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 권력 '폴리토로그'의 위선
이들은 모두 빠지지 않고 언론에 얼굴을 내밀고, 붕어빵처럼 닮은 이데올로기를 설파한다. 어쩌면 이들은 둘 다 바보이거나 적어도 바보짓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유명인사들에 대한 장점과 단점, 계산과 전략을 캐내는데 지칠 줄을 모른다. '시트콤'의 모든 형태를 갖춘 가족사는 아무리 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분야다. 여론조사의 연금술을 통해 고귀한 여론을 장악한 이들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위험부담 없는 '판박이' 논평
판박이 전문가들이 똑 같은 헛소리를 해대는 것을 확인하려면, 2008년 11월 랭스의 사회당 의회에서 제기되었던 파란만장한 미디어 일지를 훑어보면 된다. 한 주 동안 채널 '프랑스 5'의 시사다큐 프로그램 TV 매거진 <쎄 당 레어>는 최종 투표를 세 차례에 걸쳐 방송했다.
처음부터 진행자 이브 칼비는 '끝까지 이어지는 서스펜스, 우리를 즐겁게 할 줄 아는 사회당원들'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11월 22일 '그래서 마르틴이야 아니면 세골렌이야?', 11월 24일 '개표를 (다시)하는 당', 그리고 11월 26일 '마르틴한테는 노동시간 감축도 없다' 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혔다.
이들 세 프로그램에 출연한 '시앙스 포' 출신 폴리토로그들은 22일 제라르 그륀베르그, 24일 롤랑 캐롤과 파스칼 페리노, 그리고 26일에는 그륀베르그와 도미니크 레니에 등이었다. 2008년 초부터, 이들이 방송에 출연한 횟수는 레니에가 18회, 캐롤이 14회, 페리노와 그륀베르그가 각각 9회이다. 가끔 동일한 폴리토로그가 동시에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말을 할 수도 있고, 조간이나 석간신문 혹은 주간지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가장 흔한 장소인 직장, 카페 혹은 저녁식사 중에 듣는 논평이 비슷하기도 하다. 그런데 폴리토로그에게는 종종 결정적인 판결을 내려야 하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륀베르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해결할 수 없다2)"고 결론짓고, 레니에는 사회당은 "통제 불능이 됐다3)"고 덧붙인다. 위험 부담이 따르지 않는 예측들은 금세 잊히기 때문이다.
또한 폴리토로그는 아우성치는 사람들 배후에서 일을 꾸미는 강력한 세력을 꿰뚫어보는 눈썰미가 있다는 것을 입증도 해야 한다. "당내 세력간(마르틴파와 세골렌파)의 다툼은 부수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회당의 두 개념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4)이라고 레니에는 주장한다.
"사회당은 당원 부문에 있어, 두 당으로 나뉠 것이다. 그것은 사회주의 운동 역사에 있어서 새로움"이라고 페리노는 덧붙였다.
"차라리 사회적 출신배경도 그렇고 수중에 넣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카테고리와는 동떨어진 지도자들(이들이 당선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로 구성된 전문성을 갖춘 당의 유용성을 언급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또한 당수를 뽑는 논리는 경쟁을 한층 폭력적으로 만들어서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언급 했어야 했다.5)"
과학으로 포장한 위선적 담론
'과학'은 당원들의 시선을 가리는 가련한 마스크다. 그륀베르그는 자신이 옛 사회당 당원이었다는 것을 거의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는 자주 시장경제의 흐름을 따르지도 않을 테고, '고데스베르크 강령'을 완성시키는 것도 요원한, 그리고 여전히 이마에 '사회주의'라는 딱지를 달고 있을 당을 꾸짖는다.
한편 대중운동연합(UMP)을 지지하는 레니에는 대선 캠페인이 있는 동안 니콜라 사르코지를 위대한 사람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놨다. "용기, 결단력, 야망, 의지는 고귀한 가치들이다. 그것들이 그를 찬양하게 한다."6)
이 찬양자는 UMP가 창설한 싱크탱크 그룹, 정치혁신재단의 수장 자리를 꿰어 찼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설령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하더라도 대중은 이 재단이 누굴 위해 작동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페리노는 "폴리토로그가 개인적인 선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해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7)
최근 <쎄 당 레어>는 프랑스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에 대해 할애했다. 이 방송은 현지에 '깊숙이 박혀 있는' 프랑스 기자들과 함께, 전쟁의 정보가 모든 정보를 침공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초대된 패널 중에는 레니에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그 분야에서 지난날 전문가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진행자는 그 폴리토로그가 국방부 장관 에르베 모랭을 대동하고 아프가니스탄에 간 사실을 밝혔다.8)
파병을 반대하는 프랑스의 여론에 대해 논평하려고 패널로 나온 레니에는, 프랑스 장병들이 매복에 걸려 희생된 것에 대한 북받치는 감정이 사그라지는 대로, 그 적개심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그 적개심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모든 패널들이 파병을 찬성하는 이 방송에서, 파병을 반대하던 사회당 의원 그룹은 만장일치로 '선동가'로 낙인 찍혔다. 따라서 프로파간다의 전문가, 탈레반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충직한 이들 폴리토로그들은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잡지 <르포엥>이 시작한 최고의 장관을 뽑는 장관 평가단 패널도 뿌리치지 못한 채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용기', '비전', '교육철학', '개혁의지', '개혁 능력', 그리고 '미디어 재능' 등 각 항목별로 2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서른여덟 명의 장관들을 평가했다.
