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정신 담을 헌법 원한다

6월의 '르 디플로' 읽기

2012-06-12     이인우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6월 민주화운동이 있은 지 꼭 25주년이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민주화를 요구한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비로소 제도 민주주의의 첫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정치·사회·경제·문화 거의 모든 부문에서 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구호처럼 극적인 변신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해방과 4·19, 5·16 같은 사건들이 말 그대로 까마득한 역사로 여겨졌지만, 생각해보면 불과 한 세대 전 일이었습니다. 광주 민중항쟁(1980년)이 일어난 지 32년, 6월 민주화운동(1987년)은 25년 전이니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제가 해방과 4·19의 역사에서 느꼈을 법한 '과거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1970년대에서 1940~50년대를 바라보는 느낌과, 21세기에서 1980년대를 돌아보는 느낌이 비슷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 차이는 많이 클 것입니다. 6월항쟁 이후 대한민국의 변화와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6월 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제도 민주주의는 산업화와 두 바퀴를 이루면서 대한민국의 질주 속도를 가속화했던 것입니다.

저는 6월항쟁으로 성립된 것 중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의미를 지닌 역사적 사건을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기초적인 민주주의가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한 제6공화국의 성립과 시민사회의 등장, 민의의 확장을 상징하는 한겨레신문사의 탄생이었습니다. "3년 가면 시대적 역할을 잘한 것"이라던 그 한겨레신문사가 25년이 흐른 지금은 주류 언론사 중 하나가 되어 새로운 세대들로부터 오히려 변화하는 세계질서와 시민사회의 성장에 걸맞은 논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제6공화국을 유지해온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도 지난 한 세대의 극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담보할 혁신을 요구받는 처지에 이미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이자 도약의 핵심적인 '정신'은 바로 대한민국 정신의 핵심인 '헌법의 혁신'입니다. 25년 전, 만들어진 헌법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감당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제도 민주주의를 시작한 지 25년,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치던 6월 민주화운동 25주년에 즈음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위원회는 '개헌'을 화두로 꺼냅니다. 진보·진화하는 민주주의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의미의 인간관과 기본권, 시민적 자유와 책임의 새로운 정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권의 과감한 확장, 통일과 평화가 조화를 이룬 민족국가 이념을 담은 헌법의 절실성을 말하려 합니다. '6월항쟁 25주년 특집-개헌을 말한다'는 그런 취지로기획한 것입니다. 박명림 교수를 비롯한 5명의 학자와 시민운동가의 주장에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이 특히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또한 더 많은 언론과 학계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 주목할 기사가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긴축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이유로 거론되는 국가의 공공부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시민들이 직접 점검해보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에서 최근 통합진보당 노선 투쟁까지 30여 년에 걸친 진보운동의 이념 전개 과정을 되짚어본 글도 실었습니다. 이 모든 기사는 오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만의 시각을 유지합니다.

글•이인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editor@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