롭게 녹화물을 방송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주요 주체인 기업들에게는 저항을 지원할 사명이 없다. 스냅챗의 프랑스 홍보 책임자는 7월 10일 프랑스 국회 연설에서 스냅챗이 “내무부 및 여러 당국과 협력해 현장에서 목격된 다양한 일탈 행위를 최대한 신속하게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폭동이 막바지에 이른 저녁에 “게시된 모든 이야기는 폭동과 폭동의 결과에 대해 불평하는 사용자들이 올린 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프랑스 정부 당국과의 협업 결과를 자축했다.

같은 날 아침, 티에리 브르통 유럽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파티가 끝났다고 경고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SNS가 폭동을 악화시킬 수 있는 모든 메시지를 사전에 검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개탄하며,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규정에 따라 “8월 25일부터 그런 종류의 메시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증오 콘텐츠, 폭동을 부추기는 콘텐츠, 예를 들어 살인이나 자동차 방화를 촉구하는 콘텐츠가 있을 시 즉시 삭제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즉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 금지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아랍의 봄 이후 SNS를 자유와 연결시켜온 활동가들에게 환멸의 시기가 온 것일까? 2011년 어떤 튀니지인은 “영상이 없었다면 혁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이 없다면, 또는 영상을 유포할 수단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글·울리케 룬 리보니 Ulrike Lune Riboni
파리8대학 뱅센생드니 캠퍼스 정보통신과학 강사이자 『비디오액티비즘. 시청각 항의 및 영상 정치화 Vidéoactivismes. Contestation audiovisuelle et politisation des images 』(암스테르담, 파리, 2023) 저자.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Mort de Nahel : la femme qui a posté la vidéo du tir du policier dit avoir ‘‘fait son devoir’’ 나엘의 죽음: 경찰관의 총격 영상을 올린 여성은 “의무를 다했다”라고 말했다’, <BFM>, 2023년 7월 8일.
(2) David Perrotin, ‘“Pourquoi personne n’en parle ?’’ : 15 jours avant Nahel, Alhoussein, 19 ans, a été tué par la police à Angoulême “왜 아무도 그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나엘 사건 15일 전, 앙굴렘에서 19세 알후세인이 경찰에게 살해됐다’, <Médiapart>, 2023년 6월 30일.
(3) Catherine Saalfied, ‘On the Make: Activist Video Collectives’ dans Martha Gever, John Greyson et Pratibha Parmar (sous la dir. de), 『Queer Looks. Perspectives on Lesbian and Gay Film and Video』,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1993. 
(4) Zachary Burns, Eugene Caruso et Benjamin Converse, ‘Slow Motion Increases Perceived Inten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 113, 2016.
(5) Nicolas Chapuis, ‘Les tirs de légitime défense par les policiers, une zone grise pour les enquêteurs 경찰의 정당한 방어 사격, 수사관들이 직면한 회색지대’, <르몽드>, 2023년 10월 24일.
(6) Chloé Pilorget-Rezzouk, ‘Les caméras-piétons, une fausse bonne idée ? 바디캠, 좋은 생각이라는 착각’, <Liberation>, Paris, 2020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