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안개’를 돌파하려는 프랑스 최전선 정보기관

우크라이나전 정보 쓰나미의 난제

2023-09-26     필리프 레마리 l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면적 공세가 벌어지는 이 시기, ‘실용 가능한’ 정보를 찾는 정보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프랑스에는 그 역할의 중심에 군사정보국(DRM)이 있다. 또한, 육해공 연합으로 여러 조직이 특화된 수단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한다.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정보 조직의 고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의 쓰나미’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교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군에 장비와 탄약을 지급했고, 군사 훈련과 정보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는 지상군이나 항공모함을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을 접한 여러 국가(루마니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도 배치했다. 프랑스 해군은 흑해의 관문에 있는 동부 지중해를 상시 순찰 중이다. 2022년 말에 이 지역에 배치된 병력은 이미 아프리카에 주둔한 프랑스군의 수를 넘어섰다.

프랑스 군사 정보기관은 이런 부분적인 태세 전환에 따라 다른 국가의 정보기관과 마찬가지로 동맹국과 적국의 작전 능력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군사 정보란, 수시로 힘의 균형이 바뀌고 전투 배치 방향이 결정되는 가운데 더 넓은 범위에서 상대 행위자나 주체의 기량을 평가하고, 전략을 보완 및 우회하며, 군사뿐 아니라 정치적 결과까지 가늠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은 군의 사기, 장비와 절차의 상호 운용 가능성, 인력, 훈련수준, 전술과 대응책, 비축된 군수물자, 군대와 국가의 관계, 전략의 깊이, 핵 위협, 인구 통계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1)

 

‘전쟁의 안개’, 군사작전의 불확실성

1992년 제1차 걸프전 시기, 사회당의 피에르 족스는 ‘군사 이익이 걸린 정보력을 통합할 필요성’을 통감하고, 분산된 조직들을 통합해 군사정보국(DRM)을 신설했다.(2) 군사정보국은 각종 정보처와 정보원, 군부대로부터 입수한 군사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조정, 종합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당시로는 구성이 단출했다(정원 2,000명). 이 조직은 ‘전쟁의 안개’(군사작전의 불확실성에 대한 비유.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사 사상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저서 『전쟁론』에서 언급-역주)라고도 불리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처리하고 생산한다. 

단기적으로 교전이 진행 중인 전장에서 프랑스군이나 연합군의 전술 행동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중기적(몇 주 또는 몇 달간)으로는 참모들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이바지하는 정보를 가공하며, 장기적(6개월에서 1~2년)으로는 군대의 군사나 정치 지도자들을 위해 정세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기간을 넘어서는 것은 정보의 영역이 아닌 전망과 미래 연구의 영역이다. 그러나 기간과 관계없이 한 번 수집된 정보는 쉽게 변질되기에 지속적인 정보 갱신이 요구된다.

 

두 핵심 정보기관 사이의 영역 다툼

지난 4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드몽그로 장군은 자신이 소속된 부처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유럽 지역에서의 최우선 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장기적인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각 교전국의 재건 능력과 양국의 힘의 균형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전쟁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 예로, 비록 대대적인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르메니아와 기세를 회복한 아제르바이잔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여전히 프랑스의 관심 영역 안에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경쟁국이 아프리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을 넓혀 나가고 있으며, 지역 내 테러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니만 지역으로 계속 확산하는 상황이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취약성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프리카의 상황은 이주민, 마약, 무기 밀매가 얽히고설킨 인신매매 문제와 이 지역의 내재적 취약성과 깊게 연관돼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테러 위협이 통제 중이지만,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중동의 정세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분명히 또 다른 변화의 서막이 될 것이다. 특히 이란과 시리아는 중동 내 여러 국가와 우호관계를 다시 구축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군사력이 증가함에 따라 인도양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의 주시 중이다.”

프랑스의 핵심 정보기관인 프랑스 해외정보국(DGSE)도 이런 지정학적 큰 그림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정보국이 다루는 정보만큼은 ‘군사적 사안’에 국한돼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그 경계선은 어디인가? 이 작은 첩보 세계의 특징인 상대적 재량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산하에 있는 두 기관 간의 영역 싸움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

지난해 군사정보국 수장이 짧은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교체된 것도 두 기관의 ‘알력 다툼’ 때문일 것이다. 에리크 비도 장군은 군사정보국장으로 취임한 지 7개월 만인 2022년 3월, 갑자기 경질돼 랑글라드 드몽그로 장군으로 교체됐다. 티에리 뷔르카르 국방참모총장의 이런 이례적인 결정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실제로 프랑스군은 미군과 달리 러시아군의 침공 가능성을 거의 믿지 않았다).

 

‘데이터 레이크’라 불리는 아르테미스

프랑스 군사 정보조직 내에서는 2022년 9월부터 문화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크게 7~8개의 지리적, 테마별 ‘플랫폼’으로 조직이 재편됐다. 각 플랫폼은 ‘협업’의 기치 하에 육해공 3군, 정보망과 특수작전사령부, 사이버사령부와 연계됐다. 이를 통해 육해공, 우주, 사이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위성 이미지, 레이더, 사이버 영역, 지리공간 관련 자료, 정보원이나 문서정보 해석 등)과 정보의 흐름(동향 파악, 연구, 적용, 전파)을 관리한다.

