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야수니 프로젝트'

2012-06-12     오렐리앙 베르니에

6월 20일과 22일에 걸쳐 브라질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리우(Rio)+20' 정상회의가 열린다. 강대국들은 신자유주의 질서와 양립 가능한 녹색경제를 강요하지만, 다른 길을 제안하는 나라도 있다. 바로 에콰도르다. 에콰도르는 리우에서 국가주권과 사회 진보, 생태계 보존을 모두 조화시킨 프로젝트를 주창한다.

2007년 6월 에콰도르 신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혁명적 변화'의 시작을 선포했다. 혁명적 변화란 '야수니 ITT(이쉬핑고·탐보코차·티푸티니)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에콰도르가 이미 ITT 지역에서 시추가 시작된 야수니 국립공원 중심부의 석유자원 개발을 포기할 테니, 그 대신 국제사회가 기대 개발수익(13년간 70억 달러 이상 될 것으로 추산)의 절반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렇게 모금된 기금으로 에콰도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원주민을 보호하면서도(일부는 완전 고립 상태로 살고 있다) 생태계를 보존 및 재생시킬 수 있고, 생물다양성의 가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우선적으로 관련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회 프로그램을 수립할 수도 있다.

일견, 야수니 프로젝트는 멋진 생각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관한 국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야수니 프로젝트가 시행되기만 하면 지구상 가장 풍요로운 생태계 중 한 곳을 보존하면서 석유 개발로 인한 4억t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연의 '가치' 논리, 즉 상품화 논리를 유지한 채 신자유주의 생산성에 반대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원유산업 활동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친환경적인 사회주의적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신호탄을 울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이미지 뒤에는 수많은 난제가 숨어 있다.

2006년 11월 26일 선출된 경제부 장관 출신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다. 기업 국유화, 사회주의 정책과 가난한 자들에게 우호적인 신헌법 도입 등이 그것이다. 또한 그는 국정감사에서 대부업의 상당 부분에 불법성이 드러난 직후 대부업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실업률은 낮아지고 공공 분야의 임금은 오르고, 이제 국가는 점차 국제기구의 통치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9월 불발된 쿠데타 시도는 '시민혁명'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코레아 대통령과 원주민, 특히 에콰도르 원주민연합(Conaie)과의 관계는 적대적이다. 일부 원주민 운동단체는 원주민의 터전을 파괴하는 정부의 원유 시추 정책을 비판한다. 다른 쪽은 에콰도르 정부의 재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일부 전통(때로는 약식 처형을 정당화하는 관습적 정의) 금지에 우려를 표한다.

에콰도르의 지정학에서 석유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에콰도르에 석유는 사회주의 정책 재원 마련에 필수적인 자원이자(2008년 원유 수입이 전체 예산의 반을 차지한다), 동시에 외국 기업과 미국 시장에 계속 의존하게 만드는 중독(전체 채굴의 40% 이상을 외국 기업이 점유)이다. 원주민에게 원유는 유일한 고용 창출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생태계와 보건에 악영향을 미치고 채굴산업으로 신식민지를 양산한다. 환경단체 '아시옹 에콜로지카'(Accion Ecologica)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긴 시간 새로운 시추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지난해 2월 소송이 제기된 뒤 1년여가 지나서 셰브론 텍사코 정유회사가 일으키는 오염에 대한 판결(80억 달러!)이 확정된 것은 이들의 큰 승리였다.

