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심각한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범죄

2023-12-29     안세실 로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국제편집장

몇 주간의 폭격 끝에, 2023년 11월 2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4일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200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고려하면 너무나 짧은 휴전이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의 구조 활동과 언론의 접근을 막으면서, 폭격을 퍼붓고  포위하는 상황은 1945년 이후 제정된 국제인도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저지른 잔혹 행위에 대응하여 이스라엘이 폭격을 감행하면서 약 1만 5,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100명 이상의 유엔 직원과 약 50명의 언론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1) 국경없는의사회 설립자인 로니 브라우만은 “가자지구는 거대한 묘지”라며 개탄했다. 대규모 주민 학살과 보건 인프라 파괴, 물과 전기 공급 차단, 통신 차단, 영토 포위, 인도적 지원 공급 차단 등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치명적인 모든 행동은 이스라엘이 방어권을 행사하고 하마스 소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누엘 발스 전 프랑스 총리는 “우리는 2015년 테러 공격 이후 프랑스를 방어하고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를 공격할 때 어떤 국가의 조언도 기다리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차할(이스라엘군)의 정당한 대응에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가능한 한 피해를 적게 받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렉스프레스>, 파리, 10월 27일). 일부에서는 이번 대응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드레스덴을 초토화시킨 연합군의 대규모 소이탄 폭격에 버금간다며 이번 사건을 이미 적에게 패배한 상황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로 보기도 했다. 영국의 그랜트 샤프스 국방부 장관은 11월 11일 <BBC> 방송에 출연해서 “우리는 전시에 사람들이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이 드레스덴을 폭격했을 때 3만 5,000명이 사망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가자지구는 아동 공동묘지가 되고 있다”

유엔 관리와 비정부기구들은 하마스의 인질극을 비난하면서 아주 빠르게 ‘전쟁 범죄’라고 언급했다. 조심스러운 성격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라며 “가자지구의 악몽은 인도주의적 위기 그 이상이다. 인류의 위기다. 가자지구는 아동 공동묘지가 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2) 국제앰네스티는 국제법 위반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국경없는기자회는 이스라엘이 고의로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3) 

유엔 기구와 인도주의 단체들은 SNS를 통해 병원과 학교, 구급차는 표적이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려 노력했으나,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CBS> 뉴스, 2023년 11월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칠레 등 여러 남반구 국가는 항의의 표시로 텔아비브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상황에 대해 미국을 비난했다.

점령국에는 자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아랍 국가와 러시아, 이란과 달리,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서방국들은 ‘자위권’이라는 말을 방패로 삼고 있다. 그 중간 위치에 있는 중국은 ‘자위권’ 원칙은 인정하지만, 이스라엘이 “도를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1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했을 때도 “국제인도주의법을 위반하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든, 자위 등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4) 

2023년 10월 18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대응을 불법화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정당하지 않고, 이유 없는”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휴전 요청을 지지했다(<BBC>, 11월 12일).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총리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합당하지 않다”고 표현했다(X[전 트위터], 11월 7일). 하지만 2022년 2월 24일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그토록 자주 등장하던 ‘비난하다’라는 동사는 현재 외교 사전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전쟁 범죄를 정당화하다

언론에서는 불길한 균형 게임을 펼쳐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교할 바 없는 규모의 전쟁 범죄를 조용하게 정당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통신을 차단하고 해외 언론인의 가자지구 출입을 금지한 탓에 영상과 직접적인 증언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폭격은 ‘공격’이라는 표현으로 완곡하게 포장되고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숫자에 그치고 있으며 비현실적인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다. 하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항상 국제법의 발전을 촉진해왔다. 1863년 솔페리노 전투 이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탄생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5년과 1929년 주요 제네바 조약이 체결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은 사라진 국제연맹의 본부가 있던 스위스에서 4개의 새로운 협약이 체결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예전 기준들은 전쟁의 규칙과 전투원과 부상자, 포로 신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1945년에 제정된 기준은 현대의 일반적이고 산업화된 분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민간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44년 막스 후버 국제적십자위원회 회장은 “전쟁이 점점 더 총력전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위험과 고통 속에서 군대와 민간인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 더 이상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문제였기에 우리는 전쟁 자체와 직접 대면하는 투쟁에 돌입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5) 

전쟁 직후 파괴된 유럽에서 논의와 협상이 진행됐다. 도시는 폐허가 되고, 난민 수용소가 존재하고, 사람들은 도로 곳곳에 쓰러져 있었으며 민간인과 군인 사망자는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 연합군이 드레스덴 같은 여러 도시에 소이탄을 투하한 뒤 승전국이라는 지위가 일시적으로 유럽을 치욕에서 보호해 주긴 했지만, 나치 독일이 저지른 기술적 야만과 산업화된 잔혹 행위로 유럽은 고통을 받았다. 전쟁의 영향을 적게 받은 스위스는 평온한 피난처를 제공했지만, 미래를 위해 특정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민간인의 보호 받을 권리는?

