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로 드러난 무자격 예언가들의 실언
차라리 파리 블로뉴 숲 장터 '누누 축제'의 놀이기구였다면, 사람들은 지식인들을 불러 그걸 태워주며 '회전 사진첩 놀이'라고 불렀을 테이고, 아이들을 태워 줄 때는 '얼간이들의 회전목마'라고 불렀으리라.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서 금융자본주의의 붕괴에 대해 논평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물론 그 얼굴이 그 얼굴들이다! 전문가, 논설위원, 정치인들인 이들 모두는, 지난 20여 년 간 붕괴하고 있는 시스템을 칭송하며 우리를 피곤하게 했다. 그런데 이들은 여전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지칠 줄 모르는 이들의 신나는 춤사위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화 추종 '지식인'들 궁색한 변명
그런 와중에 이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있고, 다른 한편은 충격을 받아 조금 쇼크 상태이지만 손을 쓸 수도 없는 붕괴된 폐허 속에서 자신들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 중에 충격에 휩싸인 니콜라 바베레즈가 있다. 그는 그 잔해 속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입김은 거칠었다. 왜냐하면 "세계화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1)란 그의 발언이 실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폭풍과 해일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고(故) 조르주 마르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도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고"2),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은 신화"3)가 됐음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자유주의가 위기의 치료약"4)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의 자동조절기능 가설이 전제된 경제조직 형태가 아니라면 그게 무슨 자유주의란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바베레즈는 자신의 주장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의 복잡한 생각은 한마디로 "자유주의가 위기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 반대로 문제 해결책처럼중재된 자동조절기능이 문제라고 주장한다.5) 좋을 대로들 생각하시라.
그래도 조금 덜 황당한 부류도 있다. 그들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조금은 능수능란한 화법을 구사하며 변명한다. "초강력 시장의 종교인 이데올로기 거품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많이 흡사하다.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압축기처럼 지나가는 길마다 쓸어버렸다. 수많은 기업총수들, 대학교수들, 논설위원들, 책임 있는 정치인들도 모두 시장의 주권을 들먹이며 맹세하지 않았던가."6)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비평가들
비평가들은 여름 전에 잠들었다 깨어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다. 이들은 투기자본을 감시하는 시민연대인 '아탁'(Attac, 이 단체는 투기자본에 세금을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한다)이나 혹은 진보 일간지인 <뤼마니테>와 얼굴을 붉히면서 늘 논쟁을 벌이던 일을 한 번 더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경제일간지 <레 제코>의 얼굴 없는 논설위원 파빌라가 수년간 꾹 참고 있던 분노를 터뜨렸다. 왜냐 하면 사람들이 <레 제코>가 지나친 부당함, 지나친 검열, 그리고 너무 많은 지식 사기꾼들과 투쟁중이라는 것을 알아주기는커녕, 심지어 진실 은폐까지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녀는 불협화음을 빚는 소심한 사회민주주의자의 목소리로 공적 조절 기능을 최소화할 때의 장점을 상기시키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쥐라기 공원>의 생존자처럼 굴었다.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은 이데올로기의 신화'라고 은폐되어 있던 진실이 갑자기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성향을 바탕으로 이제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란 구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곧 거침없는 논설위원 파빌라가 그 제목으로 글을 쓰지 않을까.
요컨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자신의 난쟁이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을 자문하며 자유주의를 주창하고 자유주의 시장의 혜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좌파 얼간이'7)로 몰아붙이던 로랑 조프랭도 얼핏 보기에 파빌라처럼 독사과를 먹은 듯하다.
"지난 십년 전부터 신성한 금융시장의 탈레반들은 모든 경고도 묵살하고, 모든 모순을 지적해도 무시하고, 그리고 모든 조정 시도도 기피했었다."8) 사람들은 탈레반들이 세계화를 비판하던 목소리들과 함께 하던 그 시기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터번을 쓴 사람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영을 바꿔(사실은 오래전에 이미 바꿨지만)사람들이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는 걸까?
굳이 그들을 변호하자면, 이 가엾은 논설위원들은 그들을 가르친 전문가들이 수년간 그들에게 반복학습 시킨 것을 어렴풋이 떠들어 대는 것뿐이다.
반대편을 '대안세계화주의자'로 공격
물론 이들의 희생 또한 엄청 크다. 공적인 개입이 황당하다고 수없이 몸 바쳐 열변을 토로하고, 민영화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은 민영화 시켜야 한다며 민영화를 지지하던 엘리 코엥은 이제 국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머리가 두 달 전에 받은 타격으로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하고 자문한다.
그는 사회주의자들이 현실 부정을 토대로 한 '울트라 좌파 담론'9)과 단절해야 된다고 주장하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사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오직 이윤 추구에 굶주린 다국적 기업들의 출현, 투자처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헤지펀드, 그리고 강자 편을 드는 조절 기능에 대해 우려한 나머지, 색다른 세계화를 외치는 '대안세계화주의자(alter-mondialistes)'들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 멋진 말 중에 그의 명석한 머리에서 나온 말은 단 한 마디도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듯, 사회당은 '대안세계화주의자'의 소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말들은 날로 피부에 와 닿았던 세계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실성'이란 면에서 코엥은 전문가다.