지하의 원유를 그냥 내버려두라

코레아 대통령 내각이 결성된 시점부터 원유 개발 문제는 국가 정상회의의 주요 화두였다. 지난 10년간 좌파 지식인 진영에서는 포스트 석유사회의 도래를 유예한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대변자들 중 한 사람이 경제학자 알베르토 아코스타다. 2007년 에너지 광물자원부 장관이 된 아코스타는 야수니 프로젝트를 완성하면서 코레아 정부 전에 이미 그 토대를 마련했다. 아코스타에 맞서 페트로에콰도르 국영기업은 반대로 국립공원의 원유를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국제시장의 원유 가격 상승으로 접근이 어려운 야수니 ITT 지역의 원유는 새로운 이윤 창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대통령은 정책을 실행하는 데 지름길이 되지만 파괴적이기도 한 방안과 생태주의자와 원주민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팽팽한 토론 끝에 코레아 대통령은 능숙하게 결론을 내렸다. 2008년 여름 승인된 야수니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다. 유엔과의 격렬한 토론 끝에 코레아 대통령은 에콰도르가 직접 관리하는 신탁기금을 창설하게 되었다. 2010년 8월 3일 드디어 기금 조성이 시작됐다. 정부는 2011년 12월 31일까지 1억 달러 기금 조성을 목표로 부지런히 서방 선진국을 방문하며 에콰도르의 명분을 알렸다.

그러나 즉각 기부자들의 열정은 시들었고 우려는 커졌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일부 국가만이 기부에 동참했다. 신탁기금 조성이 시작되고 20개월이 지난 뒤 실제 모아진 총금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에콰도르 출신자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스페인은 서방국가로는 유일하게 1400만 달러 규모의 의미 있는 기부를 했다. 프랑스에서는 론알프스와 뫼르트에모젤 지방이 참여했다. 또한 최대 오염국도 아니고 부유한 나라도 아닌 일부 나라들(칠레·콜롬비아·조지아·터키)이 각기 5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그러나 독일이 한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다. 독일은 수없이 모순되는 공표 끝에 독일에 이익이 되는 투자를 보장하는 양자 협력을 우선하는, 결국 '지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희석된 성공

그렇다면 가장 결정적인 참여 국가는 어디인가? 이탈리아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기부 형태는 아니지만 5100만 달러라는 에콰도르의 부채를 탕감해주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의 이면을 보면,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야수니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정부의 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2006년 노르웨이도 내부적으로 관련된 환경 논쟁 없이 환경단체들의 압력하에 에콰도르가 진 2천만 달러나 되는 빚을 탕감해주었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에콰도르 정부는 이런 다양한 형식의 기부를 수용하고 2011년 말 1억 달러 모금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기금 정산 담당자는 300만 달러가 모자라 곤혹스러웠다.

독자들은 비정부기구(NGO)가 정부보다 이에 대해 훨씬 열성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아무 열의가 없었다. 주요 환경단체들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야수니'로 검색어를 쳐보면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나 그린피스, 지구의 벗 등 어떤 단체도 이 주제에 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공식적으로 환경단체들은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그린피스는 석유 시추를 하지 않는 것을 환영하지만, 원칙적으로 어떤 종류든 정부 프로젝트를 지지하지 않는다. 지구의 벗 역시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이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야수니가 '생태주의 볼모'를 정당화할까 우려한다. 열대 우림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실뱅 앙주랑은 "야수니에 관한 제대로 된 토론이 필요하다. 지하에 묻힌 원유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선진국이 개도국에 진 생태 빚을 갚는다는 것이 꼭 돈으로 갚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쨌든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이 단체는 여전히 시행 중인 에콰도르의 시추 정책을 비판한다.

2010년 에콰도르의 NGO들이 시작한 야수니 보존을 위한 국제 청원은 유럽에서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 좌파연합, 반자본주의 신당, 디 링케, 그 외 수많은 유럽 생태주의 의원들(1)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사회당만이 야수니 프로젝트에 실질적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사회당의 '생태적 계획경제' 개념을 내포한 덕분이다. 녹색당 지도자들은 단순한 서명에 그치고 있다. 코레아 정부에 대해 '차베스의 포퓰리즘'과 너무 유사하다고 비난하면서,(2) 코레아 정부는 지지하지 않은 채 야수니 보존만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야수니 프로젝트는 출범된 이후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2008년 가을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쳤고, 2009년에는 코펜하겐 정상회의가 실패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협상은 이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유엔은 'REDD+'라 명명된 산림 벌채를 막기 위한 조처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REDD+는 강대국들이 결정 메커니즘을 좌우하는 민간 분야와 탄소시장에 적용될 조처다. 관련 논쟁에 야수니 프로젝트의 개입은 선진국들의 구미에 맞지 않고 빠듯한 예산 상황은 이를 정중히 거절하는 데 좋은 명분이 된다. 그러나 사실 강대국들은 에콰도르의 이런 행보가 몰고 올 연쇄효과를 두려워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야수니 보존 지원을 수용하면 향후 비슷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동등한 처리를 바라는 강대국들의 요구에 문을 열게 되는 것이다.

