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정부의 아리송한 관계
출판/서평
마리 로르 레게는 앙시앵레짐 시대의 공공금융 역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저서를 출간했다.(1) 당시 공공금융의 기능이 알쏭달쏭해 놀랍기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쟁점은 비슷하다. 늘어나는 공공부채, 제대로 걷히지 않는 세금,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브로커들의 막강한 힘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문제로 인해 앙시앵레짐의 왕정이 더욱 빠른 속도로 쇠퇴를 맞이했다. 앙시앵레짐 때 장 바티스트 콜베르 재무장관은 공공금융의 기반을 혁신적으로 세웠지만, 그가 죽은 뒤 공공금융은 극심한 투기 대상이 되었다. 내각은 국왕이 간접적으로 화폐를 늘리고 자본가 계층의 충성을 얻을 수 있게 금융업자들에게 명예, 그리고 세금과 지출을 징수하고 관리하는 왕실의 권한을 주었다. 마리 로르 레게에 따르면, 1690년대부터 재무관리 담당자들이 유통 어음이 부족하자 스스로 자금 조달자 역할을 했고 국제무역 및 금융기관과 긴밀하게 손을 잡았다. 그 결과 금융이 세금보다 자금 마련 수단으로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전통적 방식은 새로운 자금 마련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뱅상 뒤쇼소이의 저서는 옛날 자료를 이용해 프랑스 금융 역사의 전환 시기를 다룬다. 바로 1978∼84년이다. 뒤쇼소이는 화폐를 장악하는 중앙은행, 장부 정치에 도움을 주는 재무부의 지도층,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제5공화국 때 창설된 이후 처음으로 교체를 이룬 행정부 사이의 파란만장한 관계에 대해 다룬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인용된다. 뒤쇼소이의 저서는 외부의 제약(나빠진 국제 경제 환경 등), 고위 공무원과 기업가들이 사회당 지도층에 오르는 데에 대한 적대감, 당시 재무장관이던 자크 들로르의 모호한 태도를 상세히 다룬다. 에두아르 에리오 내각과 레옹 블룸 내각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새로운 '자본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1983년 봄의 재선에 성공한 미테랑과 그의 정부는 이 자본의 벽에 맞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삶을 바꾼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꾸었고, 좌파와 경제 관계를 바꾸었다."(2) 사회당 출신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1988년에 한 말이다.
<상상의 금융>(3)은 현재 미국과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정치권과 금융권의 관계를 상세히 분석한다. 이 책의 저자 조프레 죄앙은 금융의 막강한 독점 권력이 금융 관계자들 사이의 긴밀한 관계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금융·경제·행정·정치·이데올로기 권력이 서로 뒤섞여 있고, 정부기관과 민간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정보는 풍부한데 금융 독점 권력이 어떤 원칙에 따라 서열을 이루고 협력하는지 제대로 설명돼 있지 않다.
글•폴 라뇨이모네 Paul Lagneau-Ymonet 앙젤로 리바 Angelo Riva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마리 로르 레게, <왕실의 파산: 콜베르 재무장관의 공공금융 관리에서 프랑스혁명까지>(La Banqueroute de l’Etat royal: La gestion des finances publiques de Colbert à la Révolution française), Editions de l’EHESS, 파리, 2011.
(2) 뱅상 뒤쇼소이, <프랑스 은행과 정부>(La Banque de France et l’Etat), L’Harmattan, 파리, 2011.
(3) 조프레 죄앙, <상상의 금융>(Le Finance imaginaire), Aden, 브뤼셀,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