현 군사정보국의 수장 자크 랑글레드 드몽그로 장군은 이번 개혁을 통해 정보 조직의 역할을 ‘분리’하고, 특히 ‘연구와 활용’ 기능을 통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드몽그로 장군은 여전히 쌓인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3)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상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면 조직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판단해야 한다. 신생 기업과 협업해 신기술을 익히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의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정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아르테미스는 데이터 레이크(미가공 상태로 저장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역주)로 불리는 인공 지능(AI) 소프트웨어다. 군사정보국의 플랫폼에 연결된 AI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플랫폼 기능을 제공할 것이며, 군의 정보 부문 책임자는 이 플랫폼에 접근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한 가지 난관은 ‘정보 접근권’을 제한해 기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접근 권한을 구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정보 ‘리소스(Resource)’의 9할을 차지하는 ‘디프 웹(deep web)’ 탐색도 주요한 과제다. 아울러 AI를 활용해 해상과 상공에서의 상황이나 인터넷상의 비정상적인 활동에 대한 감시를 자동화하면,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현재 이 같은 첨단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군사정보국은 다른 5개 전문 부처와 상호보완 방식으로 협업한다. 해외정보국 외에도 군대와 군수산업의 정보 보호와 방첩을 담당하는 국방보안국(DRSD)이 있고, 국토감시국(DST)이 담당하던 일부 업무를 넘겨받아 창설된 내무부 산하의 프랑스 대내안보총국(DGSI), 경제부 산하의 세관정보조사국(DNRED)과 불법금융거래방지기구(TRACFIN)가 있다. 총 2만 200명으로 구성된 프랑스 정보조직은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영국 1만 6,000명, 러시아 5만 5,000명, 미국 10만 명).

 

나토 2위 정보제공국, 프랑스

타국의 정보기관 역시 주요한 정보 원천이다. 정보 교류는 물물교환이나 호혜의 논리에 따라 이뤄지므로 높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런 이유로 나토(NATO) 내에서 프랑스는 두 번째로 중요한 정보 제공국으로 꼽힌다. 군사정보국은 군대에서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육군만 해도 전담 연대를 갖추고 ‘첩보’ 임무를 맡은 전체 계급의 인원이 약 7,000명에 달한다. 정찰 연대 중에는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예하의 제13용기병공수연대(13e RDP), 

제1해양보병공수연대(1er RPIMA)가 있고, 전술 차량을 운용하는 제2위사르연대(2e RH), 전자정보 수집과 통신망 교란을 임무로 둔 제44통신연대(44e RT)와 제54통신연대(54e RT), 지형 정보를 수집하는 제28지형대(28e GG), 항공 영상과 전술 무인기를 운용하는 제61포병연대(61e RA)가 있다.

군사정보국은 해병이나 항공 특공대, 주요 사단 내 특공대(공수부대, 산악부대), 훈련 조직(영상이나 언어 등), 특수 사령부(사이버, 우주, 해저)에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정보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

해군의 정보 임무 총괄자이자 해군 항공 작전 참모차장인 그자비에 프티 해군 중장은 정보는 군사적 개입이나 억제, 해양 안보 임무를 비롯한 모든 작전의 계획과 수행의 바탕이 된다고 지적한다.(4) 그리고 정치·군사 목적을 위한 정보와 ‘자국이나 동맹국의 이익을 거스르는 적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전략적 정보, ‘부대 단위’에서 적에 맞서 신속한 기동을 가능하게 하는 전술 정보를 구분한다. 프티 중장은 “고강도 전투를 위해, 정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스스로 상황판단을 할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해저에서 우주위성에 이르는 해양 부문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불분명한 신호를 분석해내야 하므로 정보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과거에도 대내외 첩보 역량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으나, 2015년과 2016년의 테러가 발생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해당 부문에 대한 국방예산과 비(非)국방예산을 대폭 늘렸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은 현행 군사계획법(LPM)에 이어 현재 채택 중인 차기 군사계획법이 적용되면(2024~2030년), 군사정보국, 해외정보국, 국방보안국에 할당된 자원이 2배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5) 2017년에 5억 유로 수준이었던 이들 기관의 예산은 2030년에는 10억 유로에 달할 것이며, 현행 군사계획법에 따라 이미 채용된 400명 외에도 일자리가 600개 더 생겨날 것이다.

 

해외정보국과 군사정보국, 예산 대폭 증가

르코르뉘 장관은 이 기간에 걸쳐 집행될 예산 50억 유로 중 대부분이 ‘국가 방첩활동의 동력’으로 불리는 해외정보국에 집중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해외정보국은 다양한 기관을 대신해 “매우 높은 수준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서버, 유지 관리를 위한 엔지니어, 정보를 하는 분석가를 관리해야 합니다.” 해당 기간, 군사정보국의 자체 예산도 2배로 늘 것으로 보인다. 장관은 2030년까지 대내외 정보 조직 인원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 대다수는 해외정보국에 배정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사이버 부문에 투입될 군사계획법 예산 40억 유로 중 일부가 군사 시스템을 ‘방어’하는 데 사용돼 사이버 테러에 대비하고 암호체계 분야에서도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만족을 나타냈다.

1만~1만 5,000명의 육군 예비군 인력은 향후 5년 내에 사이버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광학 관측 능력 제고(현재의 CSO 광학정찰위성을 대체할 IRIS 위성), 전자기파 차단 항공기 아르샹주(트란살 가브리엘의 후속 모델) 시운전, 새로운 해양 및 항공 드론의 구매, 세레스 위성을 대체할 셀레스트 위성 도입과 같은 항공우주 관제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자원이 투입될 것이다.

 

 

글·필리프 레마리 Philippe Leymarie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