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감시하는 지능형 CCTV의 공작술
지난 겨울, 프랑스 국회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대중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위해 자동화 CCTV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민을 감시하는 IT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제조업체를 찾아 이 기술의 구체적인 작동방식을 알아봤다.
‘XXII’사의 기술이사 수하일 아눈은 “저는 ‘자동기술을 통한 인간화’라고 부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좀 더 인간다운 일에 투자할 시간을 벌어주는 방법이지요”(1)라고 자사 비디오 분석 프로그램의 장점을 홍보하면서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점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의 동료 윌리엄 엘딘은 “이 기술의 마술적인 특징은 한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 상상력의 한계가 제한점이라고 할까요”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가 감탄하는 ‘마술적 특징’이란 무엇일까? 바로 컴퓨터 영상으로,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카메라 이미지 픽셀을 처리해 다양한 정보를 추출한다.
몇 년 전 도시 보안 설비 시장에 진입한 신생 기업들은 지능형 CCTV 기술을 활용한 카메라로 혁신을 일으키려는 참이다. 이 기술은 도시를 “더욱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며 혼잡한 대중교통을 해결하고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공공조명 사용 에너지를 90% 절약한다고 선전한다.
이 기술은 또 군중 속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길에서 심근경색을 일으킨 사람을 발견하고 화재 진원지를 파악해 화재를 예방할 것이라고도 약속한다. 이들 업체는 프랑스 공공장소에 배치된 CCTV 100만 대(2)가 정보의 보고라고 여긴다. 윈틱스사의 퀑탱 바렌이 자랑하듯 “사회적 고부가가치”(3)가 있는 그들의 제품을 구매해 설치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이 기술을 실제로 누가 사용하는지, 이 기술은 정확하게 어떤 수요에 부합하는지 짚어봐야 한다. 모든 일은 1991년 프랑스 르발루아페레에 일반 CCTV가 처음 설치될 때부터 시작됐다. 1995년에 법제화되고 공공지원 대상(4)이 된 CCTV의 보급 이후 이 시장은 점점 성장해, 2021년에는 매출이 17억 유로(5)에 달했다. 이 시장이 커지는 데에는 CCTV가 범죄율을 낮출 것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굳건한 신뢰가 한몫했다.
CCTV가 얼마나 범죄를 예방할까?
프랑스 등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를 보면,(6) CCTV는 범죄수사를 해결하거나 강력 범죄, 마약 관련 범죄, 공공질서 위반 발생률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 여러 치안조직(민간기업이나 국가기관, 지자체 소속 경찰) 간 공조 부족, 영상의 낮은 품질, 엉뚱한 곳을 향한 카메라와 더러운 렌즈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방대한 양의 영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조사인력이다. 영향력 있는 프랑스 전국보안기술협회(AN2V)의 협회장인 도미니크 르그랑은 “프랑스 남부 리옹의 파르디외역을 봅시다. 카메라가 600대나 있지만, 모두 챙겨볼 수 있는 인력이 없습니다”라며 “카메라 600대에서 받은 영상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선택지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선택지 둘,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가령 뛰는 사람을 화면에 띄울 수 있습니다”(7)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자동화 기술의 사용법을 파악하고자, 기자는 한창 확장 중인 이 사업 부문의 주요 업체에서 몇 달 동안 근무했다. 딥러닝기술과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양의 정보를 처리한다.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엔지니어들은 엄선된 사물(자동차, 자전거, 인간, 스쿠터 등)을 다양한 상황에 놓고 전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을 이미지로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오류 발생률을 낮추려고 기술자가 사물이 나타났을 때 해당 이미지를 표시함으로써 알고리즘을 ‘보조’한다. 이런 데이터 입력 작업이 완료되면 소프트웨어를 CCTV 시스템에 연결한다. CCTV의 시야에 어떤 사물이 지나가면 이 사물을 감지하고 분류하고 추적하는 세 가지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도구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소비자에게 청구권을 행사하는데, 그들만 해도 전체 CCTV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8) 우선 항공, 철도, 관광지, 항구, 공장, 경기장, 사무실, 주차장 관리소, 창고 등으로 이뤄진 대기업군이다. 또 다른 소비자는 도시관제센터(CSU)가 있는 도시 지자체들이다. CSU에서는 지자체에 설치된 CCTV에서 수집한 각종 영상을 종합한 십여 대의 화면을 분석가들이 현행범 색출을 위해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또한 영상을 바탕으로 한 조서 작성, 순찰팀 배치 가이드 수립, 경찰의 표적 수사 지원도 맡는다.
