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세력 확장하는 알하시드 민병대

2023-10-31     아델 바카완 l 프랑스 이라크연구소 소장

다수의 민병대로 구성된 알하시드 알샤비(Al-Hashd Al-Shaabi, 인민동원군)는 현재 이라크 정치권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이슬람국가(IS)에 맞서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를 모델로 창설된 이 준(準)군사연합체는 정부를 질책할 수 있으며, 한편 알하시드 알샤비의 소속 무장단체들은 이제 주저 없이 선거판에도 뛰어들고 있다.

 

2014년 6월 10일, 이라크는 경악했다. 이라크 북부 최대 도시인 모술이 이슬람국가(IS)에 함락된 것이다. 군대, 대테러 병력, 경찰, 기타 국가 안보기관들이 수백 명의 지하디스트를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엄청난 규모의 물자가 이 수니파 무장단체에 넘어갔다. 이 국가적 비극으로, 이라크 전역에 공포와 모욕감이 확산됐다. 모술이 함락되고 3일 후, 이라크 시아파의 본거지 나자프의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알리 알시스타니(Ali Al-Sistani)는 국민들에게 군사 결집을 명하고 다에시(Daech, IS의 아랍어 명칭)의 공세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파트와(Fatwa, 이슬람법에 따른 결정이나 명령-역주)를 내렸다.

수천 명의 청년들이 이 명령에 응답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거나 이미 존재하는 민병대에 합류했다. 자원입대한 이들에게 신뢰를 잃은 정규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고려할 필요도 없다. 바그다드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알하시드 알샤비’라는 플랫폼을 구축해, 성향이 다른 여러 민병 집단을 조직하고 지휘했다. 이렇게 ‘알하시드’가 탄생했다. 이라크 정치인들 중 발 빠른 자들은 사담 후세인 독재 시절의 정예부대에 빗대 ‘새 공화국 수비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연합체는 IS를 물리치는 데 가세할 것이고, 이제 이라크 정치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라크의 공식기관으로 자리잡다

같은 목적으로 모인 이 무장세력들이 IS나, 여전히 IS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무리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1) 2023년 7월 정부의 예산 발표만 봐도 알하시드의 위세를 알 수 있다. 정부는 알하시드 병력이 현재 23만 8,075명(2021년 12만 2,000명)에 달하며, 이는 25억 유로(국가 예산의 1.8%) 규모의 급여를 받는 공무원의 약 6%라고 밝혔다. 병력이 45만 4,000명, 내무부 인원이 70만 명이라는 것이다. 민병대의 집단 규모가 어떻게 이 정도에 이르고, 공공 재정에서 어떻게 그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후세인 이후 이라크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2003년 4월 9일, 독재자가 몰락한 뒤 수립된 정권에 알하시드는 현재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수호하는 혁명수비대처럼 이라크의 생존을 책임지는 존재가 됐다. 지하디스트에 맞선다는 알하시드의 원래 임무만으로는 정권의 수호자라는 명분이 부족했기에, 알하시드의 활동을 합법화하고 지속성을 보장하며 이라크 영토 및 국민에 대한 통제력을 허용하는 법적 틀이 마련됐다. 2016년 11월 26일, 의회는 이런 취지에서 한 법안을 채택했다. 이로써 알하시드는 총리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이라크 내 공식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 제도에 속한 준군사조직이므로, 형식적인 지휘 체계는 실상 정부의 권한을 벗어난다. 

여기서 실권(實權)과 정부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먼저 실권은 이란 모델에서 착안한 친(親)이란 집단이 세운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시아파의 우세를 바탕으로 득세한 실권은 독자적인 규율과 전략에 따라 운영되며, 쿠르드족도 수니파도 국가적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편 이라크 정부는 정세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변방에 불과한 곳에서 활동한다.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들은 전면에 이런 이미지를 앞세우고 활동하면서, 총선을 조직해 상대적 대안으로서 새 정부 구성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존립을 문제 삼지 않는 한 정당들 사이의 정치적 경쟁까지도 용인한다.

이런 점에서 무스타파 알카지미가 그랬듯, 알하시드나 그 소속 단체들 중 하나가 이라크 정부와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2) 2021년 11월 5일과 6일 사이 밤에 수도 바그다드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그린 존’ 한복판에서 이라크 총리 관저가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된 것이다. 총리는 무사했지만, 많은 이라크인들이 이 공격의 배후에 알하시드가 있다고 본다. 사실 알카지미는 2020년 1월 3일 바그다드에서 쿠드스군 사령관인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과, 카타이브 헤즈볼라(신의 정당 여단)의 창시자이자 알하시드의 실세인 마흐디 알무한디스(기술자)의 암살을 공모한 의혹을 받았다. 또한 이라크 총리는 정권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친이란계 단체들을 고립시키고, 준군사동맹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자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굳히려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알하시드 내 3대 세력

