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그 이후는?

하마스, 전쟁의 악순환

2023-11-30     아크람 벨카이드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10월 7일 새벽, 가자지구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에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주요 시설이 파괴됐다. 현재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선도자를 자처하지만, 공격 당시 벌인 극악무도한 만행 때문에 정치적 미래는 위태롭기만 하다. 

 

“현재 중동은 최근 20년 중 가장 평화롭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9월 29일 미국 잡지 <더 애틀랜틱> 주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1) 이스라엘과 여러 아랍국의 관계 정상화를 중동지역 평화의 징후라 믿고 싶은 것이다. 진정 중동은 평화로운가?

얼마 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조상의 땅으로 돌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의 모습은 이스라엘 저격수가 시위대 20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8~2019년 귀향 대행진’ 운동을 연상시켰다. 

진정 중동은 평화로운가? 9월 26일, 토르 베네슬란드 유엔 중동평화특사는 유엔안보리 보고서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의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이라 규정했다. 8월 말에는 여러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이스라엘군의 폭력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1월 1일~8월 말에 팔레스타인 220명이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에게 죽임을 당했다.(2) 제이크 설리번은 이 모든 사건에 무감각한 듯하다. 어쨌든 아랍세계에 흔한 농담처럼, 중동의 상황은 팔레스타인이 유일하게 고통받는 존재가 아닐 경우에만 심각하게 간주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으로 이 지역은 본격적인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든다. 알아크사 홍수는 하마스와 그의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을 필두로 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작전이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 희생자 수는 1,400명에 달했고, 이 중 수백 명이 민간인이었다. 이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이스라엘 국민은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재앙의 책임을 돌렸고, 이스라엘은 ‘철검’ 보복작전으로 즉각 대응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중폭격으로 민간인 포함 사상자 4,500명이 발생하면서,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마스와 그의 동맹들은 ‘고립지역(enclave)’ 주민들이 이처럼 처참한 보복을 당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왜 공격을 감행한 걸까? 소피 포미에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한 것에 대한 이슬람주의 정파의 반격이라 분석했다.(3) 한편, 하마스 정치국장은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4) 

 

이스라엘 점령군의 ‘포그롬’… 팔레스타인 SNS에 종말론 확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점 및 식민화 정책 강화, 알아크사 모스크에서의 마찰 증가,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 안보 장관의 끝없는 도발과 팔레스타인 죄수 6,000명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월 26일, 서안지구 부근 후와라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이 폭력사태를 벌이자, 수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드디어 자신들을 이 땅에서 추방하려고 강경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후와라를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한 반면, 서안지구 주둔군을 지휘하는 예후다 푹스 이스라엘 사령관은 이 폭력사태를 팔레스타인에 대한 ‘포그롬(특정 민족에 대한 박해-역자)’이라 주장했다. 이 사건 이후, 팔레스타인 SNS에 종말론이 확산됐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구를 압도하기 위해 정착민 200만 명을 서안지구에 이주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마스는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 저항의 주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 당국은 안보 및 치안 유지 명목으로 이스라엘의 보조자로 전락한 지 오래다. 10월 17일 알아흘리 아라비 병원 폭격 이후 제닌과 라말라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87)에 대한 퇴진 시위가 열렸는데, 이때 시위대에게 발포를 허가한 그의 결정도 하마스의 정치적 우위를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또한 하마스는 어떠한 외교적 책략도 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을 저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과 여러 아랍국(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 수단)의 관계 정상화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운명은 뒷전으로 밀렸었다. 이번 가자지구 전쟁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절 체결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이 파기될지 아닐지, 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화가 종결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과정은 중단됐다. 이에 관련된 아랍국들이 아무리 여론에 무관심하더라도,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강하고 지속적인 애착까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때 마그레브(서부 아랍국 및 북동 아프리카국가-역자)와 마슈리크(동부 아랍국-역자)의 선수들과 서포터들이 보여준 단결된 모습처럼 말이다.(5) 

