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법의 ‘무관용’을 닮아가는 프랑스 법원
프랑스의 강경 탄압, 데자뷔 2011년 영국 경찰
유죄 판결률 95%, 징역형 60%, 평균 형량 8개월 이상. 지난 7월 19일, 프랑스 법원은 올해 여름 초에 일어난 폭력시위에 관한 처분 결정을 내렸다. 약 600명의 시위 가담자들이 수감됐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011년 영국에서 일어난 폭동 시위 가담자들에게 가해진 탄압을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피고는 공학도입니다. 열흘 후에는 시험도 봐야 합니다. 전과기록도 없습니다. 시험을 치를 수만 있다면 전자발찌 착용도 감수할 겁니다.” 변호사가 이렇게 변론했다.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동료 변호사가 덧붙였다. “피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러 친구들과 가게에 들어간 것뿐입니다.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듯이 말입니다.” 기자석에서 조소가 들려왔다. “피고는 자기 행동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지역 봉사활동을 통해 반성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대학교 2학년생인 피고는 백화점에서 일하며 수업료를 법니다. 그는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선처 요청은 수용되지 않았다. 재판장은 미결구금 명령을 내렸다. 두 청년 중 한 명이 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떨궜다. 그의 어머니는 복받치는 눈물을 참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우리를 본보기로 삼으려는 겁니다.” 다른 청년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 풍경은 올여름 초, 폭력시위 가담자들이 출두한 프랑스 법정에서의 재판인가? 아니다. 10여 년 전인 2011년 영국에서 있었던 재판이다. 영국 정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공질서의 혼란” 때문에 긴급히 진행된 재판이었다. 29세의 마크 더건은 그해 8월 4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타고 있던 택시가 정차한 직후, 가슴에 경찰이 쏜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경찰의 감시 대상자였던 그는 사망 당시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튿날, 더건의 가족과 지인들은 해당 지역 중앙 경찰서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날 저녁, 경찰관들은 돌멩이를 던졌다는 혐의로 16세 소녀를 구타했다. 사태는 점점 악화됐다. 경찰차 두 대가 불길에 휩싸였다. 폭력시위는 금세 인근 지역으로 번져나갔고 이튿날에는 버밍엄, 리버풀, 맨체스터 등 수도 외곽과 다른 주요 영국 도시로 확산됐다.
주홍색 죄수복으로 낙인 찍기
2011년 영국과 2023년 프랑스는 여러모로 닮았다. 10대 청소년의 죽음을 두고 “사회 질서를 붕괴하고 혼란을 일으키려는 시도”라며 부모의 책임을 요구한 프랑스 대통령의 6월 30일 발언이나, 폭도들에게 강경 대응해야 하며 관용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의 7월 3일 발언은 모두 12년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2011년 8월 15일, 영국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도덕적 붕괴가 무책임, 이기주의, 부주의, 사생아, 규율 없는 학교, 노력 없는 보상, 처벌 없는 범죄, 책임 없는 권리, 통제 없는 공동체를 만든다”라고 개탄했다.
그해 10월 초, 차기 총리가 되는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은 단언했다. “올해 여름에 일어난 소요 사태는 빈곤이나 정치와는 무관하다. 무책임과 공짜 심리에서 비롯된 탐욕과 범죄의 문제였다.” 당시 부총리였던 니컬러스 클레그 자유민주당 의원은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들에게 주황색 죄수복을 입히고 봉사활동을 시키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거주지 내에서 범죄자 낙인을 찍자는 발상이었다.
최근 프랑스의 블랑메스닐(센생드니)에서는 폭력시위 가담자들을 더 굴욕적으로 대했다. 블랑메스닐의 시장은 “얼빠진 폭도들과 그 가족들은 피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라고 비난했고 개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던 ‘메스닐 해변 축제’를 취소했다. 도시 여기저기에 부착된 홍보 포스터에는 “개최 취소. 예산을 절감해 폭동에 의한 피해 복구에 쓸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스티커가 붙었다. 폭력시위에 화가 난 일부 주민들은 시장의 이런 대처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건 부당한 처사입니다. 여기저기 방화를 저지른 자들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 공원을 즐겨야 할 주민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요.”(1)
청년들과 경찰 간에 빚어진 마찰로 여론이 점점 격앙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 사회 내에서 노동자 계층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브리튼싱크스(Britain Thinks) 연구소는 여러 해 전부터 영국 사회의 계급 인식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2011년에 컨설팅 회사의 설문조사 책임자 데버러 매티슨은 “나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회 정체성 문제에 줄곧 같은 의문을 품어왔다”라며 “최근 ‘노동자 계층’이라는 구분이 모욕적인 말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2) 이런 경향은, 최근 10년 동안 눈에 띄게 강화됐다. 2021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4%가 자신이 노동자 계층에 속한다고 인식했는데, 이는 2011년보다 8% 포인트 감소한 비율이다.