알하시드는 가끔 이해관계의 대립을 빚기도 하는 3개의 주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이념적으로 이란을 따르며 현재 이 연합을 주도하는 세력이다. 두 번째 집단은 나자프의 마르자야, 즉 알시스타니가 구현하는 종교적 권위를 표방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분파는 이라크 민족주의를 정치 노선으로 택하고 있으며, 주요 인사는 정치 및 종교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다. IS의 패배 이후, 마지막 두 부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마르자야의 군대는 이라크군을 통합했으나, 알사드르의 군대는 사라야 알살람(Saraya Al-Salam, 평화여단)으로 재조직돼 재정적 지원을 받고자 알하시드의 일원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야 알살람도 알하시드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친이란계에 넘겨주고 이들과 거리를 뒀다. 이 3개의 큰 분파 외에, 수니파나 소수민족(기독교계, 예지디계, 샤바크계(3)) 등에 소속된 소규모 무장 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주요 집단 중 하나와 동맹을 맺는데, 비중이 가장 큰 친이란계를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알하시드를 구성하는 단체들은 이라크 정당 활동에 참여하는 정치 분파를 형성해온 만큼 중용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를 통해 의회에서 의석수를 확보하고 정부에 진출해 국가 자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정권 내 권력 관계를 관장할 때 조정의 여지를 넓힐 수 있었다. 2018년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민병대와 연관된 정당들이 조직적으로 선두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2018년 5월 12일, 평화여단의 지원을 받는 알사드르 정당이 54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바드르(예언자 무함마드와 그 지지자들의 군사적 승리에서 따온 이름) 민병대, 아사이브 알 알하크(정의로운 동맹),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지지하는 친이란계 하디 알아메리의 정당은 48석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당시 총리이자 서구와 걸프 국가들의 지지를 받은 하이데르 알아바디의 정당은 42석으로 3위에 머물렀다. 2021년에 알사드르의 정당은 73석으로 1위를 되찾았다. 알아메리의 의석과 또 다른 친이란계 인사인 누리 알말리키 전임 총리의 의석을 합하면 총 51석이다. 따라서 알하시드 민병대원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이라크 정치계를 좌지우지한다고 볼 수 있다. 

 

불법적 세금 징수, 밀수

상당한 국가 예산 외에도 알하시드는 이란 혁명수비대처럼 경제적 자율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2022년 11월 정부는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설립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공공사업 회사인 무한디스 설립을 승인했다. 인프라 건설 현장과 관련해 국가가 주계약자인 이라크는 재건이 한창인데, 이라크에서 자본금이 6,500만 유로에 달하는 이 회사는 알하시드가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재정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재원은 알하시드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지 모르는 정부의 압력에 대비하는 데 필요하다.

또한 알하시드군은 이라크가 수입하는 상품에 불법적으로 세금을 징수해 이익을 얻는다. 이란과의 국경을 따라 분산된 5개의 공식 터미널, 튀르키예와의 유일한 교차점, 움카스르 항만을 지키는 민병대는 운송업자들에게 십일조를 징수해 세관의 더딘 일 처리를 피해갈 수 있게 해준다. 2021년 3월, 이라크 재무부는 세관이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할 관세의 10~12%만 징수했다고 인정했다.

이라크에서 또는 이라크로 석유 등 물자를 밀수하는 것도 민병대에는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다. 2022년 7월 15일, 이라크 국가 안보기관은 지난 몇 달간 100만 리터 이상의 밀수 석유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두 달 전, 이라크 국영석유제품회사는 밀수 석유가 1일 700만 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이 정도면 국가 전체 1일 생산량의 절반에 달한다. 2017~2019년 이라크는 밀수로 20억 달러 상당의 석유를 도둑맞은 셈이다.(4)

시간이 흐르면서 알하시드는 뿌리를 내리고 영향력을 확대했다. 서구사회에는 알하시드가 민병대 연합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런 인식은 점점 힘을 잃어간다. 이 조직은 사회적 기반, 무장세력, 정치적 대표자와 재정적 수단을 부릴 수 있다. 이 조직을 정계 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글·아델 바카완Adel Bakawan
프랑스 이라크연구소(CFRI) 소장

번역·조민영
번역위원


(1) Laurent Perpigna Iban, ‘En Irak, le retour de Daech 이슬람국가(IS)의 부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12월호. 
(2) ‘L’impossible gestion de la diversité en Irak 이라크의 불가능한 다양성 관리’, <Politique étrangère>, Paris, 2022년 봄호. 
(3) 샤바크는 기원이 불분명한 이질적인 공통체를 이루며, 그 수는 수십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모술 동부 니네베 평원에 위치한 60여 개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다. 
(4) ‘Milices armées, facteurs d’émergence, risques et remèdes 무장 민병대, 출현 요인, 위험, 해법’(아랍어), 유럽 대테러 및 정보연구센터(European Centre for Counterterrorism and Intelligence Studies), 2022년 9월 24일, https://en.europarabct.com

 

수수께끼에 싸인 무크타다 알사드르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무엇을 원하는가? 이라크의 주요 성직자이자 정치인인 그는 의외의 행보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민병대인 사라야 알살람(평화여단)의 지도자이자, 2018년에 설립돼 2021년 총선 이후 의회 내 제1세력이 된 민족주의 정치세력의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추앙받는 지도자이자 1999년 나자프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에 의해 암살당한 모하마드 사데크 알사드르의 아들로, 이란과 미국의 영향력을 똑같이 거부하며 이라크 공산주의자들과의 동맹도 서슴지 않았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2022년 8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73명의 의원들에게 의원직 사퇴를 명령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결정으로 그의 지지자들과 바그다드 정규군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3년 4월 14일, 이 종교 지도자는 대부분의 활동을 ‘최소 1년간’ 중단한다고 다시 한번 발표했다. 진짜 철군인가 정치적 작전인가? 알사드르는 발표를 할 때마다, 그가 활동을 중단했을 때 생기는 공백과 혼란을 강조한다. 

이런 행보는 그의 시아파 쪽 경쟁자들뿐 아니라 정부도 한발 물러서게 만들고 있으며, 이라크 정계에서 그의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스톡홀름에서 코란을 불태운 사건에 항의하는 뜻에서, 지난 7월 20일 알하시드 지지자들이 바그다드 주재 스웨덴 대사관에 불을 지른 사건은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라크 당국은 이번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바그다드 주재 스웨덴 대사에게 즉각 추방 명령을 내렸다. 알사드르가 이슬람의 유일한 수호자로 자처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뜻이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번역·조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