하마스는 공격 직후 프로파간다를 활용해서 군사적 승리를 강조했다. 철통같다고 알려진 분리장벽 중 30여 곳을 넘어, 전략지(에레즈 검문소, 가자 사단본부 등)를 침투한 것, 병사 수십 명을 포획해 전쟁포로로 끌고 간 것 등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언론과 정부는 민간인 살상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토에 깊숙이 침투하는데 성공했다고 떠들어댔다(이에 비해 레바논 헤즈볼라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실로 아랍세계의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다. 아랍국들은 미국이 제공한 첨단장비와 항공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군의 압도적 우위에, 이미 오래전부터 체념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마스도 공격으로 인한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할 것이다. 현재 초토화된 가자지구에는 시체가 즐비하다. 지난 17년간 이미 여섯 번의 전쟁을 겪은 이 황폐한 땅이 어떻게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세계의 관심은 가자지구에 쏠려 있지만,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화가 다시금 거세지고 있다. 군대의 비호를 받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고삐가 풀린 듯, 공포에 질려 운명에 순응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물어뜯고 있다.(6) 특히 외딴 시골 마을의 베두인족이 표적이다. 10월 7~17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팔레스타인인 58명이 살해됐고, 수백 명이 감옥에 갇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왜 학살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그중 수십 명의 청년은 가자지구 부근의 음악축제를 즐기러 왔을 뿐이다. 하마스는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역자) 주민 학살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이런 살상 행위는 세계 각지에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하는 세력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마저 격분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전쟁법에 위반되는 민간인 인질 억류 행위는 하마스의 향후 정책과 평화협정 가능성 여부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좌파를 포함해, 이제 이스라엘에서 어느 누가 하마스와 대화하려 하겠는가? 이제는 이스라엘의 복수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전쟁의 쟁점 중 하나가 됐다. 몇몇 이스라엘 지도층은 이슬람주의 세력을 멸절하거나(사실상 불가능), 아니면 최소한 가자지구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주장은 10월 7일 공격 직후 거론된 시나리오다. 이스라엘이 고립지역 남부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자, 팔레스타인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이주 또는 추방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에 이집트는 자국 영토에 팔레스타인 난민캠프가 들어선다는 언급조차 하길 거부했고, 미국 정부는 또 다른 나크바(‘대재앙’이란 뜻.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이 추방당한 사건-역자)라며 난색을 표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협상석에 앉힐 수 있을까?

이스라엘 네티즌은 소셜네트워크 엑스(옛 트위터)에서 “잔디 깎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라며 분노했다.(7) 이들은 이스라엘이 예전 전쟁과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즉, 군사적 대응,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한 협상, 고립지역을 관리하며 또 다른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하마스와의 불안정한 현상 유지 등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사절이란 뜻이다. 네타냐후 정부와 이스라엘군의 발표에 의하면, ‘가자지구의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당사자에게 열쇠를 넘길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당사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직 모른다. 현 단계에서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중 누구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자신의 권력 유지와 하마스 세력 약화라는 두 가지 가정하에, 하마스처럼 탈식민화 분쟁에 종교적 색채를 입힐 수 있는 유용한 적을 새로이 찾아야 할 것이다. 2019년 3일,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리쿠드당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반대한다면 누구든 우리의 하마스 진압과 자금조달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그가 이것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과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을 서로 떼놓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8) 적어도 이 전쟁은 1991년 마드리드 중동평화회담에 버금가는 평화 이니셔티브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이 드물게 이스라엘을 협상테이블에 앉혔던 그 순간처럼 말이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How democracy can move forward, with Jake Sullivan and Will Hurd. The Atlantic Festival 2023’, 2023년 9월 29일, www.youtube.com에서 콘퍼런스 영상 참조.
(2) <RFI>, 2023년 8월 28.
(3) Sophie Pommier, ‘La stratégie à quitte ou double du Hamas 하마스의 건곤일척 전략’, <Orient XXI>, 2023년 10월 16, https://orientxxi.info/
(4) Ibid.
(5) ‘Coupe du monde de football, un moment palestinien 월드컵, 팔레스타인의 순간’, <Orient XXI>, 2022년 12월 8일.
(6) ‘En Cisjordanie, la vengeance débridée des colons 서안지구 정착민의 고삐 풀린 복수’, <La Croix>, 2023년 10월 16일.
(7) ‘Gaza : Tonte de la pelouse’ par l’artiste Jaime Scholnick 아티스트 제이미 숄닉의 ‘가자지구: 잔디 깎기’, <The Markaz Review>, 2021년 7월 14일, https://themarkaz.org
(8) Benjamin Barthe, ‘Gaza. La fabrique d’une poudrière 가자지구라는 화약고’, <르몽드>, 2023년 10월 15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이란과 헤즈볼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배후에 이란이 있을까? <월스트리트 저널>은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이란이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청신호를 줬다고 10월 8일 보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왜 하마스와 동시에 전쟁에 돌입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미국이 ‘예방’ 차원에서 보낸 제럴드포드 항공모함이 도착하기 전에, 이스라엘군을 무너뜨리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폭격과 교전이 레바논 국경에서 발생했지만, 2차 교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투가 발생한 지 열흘이 넘도록 불확실했다. 이란에게 헤즈볼라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주요 억제수단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지상전 공세가 강화되면, 레바논이 참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군 241명과 프랑스군 58명이 사망한 베이루트 테러 사건으로 미 해병대가 레바논 해안을 폭격한 지 40년이 흐른 지금, 또 다른 미군의 반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