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잘못된 비교

2023-12-29     세르주 알리미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고문

프랑스 방송계에 특별한 이슈도 없었던 2023년 11월 10일, 우익 성향의 철학자 베르나르앙리 레비는 자신이 만든 다큐멘터리들 중 하나와 자기 자신을 홍보했다. 4일 후 <France 2> 채널에서 세타부(C‘est à vous)>에 초대됐다. 레비의 잇단 방송 출연과 함께 채널 간 경쟁이 잠시 유보됐다. 이어 레비는 다음날 <LCI> 방송국에, 그다음 날에는 <CNews>에 출연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또 다른 방송사들에도 출연했다. 늘 그렇듯 말이다.

프로그램 <세타부>는 원활하게 흘러갔다. 안엘리자베스 르무안 기자와 파트리크 코엔 기자는 레비의 홍보맨처럼 “탁월한 요약”, “충격적 장면” 등 칭찬을 남발했고, “이런 (다큐) 제작의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이라고 묻는 등 레비가 써줬을 법한 ‘질문들’을 던졌다. 하지만, 이제 다수의 관심은 우크라이나보다 팔레스타인 쪽으로 더 가 있다. 가자지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네오 나치 성향의 군인들이 있다”는 구실로 파괴한 도시 마리우폴과 닮았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와 더 유사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레비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레비는 “푸틴은 하마스가 선포한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이슈로 인해 우크라이나 문제가 밀려나는 가운데, “화요일에 방영된 (나의) 다큐멘터리는 이런 망각의 법칙에 저항하는 수단이다. 본질적으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는 극도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레비가 이런 말을 하는 순간에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을 1만 명 이상 죽였다. 그럼에도 <세타부>는 프랑스 내 반(反)유태인 행위를 즐겨 언급했다. 

한편, <LCI>는 레비에게 가자지구 내 전쟁 범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물론, 이 (반서방 세력에게나 쓰는) ‘전쟁 범죄’라는 ‘무례한’ 표현을, (감히) 이스라엘군에게 쓰지는 않았다.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10월 9일 혹은 10일에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이동을 권고했다. 즉, 시민들을 포격했던 것이 아니다. 군사 표적을 폭격했고 하마스가 막아 이동할 수 없었던 시민들에게 갔다”라고 말했다. 사실은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동’했다. 이들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팔레스타인 남쪽으로 갔다. 그럼에도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할 수 없었다.

방송에 초대된 레비가 장사꾼같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다큐를 소개하자, 프레데리크 타데이 기자는 그를 당황케 할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얼마나 미개해야 학교를 폭파시키냐고 한 적이 있는데, 그건 가자지구가 공격받은 후 이스라엘의 적들도 한 말이 아닌가?”라고 물은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 방위군 ‘차할’의 대변인 격인 레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러시아인과 이스라엘인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역겹고 잘못된 비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먼저, 가자지구의 학교에는 하마스의 사령부가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피신시키라고 각별히 요청했다.”

즉, 학교에 폭탄이 터져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은, 그 부모에게 있다는 소리다. 폭탄을 투하한 이스라엘 전투기의 조종사도, 조종사에게 투하를 명령한 이스라엘 장관들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대담이 끝나고 며칠 후, <뉴욕타임스>는 유엔 통계를 언급하며 “6주 전부터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아이들의 수가,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주요 분쟁지역 전체에서 사망한 아이들 2,985명보다 많다”(1)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유엔은 12월 6일 저녁 6시 30분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담은 베르나르앙리 레비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기로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에서 <영웅들에게 찬사를>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 프랑스와 우크라이나의 유엔 상주대표부가 해당 다큐 방영 행사의 주최국을 맡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설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레비가 가자지구를 파괴한 이스라엘군에 ‘영웅’이라는 의미를 확장해 사용하려는 욕구를 자제할 수 있을까?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고문

번역·김은혜 
번역위원


(1)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의 묘지가 된 가자 지구’, <뉴욕타임스>, 2023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