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사회철학을 위해

출판/서평

2012-05-14     루이 팽토

현실 문제를 다루는 데 소극적인 기존 프랑스 철학과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철학이 등장하고 있다. 신세대 철학가들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려 한다.

신세대 철학자 프랑크 피슈바흐는 독일철학 전문가로서 카를 마르크스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재해석해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을 새로 정립했다. 피쉬바흐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철학(1)을 부활시키는 일이다. 기존 철학자들은 사회를 다루기 위해 인간 학문의 기초나 정치철학에 나오는 이론을 내세워 현실은 소극적으로 말하는 일이 많았지만, 사회철학자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상을 키우려 한다. 사회철학은 전통 이념에는 찬성하고, 근대 이념에는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 이념에서는 개개인이 자신이 사는 사회에서 목표를 발견한다고 봤다. 반면 근대 이념에서는 개개인이 모든 배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목표를 선택한다고 봤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철학은 개인을 따로 보지 않고 사회와 관계 맺는 존재로 본다. 저서 <세상의 상실>(2)에서 피슈바흐는 하이데거 철학과 마르크스 철학을 조합하려 했다. 먼저 그는 '세상 속의 존재' 개념을 받아들인다. 인간은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세상은 관망하는 대상이 아니라 적극 참여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리고 노동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자기계발하는 수단으로 본다. 노동은 인간과 역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고, 세상은 인간에게 낯선 현실이 아니라 익숙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노동을 통해 개인은 현실적이 되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이다. 이제 노동력은 교역의 가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순수한 능력이 되었다.

헝가리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죄르지 루카치 이후에 자본주의는 공간의 관계에서 다뤄지면서 봉급받는 노동은 사물화되어 측정 가능한 것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피슈바흐는 시간의 개념을 이용해 보수적인 자본주의 관점을 극복한다. 그에 따르면, 시간은 생산 방법을 특별하게 만든다. 마르크스가 직접 주장한 자본주의의 혁명적인 면은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이 피슈바흐의 평가다. 사회질서가 재편되고 계급의 지배가 다시 나타나면서 부르주아층과 이전 지배층이 확실히 구별된다. 이전 지배층은 변화 없는 수구보수주의를 갈망했지만, 진정한 지배층이라면 세상과 게임의 법칙을 꾸준히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가 미덕으로 승격된다. 저항이 뒤늦은 것, 혁명가들이 보수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빠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면 영원할 것 같던 현재가 덧없는 것이 된다. 어떤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철학자들을 독단적인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글•루이 팽토 Louis Pinto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Frank Fischbach, <사회철학을 위한 선언>(Manifeste pour une philosophie sociale), La Découverte, 파리, 2009.
(2) <세상의 상실: 시간, 공간, 그리고 자본>(La Privation de monde: Temps, espace et capital), Vrin, 파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