실무적으로 봤을 때 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우선 지자체 경찰이나 CSU가 사용할 때를 염두에 둔다. 판매 전략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먼저다. 비싼 장비를 새로 살 필요 없이 이 프로그램을 기존 CCTV 네트워크에 맞게 변용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영상관리시스템(멀티스크린과 데이터 아카이브 운영) 등 다른 소프트웨어로 보완하면 된다고 설득한다. 그런데 잠재적 소비자층을 감동시키는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손쉬운 사용 방법이다. 한번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작업자가 몇 번의 클릭만으로 네트워크에서 사용가능한 CCTV를 선정하고 거리나 교차로를 화면에 띄우고 시야의 일정 구역을 설정하고 드롭다운 메뉴에서 분석하고 싶은 사물을 하나 이상 선택할 수 있다.
지능형 CCTV 알고리즘의 압도적인 장점은 미리 설정됐거나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사례가 있을 때 사건 감지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개발업체가 제공하고 경찰이 특히 유용하게 사용하는 ‘농작물 절도’나 ‘장기간 머무름 감지’ 기능을 살펴보자. CCTV가 설치된 공간에서 사전에 구역을 설정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선택하고 시간(5분)을 입력한 후 확인을 클릭한다. 실시간 알람이 작업자 인터페이스에 뜨고 현장 상황이 화면에 표시된다. 노점상인(파리에서 조서 작성이 세 번째로 많은 위법행위로 2022년 10월 31일 기준 벌금 선고 9,237건)과 상업지구에서 구걸하는 걸인 등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최적이다.
우파는 치안, 좌파는 스마트시티 기능에 더 관심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의 지분을 차지하고자, 지자체의 다른 문제에 맞춰 소프트웨어 기능을 수정했다. 프랑스 낭트 광산통신연구공과대학(IMT) 교수인 플로랑 카스타니노는 지능형 CCTV의 사용처를 다각화하면서 이 기술은 “쓰레기, 도로 상황, 교통사고, 녹지대 등 도시 관리를 위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고 했다. 우파나 극우 성향의 지자체는 치안을 우선시하는 반면, 중도나 좌파 성향의 지자체는 소프트웨어의 ‘스마트 시티’ 기능 활용에 더 관심이 많다. 후자에 속하는 파리 시청은 자체 홈페이지에 ‘수집된 통계자료로 실시간 교통량을 파악해 정체를 사전 방지한다’고 홍보한다.
사람들은 카메라의 원래 기능이 ‘감시’라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시장 주요 업체들이 제공하는 기능을 살펴보면 치안 유지와 불법행위 방지용 목적이 압도적이다. 쓰레기 무단투기(2022년 10월 31일 조서 기준 2만 3,388건), 집회나 집결, ‘비정상적’으로 긴 체류 시간, 방치된 화물, 건물 무단 침입, 무리의 이동, 난투극 등을 감지하거나 일련의 도로교통법 위반, 즉 정차 신호 무시, 허락되지 않은 도로 사용(2022년 11월 파리 기준 킥보드 대상 범칙금 부과 488건), 역주행, 일부 차량의 불법 주행, 불법 주차(2020년 파리 기준 범칙금 부과 80만 8,627건)를 파악한다.
물론 법적으로 AI가 인간에게 불법 여부를 따질 수는 없고 경찰이 위반 사실을 확인해야 하지만, 일부 CSU에서는 ‘블랙 스크린’ 기술을 활용해 법을 우회하고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더 이상 10여 대의 스크린을 살피면서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감시할 필요가 없다. 경찰이 전략 구역에서 ‘불법 주차’나 ‘신호 준수’ 등의 기능을 활성화해놓고 블랙 스크린이 켜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스크린이 켜지면 방금 불법행위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 자동화시스템은 위반 조서 작성에 필요한 모든 정보, 즉 위반 유형, 차량 정보, 위반 시점 등을 자동으로 입력해준다. 자동차번호판자동인식 소프트웨어는 원래 사용 목적이 이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9) 업무 처리를 더 쉽게 해준다. 지능형 CCTV는 위반 행위를 자동으로 파악해 처리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발생한 범칙금을 계산해 투자 대비 효율까지 산출해준다. 지자체의 입맛에 딱 맞는 제품의 특징이다.
‘XXII’나 윈틱스 등의 업체가 ‘스마트 시티’ 시장에서 정당하지만 애매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면, 다른 업체들은 치안 부문에 전문화됐다. 2022년 11월 15일 파리에서 열린 보안기술박람회에서 필립 라통브 하원의원은 “AI가 사람을 파악하고 특성을 포착해 카메라를 바꿔가며 그 사람을 추적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명색이 개인정보보호감독기구인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 소속 회원인 라통브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은, 단순히 방치된 가방이 있다거나, 180cm의 키에 흰 셔츠, 파란 자켓,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있다고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대상의 위치와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치안? 감시? 혁신의 씁쓸한 측면
프랑스 시장에서 눈에 띄는 업체는 프랑스업체인 ‘투아이(Two-i)’와 이스라엘 경쟁사 ‘브리프캠(Briefcam)’이다. 캐논 그룹이 인수한 브리프캠은 프랑스 도시 약 200곳에 설치돼 있다. 각 업체는 개인 식별과 행동 분석을 중심으로 한 기능을 제안한다. 브리프캠이 제공하는 ‘사람’에 적용 가능한 필터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카메라 앞을 지나간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린아이인지, 옷소매가 긴지, 겉옷이 무릎 아래로 내려왔는지, 모자나 발라클라바(머리와 얼굴을 완전히 덮고 눈만 보이는 방한용 모자)나 마스크를 썼는지, 핸드백을 들거나 백팩을 메거나 캐리어를 끌고 있는지 파악한다. 보다 정확한 검색 결과를 얻기 위해 일부 특성에는 색상(미리 설정된 14개)을 지정할 수도 있다.
