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적과의 동침’

2012-05-14     선딩리

중국의 눈부신 발전이 기존 역학 질서를 뒤흔들면서 대미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일단 예방적 성격의 조치를 취하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공격적인 조치로 인식되어 중국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보다 10배 더 빠르게 증가했다. 중국의 GDP가 2000년 1조1천억 달러에서 2010년 5조8800억 달러로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GDP는 10조 달러에서 14조6천억 달러로 증가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아직 미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나, 전문가들은 2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중국은 차기 강대국으로서 구색을 서서히 맞춰나가고 있다. 2011년 중국의 국방예산은 917억 달러였는데, 이는 일본보다 80%, 인도보다 200% 더 높은 수준이다. 2000년 이 부문에서 1대20이던 미국과의 격차는 이제 1대7 정도로 줄어들었다. 아직 간격은 있지만, 중국은 이제 군비 지출 면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한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예산 제한 정책을 지속한다면 양국 간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중-미 관계는 많이 달라졌다. 중국이 외환보유고에서 3분의 1 정도를 미국의 국고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되었다. 세계 1위의 수출국이 된 중국은 이제 미국의 주요 수입국이 되었으며, 이는 미국이 경기 과열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국제무대에서 계속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놓고 미국과 맞섰고, 같은 해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항해 중이던 미 해군의 해양관측선 '임페커블호'를 포위하기도 했다. 2010년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비난을 권고하던 미국의 압력에 저항했다. 또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이란산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지키기 거부한다.

워싱턴 컨센서스 vs 베이징 컨센서스

그럼에도 중-미 협력은 여러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테러 척결과 대량살상무기 반대 같은 사안에서 중국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고, 재정위기의 단계적 해소에도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찬성이다. 물론 대북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드러나듯, 두 나라의 시각은 완전히 같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도 점점 늘어나는 양상이다.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 중국이 자국의 일자리를 훔쳐갈 뿐 아니라,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시장의 규칙을 어기면서 불공정 경쟁하고 있다고 질책한다. 군사 분야에서는 중국이 군비 경쟁에 참여한다고 판단해 이를 경계하며, 중국이 아태 지역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한다. 이념적 측면에서는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가 미국의 '워싱턴 컨센서스'와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1)

하지만 미국 사회가 일자리 감소와 제조업 분야의 기업 이전 문제로 속을 태우고 있더라도, 이런 상황은 최고의 수익을 요구하는 자본주의와 경제자유주의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경제 문제와 관련한 중-미 대결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대결구도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으며, 그런 만큼 위안화 문제는 심각한 사안일 수 없다. 또한 미국의 생산기지 이전은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등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올해 미국 대선 구도에선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군사 전략적 관점에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점차 현대화하는 중국 공군은 이제 공중에서 탐지해 작전지휘까지 가능한 AWACS(공중 경보 및 통제 체계) 시스템이 장착된 자체 폭격기를 보유하게 됐고, 실전용 항공모함도 갖췄다. 군사 방위 용도가 없지 않다고 판단되는 우주항공 계획 역시 강화되었으며, 중국 해군은 재래식 무기와 장거리 핵무기를 개발했다. 가상 공간에서의 역량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미 국방성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대신, 그만큼 동아시아에 전력을 재배치하는 데 힘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펜타곤은 동맹국, 새로운 협력 파트너와 함께 중국 해군의 역량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가 그 대상이다.(2)

백악관에 입성한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서 대치 전략보다는 외교적 노선을 더 선호했다. 이같은 방식은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버마(미얀마) 대통령 테인 세인이 점차 자국을 민주화하는 상황이 대표적 사례이다. 현재 일본·한국·필리핀과의 군사 협력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이념적 속셈도 있다.

