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사교적인 기니 군사정권

군사정권의 ‘해법’이 된 보크사이트

2023-10-31     탕지 비항 l 지리학자

2023년 9월 21일, 기니의 마마디 둠부야 대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다. 같은 서아프리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다른 국가들과는 정반대 행보다. 둠부야 대령은 2021년 정권을 잡은 이후, 공식 및 비공식 회담을 확대하며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자국 지하자원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크사이트 세계 최대 생산국이어야만 한다. 국제사회에서 굽신거릴 수는 없지 않나.”(1)

지난 4월 26일 국회 질의에서 기니 과도 정부의 모리산다 쿠야테 외교부 장관이 말했다. 마마디 둠부야 대령이 이끄는 ‘국가화해발전위원회(CNRD)’는 2021년 9월 5일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사정권으로, 민간에 권력을 돌려주기 위해 공식적으로 2024년에 예정된 선거 진행에는 무관심한 듯 보인다. 이들 무장폭동 세력은 지난 2년간 선거와 관련한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헬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제적인 압박을 받지 않았다.(2)

국제사회의 대우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국가를 장악한 군인들과는 반대로 기니 군사정권은 강대국들과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국제사회’ 역시 이런 결정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 기니에 지하자원이라는 엄청난 이점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니의 보크사이트를 탐냈고, 최근에는 철광석으로 시선이 확장됐다. 프랑스는 근래 사헬 지역에서 실망스러운 상황들을 겪은 탓에, 동맹국을 하나라도 더 붙들어 놓고 싶은 심정이다.

강대국들은 제각기 현 상황에 대해 만족하는 눈치지만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는 기니에 압박을 가할 수단이 거의 없다. 사실,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와 달리 기니는 자체 통화를 발행하고, 해상 접경지의 이점을 누리며, 광산 부문 덕분에 상당한 공공 수입을 창출하고 있어서 지역 차원의 금융 및 경제 제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기니의 보크사이트로 재미를 본 중국

기니는 중국의 지리경제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이기도 하다. 권력을 잃고 물러난 알파 콩데 전 대통령은 중국에는 아주 귀중한 동맹이었다. 2020년 세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에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일었지만, 알파 콩데 정권하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던 중국은 콩데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다. 기니는 2018년부터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 정책에도 참여해 왔다. 보크사이트 개발과 관련해서는, 2014년 설립된 ‘보케 광업회사(SMB)’ 컨소시엄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중국 기업 홍차오가 SMB의 주주다.(3) 

SMB는, 1960년대 ‘아메리카 알루미늄 컴퍼니(Alcoa)’와 다른 기업들이 설립한 ‘기니 보크사이트회사(CBG)’의 생산 기록을 단숨에 넘어섰다. 비정부기구 ‘악시옹 민(Action Mines)’의 아마두 바 대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은 기니와 전략적 협정을 체결하고, 향후 20년 동안 도로, 항만, 대학교 등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기니에 2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지원금은 천연자원을 담보로 결정됐고, 지원금 상환은 중국의 보크사이트 개발 기업 세 곳의 몫이다.”(4)

보크사이트로 재미를 본 중국은, 세계 최대 미개발 철광석 매장지로 알려진 기니의 시만두(Simandou)산에 눈독을 들인다. 아마두 바는 이렇게 덧붙였다. “기본 협정이 체결됐었다. 하지만 쿠데타가 일어났고, 중국은 손해를 입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마디 둠부야 대령은 모든 협정을 지키겠다고 빠르게 발표해 중국을 안심시켰다.” 철광석 매장지는 4개 블록으로 나뉜다. 두 곳은 영국-호주 합작 회사인 ‘리오 틴토’와 중국 국영기업 ‘차이날코’가 공동 운영하는 심퍼(Simfer)가 개발하고, 나머지 두 곳은 SMB 컨소시엄의 기업들로 구성된 ‘위닝 컨소시엄 시만두(WCS)’에서 개발한다. 