탄소시장에 진입?

이렇게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에콰도르는 국가들보다는 좀더 관대한 자세를 보이는 기업들에 희망을 걸고 전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결책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 외에 실질적 보상이 있을지 우려스럽다. 기부자들은 기부의 대가로 '공감 마케팅', 즉 자사 제품의 상업화를 위해 야수니 브랜드 이용권과 같이 반대급부를 원할 테니 말이다.(3) 자동차 회사나 에너지 대기업들이 '야수니-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다'와 같이 자사 홍보의 공식 로고로 야수니를 내세우게 될 것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러나 코레아 정부는 야수니 프로젝트 시행에 이미 예정된 절차인 더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탄소시장 진입이다. 재정 지원과 맞바꾼 '야수니가 보증하는 인증'은 '탄소배출권'으로 바뀌어 강대국이나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더 늘릴 수 있다.(4) 현재로서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마지막 순간에 이런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에콰도르와 같이 가난한 소국의 생태 변화는 이처럼 확실한 보장이 없다. 야수니 프로젝트의 성공 기회는 희박하고, 코레아 대통령의 일차 목표는 2013년 차기 대선까지 프로젝트 유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야수니 프로젝트가 와해될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야수니 보존에 우호적인 에콰도르 원주민연합(Conaie)이 지난 3월 수도 키토에서 '대대적인 채굴 반대'와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새로운 재정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에콰도르 정부의 외교력이 지금 같은 낙관주의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모순되게도 야수니 프로젝트와 그 불확실한 운명 때문에 코레아가 이끈 또 다른 성공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미약하지만 실재하는 시민혁명이다. 늘 어떤 상징을 열렬히 찾고 있는 서방세계의 '녹색' 운동이나 세계화 대안 운동에서 보면 야수니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식에 딱 들어맞는다. 태생적으로 생태주의자인 원주민,(5) 항상 선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방해하는 나쁜 화석연료 에너지, 그리고 마치 마술처럼 정치적 차이를 초월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문제, 이와 더불어 야수니 프로젝트가 열암유 가스 시추 반대 운동 같은 유럽 내 각종 지역 환경 투쟁과 함께 울림이 있는 메시지라는 점이다. 따라서 야수니는 하나의 단순한 모델로 내세우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야수니 프로젝트는 에콰도르에서 진행 중인 혁명 과정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 과정이란 사회, 경제, 그리고 민감한 사회 동력 간 역학관계 같은 모든 요소와 결합됐다. 정치생태학처럼 복잡한 관계 속에 있지만, 그 내부에는 하나의 단순한 사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글•오렐리앙 베르니에 Aurélien Bernier <위기 이후의 어떤 유럽?>('Quelle Europe après le non?', Fayard·Paris·2007)의 저자.

번역•박지현 sophile@gmail.com


(1) www.gopetition.com/petition/35446.html.

(2) 지난 1월 18일 유럽 의회에서 다니엘 콘밴디트가 행한 헝가리 상황에 관한 연설 참조. 연설을 통해 그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전체주의'로 규정한다.

(3) 에콰도르 대사의 '야수니 프로젝트와 민간 분야' 참조. www.ambassade-equateur.org.

(4) '교토 협약을 불태워야 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7년 12월호 참조.

(5) Renaud Lambert, 'Le spectre du pachamamism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2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