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가다

우울증 환자가 체험한 홀로코스트 여행

2023-09-26     아르노 드 몽주아 l 작가

“돈, 결혼생활, 몸과 마음의 건강 등에 대한 온갖 걱정은 귀족처럼 사는 나를 퇴화시킨다.”

저자와 동명인 소설 속 화자 ‘제리’는, 저자의 삶과 닮은 꼴인 자신의 삶을 이 한 마디로 요약한다.(1) 70세를 앞둔 제리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 번의 결혼은 자식들을 남긴 채 모두 실패로 끝났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달고 사니 온갖 병도 달고 산다. 시나리오 작가이긴 하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유대인이기에 역사와 관련된 사후 트라우마에 간접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리는 인터넷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홀딱 벗고 술래잡기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를 계기로 ‘수용소 순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인터넷에서 아우슈비츠, 부헨발트, 다하우 수용소를 검색하면, 혹할 만한 여행상품들이 쏟아진다. 전문 가이드와 운전 서비스를 포함한 올인클루시브 여행 상품설명서에는 ‘스릴’까지 보장한다고 상세히 적혀있다.

제리는 글로뷜 여행사의 2주 상품을 예약하고, “저마다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10여 명과 함께 떠난다. 일행 중에는 베스트 프렌드인 팜과 트루디, 럭비선수였던 불도저 밥, 한눈에도 텍사스 출신임을 알 수 있는 타드와 마지 커플, 더글라스와 티토가 있다. 그리고 화자의 노인 버전인 숄모가 있다. 숄모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숄모는 ‘집단 기억’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각자의 여행 동기가 있는 만큼 가식적인 동정과 호의적인 수다, 이들을 환영하는 식당들이 있는 ‘홀로코스트 쇼’에 대한 느낌도 각자 다르다. 

아우슈비츠의 식사는 형편없다. 하지만 프리모 레비 호밀빵과 파스트라미(소고기를 양념과 함께 소금물에 절인 뒤, 건조 및 훈연한 음식-역주)를 체험할 수 있다. 부헨발트는? 음식은 그나마 아우슈비츠보다는 낫지만, ‘우리는 (가해국) 독일 땅에 있다’라고 생각하니 차마 넘어가지 않는다. 다하우의 식당은 흰색 페인트를 너무 많이 칠했다. 전반적으로 역사적·문화적 요소들이 아쉽다. 제리와 일행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여행을 계속한다.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지를 방문해 기념품으로 ‘유대인의 부적’을 사고, 가짜 금화를 손에 든 작은 동상을 본다. 사형을 집행하던 중세 독일의 소문난 성을 둘러보고, 아돌프 히틀러가 지인들과 큰 소리로 떠들었다는 선술집을 지나 뮌헨 맥주 축제에 간다. 수용소 전문 가이드 수잔나가 훌륭히 인솔하는 꿈의 여행이다. 

제리는 자학적인 말실수와 이따금 보여주는 통찰력 사이에서 망설인다. 그는 이 우스꽝스럽고 끔찍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화려한 상술 속에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제리로 인해 이 역사기행은 우리를 각성시키는 도발적인 블랙 코미디 로드 무비가 된다.

“홀로코스트는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예외는 각 홀로코스트 사이의 타임랩스 즉, 경과 시간이다.” 

 

 

글·아르노 드 몽주아 Arnaud de Montjoye
작가

번역·송아리
번역위원


(1) 저서로 『Thérapie de choc pour bébé mutant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위한 충격요법』(Rivages, 2014년)과 『Speed Fiction 스피드 픽션』(13e Note Éditions, 2013년)이 프랑스어로 번역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