CNRD가 기니의 권력을 잡은 이후, 중국은 기니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중국의 철강 대기업 ‘바오우’는 리오 틴토와 시만두 기반시설 개발을 위한 구속력 없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향후 주주협약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바오우는 시만두에 매장된 철광석을 사용할 수 있는 철강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아마두 바는 “매우 전략적인 프로젝트”라면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우크라이나도 국가 재건이 필요하고, 미국도 대규모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곧 국제시장에서 강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다.”

중국이 이토록 기니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과 공급원의 다양화를 위해서다. 사실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이다. 거대 광산 국가인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의 동맹으로, 이미 중국과 무역 분쟁을 겪었다. 중국은 전체 수입량의 40%를 기니에서 들여오기로 하면서 보크사이트 문제를 해결했고, 시만두 프로젝트가 강철 공급원 다양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강철 수입량의 60%가 여전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기니-서방세계의 트라이앵글

한편, 러시아도 알파 콩데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 알렉산드르 브레가제 러시아 대사는 2019년 외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헌법은 교리가 아니고, 성경도 코란도 아니다. 헌법은 현실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콩데 전 대통령의 3선 연임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기니와 러시아의 관계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유엔 총회에서 열렸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여러 투표에서 기니는 불출석 또는 기권을 했다.(5) 둠부야 대령은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군사정권 그리고 2019년 콩데 대통령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 불참한 것이다. 서방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니는 러시아산 전투 헬리콥터 구매 의사도 번복했는데, 이 역시 미국의 제재를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6)

그렇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기니의 주요한 협력 국가다. 양국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소비에트 연방은, 기니와 프랑스의 관계가 단절되자 1958년에 기니의 독립을 즉시 인정하고, 아흐메드 세쿠 투레 정권(1958~1984)을 지지했다. 1970년대부터 기니에서 보크사이트를 채굴해온 러시아의 알루미늄 제련 기업 ‘루살(Rusal)’은(7)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기니에서 기업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채굴된 광석 대부분을 처리했던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위치한 루살의 제련 공장은 가동을 멈췄지만, 아일랜드 리머릭에 있는 자회사 루살 오기니시 공장은 최대치로 가동 중이다. 유럽인들이 해당 공장의 알루미늄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제재 대상도 아니다. 러시아에는 기니 유학생도 많다. 

프랑스로서는 기니 군사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쿠데타 세력과의 불화로 군대를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8) 니제르에서도 2023년 말까지 군대를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군사쿠데타는 프랑스와 기니의 관계 회복을 위한 좋은 기회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알파 콩데 전 대통령의 3선을 비판하는 등 콩데 정권에서는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쿠데타 이후에도 양국 관계가 잠시 단절됐지만, 프랑스는 빠르게 군사 협력을 재개했다.

지하디스트들의 위협이 기니만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말리 접경 지역의 안전 확보는 기니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복무하고, 프랑스 발랑스(드롬) 출신의 군사 경찰과 결혼한 둠부야 대령은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둠부야 정권의 아부바카르 시디키 카마라 국방부 장관(일명 ‘이디 아민’) 은 2022년 6월 중순 파리에서 열린 국제 무기 전시회 ‘유로사토리’를 방문했는데, 티에리 부르카르 프랑스 참모총장이 직접 카마라 장관을 영접하기도 했다.

 

쿠데타에 대한 프랑스와 미국의 태도

쿠데타 정권이라고 해서, 프랑스 정부와 기업들이 그들과 계약을 거부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코야-다볼라 도로 재건 공사의 감리를 맡았던 기업 에지스(Egis)는 시만두 프로젝트에서 정부의 컨설팅 엔지니어로 선정됐다. 프랑스 외교부의 크리술라 자카로풀루 국무장관은 지난 4월 기니를 방문했을 때, 기니가 민간 통치 체제로 변환하는 데 프랑스가 ‘동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기업 아즈텔코(Aztelco)는 새로운 유권자 파일 작성을 위한 유권자 생체인식 조사업체로 거의 확정되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는 최근 보건 및 통신 분야(라디오와 TV) 프로젝트 두 건에 대해 총 1억 5,000만 유로(2023년 10월 기준, 한화로 약 2,140억 원)를 기니에 빌려주기로 했다.(9)