중국의 부상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 사회가 시장경제에 개방된 때부터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이는 세계화로 인력과 자본, 정보 등의 이동이 원활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일단 무엇보다 중국은 그 누구에게도 총구를 겨누지 않았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중국인들은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켰으며, 미국인들은 더욱 싼 값에 물건을 구입했다. 그러면서도 오염물질을 쏟아내는 공장은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다. 양국 간 교류는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이득을 만들어냈고, 미국에서의 고용 부문과 중국에서의 환경 부문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희한한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중국은 자국의 환경을 오염시키면서까지 미국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국고 채권을 사들여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산을 탕진하게 했다. 2001년 정권을 잡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전 정권에서 채무를 5조 달러 물려받았다. 결국 임기 말 미국의 국채 규모는 10조 달러에 육박했다. 3년도 안 되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조 달러라는 경이로운 수준으로 이를 끌어올렸다. 이렇듯 미국이 재앙 수준의 재정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 하더라도, 중국 또한 그에 따른 희생자 처지이다. 중국이 보유한 1조15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는 미국의 재정위기 부담을 완화하고, 이로써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돈을 더 펑펑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미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흘려보낸 엄청난 현금 덕분에 미국은 자금 확보를 할 수 있었고, 반면 중국은 달러 구매력이 줄어들었다. 기이하면서도 불온한 의존 관계는 점점 더 심화되며 지속된다.

따라서 중-미 관계는 다시 균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내수시장에서 소비를 늘리고, 환경에 관심을 가지며, 대미 흑자를 줄여야 한다. 미국은 기업 이전 활동은 계속하면서, 생산 기지의 일부는 자국 내 영토로 재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정 부문과 산업 부문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서다. 이제 미국은 중국으로 진출해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났지만, 그에 따라 사회적 격차가 심화되고 자유무역에 대한 반발이 야기될 정도로 사기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양국은 동일한 전략적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전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전세계 어디에서든 신속히 전력 배치가 가능한 유일한 병력을 보유한 나라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그럴 상황이 아니다. 2011년 말 미국은 대만에 새로운 무기를 팔기로 결정한 반면, 2011년 9월 6일 중국은 '중국화평발전의길'(中國的和平發展道路, China's Peaceful Development)이라는 문건을 발행했다. 이 문건에는 국가의 6가지 우선 과제가 명시돼 있는데, 그 가운데는 대만의 재편입 문제가 포함됐다. 중국은 곧 이에 필요한 경제적 수단을 구비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대만 영토의 지배를 고대하는 상황이다. 그러자면 군사억지력의 전반적인 현대화가 필수적이다.

기묘한 동반자의 앞날?

중-미 양국은 이제 갈등 논리에 서게 됐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중국이 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도록 더욱 부추긴다. 그에 따라 중국의 군사력이 증강하면 불가피하게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영향력 반경을 넘어서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만과 연안 지역 수호에 주력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는 건 아닐까? 해외에 전력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건 아닐까? 중국은 사정거리가 역내에 제한되지 않는 항공기를 제작했고, 아덴만에 선박을 배치했으며, 해외 물류 지원 기지를 획득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징후는 미국이 중국의 영해와 영공에서 정찰 업무를 확대하도록 부추겼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끼어들자 군사작전 수호를 위해 중국은 미국의 항공기와 군함을 배타적 경제수역 밖으로 예인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일부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이해관계가 속한 지역으로 간주한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의 이런 태도와 대일본·대한반도 정책은 아시아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는 미국의 행동 대부분을 설명해준다. 중국은 미국에 중국해를 자유롭게 탐사할 수 있는 논거를 제공한 셈이다.

미국이 아시아로 다시 관심을 돌린 이유는 2가지이다. 하나는 이 지역 내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날 모든 국제법 위반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실 대양 탐사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양쪽 모두 얼마든지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다. 한쪽이 다른 쪽과의 소통 경로를 의도적으로 끊지 않는다면 역내 미국의 존재에 대해 동요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는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짓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기로 약속해야 한다. 양국 간에 다시 힘의 균형을 잡는 일이 향후 10년간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글•선딩리 Shen Dingli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 미국학연구소장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1) ‘베이징 컨세서스’는 조슈아 쿠퍼 라모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표현으로, 개도국에 특히 매력적인 중국의 개발 모델을 가리킨다. 이에 대비되는 개념이 미국의 ‘거버넌스’ 규칙을 정한 ‘워싱턴 컨센서스’로 IMF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모델이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체제를 가리키는 ‘워싱턴 컨센서스’는 자유와 표현을 중시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결합시키는 반면, 국가 주도의 개발과 권위주의를 중시하며 시장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비민주적 자본주의 모델에 해당한다.
(2) Michael T. Klare, ‘펜타곤, 중국해로 눈을 돌리다’(Quand le Pentagone met le cap sur le Pacifiqu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3월호.
(3) 2010년 일본 정부의 함대 한 척이 중국 함정에서 조사받은 일이 있었는데, 일본이 이를 ‘의도적’이라고 보아 중대한 외교사건으로 번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