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투쟁과 페미니즘 투쟁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기혼남들은 가문 내 기념일, 회계장부 등등을 기록한 ‘가문 수첩’을 가지고 있었다. 매일 기록하는 이 문서는 가문의 명예를 보장하는 것으로, 남성들 사이에서만 계승되는 것이었다. 행동방식과 사회문제 역사학자인 크리스티안 클라피슈-쥐베르는 피렌체 귀족의 가문 수첩과 볼로냐 석공의 가문 수첩 사례 연구를 상세히 기술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때로는 ‘기억의 전달자, 추억의 지배자’였던 여성의 목소리들을 찾아낸다.(1) 남성 후계자가 없는 경우, 글을 아는 소수의 여성이 가업과 가문 수첩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회계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여성은 아예 배제됐다.
크리스틴 드 피잔은 그 시대 돋보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1364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프랑스 궁정에서 자란 그녀는 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피잔의 사례는 철학자 노베르 캉파냐의 저서에도 언급됐으며, 캉파냐의 견해에 영향을 미쳤다.(2) 여러 편의 시(특히 발라드풍의 시들이 유명했다)와 정치철학서를 남긴 피잔은 여성의 능력을 인정해 줄 것과,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다. 어린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의뢰를 받아 글을 쓰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자신의 운문 및 산문 개론 등을 통해 가톨릭 신앙을 내세우고 정치를 교육하며, 남성들을 향해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미덕’을 강조했다.
수지 로이트만은 성차별과 계급 차별, 이중의 극단적 차별 속 여성 투쟁사 50년을 돌아보는 책을 기획 및 집필했다.(3) 그녀는 여성해방운동이 여성 인권을 위한 국가단체를 설립하고, ‘노란 조끼’ 여성부대를 조직하기까지의 역사 속 여성 운동가들의 원고를 수집했다. 1970년부터 기업과 행정구역 내 수많은 위원회가 설립됐다. 1975년 가전용품 전시회에서는 과격파 여성 운동가들이 “물리넥스(프랑스 주방용품, 가전용품 브랜드-역주)는 여성을 해방할 수 없다”라고 외쳤다. 이 사건 이후, 노동조합들과 정당들 그리고 운동단체는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했다.
1988년 간호사들의 투쟁에 주목한 다니엘 케고르아는, 이 투쟁을 분석함으로써 계급, 성별, 인종이라는 삼중의 차별이 뒤얽혀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한편, 로이트만은 오늘날의 여성운동을 가리켜 “이제는 핵심사안이 아닌 계급 갈등에 비조직적인 투쟁들을 얹고 있다”라며 개탄했다.
사회학자 오딜 메르클링은 여성 노동조건의 지속적인 악화가 개혁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4) 고용의 과도한 세분화, 고용불안, 사회보장제도의 약화, 저임금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투쟁 현장을 조사하고, 고용단절 상황에서 어떻게 추가 수입을 만들 것인지 고찰한 메르클링은 사회생활과 직업의 권리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편적 사회보장 즉 실업보험은 제5의 분야가 될 것이다. 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소득은 일과 삶의 방식, 그리고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끔 해줄 것이다.
글·엘렌 이본 메노 Hélène Yvonne Meynaud
정치사회학자
번역·송아리
번역위원
(1) Christiane Klapisch-Zuber, 『Florence à l’écritoire. Écriture et mémoire dans l’Italie de la Renaissance 피렌체의 필기도구.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의 글씨와 회고록』, Éditions de l’EHESS, Paris, 2023년.
(2) Nobert Campagna, 『Christine de Pizan. Une conseillère des Princes 크리스틴 드 피잔. 왕자들의 컨설턴트』, Michalon, Paris, 2023년.
(3) Suzy Rojtman(기획), 『Féministes ! Luttes de femmes, lutte de classes 페미니스트! 여성 투쟁, 계급 투쟁』, Syllepse, Paris, 2022년.
(4) Odile Merckling, 『Femmes, chômage et autonomie. Des droits sociaux pour abolir la précarité et le patriarcat 여성, 실업과 자립. 고용 불안정과 가부장제 폐지를 위한 사회권』, Syllepse, Paris,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