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화신 '나치 체제' 속으로…

괴벨스와 하이드리히 '유대인 학살과 나치즘 실체'

2009-02-02     아크람 벨카이드 | 언론인

서 평

 

나치즘처럼 주요 간부들이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에 대해 다룰 때는 전기(傳記)가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안 커쇼가 집필한 2천789페이지의 방대한 저서 <히틀러>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제3제국을 가장 상세히 다룬 자료로 평가를 받는다. 전기는 시간별로 개인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다루며 그 개인이 살아 온 행적을 되짚는다. 그런데 동시에 전기에서 주인공 인물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알려주는 데 꼭 필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리오넬 리샤르의 <괴벨스>는 뛰어난 전기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독자들은 나치의 프로파간다를 개발한 괴벨스가 1923녀에서 1945년까지 기록한 <일기>의 내용을 거의 읽을 수는 있으나 그래도 프랑스어로 씌어진 괴벨스의 일생에 관한 책은 거의 드문 게 사실이었다. 리오넬 리샤르는 저서 <괴벨스>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는 괴벨스의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괴벨스는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 대규모의 집회와 행렬을 조직했으며 라디오를 대대적으로 이용하고 영화를 선전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부유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나 젊었을 때 순응주의자인 부르주아였던 괴벨스가 신체적 장애와 우울증을 안은 채 살다가 국가사회주의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
 괴벨스는 흔히 기회주의자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생각과 달리 괴벨스는 뿌리 깊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국수주의자. 반공주의자, 반유대주의자였던 그는 하인리히 히믈러, 헤르만 괴링과 마찬가지로 히틀러 총통에게 헌신하게 된다. 저자는 독일군이 점차 패함에 따라 어떻게 제3제국이 더욱 이데올로기에 갇혀 경직되어 갔는지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 날인 1945년 5월 1일에 괴벨스는 소련군의 손아귀에 체포되느니 벙커에서 아이들을 먼저 죽이고 아내와 함께 자살하는 것을 택했다. 이런 자신의 운명을 미리 예감한 걸까? 괴벨스는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기 11년 전에 자신의 우상이었던 히틀러에 대해 기사를 썼다. "히틀러 총통을 통해 과거의 독일 기사도 충성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 충성심 덕분에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아니면 몰락하기 전까지 총통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에두아르 위소의 전서 제목은 <하이드리히와 최종적 해결>이다. 그런데 저자 에두아르 위송은 "최종적 해결"에 훨씬 더 관심이 많긴 하다. 유복하고 평범한 젊은 시절을 보낸 하이드리히 히믈러는 1939년 9월에 제3제국의 국가보안본부의 수장을 맡게 되었다. 책에서는 이러한 하이드리히의 인생이 나치의 인종 학살과 뒤섞여 전개된다. 전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 책에서는 제3제국이 정신병자, 폴란드의 지식인, 소련의 간부들 다음에 무슨 이유로, 언제, 어떻게 유태인들을 학살했는지가 나오고 있다.
 저자는 이전 책에서 1941년 11월에 결정이 내려졌다는 확신을 갖고 유태인 학살의 기록을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많은 자료를 동원했으며 1942년 1월의 반제회담의 기록을 다시 해석했다. 특히 저자는 반제회담의 기록은 대부분 히틀러가 구소련을 침공하기 전에 집필된 것이란 사실을 밝혀낸다. 이 같은 혁신적인 접근법은 유럽의 유태인들을 이주시키려는 마다가스카르 계획, 시베리아 유태인 수용소 계획이 초기 독일군의 불리한 전세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자 총으로 유태인을 학살하던 수법이 어떻게 해서 가스실에서 유태인들을 조직적으로 말살하는 수법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앙토넬라 살라모니의 혁신적인 저서 <소련과 유태인 학살>을 살펴보도록 하자. 저자는 최근에 갱신된 고문서들을 철저히 연구한 후 소련에서 아인자츠그루펜 SS 부대가 자행한 유태인 학살 전모, 러시아의 크렘린이 그 특수성을 인정하기 꺼려하는 태도에 대해 1차적으로 분석해보자고 제안한다. 약 70년 후, 소련의 유태인 200만~300만 명이 나치에게 학살된 바비 야르 사건을 다룬 기념비적인 작품도 기다리고 싶다.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 프랑스 <라트리뷘>기자. 저서로 <알제리를 향한 시선>(2005)등이 있다.