2007년 8월 17일 그는 이런 글을 썼다. "시장은 개혁될 것이다 그리고 사태는 전처럼 다시 되돌아 갈 것이다." 10)이어 그는 금융위기에 대해 '거의' 결정적인 자신의 철학을 피력하기 이전에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금융위기가 재앙을 낳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법이나 혹은 정책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세계경제의 조절 방식을 구축해 준다는 생각에 익숙해져야한다."11)
한치 앞 보지 못한 '전문가들'
코엥에게 악감정을 가진 자들이라면 분명, 그가 아카데믹한 경제학자는 아니라는 주장까지도 할 법하다. 더 나아가 방송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이후로. 자신의 이름을 떨치는데 힘쓴 일 이외에 그가 도대체 일을 진척시킨 것이 뭐가 있느냐고 사람들은 반문할 것이다.
이처럼 가시 돋힌 질문을 본질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러한 비방은 심히 부당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가장 탁월하다고 믿었던 경제학자들조차 우리가 관심갖는 부문에서 같은 견해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2007년 경제학회에서 상을 수상하며 자신들을 알리고, 프랑스 최고의 젊은 경제학자로 우뚝 선 다비드 테스마르와 오귀스텡 랑디에가 2007년 여름부터 예언가 행세를 하며 공언한 말이 있다. "대 공황은 오지 않는다. 12)" "노골적으로 얘기하겠다. '수정'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 수정을 한다 해도 현실경제에는 거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꽤 노골적인 발언에, 결론도 같은 방식이었다. "금융폭발에 대한 위험이 있으니, 조정이 필요할 테지만, 그러나 그 위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
또,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을 뺨치는 예언가들도 있었다. "엘리제궁 주문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 경제학자는 이미 금융투기의 위험성을 예고하고 있다." 르노 델리가 그 유명한 자크 아탈리의 보고서를 읽고 그의 투시능력에 대해 찬사를 보낸 두 장짜리 기사를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멀티미디어 광대라 불리는 잡지 <마리안느>가 유출시킨다. 실수였을까? 하지만 델리는 단지 보고서 한 줄만 읽고 예찬을 늘어놓은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아탈리 보고서는 금융구제에 대한 그 어떤 진지한 지적도 있지 않았고, 오히려 자본시장에 훨씬 완벽하게 동화되어야 한다는 강론, 즉 자본시장의 기적을 찬양하는 긴 서정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순된 '아탈리 보고서'
아탈리의 보고서는 7쪽부터 프랑스를 본보기로 삼아 성공한 모델을 소개한다. 그 케이스로 "지속적으로 금융 산업의 가치를 키웠던" 영국을 꼽았다. 설마 이 생각을 했다고 아탈리를 예언가의 반열에 올려놓았을까? 또 "잊지 말아야 할 혁명들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 혁명 중에는 "운송 가능한 부문들에" 대한 혁명(p.54)을 거론하고 있는데, 그 것들 중에 "금융"이 포함되어 있다(id). 그래서 "파리를 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96~104가지에 해당하는 제안을 집중적으로 늘어놓는다.
97번째 제안에 따르면 "국제적인 경쟁자들에 비해 유럽인들이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영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과 증권규제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101번째 제안은 "고등교육기관과 금융기관이 금융모델을 연구하는데 서로 분담하는 방식으로 공동투자를 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만약 대학을 공공자금이나 축내는 기관으로 방치하면, 미래의 엘리트들을 밥이나 축내는 식충이 계급으로 전락시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가장 멋진 제안으로 꼽히는 103번째 제안은 "중학교의 위원회와 규제위원회의 구성을 바꿔서 '금융 챔피언들'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최고위원회 자리에도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인터뷰어한테 이렇게 인터뷰하고 싶어진다. "2008년 10월 10일 '금융 챔피언들'이란 표현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게다가 시장의 조절기능을 그들에게 맡기겠다고 하는데 무슨 생각이 드나요? 금융위기가 공개적으로 터진지 6개월도 더 지난 뒤 13), 이런 식의 제안들을 작성한 사람을 당신은 굳이 예언가의 반열에 올려놓을 건가요? 아니면 유식한 채 하는 현학자의 반열에 올려놓을 건가요?"
델리가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약간의 시간을 꼭 줘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자크 아탈리가 회고적인 환상 모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예상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2008년 1월, 그는 프랑스 사람들의 모든 저축금을 금융시장에다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그 시장은 그가 텔레비전에 나와 '쓰나미'로 칭한 바로 그 시장이 아니었던가? 요컨대 아탈리 보고서는 공개적으로 자본화로 가야한다는 것을 지지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각주
1)잡지 <마리안느>, 2008년 10월 4-10일
2)Id
3)2008년 10월 14일
4)Id
5)Id
6)잡지 <레 제코(Les Echos)> 2008년 10월 7일
7)로랑 조프랭<< 좌파 얼간이들>>, 로베르 라퐁, 파리, 2007년
8)일간 <리베라시옹> 2008년 9월 24일
9)잡지<사회주의 트리뷘>, 2007년 9월
10)일간 <르 몽드> 2007년 8월 17일
11)잡지<누벨옵스 페르마낭>, 2007년 8월 13일
12)잡지 <레 제코>, 2007년 7월 27일
13)2007년 4월부터 위기는 공식화됐고, 아탈리의 보고서는 2008년 1월에 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