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자들과 성자들

2023-09-26     질 코스타즈 l 기자, 피에르 마크 오를랑상 위원회 회장

1980년 미국에서 출간돼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바보들의 결탁』은 쓰레기통에 묻혀있던 작품이다. 당시 교수였던 저자 존 케네디 툴이 이 원고를 들고 수많은 미국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늘 퇴짜였고, 그는 좌절 끝에 1969년 32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존 케네디 툴의 사후,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끈질기게 출판사 이곳저곳에 원고 검토를 요청했다. 결국 모자의 노력은 열매를 맺었다. 워커 퍼시 교수 주도로 루이지애나 대학 출판사(LSU Press)가 『바보들의 결탁』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출간 즉시 『바보들의 결탁』은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81년 故 존 케네디 툴은 퓰리처상을 받았고, 『바보들의 결탁』은 전 세계로 번역돼 퍼져나갔다. 최근 개정판도 출간됐다.

저자가 그린 주인공 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는 ‘코끼리만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뚱뚱하고 기괴한 외모를 지녔다. 게다가 건강에 문제가 있어 위 통증을 달고 산다. 꽤 두툼한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뉴올리언스를 휩쓸며 말썽을 일으키는 뚱보 주인공 이야기다. 이그네이셔스는 돈을 벌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바지 봉제공장에 취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동자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킨다.

이후엔 차고와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팔며 돈을 번다. 대학 친구이자 ‘보수 반동에 맞서는 무기로서의 성애의 자유’를 외치는 극단적 여성운동가인 한 여인과 연애도 하지만 둘은 편지로 매번 싸우기만 한다. 그들의 연애는 결국 이그네이셔스를 ‘가망 없는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어 병원에 가둔다.

이 원고의 진가를 알아보고 서문을 집필한 퍼시 교수는 주인공 이그네이셔스를 ‘정신 나간 올리버 하디, 뚱뚱한 돈키호테, 변태 같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한데 모은 인물’이라고 거침없이 묘사한다. 퍼시 교수가 약간 과장하기는 했지만, 이그네이셔스는 우부(Ubu)나 팔스타프(Falstaff)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느릿느릿하고 반복적인 전개 속에서 이그네이셔스는 여러 고난을 겪는다. 

1981년 『바보들의 결탁』이 인기를 끈 것은, 사회를 향해 던지는 신랄한 시선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현재도 같은 이유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쩌다 보니 부자와 빈자가 뒤섞여 살아가는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하는 『바보들의 결탁』은 권력자와 권력자 앞에 무릎 꿇는 중산층에 대해 조롱하고, 1960년대에 일어난 폭동에 관해 저자 개인의 견해를 담아내며, 모국에서 쫓겨났다는 편견에 시달리는 흑인에 대해 유대감을 표하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번역가 장 피에르 카라소는 서로 안 어울리는 은어와 교양 있는 언어를 마치 장난치듯 섞어 사용하며 다소 젊은 문체를 번역본에 담아냈다.

저자 툴은 사회의 무관심과 비난 속에서 살아가는 흑인과 소외계층에 대해 ‘낙오자처럼 보이는 이들이야말로 슬픈 이 시대의 진정한 성자가 아닐까?’ 자문한다. 위트 넘치고 복수심으로 점철된 이 소설에는 다양한 주변인이 수없이 등장해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지어낸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무겁지만, 무기력했다가도 순간 번뜩이는 깨달음을 주는 전개 방식이 주인공과 저자를 똑 닮았다.

 

 

글·질 코스타즈 Gilles Costaz
기자, 피에르 마크 오를랑상 위원회 회장

번역·류정아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