결과의 정확성은 가장 명확한 과학의 척도에 의해 산출됐다. 왜냐하면 소수점 두 자리까지 계산해서 얻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크자비에 베르트랑이 14.16점으로 1등을 차치했고, 13.62점을 얻은 크자비에 다르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평가단 패널로 참여한 레니에는 '시앙스 포' 교수로, 페리노는 CEVIPOF(프랑스의 정치적인 삶의 연구센터) 소장으로 소개가 됐다. 기타 자닌 모쉬즈 나보는 '시앙스 포' 출신의 폴리토로그로, 필립 레노는 정치학 교수(시앙스 포가 아닌)로, 제롬 자프레는 폴리토로그로 소개 됐다. <르포엥>은 '시앙스 포'의 학장 리사르 데스코엥은 물론이고 '국립 정치학 재단'의 총재 장-클로드 카사노바를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와 경험 있는 폴리토로그'로 소개했다.
미디어 선동의 귀재들
그 후로도 이러한 미디어 게임들이 과학적 작업과 학술적이라고 주장하는 업적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페리노가 IFOP(프랑스 여론기관)의 여론조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궁금했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CEVIPOF에 60만 유로를 지원했다. 9)
페리노의 진두 지휘 하에 발간된 책 <단절의 투표>에 그 해답이 있다. 이 폴리토로그는 그 책의 서문에, '시앙스 포' 기관이 그렇듯, 계획에 따라 두 파트로 나눠, 양측 의견을 게재했다.
"요컨대, 이 선거는 분명 향후 동향 파악을 피날레로 미루는 '단절' 선거다. 이 단절이 태도, 행동 그리고 실용적인 것들을 고안해내며 그 동향들이 향후에 파악될 테지만, 우리는 앞으로 그것들을 덧없다고 말하거나 혹은 새로운 정치 문화를 예고한다고 할 것이다."10)
결국, 단절은 지속성 속으로 끼어든다. 한편 승자의 성공이라는 단어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승리의 선거 집권", 그의 "대통령 집권이 주는 이득" 혹은 그의 "절대권력 능력"등을 언급하는 훨씬 세련된 말들 앞에서 초라해지고 무색해진다.
다음엔 사이비 개념과 수치들이 등장했다. 가장 적절한 개념과 수치들을 내세우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출구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니콜라 사르코지가 지난 40년간 우파가 경험하지 못한 계층 간 간극을 메우고, 상류층(고급 간부와 자유직업자의 57%가 그를 찍었다.)과 서민층(직장인 55%와 노동자들의 52%가 그를 선택했다.11)
물론 폴리토로그는 사르코지를 찍은 것이 연령이나 소득 수준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높은 투표 거부율과 서민층의 선거인 명부 미등록 비율을 누락시켰다. 사실, 승자는 노년층과 고소득층 유권자들로부터 보다 많은 표를 획득했다.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망각일까?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각주
1)역주- 각종 미디어 매체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며 모든 정치현안을 진단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안하며,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으로서 정치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과학자를 지칭하는 신조어.
2)2008년 11월 22일 <리베라시옹>, 2008년 11월 22일 <렉스프레스>. 일간지와 주간지에서 인용한 글이 동일하다.
3) Ibidem
4)2008년 11월 24일 <르피가로>
5)2008년 11월 22일 <리베라시옹>
6)2007년 1월 18일, <누벨옵스>
7)2007년 6월 19일 <Le Point.fr>
8)<아프가니스탄 개입을 찬성하는 국회의원들>, <프랑스5>, 2008년 9월 22일
9)<술 취한 여론 조사>, <라데쿠베르트> 파리, 2006년 p.32-33
10)파스칼 페리노, <단절의 투표, 2007년 4-6월의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 <시앙스 포 프레스>, 파리 2008년 p.17
11)Ibidem,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