장 픽테 교수는 국제적십자위원회에 제출한 제네바 협상에 대한 논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네바에 모인 전권 대사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약 4개월에 걸쳐 매우 철저하게 작업을 수행했고, 서로 의견이 다름에도 협력과 조정을 지향했으며, 훌륭한 인도주의 정신을 보여줬다. 최근 세계 분쟁이 초래한 악에 대해 두려움을 통감하며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는 진지한 열망으로 협상을 이어 나갔다.”(6)

무력 분쟁의 새로운 구도에서 민간인은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이 권리는 절대적이지는 않다. 민간인이 작전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픽테 교수는 “부상자나 포로는 위험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해도 국가가 적대 행위를 지속하는 데 심각한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민간인 대부분은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들을 위한 조치는 전쟁 수행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7) 

따라서 1949년 제4차 제네바 협약에서는 ‘보호 대상자’의 범주를 넓혀서 병자와 부상자, 난파자, 포로에 이어 의료인과 종교인, 인도주의 활동가, 민간인 보호 대원 등 “적대 행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으로까지 점차 확대했다.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고통을 가할 수 있는 군사 행동도 제한됐으며, 보복과 집단 처벌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군사 작전에는 필요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은 폭격당한 학교나 병원을 ‘적의 은신처’라고 주장함으로써, 이 장소들을 정당한 군사적 목표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이는 항상 사례별로 검증해야 하는 고전적인 주장이다. 특히 하마스가 점령지 지하를 뚫어서 적대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폭탄 세례를 계속 퍼붓는다면 위 주장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현대 국제인도법의 탄생을 둘러싼 위와 같은 상황과 동기를 살펴보면 가자지구의 참상에 직면한 인도주의 단체 대표들과 많은 법률 전문가가 경악하고 반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제2차 세계대전을 넌지시 암시하듯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범죄”라고 비난하며 휴전 촉구를 지지했다(<프랑스 앵포>, 11월 10일). 전후 수십 년 동안 심각한 기본권 침해와 전쟁 규칙 위반으로 인해 상흔이 남았지만, 아직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범죄도 많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화학무기 사용이나 1950~1970년대 식민지 세력이 저지른 범죄,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자행된 잔혹 행위 등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고문을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추방한 사건을 보면 제네바 협약 체결국들이 인정한 규칙들에 위배되는 관행이 재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1945년 당시 협상국들이 금지돼야 하고, 발생한다면 지체 없이 종식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전형적인 상황, 즉 무장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적을 물리친다는 표면적인 목적 아래 명백한 기술적 우위(항공, 정보, 미사일 등)를 바탕으로 강력한 동맹국의 지원을 받는 ‘점령군’이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인권 유린

프랑스 법률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2023년 10월 30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인류의 근본 규칙’을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오려고 노력했다. “국제법의 기본원칙은 법률 전문가들을 위한 것도, 특정 국가의 이익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제법의 존재 이유는 어느 곳에서든 개인과 민족, 국가를 그들의 기본권 소멸과 존엄성 모독으로부터 보호하고, 평화의 기회를 보존하며, 국가 간 최소한의 보편적 인식과 연대에 실체를 부여하고, 여기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을 모두 보호하기 위함이다.”(8) 

과거 유럽 지도자들은 유대인 학살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통감했으나, 현재 지도자들은 1945년 유럽의 초토화를 잊고 민간인에게 폭격이 쏟아지는 것을 묵인하는 듯하다. 국제인도법의 의무에는 스스로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이들이 준수하게끔 하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하마스의 잔혹 행위가 이스라엘의 분노를 샀다고 해도, 이스라엘에 국제 규범을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동맹국도 이를 허용할 수 없다. 다른 국가들의 침묵 속에서도 벨기에 총리가 “폭력적인 이스라엘 극단주의자”가 유럽 영토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유럽이사회에 제안한 것은 아마도 위와 같은 의무를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AFP>통신, 2023년 11월 9일).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전 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설치한 ‘함정’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절대적 공포’를 유발하고, 여러 세기 유대인들이 겪은 대박해의 기억을 되살려 상대편도 대규모 범죄에 가담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9) 이스라엘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에 집속탄과 같은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고, 대규모 행정 구금을 자행하며, 특히 시위 현장에서 수십, 수백 명에게 치명적인 무력을 남용하는 등 국제법을 위반하고 인권을 유린해 왔다. 

2006년 가자지구 전쟁과 현재 상황이 다른 점은 하마스를 물리치기 위해 사용된 수단의 규모와 불균형에 있다. 사실상 이번 상황은 거의 모든 규칙을 위반했으며 민간인 무차별 대량 학살에 해당한다. 지정학적으로 재구성된 상황은 국제법 위반에 대한 인식과 수용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 재판소의 법률 전문가나 정치적 해결 당사자들이 양측이 저지른 행위가 1945년에 정의된 ‘국제 범죄’에 해당하는지와 그 범위를 결정할 것이다. 어쨌든 전후 국제 질서의 창시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과 같은 인류애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범죄가 득세하는 혼란 속에서 유명한 정치가 장 조레스가 말한 “돌이킬 수 없는 양심의 타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글·안세실 로베르 Anne-Cécile Ro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국제편집장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폭격 희생자 관련 수치는 하마스 보건부가 제공한 것이 유일하다.
(2) 유엔정보센터, ‘L’ONU et la crise au Proche-Orient 유엔과 중동의 위기’, 2023년 11월 8일, https://unric.org
(3) Christophe Deloire, ‘RSF dépose plainte devant la Cour pénale internationale pour crimes de guerre contre les journalistes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고소장 제출’, 국경없는기자회, 2023년 10월 20일, https://rsf.org
(4) 유엔 총회, 2021년 5월 20일.
(5),(6),(7) Jean Pictet, 『Les Conventions de Genève du 12 août 1949, volume IV : La Convention de Genève IV relative à la protection des personnes civiles en temps de guerre : commentaire 1949년 8월 12일 제네바 협약, 제4권: 전쟁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 제4조: 논평』, 국제적십자위원회, 제네바, 1956. 국제적십자위원회 도서관에서 온라인 열람 가능: https://library.icrc.org.
(8) Evelyne Lagrange et al., ‘Conflit au Proche-Orient : rappels à la loi des nations 중동 분쟁: 국제법상의 주의사항’, Le Club des juristes, 2023년 10월 30일.
(9) <BFM TV>, 2023년 10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