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분쟁의 스펙트럼

2023-11-30     아크람 벨카이드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배후에 이란이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알아사크 홍수’ 작전(이슬람 성지중에서 하나인 예루살렘 알 아사크 사원에 이스라엘군이 폭력적인 시위대 체포작전을 벌이자, 하마스는 보복전에 이 사원의 이름을 작전명으로 정함-역주)에 청신호를 줬다고 익명의 하마스와 헤즈볼라 제보자를 인용해 10월 8일 보도했다. 

이란 지도층은 모든 것을 부인하면서도 하마스의 공습을 반기며 ‘지속적인 저항’을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여러 민주당, 공화당 의원이 이란을 추가 제재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란이 이번 공습의 배후라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왜 하마스와 함께 참전하지 않았을까? (이란에 우호적인) 레바논 정파 지도층이 즐겨 말하는 ‘전선의 단결’, ‘연대 저항’이라는 명목하에 말이다. 그랬다면 미국이 ‘예방’ 차원에서 보낸 제럴드포드 항공모함이 이스라엘 연안에 도착하기 전에, 이스라엘군을 무너뜨리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이란이 공습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다음의 두 가설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이란은 공격 개시일 등의 세부사항을 몰랐을 것이다. 여러 아랍 분석가는 이 시나리오를 지지한다.(1) 즉, 하마스가 동맹국들에게 알리지 않고 홀로 공격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카타르에 망명 중인 하마스 정치국 간부들과 이란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장본인이 모하메드 데이프 사령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정보유출을 막는 동시에 외부 리더보다 내부 리더에게 우선권이 있음을 확실시하는 수법이다. 

둘째, 이란은 헤즈볼라가 공격에 가담하길 바라지 않았다는 가설이다. 다른 건을 대비해 남겨둔 것이다. ‘물라(Mullah, 이슬람 율법학자-역자)의 나라’를 위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무산시킬 소중한 자산이므로, 사소한 일에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헤즈볼라를 외부 전쟁에 보내길 주저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이란이 바사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을 때도 그랬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전선에서 저강도 분쟁을 유지하는 까닭은, 이스라엘이 항시 헤즈볼라의 존재를 염두에 둬야 함을 상기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치른 ‘33일 전쟁’의 승리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이후 군사력도 크게 강화됐다. 헤즈볼라 간부층은 이스라엘 공군력의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지상전에서만큼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 

공격 일주일 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가자지구를 폭격하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온주의 정권의 범죄가 지속된다면, 무슬림과 저항군은 더는 참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10월 17일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중동의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이란은 헤즈볼라와 그의 지원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10월 19일 목요일, 홍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은 친이란 후티 반군이 예멘에서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 미국에 따르면, 이 장거리 미사일은 북쪽을 향해 발사됐으며 이스라엘 영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란 언론은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라크의 모든 시아파 무장 정파에게 힘을 모아 이스라엘에 대항할 것을 매일 같이 촉구하고 있다. 중동전쟁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북부 전선에서 2차 격돌이 발생할 위험을 감지하고, 국경 부근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며 헤즈볼라와 이란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였다. 습관적이던 소규모 교전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교전의 강도와 반복적 성격은 2006년 전쟁으로 치달은 전초전을 떠올리게 했다. 헤즈볼라는 진정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를 작정일까? 그렇다면, 미군 241명과 프랑스군 58명이 사망한 베이루트 테러 사건으로 미 해병대가 레바논 해안을 폭격한 지 40년이 흐른 지금, 또 다른 미군의 반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후 나타난 첫 번째 여파도 미 해군의 이스라엘 귀환이었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Al-Jazira>, 10월 9일.

 

 

아시아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

 

2023년 8월 24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약자)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최종성명서에는 일종의 전조 같은 경고가 담겨있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점령과 불법 정착촌 확대로 인해 폭력적인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영토 내 비참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국제법에 근거한 직접 협상을 지원할 것을 국제 사회에 촉구한다(...).” 국제회의 성명서에서 위와 같은 호소가 나온 것은 오랜만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말레이시아와 북한만 공개적으로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모두 민간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행위를 비난하고 있고, 극히 일부만 이스라엘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모디 총리는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며 자국 내 반무슬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 지도자들은 대부분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과 폭격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1) 예를 들어 일본은 양측의 희생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서방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합동지원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10월 9일)”하기를 거부했다.(2) 중국은 먼저 “긴장과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을 비판한 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행위”를 비난하며 “분쟁을 악화시키고 해당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조치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중국은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에서 화해의 물결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 약 3만 명의 자국민이 근무하고 있는 태국은 이번 하마스 공격으로 3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인질로 붙잡혔다며 “폭력적인 상황이 종식되기”만을 바란다고 발표했다.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Antoine Bondaz, ‘Israël et le Hamas en Asie : alignement indopacifique en question face à la guerre de Soukkot 아시아에서 본 이스라엘과 하마스: 수코트 전쟁에 대한 인도양·태평양 해역의 동조’, <Le Grand Continent>, 2023년 10월 21일. 
(2) Koya Jibiki, Rimi Inomata, Ryo Nemoto, ‘Japan tries for balanced diplomatic response to Israel-Hamas war’, <Nikkei Asia>, 2023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