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화 하는 학교
출판/서평
2007년 출범한 공공정책검토팀(RGPP)은 교육부의 일자리를 50% 축소했고, 나아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이전에 교육부가 하던 감사 업무를 민영화했다. 프랑스 정부는 학교 개혁을 외쳤지만 결과적으로는 교육 부문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말았다. <새로운 자본주의 학교> 저자들은 학교를 구하려면 학교 민영화 반대만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학교는 실업, 비정규직 같은 문제를 겪으면서 점점 기업형 채용 구조를 띠고 있다. 학교는 신자유주의 방향을 따르면서 교직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고, 학부모와 학생들까지 신자유주의식 행동에 동참하라는 강요를 받고 있다. 더구나 학생들은 노동시장에서 돈이 되는 졸업장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의 원칙에 반대하기 힘들다. 사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학교 내부와 학교끼리도 경쟁을 통해 우열이 나뉜다.
학교는 점차 기업화돼갈 것인가? 프랑스의 몇몇 학교에서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자율성·능력·실무 같은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가 많이 들린다. 프랑시스 베르뉴는 저서 <학교의 말과 문제점>(3)에서 '혁신'과 '성공'을 내세우는 학교들을 분석해본다. 학교가 혁신만 강조하면 위험할 수 있다. 문제는 프랑스의 거대 두 정당 역시 이같은 일을 별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학교에서는 이제까지 낯선 '계산적 정신'이 슬슬 들어오고 있다. 혁신과 성공을 추구하는 학교들은 교장의 재량권이 강하다. 교장은 교사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교사들의 성과에 따라 혜택을 주는 권한을 갖게 된다. 프랑시스 베르뉴는 학교가 기업처럼 '계약'과 '경영'이 중시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멜리사 벤(4)은 프랑스 학교가 영국 학교의 길을 따라가는 것 같다고 한다. 벤은 모든 학교에 기회를 주는 보편적인 교육부서가 창설되어야 한다며, 불평등과 경쟁을 양산하는 엘리트 중심 교육 시스템의 폐해를 비판한다. 불평등과 경쟁을 불러오는 교육 시스템은 프랑스가 추구하는 교육 시스템과 거리가 멀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구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립학교의 야심찬 개혁을 구상하고 있다. 만일 불평등과 경쟁이 난무하는 교육 시스템이 고착되면 나라도 분열될 것이고, 노동 환경에도 불신이 가득할 것이고, 시장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멜리사 벤은 지적한다.
글•알랭 포플라르 Allan Poppelard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투표하는 날>(2012) 등이 있다.
(1) <재생: 교육 시스템의 어느 이론을 위한 요소>(La Reproduction. éléments pour une théorie du systéme d‘enseignement), Les Editions de Minuit, 파리, 1970.
(2) Christian Laval 외, <새로운 자본주의 학교>(La nouvelle école capitaliste), La Découverte, 파리, 2011.
(3) Francis Vergne, <학교의 말과 문제점: 주제 넘고 비판적인 작은 용어집>(Mots et Maux de l’école: Petit lexique impertinent et critique), Armand Colin, 파리, 2011.
(4) Melissa Benn, <학교 전쟁: 영국의 교육을 위한 전투>(Schools Wars: The Battle for Britain‘s Education), Verso Books, 런던,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