빈곤층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난다. 빈곤지역 내 폭력에 관한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발언은 분열을 심화한다. 2018년에 실시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폭동이 일어났을 때 정치인들은 으레 폭동에 연루된 사람들을 어떻게든 ‘타자’로 규정하려 한다. 선동적인 집회를 비이성적인 폭동으로 묘사하고, 시위대를 범죄집단으로 묘사하기도 한다.”(3)
프랑스에서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폭력시위 가담자들을 왜곡해 묘사했고, 그 과정에서 신분과 출신을 비방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프랑수아 자비에 벨라미(공화당)나 에리크 제무르(재정복당)와 비슷한 성향을 띠는 <BFM>과 <로피니옹> 등의 언론에서는 검거된 사람들의 이름들을 목록화해, 순위를 발표했다. 흔한 순서대로 보면 모하메드, 야니스, 엔조, 막심 등이다.(4)
생수 한 병 주웠다가 징역 6개월
하지만 <텔레그래프> 등 보수 일간지를 포함한 영국 언론의 논조에서는 프랑스와 차이를 보였다. 8월 12일, <텔레그래프>의 논설위원 피터 오즈번은 폭동을 일으킨 이들은 엘리트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따랐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오즈번은 거짓말과 속임수가 용인될 만큼 영국의 엘리트 정치인들의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비판했다.(5)
실제로 2009년, 국회의원들의 공금 유용을 폭로한 ‘경비 비리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일례로 제럴드 카우프만 노동당 의원이 받은 처벌은, 국민 혈세로 뱅앤드올룹슨 텔레비전을 사는 데 쓴 8,750파운드(한화로 약 1,497만 원)를 환불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생수 한 병을 주웠다가 6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한 경우도 있다. 2011년, 전과가 없는 23세의 니콜라스 로빈슨은 몇 시간 전 강도사건이 난 상점 바닥에 떨어진 3.5파운드(한화로 약 5,0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주웠다는 혐의로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가디언>과 런던 정경대학은 폭력시위 가담자 27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6) 2011년 12월에 발표된 이 보고서에 의하면 “경찰에 대한 분노가 팽배하며, 경찰관들이 평소 시위대를 대하는 방식에도 불만이 많았다.” 조사 대상자의 73%가 지난 12개월 동안 경찰 검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영국 전체 인구 중 경찰이 “잘하고 있다” 또는 “매우 잘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6%에 달했지만, 인터뷰 참가자 가운데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7%에 그쳤다.
사회 여건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국 인구의 경우 92%가, 인터뷰 참가자는 51%가 ‘사회에 융화돼 있다’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캐머런 총리는 2011년 8월 11일 연설에서 “범죄 조직이 폭동을 주동했고 경찰을 공격했으며, 약탈까지 조직적으로 지휘했다”라고 말했지만, 언론과 연구 조사에 의하면 범죄 조직의 역할은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 국립사회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Social Research)가 2011년 10월에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작성된 또 다른 분석 보고서는, 폭동 가담자들이 폭동을 ‘신나는 일’, ‘공짜 물건을 얻을 기회’, ‘경찰에 보복할 계기’로 여겼다고 주장했다.(7) 이후 2012년 3월에 정부와 야당이 구성한 ‘지역 사회와 피해자 좌담회’ 결과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폭력시위에 가담한 청년들 중 대다수는 비행을 저지를 위험이 없는 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당수가 폭력시위에 휘말려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8)
프랑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7월 5일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폭력시위가 일어난 날 밤에 체포된 사람의 60%는 전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짭새 치킨” 한 마디에 12개월형
7월 중순, 프랑스 사법단체 소속 변호사 엘사 마르셀은 “프랑스에서 CCTV는 물론 SNS 게시물 검열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체포가 이뤄질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사셀과 생드니에서는 경찰이 SNS에서 수집된 자료만 가지고 꼭두새벽에 청년들이 사는 집을 급습하기도 했다. 약식재판이 끝나면 형량이 선고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공포전략이라 할 만큼 매우 모욕적이다.