브리프캠의 기능 중에는 ‘요약’도 있다. 몇 시간 분량의 영상을 신속하게 분석해 목표 인물(들)의 움직임을 몇 분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또한 감독자는 대상을 식별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미지의 해상도가 충분하다면 목표 인물의 얼굴을 사진으로 받아 검색 데이터베이스에 가져와서 영상과 ‘안면 비교’ 기능을 작동시키면 된다. 경찰이 목표 인물의 신원을 알고 있으면 프로그램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된 사진을 가져와 얼굴을 비교할 수도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개인정보 파일 1,900만 개(그중 사진만 900만 장)와 전과기록(10)을 동원할 수 있다.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은 불시 검열이 있을 경우 생체정보를 삭제하는 명령어도 마련해놓고 있다. 정부는 전자 감시 도구를 보급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22년 12월 22일 신속처리절차로 상정된 2024년 파리 올림픽 관련 법안은 지능형 CCTV를 대규모로 테스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밀집 군중 압사 사고 발견’이 명목이었다. 그런데 지난 백 년간 프랑스에서 압사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적은 단 한 번, 2002년 브레스트 팽팰 전시장에서 열린 학생들의 파티 때였다.
기술적, 제도적 ‘혁신’에는 씁쓸한 측면이 있다. 치안 목적의 기능을 앞세우며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정보기술인프라로 더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11)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함께, 공익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퇴보, 그러니까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처에서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만드는 경찰 감시능력의 확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다. 강한 침습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중국의 전자 감시장치(12)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행동 감시 시스템 도입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글·토마 쥐스키암 Thomas Jusquiame
기자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Souheil Hanoune, ‘L’évolution de notre société passera par l’IA 사회의 진보는 인공지능으로 이뤄질 것이다’, www.science-et-vie.com, 2022년 7월 24일.
(2) AEF info, 속보 n°212172, www.aefinfo.fr, 2012년 6월 21일.
(3) ‘Intelligence artificielle : comment Wintics exploite le potentiel de la vidéo-surveillance ? 인공지능: 윈틱스는 CCTV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bigmedia.bpifrance.fr, 2022년 11월 8일.
(4) Antoine Courmont & Jeanne Saliou, ‘La vidéosurveillance en France : des zones urbaines aux zones rurales 프랑스 CCTV 현황: 도시와 지방’, linc.cnil.fr, 2021년 11월 19일.
(5),(8) ‘Pixel, le guide des technologies de sûreté 2022 픽셀, 2022년 치안 기술 가이드’, Association nationale de la vidéoprotection, L'Arbresle, 2022년.
(6) AEF info, 속보 n° 663759, www.aefinfo.fr, 2021년 12월 10일. ; 감사원, ‘지방자치단체 경찰’ 주제별 공공보고서, Paris, 2020년 10월. / Eric L. Piza & al., ‘CCTV surveillance for crime prevention. A 40-year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Criminology and public policy>, Ohio State University, Vol. 18, n°1, 2019년 2월.
(7) ‘Le nouveau business de la vidéosurveillance algorithmique automatisée 자동화된 지능형 CCTV의 새로운 비즈니스’, NextImpact.com, 2022년 5월 9일.
(9) ‘Verbalisation par lecture automatisée des plaques d’immatriculation (LAPI) : la CNIL met en garde contre les mauvaises pratiques 자동차번호판자동인식 프로그램을 통한 조서 작성: CNIL이 잘못된 사용법에 주의를 촉구하다’, www.cnil.fr, 2020년 8월 25일.
(10) La quadrature du Net, ‘Le Conseil d’État sauve la reconnaissance faciale du fichier TAJ 국무원이 전과기록 서류의 안면 인식을 인정하다’, www.laquadrature.net, 2022년 5월 3일.
(11) Denis Trystram, Romain Couillet, Thierry Ménissier, ‘Apprentissage profond et consommation énergétique : la partie immergée de l’IA-ceberg 딥러닝과 에너지 사용, 인공지능이라는 빙하의 수면 아래 부분’, www.theconservation.com, 2021년 12월 8일.
(12) René Raphaël & Ling Xi, ‘Bons et mauvais Chinois 좋은 중국인, 나쁜 중국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