한편, 미국은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은 평소 쿠데타에 대처하던 방식대로 기니와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인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에서 기니를 제외했다. 트로이 피트럴 미국 대사는 자유를 존중하고, 정치계 및 사회단체들과 대화할 것을 기니의 과도정부에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기니의 주요 협력국이 되는 것을 미국이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2023년에는 기니 정부와 미국 기업 ‘웨스트 아프리카 LNG그룹’의 협상이 진전을 보였고, 해당 기업은 기니의 광산 도시 캄사르에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LNG 터미널에서는 기니 영토에서 보크사이트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할 수 있다. 

기니 과도정부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외교적 고립을 막고 반대파 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말리 및 부르키나파소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기니의 대표적인 두 정치 지도자 알파 콩데와 셀루 달렌 디알로는 해외로 망명했다. 재임 시절 비리와 시위대 유혈 진압 혐의로 기소된 알파 콩데는 튀르키예로 향했다. 군인 출신인 란사나 콩테 대통령 정권(1984~2008)에서 총리를 지냈으며, 알파 콩데의 정치적 경쟁자인 셀루 달렌 디알로는 자신의 정당 ‘기니민주연합(UFDG)’을 이끌고 해외에서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셀루 달렌 디알로 역시 2002년 기니 국영 항공사의 민영화 당시 비리 혐의로 기소 대상이다. 파리에 체류 중인 그는 우리에게 그것이 “터무니없는 기소”라 며 미국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미국은 대사관 홈페이지에 과도정부의 종료 및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까지 남은 날짜 수를 표시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항의하자, 그 표시를 삭제했다.”

알파 콩데 대통령의 3선 반대 투쟁을 이끌었던 민중 운동, FNDC(Front national pour la défense de la Constitution, 헌법수호 국민전선) 관계자들은 군사정권의 시위 금지 명령에 불구하고 2022년 7월과 8월, 10월 그리고 2023년 3월, 5월, 9월까지 시위를 벌였다.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군대는 이들을 가차 없이 체포했다. 일부는 법원 판결도 없이 10개월간 수감됐고, 일부는 해외로 피신했다. 결국 FNDC는 해산되고 말았다. 2022년 6월 이후, 30명의 시위대가 코나크리 전역에 배치된 경찰과 군인들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글·탕지 비항 Tangi Bihan
지리학자, 파리 1(팡테옹-소르본) 대학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Sekou Sanoh, ‘Révélations sur les sanctions contre la Guinée 기니에 대한 제재를 폭로하다’, <Guinéenews>, Conakry, 2023.4.26. https://guineenews.org
(2) Anne-Cécile Robert, ‘Pourquoi tous ces putschs(한국어판 제목: 연이은 쿠데타의 원인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9월호, 한국어판 2023년 10월호.
(3) Olivier Blamangin, Akoumba Diallo, Agnès Faivre, ‘Les bons comptes offshore du champion de la bauxite guinéenne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니 최대 보크사이트 기업의 수익’, <Afrique XXI>, Paris, 2022.2.10. 
(4) Chalco(Chinalco의 자회사), CDM Chine, State Power Investment Corporation (SPIC).
(5) Anne-Cécile Robert, ‘La guerre en Ukraine vue d’Afrique 아프리카의 관점으로 본 우크라이나 전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2월호.
(6) ‘La junte de Mamadi Doumbouya en quête d’hélicoptères de combat 전투용 헬리콥터를 구하고 있는 마마디 둠부야 군사정권’, <Africa Intelligence>, Paris, 2023.4.11.
(7) Julien Brygo, ‘Les Russes et le “petit bijou” de la Guinée(한국어판 제목: 러시아와 기니의 불편한 동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09년 10월호.
(8) Rémi Carayol, ‘La France partie pour rester au Sahel(한국어판 제목: 사헬 지역에 머물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3월호, 한국어판 2023년 4월호.
(9) ‘Signature de deux accords intergouvernementaux en Guinée 기니에서 정부 간 협정 두 건 체결’, 재무국, Paris, 20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