보비니 지방법원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이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기실 것 같아요? 부끄러워하실 겁니다”, “뭐든 다 배달해 주는 세상에, 왜 하필이면 폭동이 한창일 때 그리스 식당에 갔나요?”, “당신의 정신 상태를 보니 실형이 마땅해 보입니다.” 리옹에서는 과자와 주스, 시리얼을 훔친 혐의로 18세와 19세 청소년 4명이 최대 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낭테르에서는 20세 일리에스가 틱톡 라이브에서 “내일은 짭새 치킨 뜯는 날!”이라고 말한 혐의로 징역 12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9)
영국에서도 약식 재판이 이뤄졌고 본보기 차원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티라텔리는 이렇게 회고했다. “현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가 이끌던 검찰청은 기소 요건의 기준을 즉각 완화했습니다. 경범죄를 저지른 18세 미만의 용의자는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권고가 유예됐고, 평소 절도로 간주되던 행위를 불법침입(강도)으로 몰아 최대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했어요.” 공식 통계를 보면 티라텔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의 기간에 불법침입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86%가 즉시 수감됐다.
반면 2010년 한 해 동안에는 해당 비율이 68%로 더 낮았다. 절도죄의 경우 해당 기간에 86%가 즉각 수감됐지만 2010년에는 41%에 불과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사회과학 교수 대니 돌링은 “법원에서 평균 17개월의 형량으로 총 1,800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2011년 8월 소요 사태 이후 런던 경찰청에서 기소하거나 경고한 3,914명 가운데 1,593명이 2015년 2월 시점에 또다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10)
“교도소가 범죄자를 양산한다”라는, 기정사실화된 원칙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프랑스 당국도 이를 알았다면, 좀 더 탄압에 신중했을지도 모른다.
글·트리스탕 드부르봉파름 Tristan de Bourbon-Parme
언론인, 저서로는 『Boris Johnson. Un Européen contrarié 보리스 존슨. 유럽 회의론자』(Les Pérégrines, Paris, 2021)가 있다.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Eloi Passot, ‘르블랑메스닐에서 폭동 가담자와 그 가족 처벌 승인, ‘비치메스닐’ 운영 중단에 비판 여론’, <Le Figaro>, Paris, 2023년 7월 14일.
(2) <The Independent>, London, 2011년 3월 20일. Owen Jones, ‘폭도들의 풍기를 엄격히 단속하는 영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1년 9월호에서 인용.
(3) Tim Newburn, Trevor Jones, Jarrett Blaustein, ‘Framing the 2011 England riots: understanding the political and policy response’, <Howard Journal of Crime and Justice>, Hoboken, New Jersey, 제57호, 2018년.
(4) ‘체포된 폭동 가담자들의 가장 흔한 이름, <BFM>, 2023년 7월 7일, www.bfmtv.com; Corinne Lhaïk, ‘경찰 검문 대상자 2,300인의 성명 분포’, <L’Opinion>, 2023년 7월 12일, www.lopinion.fr
(5) Peter Oborne, ‘The moral decay of British society is as bad at the top as the bottom’, <The Daily Telegraph>, London, 2011년 8월 12일.
(6) ‘Reading the Riots: Investigating England’s summer of disorder – full report’, <The Guardian>, 2011년 12월 14일, www.theguardian.com
(7) Gareth Morrell, Sara Scott, Di McNeish, Stephen Webster, ‘The August riots in England. Understanding the involvement of young people’, National Centre for Social Research, 2011년 10월, DMSS 연구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 www.dmss.co.uk
(8) ‘After the riots. The final report of the Riots Communities and Victims Panel’, 2012년 3월 1일, 대영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조회 가능, www.bl.uk
(9) Louisa Eshgham, ‘증언: 폭동으로 체포된 청년 수백 명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재판관들’, <Révolution permanente>, 2023년 7월 5일, www.revolutionpermanente.fr / Nathan Chaize, ‘리옹 폭동, 즉각 출두 요구, ‘예외적인 절차’에 따라 고압적 분위기에서 진행된 재판’, <Lyon Capitale>, 2023년 7월 5일, www.lyoncapitale.fr / Juliette Delage, ‘틱톡에서 경찰 혐오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재판 회부, “막막했고 , 내가 처한 현실을 믿기 힘들었어요’’, 2023년 7월 5일, www.liberation.fr
(10) Kate Ferguson, ‘London rioters have committed nearly 6,000 new crimes including murder and rape since 2011 violence’, <The Daily Mirro>, London, 2015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